저자: 박종훈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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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란 경제 봉쇄(경제 추방 작전)로 승기를 잡았으나, 이란의 강한 결속과 협상 가격 상승으로 전쟁이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 이란은 물가상승률 89%, 환율 81만→235만 리알 등 경제난. 미국은 금리 안정을 위해 전쟁 조기 종결이 유리하다고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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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리편에서도 강조했지만, 앞으로 미국의 금리가 낮아지려면 무엇보다 이란 전쟁이 빨리 끝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란 전쟁에서 최근 변화가 생겼습니다. 미국이 점점 승기를 잡고 있습니다. 특이하죠. 지난 다섯 달 동안 미국이 폭격했을 때는 이란이 아주 강경하게 버텼는데, 오히려 경제 쪽에서 목줄을 잡으니까 이란이 점점 더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겁니다. 미국이 승기를 잡아가면 과연 전쟁은 빨리 끝날까요? 이기는 쪽이 전쟁을 어떤 식으로 늘려왔는지 역사를 설명드리고, 그것을 통해 이란 전쟁의 앞날을 한번 조망해 보겠습니다.
9월의 이란은 정말 어려워졌습니다. 봉쇄를 뚫고 나간 이란의 유조선이 한 척도 없었습니다. 석유를 수출하지 못하니 당연히 달러가 들어오지 못하고, 생필품과 식량을 사는 데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달러당 이란 리알 환율은 1년 전 81만 리알에서 지금은 235만 리알이 들어갑니다. 환율이 치솟으니 수입 물가도 오르고,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89%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항공편마저 90% 가까이 차단되면서 이란은 완전히 고립된 섬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9월 25일 이란이 먼저 휴전을 제안했습니다.
정말 특이하지 않습니까? 미국이 다섯 달 동안 폭격할 때는 이란이 강하게 버텼는데, 최근 두 달 사이에 이란 경제가 크게 약화됐습니다. 왜 그럴까요? 폭격 초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군을 모두 파괴했고 해협은 재개방됐다며 크게 호언장담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란의 유조선은 호르무즈 해협 바깥으로 나가 원유를 팔았습니다. 그러니 경제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었죠. 더군다나 4월 7일 휴전이 되었고, 6월 17일에는 양해각서(MOU)가 체결되었습니다. 봉쇄를 해제하고 동결 자금을 풀어주며, 재건 자금도 마련해 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미국 내 외교 진영에서는 "굴욕적인 협상이다"라며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7월 14일부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미국은 폭격 대신 봉쇄를 주된 수단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7월 14일 봉쇄를 시작했고, 8월 24일에는 '경제 추방 작전'에 들어갔습니다. 이제 호르무즈를 통해 이란의 유조선은 전혀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은행 거래는 전면 중단됐고, 항공편까지 차단되면서 9천만 명이 넘는 이란은 사실상 섬이 되어버렸습니다. 결국 승기는 폭격이 아니라 장부에서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은 큰돈을 들이지 않고, 전쟁도 치르지 않으면서 이란 경제를 벼랑 끝까지 몰아간 것입니다.
3월에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게 군함을 보내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동맹들은 주저했습니다. 아무리 폭격해도 쉽게 끝나지 않을 전쟁에 군함을 보냈다가 자국 청년들이 희생되고, 중동 질서에 휘말려 국익이 크게 훼손될까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사우디가 나섰습니다. 송유관 700만 배럴을 풀가동해 유가 폭등을 상당 부분 막았습니다. 지금의 유가도 꽤 비싸긴 하지만, 사우디가 송유관을 활용하지 않았다면 훨씬 더 올랐을 것입니다. 걸프 지역의 원유는 보통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하는데, 사우디는 홍해 쪽으로 이어지는 송유관을 활용해 수출을 이어갔습니다. 그 덕분에 유가가 150달러까지 치솟는 것은 간신히 막을 수 있었고, 미국은 버틸 힘을 얻었습니다.
그다음 미국은 UAE, 튀르키예, 오만에 이란과의 은행 거래를 전면 중단하라고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이 세 나라가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란은 다른 나라와 은행 거래를 할 수 없게 되면 일한 대가를 어떻게 지불하고, 식량을 어떻게 사고, 무기 재료를 어떻게 들여올까요? 그동안 이란은 바로 이 나라들의 은행을 통해 거래를 해 왔습니다. 미국의 압박으로 이 통로가 막히자 이란은 달러를 가지고 있더라도 국제 거래가 어렵고, 달러를 벌기도 어려워졌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이란과 협력 관계에 있는 모든 나라에 요구했습니다. 이란 항공기가 공항에 도착해도 급유나 정비를 해주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로써 이란은 다른 나라와 물자나 사람의 교류가 전혀 불가능한 완벽한 섬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란이 이렇게 몰리고 미국이 승기를 잡았다면 전쟁은 빨리 끝날까요?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이기는 쪽은 자신이 이긴다는 걸 알기 때문에 점점 협상 가격을 올리게 됩니다. 보통의 나라라면 버티지 못하고 항복하거나 협상에 나섰겠지만, 이란은 다릅니다. 종교적으로 굉장히 단합된 사회이고, 미국과의 전쟁이 시작된 뒤 최고 지도자가 암살을 당하면서 단결력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국민의 상당수가 불만을 갖고 있더라도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이란이 얼마나 버틸지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더군다나 트럼프 대통령도 선택의 기로에 있습니다. 미국의 패권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자존심이나 지지율을 높이는 쪽으로 갈 것인지 말입니다. 6월과 9월의 미국 협상 가격표를 비교해 보면 이 점이 분명해집니다. 6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급했던지 봉쇄 해제와 동결 자금 해제, 재건 자금 지원까지 약속하며 이란에 상당히 유리한 협상을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9월 28일 현재는 "봉쇄는 절대 풀지 않는다, 아무것도 주지 않겠다"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순서도 바뀌었습니다. 미국이 먼저 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란이 먼저 핵을 포기하면 봉쇄를 풀어줄 수 있다는 식입니다. 석 달 만에 미국은 협상 가격을 크게 올린 셈입니다.
이것은 낯선 행동이 아닙니다. 전쟁 종결을 다룬 책 『전쟁은 어떻게 끝나는가』에 따르면, 전황이 좋아질수록 승자는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전쟁의 성과가 좋을수록 오히려 전쟁이 지연되기도 합니다. 봉쇄가 효과를 나타내면서 이란의 협상력은 크게 약화됐고,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을 더 강경하게 만든 것입니다. 이기는 쪽에게는 시간이 공짜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 착시를 먼저 겪은 나라가 바로 이란입니다. 1980년 이라크가 이란을 침공했습니다. 처음에 이란은 밀렸지만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에 성공했습니다. 단 2년 만에 호람샤흐르를 탈환했고,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협상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란의 요구는 점점 거세졌습니다. 이란이 보기에 확실히 이겼고, 침략자는 이라크였으니 "배상금을 내라, 사담 후세인은 퇴진하라"는 식이었습니다. 독재자에게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죽으라는 말과 같으니 협상이 될 리 없었습니다. 이라크는 끝까지 싸우겠다고 버텼고, 이란은 1982년 7월 이라크 영토를 침공했습니다. 그 뒤로 전쟁은 몇 년이나 더 이어졌습니다. 당시 걸프 전문가는 "1982년 9월, 승리의 턱에서 패배를 낚아채는 중이다"라고 평했습니다. 적당히 배상금을 받고 끝냈다면 이란은 승리로 전쟁을 마칠 수 있었지만, 이라크 침공 이후 길고 험란한 전쟁으로 빠져들었습니다. 결국 6년 동안 이란은 봉쇄를 당했고, 국민들은 극심한 고통을 견뎌야 했습니다.
이번 전쟁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미국이 상당히 양보하는 MOU를 맺어 협상이 되어 가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이란 측이 호르무즈를 지나던 상선을 피격했습니다. 당시 의문이 많았습니다. 미국이 크게 양보하는데 왜 이란이 공격했을까?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상선 피격은 이란의 강경파 일부가 대통령이나 혁명수비대 사령관, 안보회의 몰래 벌인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을 하나의 몸으로 해석했습니다. 강경파가 움직였든 아니든, 미국이 너그럽게 MOU를 해 줬는데 공격했으니 "너희는 끝장이다"라며 다시 봉쇄를 제기한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정치학자 라이터의 말이 떠오릅니다. "상대의 약속을 믿지 못하는 승자는 제한된 조건을 거부하고 절대적인 승리를 추구한다." 상대를 믿을 수 없으면 상대를 완전히 초토화하거나 완벽한 항복을 요구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전쟁은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은 1918년 11월 이미 사실상 패배를 인정하고 휴전했지만, 연합국은 봉쇄를 8개월 동안 더 유지하며 조건을 강화했고, 결국 독일은 베르사유 조약에 서명했습니다. 봉쇄로 이긴 쪽은 끝까지 봉쇄를 유지하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을 믿지 못합니다. 이란에는 절대적인 권력자가 없습니다. 강경파와 협상파가 있고, 명령이 잘 먹히지 않는 현장 사령관들도 있습니다. 그러니 트럼프 대통령은 절대적인 승리를 추구할 것이고, 그만큼 전쟁이 길어질 여지가 있습니다. 지금 양측의 주장도 팽팽합니다. 이란은 돈을 먼저 달라, 또는 호르무즈 통항을 위해 봉쇄를 먼저 풀라, 그다음에 핵 협상을 하자고 합니다. 미국은 핵을 먼저 포기하라, 돈이나 봉쇄 해제는 그다음 문제라고 합니다. 이란 입장에서는 미국이 협상 후 미사일 공격을 한두 번 한 것이 아니기에 미국을 믿을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 관리들의 발언입니다. 9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핵 문제에서 유연하며, 핵을 포기하거나 다른 나라로 옮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다만 무엇을 먼저 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죠. 제가 보기에도 이란의 핵 협상 태도는 상당히 유연합니다. 공격받기 전에도 이란은 핵 일부를 포기할 수 있다는 발언을 미국에 했습니다. 문제는 "핵을 포기하면 그 뒤에도 계속 공격하고 우리 요인을 죽이지 않겠느냐"는 불신입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로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순서 문제는 얼마든지 조율할 수 있습니다. 1981년 알제 협정이 좋은 예입니다. 당시 이란에 억류됐던 주이란 미국 대사관 직원들을 풀어주는 과정에서, 돈을 영란은행에 에스크로 방식으로 맡겨 두었다가 석방된 직원들이 비행기에 타고 도착하는 순간 에스크로가 풀리며 이란에 돈이 지급되었습니다. 믿을 만한 중재국이 돈을 확실히 보장해 주는 방식이었죠. 이처럼 장치를 마련하면 충분히 협상할 여지가 있습니다. 순서는 장치로 풀 수 있습니다. 문제는 승자가 "우리가 이란을 완전히 박살 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증명하려 들 때입니다. 그러면 이란은 목숨을 걸고 계속 싸우게 되고, 전쟁은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이란은 서구라면 버티지 못했을 상황을 여러 번 버텨 왔습니다.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란은 1982년 사실상 승리하고 끝낼 수 있었지만, 6년을 더 싸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방 전체의 제재로 이란 경제는 초토화됐지만 8년을 버텼습니다. 2012년 핵 개발 제재 때도,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 때도 이란은 버텼습니다. 2026년 물가 상승률이 89%에 이르는데도 이란의 체제는 아직 버티고 있습니다.
학자들은 그 이유를 이렇게 분석합니다. 고먼스는 "서명하면 처벌받고 심지어 처형당할 수 있는 지도자가 서명하기는 너무나 어렵다"고 했습니다. 계속 싸우면 판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지고 있는 전쟁이라도 유지할 동기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파프는 지금까지 115건의 제재 중 정권을 굴복시킨 사례가 다섯 건에 불과하다고 분석했습니다. 110건은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고통을 받는 것은 국민이지 정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권은 대체로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고, 고통은 국민에게 넘기고 버팁니다. 휴전에 사인하는 순간 그 정권은 흔들릴 수밖에 없고, 서명한 사람은 거의 죽거나 숙청당할 것입니다. 그러니 서명은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이란의 가치관상 이것이 희생인지 미국에 대한 굴복인지 판단하면, 굴복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손자병법에도 이런 원칙이 있습니다. "위사필궐(圍師必闕)", 즉 포위한 군대에는 반드시 틈을 남겨 두라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적이 죽기 살기로 달려들어 우리 쪽 피해가 커집니다. "궁구물박(窮寇勿迫)", 궁지에 몰린 적을 몰아붙이지 말라는 말도 있습니다. 손자병법은 아주 옛날부터 이런 전쟁의 원칙을 잘 정리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베선트 재무장관은 9월 6일 "이란 지배층을 질식시키겠다, 사상 최대의 경제 고립 작전을 쓰겠다"고 말했습니다. 전쟁을 할 때 압박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궁지까지 몰았다면 협상을 해야 합니다. 협상하지 않으면 이란은 죽기 살기로 덤빌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되면 항복보다 마지막까지 싸우는 모습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승기를 잡은 미국의 태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실제로 이란이 궁지에 몰리자 이라크 민병대는 사우디 송유관을 공격했고, 후티 미사일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까지 날아갔습니다. 협상파인 아락치 외무장관조차 "종말 전쟁도 준비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쥐를 마지막 궁지까지 몰아가면 고양이를 무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승자로서 요구 조건을 계속 높일 것인가, 아니면 승자의 여유를 가지고 이란을 국제 질서로 끌어들이고 정치 구도를 현명하게 바꿀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후자가 된다면 미국의 패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의 패권을 위해서는 우선 유가가 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30년물 국채 금리가 5.5%를 넘은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미국 경제가 아무리 튼튼해도 고금리가 6개월, 1년 지속되면 경제가 버티기 어렵습니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확고한 승리를 거두고 계속 앞서 나가려면, 이란 전쟁을 빨리 끝내고 미국에 유리한 상태에서 종결짓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의 패권만 놓고 보면 분명히 이란 전쟁은 빨리 끝내는 것이 낫습니다.
그런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 이란에게 무조건 항복을 받아내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존심은 높일 수 있을지 몰라도,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는 불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을 끌수록 미국에 유리하지 않습니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나중에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때 아주 소중한 무기입니다. 그런데 이 미사일을 이란에 쓰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중국에 대비해 무기를 계속 쌓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자존심보다 당장의 패권을 보고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점에서 저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존심 대신 목표를 분명히 고정하고 확실한 승리를 손에 넣었습니다. 1990년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지상전은 100시간 만에 끝났습니다. 만약 당시에 사담 후세인까지 제거하려 했다면 전쟁은 몇 년 더 지속됐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쿠웨이트 해방이라는 목표에 집중하고 끝냈습니다. 그 결과 유가는 33% 떨어졌고, 전쟁 비용의 88%를 동맹이 부담해 미국 경제에는 아무런 타격이 없었습니다. 미국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준 사건이었고,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국제 정치를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 보여준 중요한 사례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란 내부입니다. 협상파가 권력을 잡느냐, 강경파가 권력을 잡느냐에 따라 상황이 크게 달라집니다. 협상파가 권력을 잡으면 이란은 서방 사회로 들어오고 싶어 하기 때문에,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쪽으로 가깝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전쟁을 했다고 영원한 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베트남과 우리나라도 전쟁을 치렀지만 지금은 관계가 아주 좋습니다. 미국과 이란이 싸웠다고 영원한 원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란은 앞으로 미국과 중국이 패권 전쟁을 벌일 때 아주 중요한 나라입니다.
문제는 협상파가 강경파를 설득해 외교 무대로 나오려 할 때 생깁니다. 이란의 대표적 협상파 아락치 외무장관이 뉴욕에 갔을 때, 이란 강경파는 "항복 신화냐, 왜 뉴욕에 가느냐"며 의회 탄핵까지 거론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아락치는 최고급 아니냐"는 식으로 반응했습니다. 만약 미국이 아락치를 계속 공격하면 이란 내에서 아락치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권력은 강경파와 혁명수비대에게 넘어갈 것입니다. 강경파가 권력을 잡으면 이란은 중국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더 큽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2015년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이란의 협상파 로하니 대통령과 협상을 잘해 핵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물론 그 합의에도 문제는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란이 친서방 쪽으로 기울려 했기 때문에 얼마든지 미국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뒤 갑자기 핵 합의에서 탈퇴했습니다. 그 결과 이란 내 협상파의 입지는 사라지고 강경파가 권력을 완전히 잡았습니다. "미국은 믿을 수 없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기조가 강해졌습니다. 이후 라이시 강경파 정부가 들어섰다가, 온건 협상파인 페제시키안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페제시키안 정부는 이번 전쟁 직전까지 핵을 어느 정도 중단하는 방안을 미국에 제안했습니다. 이 내용은 협상에 참여했던 중재국 측에서 나온 말이라 거의 사실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완벽하게 굴복시키겠다며 공격하자, 협상파의 입지는 더 줄어들었습니다. 그 결과 2026년 현재 이란의 석유는 대부분 중국으로 가고 있습니다. 중국은 그동안 이란의 싼 석유를 사들이며 우리보다 훨씬 유리하게 석유화학 산업을 키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강경파에게 힘을 실어 이란을 중국에 넘겨줄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협상파와 손을 잡고 협상파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입니다. 협상파의 주장대로 미국과 협상이 이루어져 이란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강경파는 이란 내에서 고립되고 빠른 종전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클라우제비츠의 말이 여기에 맞닿아 있습니다. "이기는 쪽은 상대의 협상파가 이기도록 도와줘야 한다. 강경파가 이기도록 도와주면, 결국 싸움에서 이기고도 질 수 있다." 지금 미국이 승기를 잡은 상황에서 승자의 지혜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파의 입지를 좁히고 있는데, 이는 선거를 앞둔 상황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미국의 패권을 위해 보다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협상이 오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미국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느냐는 문제에서 미국 국채 금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국채 금리가 안정돼야 국채에 기반한 달러가 안정되고, 달러 패권이 안정돼야 미국의 패권도 안정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미국의 미래와 세계 질서의 미래가 크게 바뀔 것 같습니다.
지식한방, 박종훈이었습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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