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종훈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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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코스피가 미국보다 크게 조정받은 이유를 분석. 삼성전자 실적 호조에도 수급 요인(ETF 리밸런싱, 옵션만기), 자사주 매입 종료가 하락 요인. 근본적으로 한국은 대출·회사채 만기가 짧고 변동금리 비중이 커 고금리 충격이 먼저 전달되며, 미국은 장기 고정금리와 증권화 구조로 청구서가 늦게 옴. 2007년과 유사한 금리 흐름이지만 고금리 지속기간이 관건. 미국 러셀2000 등 중소형주는 변동금리 부담으로 먼저 조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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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 세계 국채 금리가 함께 오르면서 시장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죠. 미국은 그런데도 주가가 계속 사상 최고치 근처에 머물고 있는데, 우리나라 코스피만 조정을 크게 받았습니다. 도대체 왜 우리나라만 이렇게 됐는지 정확히 알아야 앞으로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먼저 지금의 주가 하락은 굉장히 충격적입니다. 10월 8일 삼성전자가 3분기 영업이익 107조 원을 기록했습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긴 실적인데, 그날 코스피는 2.6% 떨어졌습니다. 물론 이렇게 많이 떨어진 날은 제가 여러 번 말씀드렸듯이 반등이 가능합니다. 주가가 급락하다 보면 반드시 반등은 있거든요. 하지만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건, 왜 우리나라는 이렇게 취약해졌는가, 왜 다른 나라보다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6월 22일 이후 넉 달 동안 한국 코스피만 크게 떨어졌습니다. 코스피가 떨어지니까 "아, 전세계 주식이 다 떨어지나 보다" 하고 오판하기 정말 쉬운데, 코스피만 무려 27% 떨어졌습니다. 반면 나스닥은 10월 6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6월보다 5% 올랐습니다. 10월 7일 약간 조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사상 최고치 근처에 있습니다. 미국만 그런 게 아닙니다. 대만이나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만 그 어떤 나라보다 주가가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왜 한국만 흔들리는지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여러 분석이 나옵니다.
첫째, 수급 요인입니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 실적을 발표했는데 주가가 떨어졌으니, 그 원인으로 수급이 한날에 겹쳤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ETF 리밸런싱, 옵션 만기 같은 것들이 미리 예고돼 있었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졌다는 겁니다. 납득이 가는 설명이고, 이런 이유로 떨어진 것이라면 쉽게 반등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주식 투자자에게는 이런 이유가 가장 나은 경우입니다.
둘째, 자사주 매입의 종료입니다. SK하이닉스는 자사주 매입 기간이 며칠 남지 않았고, 삼성전자는 이미 끝났습니다. 증시를 떠받쳐 주던 가장 강력한 힘이 효과를 다했다는 분석도 있는데, 이것도 납득이 갑니다. 첫 번째 이유로 주가가 떨어졌다면 반등은 가능하지만, 두 번째 이유는 중기적으로 주가 반등의 악재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한 증권사는 110조 원을 전망했는데 107조 원에 그쳤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졌다는 해석입니다. 저는 여기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굉장히 놀라운 실적이고, 충분히 박수칠 만한 실적입니다. 실적이 좋았는데도 주가가 떨어졌다면, 삼성전자의 놀라운 실적조차 무색하게 만든 더 큰 악재가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그 악재가 바로 금리입니다.
지금 전 세계 금리가 동반 급등하고 있고, 우리나라 금리도 많이 올랐습니다. 작년에 10년물 국고채 금리가 2.7%까지 떨어졌는데, 지금은 4.3%입니다. 오른 폭으로 보면 한국이 더 많이 올랐습니다. 다만 미국은 절대 수준이 우리보다 높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0월 7일 5.3%를 넘었고, 30년물은 5.7%를 넘었습니다. 둘 다 2002년 이후 24년 만의 최고치입니다. 미국 국채 금리는 절대치 자체가 우리보다 1%포인트 넘게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습니다. 다만 이 방송 직전인 10월 8일 베선트 재무장관의 발언으로 금리가 잠깐 내려왔습니다. 베선트 장관이 금리를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합니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금리를 끌어내린 것인지, 단기적 효과에 그치는지에 따라 앞으로 10년물 국채 금리의 향방이 바뀔 겁니다. 그런데 미국의 물가는 잡히지 않고 있고 국가 부채도 계속 늘고 있어서, 장기적으로 금리를 누르기는 굉장히 어려운 상태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당연히 주가가 떨어질 것 같은데, 미국 주가는 사상 최고치 근처이고 한국만 27% 조정을 받았습니다. 도대체 왜 이럴까요? 여기에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첫째, 금리가 오르면 주가는 바로 떨어지는가? 나라마다 다릅니다. 왜 다를까요? 만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둘째, 과거에 금리가 올랐을 때 매번 무너졌는가? 그리고 어디부터 먼저 무너졌는가? 주가라고 해서 다 똑같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대형 기업 주가가 먼저 무너질 수도, 소형주가 먼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빅테크와 가치주, 성장주도 엇갈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기록을 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셋째, 같은 고금리인데 왜 미국과 한국의 주가 움직임이 달랐는가? 이것이 결론이 될 텐데, 그 비밀을 풀어 보겠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청구서가 날아옵니다. 주가가 떨어지거나 기업의 연쇄 파산이 늘어나는 문제가 생깁니다. 금리가 오른 뒤 아무 문제가 없었던 적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그 청구서가 도착하는 속도는 경제 구조와 금융 구조에 따라 완전히 다릅니다.
고금리가 시작됐다고 바로 무너지지는 않고 시차가 있습니다. 무너질 때는 만기가 짧은 쪽부터 무너지고, 만기가 긴 쪽은 나중에 무너집니다. 예를 들어 제가 2020년에 10년짜리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해 봅시다. 당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0.5%였고, 우량 회사라면 2% 정도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 기업들은 5년, 7년, 10년짜리 회사채를 많이 발행합니다. 7년짜리를 2%에 발행했다면, 2027년 만기가 올 때까지는 2%로 빌린 셈입니다. 그런데 그때도 금리가 떨어지지 않으면, 지금 우량 회사의 회사채 금리는 6%입니다. 만기가 돼 새로 발행하려면 금리가 세 배로 뛴 셈이 됩니다.
그러니까 저금리 때 빌려 둔 돈이 많다면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기준금리를 올린 뒤 경기침체나 경제 위기가 바로 온 적은 드물고, 일반적으로 시차가 있었습니다.
1994년에는 연준이 긴축을 한 뒤 10개월 만에 첫 균열이 일어났고, 멕시코가 무너졌습니다. 나라 단위로 만기를 잘못 관리하면 국가 부도 사태까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1999년에도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린 뒤 8개월 만에 문제가 시작됐습니다. 당시 나스닥은 5,100에서 1,100으로 떨어졌습니다. 나스닥이 한 토막 난 셈입니다. 그때도 언론에서는 "새로운 IT 시대가 왔으니 금리를 아무리 올려도 주가는 계속 오른다. 8개월 동안 올라간 것을 보라"는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그 직후 주가는 하락했고, 2년 동안 떨어지며 5,100에서 1,100으로 무너졌습니다. 2000년 닷컴 버블 때는 인터넷 기업들이 줄줄이 망했습니다. 금리가 오르자 돈을 구하지 못했고, 만기가 맞지 않았던 회사들은 좋은 회사라도 파산하거나 다른 기업에 팔리며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이 현상은 2004년과 2022년에도 반복됐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시중 금리와 시장의 격차가 아니라, 기준금리와 시장 금리의 격차입니다. 기준금리는 연준이 결정하는 하루짜리 초단기 금리이고, 시장 금리는 1년물, 10년물, 30년물처럼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리입니다. 기준금리를 올린 뒤 균열이 시작되기까지는 시차가 있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도 같은 맥락입니다. 2004년부터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시장 금리는 2007년에야 본격적으로 올랐습니다. 그러자 주택담보대출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원래 30년 만기 고정금리로 빌리는데,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2년만 고정금리이고 2년 뒤에는 변동금리로 바뀌었습니다. 2004년과 2005년에 이런 대출이 집중됐는데, 2007년이 되자 전부 변동금리로 바뀌었습니다. 금리가 계속 오르니 서브프라임으로 집을 샀던 서민들이 무너졌고,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습니다.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 파산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준금리를 올린 다음 날 바로 파산한 것이 아니라, 1년 뒤에 파산했습니다.
지금과 가장 닮은 시기는 2007년입니다. 당시 10년물 국채 금리가 계속 올라가는 기조였습니다. 2007년 6월 12일 미국 10년물 금리는 5.26%를 기록했는데, 2002년 이후 최고치였습니다. 그런데 주가는 바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10월에 S&P500이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금리가 오른 뒤 넉 달이나 주가가 더 올랐기 때문에,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엔 다르다. 경제가 너무 좋아서 고금리가 와도 주가는 계속 오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10월 7일 미국 10년물 금리는 5.36%로 2002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그런데 나스닥은 10월 6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10월 8일 약간 빠졌지만 여전히 최고치 근처입니다.
2007년 경제가 무너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2004~2005년에 2년짜리 고정금리 서브프라임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이, 2007년 금리 상승으로 변동금리가 되면서 이자 부담이 끝없이 불어났기 때문입니다. 서민들이 버티지 못하고 집을 팔기 시작했고, 투매가 일어나 집값이 반토막 났습니다.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습니다.
만약 2007년에 금리가 5.26%를 찍은 뒤 바로 3%로 내려왔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겁니다. 변동금리 상품의 이자 부담이 다시 줄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중요한 것은 최고점이 아니라, 고금리 상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돼서 가계와 기업이 점점 고금리에 노출되느냐입니다. 앞으로 미국 경제와 주가의 향방을 보려면, 미국 기업과 가계가 어떤 만기 구조를 갖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고금리가 시작되자마자 경제가 무너지거나 주가가 붕괴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점점 많은 경제 주체가 고금리에 노출되기 시작해야 경제가 부러지기 시작합니다. 만기가 짧은 나라, 기업, 가계가 먼저 무너지는 구조라서, 나라마다 고금리의 영향력이 굉장히 다릅니다.
미국 가계는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때는 2년 고정 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면서 경제가 크게 흔들렸습니다. 그 이후 미국 주택담보대출은 30년 고정금리 상품이 훨씬 늘어났습니다. 신규 대출의 90%가 고정금리입니다. 2020년 미국 10년물 금리가 0.5%일 때 집을 산 사람들은 낮은 금리로 30년 동안 돈을 빌려 둔 셈입니다. 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이들의 이자 부담은 늘지 않습니다.
이런 상품이 가능한 이유는 증권화가 잘 돼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금융회사는 30년 만기 대출을 해 주고, 이것을 증권으로 만들어 위험을 분산합니다.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런 시스템이 약합니다. 가계 대출의 대부분이 변동금리이고, 전체의 약 3분의 1에서 2분의 1 정도가 변동금리입니다. 고정금리라 해도 미국처럼 30년씩 고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일반적으로 5년짜리가 많습니다. 그래서 금리가 오르면 바로 변동금리에 노출되어 대출 이자가 올라갑니다. 이자 부담이 커지면 소비를 줄이게 됩니다.
실제로 8월 한국의 소비가 줄었습니다. HBM 호황이라고 하고 GDP 지표도 어마어마하게 늘었는데, 소비는 줄었습니다. 가계 이자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빚을 내서 투자한 분들도 이자 부담이 커져서 당장 주가에 영향을 줍니다.
미국 기업도 만기가 긴 편입니다. 미국 회사채는 5년짜리가 가장 많고 10년짜리도 많습니다. 그런데 미국 기업들이 빚을 어마어마하게 냈던 시기는 2020년 팬데믹 위기 때였습니다. 당시 미국 10년물 금리가 0.5%까지 떨어지자 대기업들이 엄청난 양의 회사채를 발행했습니다. 이 회사채들의 만기가 2027년부터 빠른 속도로 돌아옵니다.
미국 중소형 기업은 상황이 다릅니다. 러셀2000에 들어가는 기업들은 전체 부채의 약 45%가 변동금리입니다. 그래서 금리 상승의 충격을 먼저 맞았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그랬습니다. 2007년 6월 미국 10년물 금리가 5.26%를 넘었을 때 미국 주가는 넉 달 더 올랐습니다. 10월에 고점을 찍은 뒤 쭉 내려오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습니다. 이번에는 9월 14일 미국 10년물 금리가 처음으로 5%를 돌파했고, 그 뒤 5%대에 머물면서 석 달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과연 금리를 끌어내릴 수 있을지, 아니면 내년 상반기까지 고금리가 지속될지가 앞으로의 향방을 결정합니다.
미국 회사채는 2027년부터 만기가 집중적으로 돌아옵니다. 2027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는 5,720억 달러이고, 2030년에는 1조 달러를 돌파해 피크를 찍습니다.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짧은 기간 동안 미국 회사채 만기가 무려 4조 3천억 달러 돌아옵니다. 미국의 국방비가 한 해 약 0.9조 달러이니, 이 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2020년에는 금리가 2% 수준이었지만, 지금 우량 회사채 금리는 6%까지 올랐습니다.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들은 훨씬 큰 이자를 부담해야 합니다. 미국 지수는 사상 최고치 근처에 있지만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러셀2000 기업들은 변동금리 비중이 절반 정도인데, S&P500 기업들은 변동금리 비중이 9%에 불과합니다. 중소형주는 이자 부담이 당장 회계 장부에 기록되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중소형주는 조정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S&P500 종목도 21%만 상승 기조이고 80%는 상승 기조에서 탈락했습니다. 양극화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 이상 신호가 있습니다. 7월 3대 대출 부도율이 역대 최고인 6.1%를 기록했습니다. 20개 기업 중 한 곳 정도가 지금 부도 위기에 있다는 뜻이니 이것은 이상 신호입니다.
그렇다면 왜 한국은 고금리 충격을 가장 먼저 맞았을까요? 우리나라는 작년까지만 해도 금리가 낮은 편이었습니다. 10년물 국고채 금리가 2.7% 정도였는데 지금은 4.3%입니다. 미국은 원래 높았다가 더 높아진 것이지만, 우리는 낮았다가 높아졌기 때문에 타격이 훨씬 컸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만기가 가장 짧은 시장에 속한다는 점입니다. 가계 대출 중 변동금리가 약 3분의 1입니다. 회사채는 만기 3년 이하가 88%입니다. 미국은 5년, 7년, 10년짜리가 많은데 우리는 1년, 2년, 3년짜리가 많습니다. 그래서 금리가 올라간 상태가 1년만 유지되어도 회사채 상당 부분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기업의 조달 금리가 점점 올라갑니다. 그러면 투자가 줄어듭니다. 가계는 이자 부담이 높아져 소비가 줄어듭니다. 투자와 소비가 함께 줄어드는 현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같은 고금리라도, 한국은 몇 달 안에 경제와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만, 미국은 만기가 길어서 조금 늦게 도착합니다.
또 코스피는 미국 증시보다 먼저 움직이는 특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수출에는 중간재 비중이 높습니다. 미국에서 재고를 줄이면 한국에 주문이 줄고, 그것이 곧바로 한국 기업의 장부에 찍힙니다. 그래서 한국 주가가 먼저 영향을 받습니다. 또 외국인은 팔기 쉬운 시장부터 먼저 팝니다. 한국 시장은 규모가 충분히 커서 주식을 팔고 빠져나가기도 쉽고, 연기금이 주식을 받쳐 주기 때문에 돈을 빼기도 쉽습니다. 이런 구조가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습니다.
외국인들도 다 알고 있습니다. 고금리가 계속 유지되면 한국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는 것을요. 만기가 짧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내려가 주면 상관없지만, 금리가 높은 상태에서 계속 오르면 한국 경제 타격이 가장 먼저 옵니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우선 한국에서 돈을 빼고 봅니다.
이런 현상은 낯선 것이 아닙니다. 2000년 닷컴 버블 때는 한국 코스피가 미국보다 두 달 먼저 무너졌습니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미국과 한국의 고점이 같았습니다. 2018년에는 한국 지수가 미국보다 8개월 먼저 빠졌습니다. 2021년에는 한국 지수가 미국보다 6개월 먼저 빠졌습니다.
금리 문제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경제 상황과 금융 환경을 모두 바꾸고, 주식 시장과 환율에도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금리는 너무나 중요합니다. 제가 최근 『가짜돈 진짜 줄』을 내면서 세 개 장에서 금리 이야기를 했습니다. 6장에서는 금리가 선별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경제 전체로 확산되는 과정을 자세히 다뤘습니다. 9장에서는 빚의 만기가 먼저 돌아온다는 점, 즉 만기의 문제를 다뤘습니다. 14장에서는 고금리에 약한 다섯 가지 자산을 설명했습니다.
금리가 올랐다고 주가가 바로 다음 날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주가가 고금리에도 계속 오르는 것은 전혀 이상한 현상이 아니고, 지난 40년 동안 매번 반복된 현상입니다. 그래서 고금리의 청구서가 어떤 순서로 도착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의 가계와 미국의 중소형 기업이 가장 먼저 청구서를 받게 됩니다. 10년물 금리가 5% 위에서 머무는 기간이 얼마나 지속될지가 관건입니다. 지금은 석 달째입니다. 이 기간이 길어질수록 미국 경제라 하더라도 버티기 어려워집니다. 2007년에 그렇게 좋던 미국 경제가 5%라는 금리 앞에서 무너졌고, 닷컴 시절의 IT 기업들도 금리가 오르자 당장의 현금을 조달하지 못해 문제가 됐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금리는 무조건 내려올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단정하지 말아야 합니다. 고금리 기간이 얼마나 유지되는지를 관찰해야 합니다. 40년 동안 금리가 내려왔으니 또 내려올 것이라는 식의 판단은 위험합니다.
그리고 내 돈의 만기가 몇 달짜리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왜 IMF 외환위기를 맞았는지 떠올려 봅시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일본 돈을 3개월짜리로 빌린 뒤 이것을 태국 같은 나라에 5년짜리로 빌려준 것이었습니다. 3개월 만기가 되자 일본은 "3개월만 빌려줬으니 돈을 내놓으라"며 자금을 회수했습니다. 그러자 외화가 고갈됐고, 금융회사들이 망하기 시작하면서 외환위기가 터졌습니다.
금리가 올라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만기를 관리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금리 때문에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가더라도, 철저하게 준비한다면 모든 것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찾아오는 기회를 많은 분들이 꼭 잡으시기를 바라며, 오늘의 지식한방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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