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종훈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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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년물·30년물 국채금리가 상승(10년 5.2%, 2007년 이후 최고)하며 증시 불안 요인. 원인으로 AI 데이터센터발 자금 수요 폭증(빅테크 회사채 발행 급증, 2030년까지 AI 관련 부채 4.1조달러 전망), 물가·전력요금 상승, 중립금리 상승, 구조적 재정·인구 요인을 제시. 베센트·케빈 워시 등이 주장한 'AI로 금리 하락'은 빗나갔다는 평가. 생산성 향상이 금리 상승보다 먼저 오지 않으면 치킨게임 악순환이 지속되며, 오라클 등 취약 기업과 엔비디아 CDS 상승을 위험 신호로 제시. 한국 증시는 미국보다 금리 충격에 더 크게 조정받을 수 있다고 봄. 자사주 매입 종료(10월 중순 전후) 이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의 버팀 여부가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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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10년물, 30년물 국채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증시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금리가 이렇게 오르는 데에는 다섯 가지 원인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중 AI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동안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AI가 점점 발전하면 금리가 크게 낮아질 것이니 금리는 걱정하지 말라고 호언장담했습니다. 그런데 금리는 계속 올랐습니다. 얼마나 올랐냐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이번에 5.2%를 넘었는데 이는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2007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시죠. 그 뒤 2008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습니다. 그런데 시장 금리가 오른 다음 바로 위기가 오는 것은 아닙니다. 원래 금리가 한 번 오르는 것은 사람들이 얼마든지 견딥니다. 기업들도 투자를 계속하죠. 문제는 고금리가 지속되면 결국 소비가 줄고 기업들도 투자를 줄인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금리가 오랫동안 높게 유지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더군다나 30년물 국채 금리는 5.5%를 기록해 2004년 이래 최고치입니다. 지금은 10년물만의 문제가 아니라 30년물도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결국 연준은 항복했습니다. 시장 금리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어서 기준 금리를 올렸습니다. 만약 시장 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기준 금리를 한 번 더 올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시장 금리 상승은 물가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시장 금리가 올랐는데 연준이 기준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물가 우려가 더 커지고, 시장 금리와 기준 금리의 격차가 더 벌어집니다. 그래서 연준은 어쩔 수 없이 따라 올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것이 지금 연준의 딜레마입니다.
베센트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AI 생산성 향상이 오면 금리가 자연히 내려간다고 주장했습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지명자도 연준 의장이 되기 전인 지난해 월스트리트 기고에서 AI가 물가를 끌어내리는 강력한 힘이 되어 기준 금리를 더 낮출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AI만 있으면 금리 걱정은 필요 없다는 태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은 매우 복잡합니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비용이 낮아지고, 기업이 파는 물건값이 낮아지고, 물가가 내려가 금리가 내려간다는 논리인데, 이 단계들이 실제로 일어나려면 우선 생산성이 높아져야 합니다.
그런데 원래 모든 기술 혁명은 초반부터 생산성이 높아지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생산성은 혁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거나, 경제에 창조적 파괴가 일어나 많은 기업이 파산하거나 대량 해고가 일어나고 새로운 AI 산업이 주도권을 잡은 뒤에야 올라갑니다. 그런데 이를 너무 성급하게 기대한 것이죠. 그들의 주장은 틀렸고, 금리는 계속 올라 연준의 기준 금리도 따라 오르고 있습니다.
무엇이 금리를 이렇게 올렸을까요? 다섯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번에는 AI에 집중해 보겠습니다. 베센트 재무장관도 최근 말을 조금 바꿨습니다. AI 투자가 지금은 단기적인 자본 쟁탈전을 일으키고 있고, 진짜 생산성 향상은 언젠가 온다는 것입니다. 즉 AI 투자가 당장은 자본을 서로 끌어당기는 쟁탈전을 만들어 금리를 올리고 있다는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너도나도 돈을 빌리려 하면 돈값은 올라갑니다. 지금 AI 기업들이 앞다퉈 돈을 빌리려 하니 금리가 오른 것이죠.
케빈 워시도 8월 28일 잭슨홀 미팅에서 회사채 발행이 너무 강하고, 너도나도 회사채를 발행하니 금융 여건이 긴축적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9월 16일에는 결국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최근에는 특이한 일도 생겼습니다. AI 때문에 금리가 올랐는데, 그 고금리 때문에 이제 AI 주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의 고금리가 AI 하나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란 전쟁, 미국의 막대한 국가부채, 그리고 해외에서 미국 국채를 더 이상 사 주기 어려운 상황 등도 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면서 저축이 얇아지고 있다는 인구 구조의 변화도 있습니다. 이런 구조적 금리 상승 요인은 지속적이고 천천히 작동합니다. 반면 AI는 당장 눈앞에서 서로 돈을 경쟁적으로 빌리며 돈값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AI 호황이 고금리를 만들고, 그 고금리가 이번에는 AI 주가를 위협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출구가 있다면 생산성 향상뿐일 겁니다.
AI 업체들이 도대체 돈을 얼마나 빌리길래 돈값이 이렇게 비싸졌을까요? 2027년 빅테크들의 회사채 발행 전망은 무려 4,200억 달러로, 올해보다 60% 늘어난다고 합니다. 올해도 작년보다 어마어마하게 늘었는데, 2027년에는 4,200억 달러까지 늘어나는 것이죠. 더 나아가 JP모건은 2030년까지 AI 관련 부채 발행이 4조 1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금 속도로 발주된 데이터 센터 계약을 이행하려면 이만큼의 돈을 빌려야 한다는 겁니다. 4조 1천억 달러를 AI 업체들이 빌리고 나면 앞으로 돈값이 얼마나 오를지 우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합니다.
빅테크가 이렇게 많은 돈을 빌리는 이유는 데이터 센터 투자에 천문학적인 돈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3년에만 해도 1,540억 달러였습니다. 2025년에는 4천억 달러를 넘어섰고, 2026년 전망치는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8천억 달러가 넘습니다(연말 전 전망치). 내년에는 1조 2천억 달러, 2028년에는 1조 4천억 달러로 늘어납니다. 골드만삭스는 이것이 GDP 대비 철도 이후 최대 규모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1800년대 후반 철도 투자 때 GDP의 3.5%를 투자했습니다. 골드만삭스 전망대로라면 AI 투자는 2027년 GDP의 2.5%, 2028년에는 2.7%가 됩니다. 철도 투자 이후 가장 막강한 투자가 되는 셈입니다.
닷컴 버블 때는 GDP의 1%만 투자했는데도 버블이 꺼지며 나스닥 지수가 78% 떨어졌습니다. 주가가 1/4 토막 난 것이죠. 이번 AI 투자는 2.5%이니 닷컴 버블 때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셈입니다. 빅테크들은 작년까지만 해도 돈을 많이 빌리지 않았지만 올해부터 많이 빌리기 시작했고,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 늘어날 전망입니다. 결국 돈을 경쟁적으로 빌리면 돈값이 오르는 현상이 2028년까지 AI 때문에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미국 정부도 국가부채가 늘면서 끊임없이 돈을 빌리고 있어서, AI 업체들이 발행하는 회사채와 미국 국채가 경쟁하며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당연히 금리 상승 압력이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준이 보는 중립금리도 올라갔습니다. 중립금리란 경기가 과열되지 않으면서 물가도 안정시키는 금리인데, 2023년까지만 해도 연준은 2.5%를 중립금리로 봤습니다. 지금은 3.2%로 보고 있습니다. 불과 3년 만에 0.7%포인트가 오른 것이죠. 고금리가 뉴노멀이 된 것입니다. 자금 수요가 너무 많아졌고, 돈을 빌리려는 사람은 많은데 빌려주려는 사람은 별로 없는 상황이 이어지니 돈값이 오르는 근본적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AI가 물가를 올려 금리를 다시 올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가가 높은 나라는 금리가 낮을 수 없습니다. 해마다 물가가 10% 오르는 나라에서 금리가 5%라면 아무도 돈을 빌려주지 않을 겁니다. 100만 원을 빌려주면 1년 뒤 실질 가치는 90만 원밖에 안 되니까요. 그런 나라에서는 금리가 최소 10%보다 높아야 사람들이 돈을 빌려줍니다. 그래서 물가가 오르면 금리도 따라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AI가 워낙 많은 투자를 하다 보니 AI 관련 중간재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생산 설비 투자를 720억 달러 늘렸는데, 그중 250억 달러는 순수하게 부품 가격 상승 때문에 늘어난 투자라고 발표했습니다. AI가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죠.
전력망 비용에서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미국에서는 AI 데이터 센터를 짓는다고 하면 동네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시위합니다. 데이터 센터가 들어서는 순간 전기요금이 40~50%씩 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 미국 하원에서는 "AI 데이터 센터를 짓기 위해 전력망을 확충하는데 왜 일반 소비자가 그 비용을 대야 하느냐, 이를 분리해서 AI 데이터 센터 사업자에게 전력망 비용을 몰아서 청구해야 한다"는 법안을 표결했고, 417대 3으로 하원을 통과했습니다. 이는 AI 데이터 센터가 전력 요금을 계속 올려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전력 요금 상승은 전력 요금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빵집 하나를 운영해도 전기가 들어가고, 지하철도 전력으로 움직이니 교통비도 오릅니다. 데이터 센터가 많이 들어선 곳은 전기요금이 크게 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AI가 언젠가 생산성을 끌어올려 물가를 낮추는 날이 올 것입니다. 하지만 물가를 낮추는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고, 투입물 가격 상승은 지금 당장 일어나고 있습니다. 당장 D램 가격이 오르니 PC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우리는 "D램 가격이 좀 올랐네" 정도로 느끼지만, 미국 사람들은 데이터 센터를 미국 안에 짓다 보니 온갖 비용이 함께 올라 물가 상승을 피부로 느낍니다.
AI 하나가 지금의 미국 금리 상승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유가도 굉장히 중요하고, 미국의 재정 상황도 중요하며, 연준이 추가 인상을 시사한 것도 문제입니다. 앞서 말한 인구 구조, 해외에서 미국 국채를 더 이상 사 주지 않는 현상도 모두 문제입니다. 그런데 AI는 오늘 당장 금리를 끌어올리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금리가 낮아질 수 있는 요인으로 미국의 재정이나 인구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연준의 기준 금리도 시장을 따라가고 있어서 연준이 마음대로 낮출 수 없습니다. 연준은 더 이상 시장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따라 금리를 끌어올리는 상황이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마지막 희망은 중동 전쟁이 빨리 끝나 유가가 떨어지는 것입니다. 물가 우려가 낮아지면 금리가 몇 달은 낮아질 수 있을 겁니다.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아주 특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AI 기업의 회사채 금리가 일반 회사채보다 더 높아진 것입니다. 보통 회사채는 국채 대비 가산 금리가 붙습니다. 미국 국채는 가장 신뢰도가 높으니,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는 국채보다 금리가 높아야 하죠. 투자등급 회사채 전체의 가산 금리는 0.78%포인트 정도입니다. 그런데 AI 회사채는 무려 1.15%포인트나 더 붙습니다. AI 기업들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2%를 돌파했는데, 이는 의미가 있습니다. S&P500 기업들의 이익률을 보겠습니다. 시가총액이 100원인 기업이 5.2원을 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2%라는 것은 S&P500에 투자하나 미국 10년물 국채에 투자하나 수익률이 똑같다는 뜻입니다. 이는 아주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주식은 위험자산이니 국채보다 수익률이 높아야 정상인데 거의 같아졌습니다. 그러니 이제 혼란스러워진 것입니다. 위험도가 낮다고 알려진 미국 10년물 국채에 투자해야 할지, S&P500에 투자해야 할지 헷갈리는 수준이 된 것이죠. 주식을 보유한다면 당연히 추가 보상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사실상 0인 상태입니다.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사상 최대 순익을 기록했는데, 대부분의 순익은 어디서 발생했을까요? 알파벳과 아마존을 보면, 이들은 그동안 여러 기업에 투자해 지분을 많이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투자 기업들의 주가가 갑자기 크게 오르면서 지분 가치가 크게 올랐고, 이것이 순익으로 잡혔습니다. 알파벳의 2분기 순익은 1,121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였지만, 이는 지분 평가 이익입니다. 현금 흐름만 보면 2분기에 391억 달러를 벌었지만 설비 투자에 449억 달러를 써서 남은 돈은 -59억 달러입니다. 설비 투자가 워낙 많아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가 된 것이죠.
미국 빅테크들은 그동안 돈을 벌면 주식을 사서 소각했기 때문에 실제 현금은 많지 않습니다. 남는 돈은 여러 기업에 지분 투자로 묶여 있습니다. 그래서 현금이 별로 없습니다. 이번처럼 현금 흐름이 적자가 나면 결국 회사채를 발행합니다. 알파벳은 100년 만기 회사채, 40년 만기 회사채도 발행했습니다. 구글이나 아마존은 계속 현금을 창출할 힘이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문제는 취약한 기업, 예를 들어 오라클입니다.
오라클은 6,64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고 자랑합니다. 그런데 이 중 1년 안에 들어올 매출은 13%에 불과합니다. 1년에서 3년 사이에 37%, 3년 뒤에 들어올 돈이 나머지 50%입니다. 문제는 3년 뒤에 들어온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 뉴멕시코에서 데이터 센터는 다 지었는데 전력이 연결되지 않아 불가항력 통지를 했습니다. 그러면 데이터 센터 임대로 오라클이 돈을 벌어야 하는데 제때 전력이 연결되지 않으니 매출 계약이 실제로 현금으로 들어올지 의심스러워집니다.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고,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인들도 데이터 센터 연결 전에 전력을 먼저 확충하라고 압박하니 가동이 늦어집니다. 만약 1~3년 내 들어올 37%가 뉴멕시코처럼 지연되면 제때 돈이 들어오지 않을 겁니다. 3년 뒤 들어온다는 나머지 50%도 보장이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오라클은 큰 곤란에 빠집니다.
오라클은 돈을 엄청나게 빌렸는데, 고금리 때문에 새로 발행하는 회사채 금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5년 전에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0.99%였지만 지금은 5.2%입니다. 5년 전에 발행한 회사채 만기가 돌아와 다시 발행하면 금리는 몇 배 높아져 있을 겁니다. 그래서 오라클이 매출을 제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자 데이터 센터에 보증을 서 준 엔비디아의 부도 보험료(CDS 프리미엄)도 오르고 있습니다. CDS는 기업이 부도 났을 때를 대비한 보험입니다. 엔비디아 CDS 프리미엄은 두 달 전만 해도 0.4%였는데 최근 0.8%포인트로 두 배가 되었습니다. 엔비디아가 망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인데도 보험료가 두 배로 뛰었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엔비디아가 빌린 돈에 대한 부도보험 거래 규모가 6개월 전 6.4억 달러에서 최근 69억 달러 늘었다는 것입니다. 거래량이 열 배 넘게 늘어난 것이죠. 예전에는 엔비디아 회사채를 사고 굳이 보험을 들지 않았지만, 이제는 불안하니 보험을 드는 것입니다. 고금리 때문에 여러 재반 비용이 올라간 결과입니다. 고금리가 아니었다면 엔비디아가 이렇게 보증을 왕창 서 주지도 않았을 것이고, 부도보험료가 오르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도 미국 주가는 떨어지지 않고 아직도 사상 최고치 근처에 있습니다. 한국 코스피가 떨어졌으니 미국 S&P500도 떨어졌을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주식 시장은 기업들의 이익을 보고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니 기업 장부에는 이익이 엄청나게 찍혀 있습니다. 미국 빅테크는 지분 투자를 워낙 많이 해 놓았기 때문에 그 지분 투자가 순익으로 잡혀 돈을 엄청 번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현금이 아닙니다. 자본 지출이 엄청난데도 당장은 미국 빅테크의 장부를 훼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식 시장은 아직 튼튼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반면 채권 시장은 현금을 봅니다. "쟤네들 현금이 충분하냐? 부도보험료를 더 높여야겠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죠. 채권 시장에서 먼저 현실적인 신호가 눈앞에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AI 투자를 멈출 수 있을까요? 쉽지 않습니다. 최근 클로드 CEO나 오픈AI CEO가 "이대로 가면 위험하니 AI 개발 속도를 늦추자"고 말했습니다. 여러분, 이게 다 뻥인 것 아시죠? 너는 멈추라는 뜻이고 나는 계속 빨리 하겠다는 뜻입니다. 클로드는 먼저 속도를 늦추자고 해 놓고 바로 'Opus 5.5'를 발표했습니다. 이건 장난하냐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지금 AI 선두 기업들의 진짜 생각은 AI가 인류를 지배할까 봐 겁나는 것이 아닙니다. 돈값이 너무 비싸져서 이자 부담이 커지니 걱정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서로 개발 속도를 좀 늦추자"는 것이죠.
그런데 선택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클로드가 멈추고 경쟁사 오픈AI도 멈추면 모두가 비용을 아끼니 윈윈이 됩니다. 다만 HBM을 만드는 기업이나 엔비디아는 매출이 떨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AI 개발 속도와 데이터 센터 계약 속도를 늦췄는데 경쟁사가 똑같은 속도로 투자하면 나만 시장을 잃습니다. 지금 상황을 보세요. 오픈AI가 '아스트라'를 내놓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GPT 사용량이 크게 늘었고, 클로드는 급하게 Opus 5.5를 출시했습니다. 이 말은 개발 속도를 늦추자는 것이 다 빈말이고, 결국 "나는 투자를 계속할 테니 너는 하지 마"라는 뜻입니다. 만약 상대가 멈추면 내가 시장을 독차지합니다. 그러니 누구도 멈추지 않습니다. 모두가 투자를 많이 하니 모든 AI 기업의 비용이 올라가는 상태가 되었고, 현재 악순환 구조에 빠졌습니다.
이 악순환은 이렇게 돌아갑니다. "만약 AI 투자를 여기서 멈추면 나만 시장을 잃는다. 계속 AI 투자를 확대하자." 그러면 채권을 더 많이 발행해야 하고, 너도나도 돈을 빌리니 돈값이 오릅니다. 게다가 부품값이 올라 물가도 오르고, 물가가 오르니 금리도 오릅니다. 두 경로로 금리가 오르면 자본 조달 비용이 올라갑니다. 서로 미친 듯이 AI 투자를 확대하면서 악순환이 계속되면, 높아진 금리를 AI 기업들이 버틸 수 있을까요? 못 버티는 기업은 투자를 멈추고 AI 경쟁에서 탈락할 것입니다. 전형적인 치킨 게임입니다. 실탄이 먼저 떨어진 쪽, 즉 자금이 먼저 떨어진 쪽이 AI 개발을 멈추고, 많은 AI 기업이 망하고, 독과점이 거의 확실해지면 그때서야 투자 속도를 조절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상대가 죽을 때까지 이 악순환의 고리는 계속 돌아갈 것입니다. 금리가 올라가야 죽을 놈이 죽을 테니까요. 지금 AI 투자 확대는 결국 상대를 죽이려는 치킨 게임이라서 이 악순환을 멈추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럼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금리를 낮출 방법은 무엇일까요? 생산성 향상이 그 답입니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기업의 비용이 낮아지고, 물가가 낮아지고, 금리도 낮아집니다. 하지만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1973년부터 1995년까지 미국의 생산성은 연평균 1.4% 높아졌습니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는 2.5%로 올랐습니다. 그런데 2019년 이후에는 2.1%, 최근 1년은 2.2%에 그칩니다.
생산성이 높아지려면 창조적 파괴가 일어나야 합니다. 무언가가 파괴되어야 합니다. PC 혁명은 1980년대에 시작됐지만, 본격적인 생산성 향상은 1995년부터 2000년 사이에 나타났습니다. 그래 봐야 1.4%에서 2.5%로 1.1%포인트 오른 것입니다. 지금 미국의 국가부채나 회사채 발행 규모를 보면, 1.1%포인트 정도로는 해결이 안 됩니다. 지금 생산성 2.2%를 적어도 4~5%까지 끌어올려야 미국 금리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약적인 생산성 향상은 AI 혁명으로 많은 것이 파괴되고 새로운 시스템이 만들어진 뒤, 새로운 기업들이 새로운 생산성을 만들어야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아픔을 겪어야 합니다. 이런 창조적 파괴 과정 없이 생산성만 향상된 경우는 산업혁명 이후 한 번도 없었습니다. 결국 치킨 게임 같은 과정을 거쳐야 생산성 향상이 일어날 것입니다.
생산성 향상이 먼저 오기만 하면 해결책이 될까요? 네, 될 수 있습니다. 1995년부터 2000년 사이 생산성이 크게 오르자 그린스펀 연준 의장은 경기가 아주 뜨거운데도 금리를 올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주가가 엄청 오르고 미국이 호황을 맞았습니다. 그게 닷컴 버블입니다. 최근 베센트는 "1996년에 금리를 올리지 않았던 그린스펀의 판단이 옳았다. 기술이 생산성을 두 배로 올렸다. 그래서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됐다. 이번에도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곧바로 오기 때문에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퍼스널 컴퓨터는 1980년경에 나왔고, 온갖 창조적 파괴가 일어난 뒤 1995년에야 생산성이 올랐습니다. 베센트는 그 과정을 쏙 빼고 기술이 생산성을 두 배로 올리기만 하면 금리가 낮아도 된다고 주장해 온 것입니다.
물론 AI 혁명이 IT 혁명과 똑같을 필요는 없습니다. 생산성이 금리보다 먼저 높아진다면 악순환의 고리는 끊길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 사례도 있습니다. 1847년 영국의 철도 붐은 영국 GDP의 무려 8%를 철도에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속도가 뒤처지고 금리가 먼저 올랐습니다. 금리가 높아지자 철도 회사들이 파산했고, 결국 영국 경제도 크게 무너졌습니다. 그렇다면 2026년은 어느 쪽에 가까울까요? 1996년에는 생산성이 1.4%에서 2.5%로 크게 올랐습니다. 그런데 2026년은 2.1%에서 2.2%로 거의 똑같습니다. 생산성은 절대치보다 가속화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로 투자 규모를 보면, IT 투자 때는 GDP의 1%였고, 영국 철도 때는 8%였으며, 미국 철도는 3.5%였습니다. 이번 AI 투자는 GDP의 2.5%이니 IT 버블 때보다 훨씬 많은 투자입니다.
<cite index="">(긴 영상 2부분 중 1번째 — 이어서 2부에서 계속됩니다)</cite>
미국 철도법을 3.5%보다는 5%보다는 낮은 편입니다. 그럼 물가는 어땠을까요? 1996년에는 물가 대안정기였습니다. 그래서 물가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죠. 그런데 1847년에는 영국의 공물값이 급등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금리가 올라가면서 난리가 났습니다.
자, 그런데 26년에는 유가 충격이 아직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호르무즈가 정말 중요합니다. 호르무즈 충격으로 유가가 얼마나 더 오르느냐, 이것보다 더 중요한 건 고유가가 지속되는 것입니다. 이미 유가가 90달러, 100달러 사이를 오가고 있잖아요. 이게 지속되면 결국 금리를 제때 낮출 수 없습니다. 그래서 유가에 따라 1996년이 될 수도 있고 1847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것, 이건 미국 경제와 우리에게 정말 중요합니다.
중앙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린스펀은 인상을 보류했습니다. 그런데 1847년에는 금리를 크게 올렸어요. 이번에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일단은 금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저는 금리를 한 번 더 올리는 것까지는 괜찮을 것 같아요. 연준의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이 한 번 정도 더 올릴지 말지 고민하고 있잖아요. 왜냐하면 제가 보기에 미국 경제가 버틸 수 있는 인상 여지는 딱 한 번 정도가 남았다고 생각하거든요. 여기서 더 올려야 한다면 문제가 되겠죠. 그래서 빨리 미국의 물가가 안정되고 과열된 경제가 조금 식는 것이 중요한데, 과연 이게 어떻게 될지 연준 이사들도 지금 잘 모르고 있습니다.
만약 올해 한 번 더 금리를 올린 다음에 내년에 또 올려야 한다면,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그래서 결말을 가를 것은 생산성입니다. 생산성이 빠르게 높아지는 것이 드러나야 합니다. 당장 생산성 통계가 3.5% 정도 됩니다. 앞으로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일어나면 희망이 생기겠죠.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런 전쟁이 빨리 종결되는 것입니다. 그것도 도움이 될 겁니다.
미국 금리가 10년물 5.2%가 되고 30년물이 5.5%가 됐을 때, 미국 주가는 그렇게까지 많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주가는 그때마다 크게 조정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가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리고 있긴 하지만, 문제는 무엇일까요? 우리나라의 HBM을 사 가는 곳은 결국 엔비디아를 통해 미국의 데이터센터를 짓거나 임대하는 기업들입니다. 그런데 그 기업들이 지금 돈을 빌려서 투자하기 때문에 금리에 굉장히 민감해졌습니다. 그래서 치킨 게임에서 누군가는 망할 수도 있잖아요. 이 치킨 게임에서 누군가 밀려나면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가면 미국 주가보다 항상 우리나라 주가가 더 큰 조정을 받게 됩니다.
다만 금리가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조정받는 것은, 5.2%에서 오랫동안 머물다 보면 익숙해집니다. 이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이 고금리가 6개월, 12개월 지나면 실물에 타격을 줘서 미국의 데이터센터를 만드는 기업들의 자금 사정을 악화시킨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언젠가 타격을 주는 방식이죠. 금리가 단계적으로 올라갔을 때는 딱 한 번 충격이 옵니다. 그리고 더 올라가지 않는 한 일단은 조정받은 주가에서 거래가 될 겁니다.
더군다나 SK하이닉스는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기간을 11월 중순까지라고 얘기했고, 삼성전자도 임직원에게 주기 위해 자사주를 대량으로 매입하는 기간을 11월까지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물량을 계산해 보니 10월 중순에 이 물량이 다 차게 됩니다. 그래서 10월 중순쯤 되면 더 이상 살 수가 없게 될 거예요. 앞으로 자사주 매입이 더 이상 안 되는 상황에서 과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버텨줄 수 있을지, 굉장히 중요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겁니다.
결국 결론은 이겁니다. AI가 만든 금리, 즉 AI가 끌어올린 금리를 과연 AI가 버텨내고 이길 수 있을까요? 생산성이 금리보다 먼저 오를 것인가? 그리고 호르무즈 사태가 해결돼서 외생 변수로 금리가 내려갈 것인가?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되겠죠. 이런 것들을 앞으로 지켜보면서 투자의 포인트를 잡아가시는 게 정말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미국 국채 금리는 계속해서 문제가 될 겁니다. 지금도 이란과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그것이 앞으로 세계 질서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에 이란 전쟁의 향방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 이제 박종훈의 지식한방을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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