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종훈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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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과거 고점에서 낮아지며 예금자는 손해, 자산 보유자는 이득을 봤고 이는 중앙은행의 돈 풀기로 인한 '돈의 배신'이라 주장. 2022년 이후 금리 재상승이 시작된 '두 번째 배신' 국면이며, 미국 재정적자·베이비붐 은퇴 등 구조적 요인으로 금리 하락 어렵다고 봄. 한국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 고금리 타격이 빠르다고 지적. 금은 장기적으로 돈 가치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 자산 전망은 명시적 1~3개월 방향 예측은 거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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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돈에 두 번의 배신이 시작됐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 배신 앞에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앞으로 다가올 급변한 사회에서 정말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배신을 당한 건 뭘까요? 바로 금리가 크게 낮아진 겁니다.
옛날 우리나라 금리는 정말 높았습니다. 1980년 우리나라 재형저축 최고 금리가 얼마였는지 아십니까? 41.6%였습니다. 은행에 가서 재형저축 계좌만 만들면, 이자가 한 해 41.6%씩 따박따박 들어왔습니다. 대부분 세금 면제 혜택이 있었기 때문에 순수하게 내 돈이 될 수 있었습니다. 물론 41.6%에는 은행이 주는 35%의 금리와 정부 장려금 6%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놀라운 금리가 가능했던 겁니다. 이 금리가 얼마나 높은지 보시죠. 워런 버핏의 60년 평균 수익률이 19.9%입니다. 그러니까 당시 우리 국민들은 그냥 재형저축 예금만 들어도 버핏보다 두 배가 넘는 수익률을 누릴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2020년 우리나라 은행 예금 금리의 평균은 얼마일까요? 2.9%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은행에 성실하게 예금한 사람들이 사실상 자산을 자꾸 잃고, 투자한 사람에게 보조금을 주는 현상이 일어난 겁니다.
첫 번째 돈의 배신은 돈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린 겁니다. 돈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요? 사람들은 현명하고 똑똢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오르는 자산을 사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금까지 주로 아파트를 샀습니다.
제가 음마 아파트를 예로 든 이유가 있습니다. 1978년에 분양됐고 아직까지 재건축이 되지 않아서, 공정하게 가격을 비교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31평짜리 음마 아파트의 2005년 시세는 7억 원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실거래가가 공개되지 않아 시세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2026년 9월 실거래가는 31억 3천만 원입니다. 원화로 보면 4.5배가 올랐으니 "강남 집값 엄청 올랐네" 하고 생각하게 되죠.
그런데 달러로 보면 생각이 좀 바뀝니다. 2005년 환율은 1달러당 1,024원이었습니다. 그러면 음마 아파트 가격은 68만 달러였습니다. 지금 31억 3천만 원을 달러로 환산하면 환율 1,330원대 기준으로 234만 달러가 됩니다. 달러로 보면 3.4배 오른 겁니다. 원화로 볼 때 4.5배로 많이 오른 것처럼 보였지만, 달러로만 환산해도 3.4배에 불과합니다.
더 중요한 건 달러라는 화폐 자체가 167년밖에 안 된 젊은 통화라는 점입니다. 그 전에는 은화를 썼고, 지금까지 인류는 거의 6천 년 동안 금을 통화로 써왔습니다. 금은 최근까지 사실상 모든 통화의 기준이었죠.
금값으로 음마 아파트를 재 보겠습니다. 2005년이라면 금 48kg이 있어야 음마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금 18kg이면 살 수 있습니다. 즉 음마 아파트 가격을 금으로 재면 63% 떨어진 겁니다. 만약 우리 화폐가 여전히 금에 기반한다면, 음마 아파트 가격은 지금 1토막이 난 셈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원화라는 환상에 빠져 있었습니다. 원화로 시세를 보면 엄청나게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집값이 올랐다기보다 원화가 타락한 겁니다. 돈이 타락하면서 모든 자산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것 같은 착시 현상이 일어났던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짜 돈에 속고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이 20년을 그렇게 평가합니다.
돌잔치 때 돌반지를 주고받던 미풍양속도 같은 맥락입니다. 2005년까지만 해도 금 1g이 15,000원이었습니다. 지금은 17만 7천 원입니다. 금값이 무려 12배 올랐습니다. 거꾸로 100만 원으로 금을 살 수 있는 양을 보면, 2005년에는 68.4g이었고, 2019년 초에는 20.8g이었으며, 지금은 5.6g입니다. 최근 금값이 25% 떨어졌지만, 2019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네 배가 올랐습니다.
여기서 금이 돈이라고 생각하면 시각이 완전히 바뀝니다. 금값이 오른 게 아니라 돈이 타락하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졌고, 그 과정에서 실물, 부동산, 코스피 모든 것이 옳은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돈의 값어치가 떨어졌던 겁니다. 제가 이번에 출간한 책 제목이 바로 『가짜돈 진짜부』입니다. 가짜 돈의 환상 때문에 자산 가격이 오르는 착시가 있었지만, 돈 가치가 떨어진 만큼 가격이 오른 똘똘한 자산이 있었고, 따라가지 못한 덜 똘똘한 자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짜 돈의 시대에는 진짜 부를 알아보는 눈이 가장 중요합니다.
돈의 배신은 두 단계로 일어났습니다. 첫 번째는 2008년부터 시작된 양적완화로 돈 가치가 떨어진 것입니다. 아무리 돈을 성실하게 모아도 점점 가난해지는 잘못된 현상이 최근 20년 동안 있었습니다.
두 번째 배신은 돈의 가격, 즉 금리가 드디어 반격을 시작한 겁니다. 물은 99도까지는 끓지 않다가 100도가 되는 순간 갑자기 끓어오릅니다. 돈을 인위적으로 계속 떨어뜨리니 이제 임계점을 넘은 겁니다. 2026년은 돈의 반란, 돈의 반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빌려도 위험한 시대가 됐습니다. 앞으로 가짜 돈 시대에 어떻게 부를 지킬 수 있는지 계속 알려 드리겠습니다.
과거에는 따박따박 예금만 해도 높은 금리 덕분에 쉽게 자산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예금 금리가 과도하게 떨어져 아무리 열심히 예금해도 이자를 거의 받을 수 없는 세상이 됐습니다.
그 시작은 미국 연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연준 기준금리는 1980년에 무려 19.1%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재형저축 금리가 41.6%까지 갔던 겁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선진국은커녕 개발도상국, 심지어 후진국이라고 불릴 수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미국 기준금리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은행 금리가 충분했으니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아도 예금만으로 돈을 모을 수 있던 시대였습니다.
그런데 금리는 왜 자꾸 내려갔을까요? 그래프에서 회색 음영은 미국의 경기 침체 기간입니다. 경기 침체가 올 때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왕창 끌어내렸습니다. 경기가 회복된 뒤에도 예전 금리로 돌아가지 못했고, 다시 경기 침체가 오면 또 끌어내렸습니다. 명분은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은행에 성실하게 예금한 사람은 이자를 받지 못했고, 투자한 사람에게 보조금을 주는 경제가 지난 40년 동안 지속된 겁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결국 제로금리까지 낮췄는데도 미국 경제가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양적완화가 시작됐고, 그때부터 빈부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습니다. 성실하게 예금한 사람은 제대로 된 이자를 받지 못했고, 돈이 모두 투자자에게 몰려갔기 때문입니다. 이 법칙은 2020년까지 계속 작동했습니다. 그런데 2022년부터 금리가 올라가는 두 번째 배신이 시작되면서 돈의 규칙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지난 40년의 규칙으로 미래를 본다면 큰 문제에 봉착할 겁니다.
금리를 내리는 40년 동안 누가 울고 누가 웃었을까요? 1억 원을 은행에 맡긴 사람을 보겠습니다. 금리가 10%일 때는 1년 이자가 1,000만 원이었는데, 금리가 1%가 되면 100만 원밖에 안 됩니다. 900만 원이 줄어든 겁니다. 반대로 1억 원을 빌린 사람은 금리 10%일 때 1,000만 원씩 갚아야 했지만, 금리 1%에서는 100만 원만 갚으면 됩니다. 결국 돈을 빌린 사람이 보조금을 받은 셈이 됐습니다.
연준의 양적완화가 시작되면서 돈의 타락과 배신은 더 극적으로 일어났습니다. 2007년 8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연준의 자산은 9,000억 달러 정도였습니다. 2008년 말 금융위기가 터지자 연준은 엄청난 돈을 새로 찍어 미국 은행들이 가진 채권을 왕창 사 줬습니다. 그 결과 2014년 말 연준 자산은 4조 5,000억 달러가 됐습니다. 연준이 돈을 다섯 배 넘게 찍어낸 겁니다.
그 기간 S&P 500 지수도 오르고 금값도 올랐습니다. 똘똘한 자산은 연준이 찍어낸 돈만큼 올랐고, 똘똘하지 못한 자산은 그것조차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이 현상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아주 극적으로 벌어졌습니다.
또 한 번의 위기가 왔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때 연준은 또다시 양적완화를 했고, 2022년 4월에는 연준 자산이 9조 달러까지 늘어났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비해 돈을 사실상 열 배나 찍어 미국 은행들의 채권을 비싸게 사 준 겁니다. 엄청난 양의 새로운 돈이 시장에 풀린 셈이죠.
그동안 나스닥 종합지수는 12배 올랐습니다. 달러 기준입니다. 우리나라 환율이 1,000원에서 1,360원으로 올랐으니, 원화 기준으로는 나스닥이 16배 오른 겁니다. 금값은 같은 기간 7.5배 올랐는데, 원화로 환산하면 역시 열 배 가까이 됩니다. S&P 500은 원화로 환산하면 여덟 배 올랐습니다. 반면 코스피는 다섯 배 올랐습니다. 작년부터 빠르게 올랐음에도 고작 다섯 배입니다.
그래서 지난 20년 동안 가장 많이 오른 건 나스닥, 그다음 금, 세 번째가 S&P 500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강남 아파트가 엄청 올랐을 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강남구 아파트는 2.7배 올랐습니다. 국토부 실거래가 평균 기준입니다. 몇 억씩 하는 강남 아파트가 고작 2.7배냐고 놀라실 텐데, 2006년에도 이미 강남 아파트는 굉장히 비쌌기 때문입니다. 연준이나 한국은행이 돈을 엄청나게 풀었을 때, 가장 똘똘한 자산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덜 똘똘할수록 상승률이 떨어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물어보실 겁니다. 강남 아파트를 산 사람이 더 부자가 되지 않았냐고요. 맞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코스피에 투자한 사람보다 강남 아파트를 산 사람이 더 부자가 됐습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인의 주식 투자 성향이 자주 사고파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투자자의 평균 보유 기간은 고작 다섯 달 정도입니다. 미국 사람들은 훨씬 길게 가져가서 주식으로 돈 번 사람이 많지만, 우리나라는 짧게 사고파니 쉽게 돈을 벌 수 없습니다. 계속 사고파는 구조에서는 결국 증권사만 돈을 버는 구조가 코스피에 자리 잡았습니다.
반면 아파트는 시세가 매일 뛰는 것도 아니고, 거래 비용이 크기 때문에 웬만하면 팔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세 상승의 차익을 고스란히 누렸고,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로 돈 번 사람이 주식으로 돈 번 사람보다 훨씬 많습니다.
문제는 연준이나 한국은행 같은 중앙은행이 돈을 끝없이 찍어내면 빈부격차가 계속 벌어진다는 겁니다. 정책을 두 가지로 나눠 보겠습니다. 중앙은행이 돈을 새로 찍는 건 통화정책입니다. 정부가 국민에게 돈을 나눠 주는 건 재정정책입니다. 두 정책이 빈부격차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전 국민에게 똑같이 50만 원씩 나눠 주면 빈부격차는 커질까요, 작아질까요? 작아집니다. 100억을 가진 사람에게 50만 원은 자산이 거의 늘지 않지만, 100만 원밖에 없는 사람에게 50만 원은 자산이 50%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위 90%에게만 50만 원을 준다면 빈부격차는 더 줄어들겠죠.
그런데 통화정책은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중앙은행이 새로 찍은 돈은 개인에게 직접 나눠 줄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개인에게 새 돈을 그냥 나눠 주면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로 찍은 돈은 은행을 통해 분배됩니다. 연준이 돈을 찍어 은행들이 가진 채권을 비싸게 사 주면, 은행은 채권 대신 현금을 왕창 갖게 됩니다. 그런데 은행이 현금을 쌓아 두기만 하면 장사가 안 됩니다. 결국 이 현금을 빌려줘야 합니다.
그럼 은행은 누구에게 돈을 빌려줄까요? 부자가 오면 수백억을 금리 3%에 빌려주지만, 서민이 1,000만 원이나 2,000만 원을 빌리러 가면 금리가 8~9%입니다. 신용도가 낮으면 15~16%까지 올라가기도 합니다. 부자일수록 돈을 싸게 쓰고, 가난할수록 비싸게 쓰는 구조입니다. 은행에 돈을 무지막지하게 뿌리면 은행은 많이 빌려주고, 그 과정에서 빈부격차는 커집니다. 새로 찍은 돈이 자산가나 금융시장의 플레이어에게 먼저 도달하고, 그것도 아주 싸게 도달하기 때문입니다. 자산 가격이 떨어져 있을 때 부자들은 아주 싼 이자로 자산을 줍줍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 닷컴버블입니다. 나스닥 지수는 5,100에서 1,100으로 떨어졌습니다. 78%가 떨어져 1토막이 난 겁니다. 이미 5,100일 때 모든 사람이 열광했기 때문에, 정작 1,100이 되니 아무도 투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 누가 투자할 수 있었을까요? 은행에서 싸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3%에 돈을 빌려 나스닥에 투자하면, 나스닥의 지난 50년 연평균 상승률 11%를 노릴 수 있습니다. 굉장히 현명한 선택입니다. 반면 가난한 사람은 경제 위기 때 은행에서 돈도 잘 빌려주지 않고, 빌려준다 해도 금리가 15~16%입니다. 15%로 돈을 빌려 연평균 11%짜리에 투자하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닙니다.
그래서 경제 위기가 올 때마다 중앙은행이 새 돈을 왕창 찍고 기존 금리를 크게 낮추면, 그 혜택은 항상 부자들이 누렸습니다. 그 결과 미국에서 자산 상위 1%가 차지하는 몫은 1990년 22%에서 31%로 늘었습니다. 반복된 금융위기마다 새 돈이 부자들에게 싸게 엄청나게 풀렸고, 주가가 닷컴버블 붕괴처럼 1토막 났을 때 자산을 사 두었던 상위 1%는 나중에 지수가 오를 때 상승 효과를 고스란히 받았습니다. 하위 90%는 투자 기회를 놓쳤고, 자산 가격이 가장 쌌을 때 투자할 기회 자체를 누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성실하게 월급 받아 예금하는 것만으로는 자산을 모으고 부자가 될 기회가 없었던 겁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서민들은 계속 고통받았는데, 자산 가격은 이미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중앙은행이 찍은 돈으로 자산을 사기 시작하니 자산 가격이 먼저 올랐고, 서민의 생활은 2014년이 돼서야 간신히 예전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그사이 주가는 2010년부터 고공행진을 했습니다. 자산 가격이 먼저 오를 때 부자들이 먼저 올라타는 현상이 일어난 겁니다.
결국 40년 동안 금리를 먼저 낮추고 돈을 찍어내면서, 저축하는 사람의 몫이 투자하는 사람에게 옮겨 갔습니다. 최근 들어 이 돈의 규칙을 깨닫고 뒤늦게 서민들이 투자를 시작하자, 갑자기 돈값, 즉 금리가 올라가는 두 번째 배신이 시작된 겁니다.
40년 동안 기준금리가 낮아지는 동안 부의 격차는 점점 벌어졌습니다. 투자가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이 그 사실을 깨달았고, 서민들도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늦는다"며 기민하게 대응했습니다. 그때부터 연준은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큰 문제도 있습니다. 기준금리를 낮추던 시대에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계속 올랐습니다. 2024년 9월 미국 기준금리 상단은 5.5%였습니다. 그 후 3.75%로 동결됐다가, 이번에 연준이 상단을 4%로 올렸습니다. 기준금리는 2024년보다 1.5%포인트 내려왔지만, 같은 기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3.7%에서 5.3%로 올랐습니다. 지난 40년간 부자들이 싼 돈을 빌려 자산에 투자하며 부자가 되었을 때는 금리가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중산층도 부의 원리를 깨닫고 이제 투자를 해 보자며 뛰어드니, 갑자기 돈값이 오르는 겁니다. 특히 2026년에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다시 5.3%를 넘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돈의 규칙이 바뀌기 시작했는데, 과거 40년의 규칙을 그대로 따라 투자하면 아주 큰 문제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지금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데는 다섯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중 한 가지만 봐도 좀처럼 해소될 가능성이 없습니다. 첫째, 미국의 이자 지출이 국방비를 넘었습니다. 2024년에 처음으로 역전됐습니다. 2024년 미국 국방비는 8,700억 달러였는데, 이자 비용은 무려 8,800억 달러였습니다. 이자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2026년 전망치는 1조 390억 달러이고, 미 의회 예산처는 2036년 이자 비용이 2.1조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자를 갚느라 부채가 점점 늘어나니, 미국 정부는 돈을 계속 빌려야 합니다. 돈에 대한 수요가 커지니 돈값, 즉 금리가 오르는 겁니다.
둘째, 인구 구조 문제입니다.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1946년생부터 1964년생까지입니다. 가장 어린 베이비붐 세대가 예순두 살이니, 사실상 은퇴를 거의 다 했습니다. 젊었을 때는 열심히 일해 은행에 저축하니 돈의 공급이 많아져 돈값이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은퇴하면 돈을 인출해 생활해야 하니 돈의 공급이 줄고, 돈값은 올라갑니다. 세금 내는 사람은 줄고 복지 혜택은 늘어나니, 재정적자가 쉽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세수 기반은 약해지고 65세가 넘은 사람들은 복지 혜택을 엄청나게 받으니, 미국의 재정적자는 해마다 급속히 늘어납니다.
이처럼 한 가지 이유만 봐도 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하실 겁니다. 나머지 네 가지 이유도 웬만해선 해결되지 않습니다. 다음 기회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중요한 건 이 다섯 가지 요인이 모두 비가역적이라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겁니다. 앞으로 돈값이 올라가는 현상을 막기가 정말 힘듭니다.
문제는 나라마다 대응 구조가 다르다는 겁니다. 미국은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 주로 5년, 10년짜리로 장기간 돈을 빌립니다. 주택담보대출도 30년 고정금리가 많습니다. 그래서 금리가 올라도 당장 경제가 무너지거나 불황이 오지 않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은 주로 3년짜리, 심지어 1년짜리 회사채를 발행합니다. 그래서 금리가 오르면 곧바로 기업이 타격을 받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입니다. 최근 신규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이 76.5%라고 하는데, 그 이전에는 변동금리가 더 많았습니다. 변동금리는 금리가 오르면 바로 가계에 타격을 줍니다.
예를 들어 4억 원을 30년 동안 상환하는 대출이 있다고 해 보겠습니다. 금리가 2.45%일 때 월 상환액은 157만 원이었지만, 6.89%가 되면 263만 원입니다. 원리금 부담이 106만 원이나 늘어납니다. 수입은 그대로인데 원리금 부담만 늘어나니, 가계는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대한민국의 전체 소비가 줄고, 경제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고금리가 오래 지속되면 서민의 삶은 점점 팍팍해지고, 파급 효과도 굉장히 큽니다. 미국은 대부분 고정금리에 장기로 빌려 두었기 때문에 타격이 늦게 오지만, 우리나라는 변동금리에 단기이기 때문에 고금리 시대에 타격이 더 빨리 오는 나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돈은 두 번 배신했습니다. 첫 번째는 아무리 모아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돈 가치가 떨어지며 우리를 배신한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100만 원이 1년 뒤에도 100만 원일 거라고 믿지만, 그사이 자산 가격이 얼마나 빨리 올랐는지 보십시오. 1년 뒤 100만 원이 100만 원이 아닌 겁니다. 그래서 뒤늦게 투자하려고 하니, 이제 금리가 계속 올라가는 시대가 되어 지금 돈을 빌린 분들이 더 큰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미국은 현재 특이한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35%를 기록했는데, 이는 20여 년 만에 처음입니다. 이렇게 높은 금리를 기록했을 때 나스닥 종합지수 종가는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사실 이건 전혀 특이한 일이 아닙니다.
짧은 퀴즈를 하나 내 보겠습니다. 지난 13년 동안 주가지수가 18배 오른 나라는 어디일까요? 미국은 나스닥이 일곱 배 올랐고, 한국 코스피는 3.5배 올랐습니다. 정답은 튀르키예입니다. 튀르키예 주가지수가 18배 넘게 올랐습니다. 100리라를 투자했다면 13년 뒤 1,890리라가 된 셈이니, 얼핏 보면 대단해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같은 기간 튀르키예 리라 가치는 달러 대비 24분의 1로 떨어졌습니다. 달러로 환산하면 100달러가 78달러가 되니, 실제로는 22% 떨어진 겁니다. 금으로 환산하면 무려 77%가 떨어졌습니다. 튀르키예 주식에 투자했더라도 실질 가치는 23%만 남은 겁니다.
튀르키예는 미국보다 훨씬 극단적이지만, 금리를 올려도 주가가 오른 건 돈의 양이 급속도로 늘어났기 때문에 생긴 일시적 현상입니다. 미국은 조금 다릅니다. 미국의 금리 상승은 정부 적자나 AI 투자 때문인데, AI 투자는 실제로 미국 경제 성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금리가 올라가면서 누가 힘들까요? 가계와 중소기업입니다. 신규 대출 금리가 높아지고, 미국 중소기업은 5년, 10년짜리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하니 높아진 금리에 바로 노출됩니다. 그래서 미국 경제도 완전히 양극화됐습니다.
지금처럼 돈이 두 번 배신했을 때, 우리가 살아남고 역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어지는 2부에서 그 방법을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일단 배를 만들어야 합니다. 여러분, 배에는 풍랑에 흔들리지 않게 딱 잡아주는 닻이 있습니다. 그리고 돛도 있죠. 돛이 있어야 빠르게 나갈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닻 역할을 하는 자산과 돛 역할을 하는 자산을 구분하는 게 중요합니다. 순풍에 돛을 달고 빠르게 치고 나가려 한다면, 당연히 생산성 자산, 그리고 쉽게 늘릴 수 없고 독점이 가능한 분야에 돛을 달아야 할 겁니다.
이번에 제가 출간한 『가짜 돈 진짜 부』에서 1부는 첫 번째 돈의 배신, 즉 가치의 배신을 다룹니다. 과거의 역사를 따져 볼 거고요. 2부는 가격의 배신을 다룹니다.
드디어 금리가 올라갑니다. 그래서 3부에서는 현재 상황을 조망할 겁니다. 그리고 4부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심판의 시간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여러분께 낱낱이 알려 드릴 거고요.
마지막으로 진짜 부를 만드는 조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는 가짜 돈에 더 이상 속아서는 안 됩니다. 진짜 부를 읽어서 앞으로 이 격변의 시대에 위기에서 생존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역전을 해야 되겠죠.
이와 관련해서 여러분께 이번에 독자 선물도 있습니다. 직접 찍은 영상 네 편과 전작 책 세 편을 드리는데요, 책 속에 있는 QR코드를 찾아보시면 그 QR을 통해 들어오실 수 있을 겁니다.
자, 그래서 첫 번째 돈의 배신은 새 돈을 먼저 받는 쪽에서 부를 일구고, 그 사람들이 엄청 부유해졌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격변기에는 결국 버틸 수 있는 사람 쪽으로 돈이 이동하게 될 겁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가 다 필요한 시대가 앞으로 펼쳐질 건데요. 도대체 무엇이 닻이고 무엇이 돛인지를 정확하게 분류하고, 그 비율을 정확하게 나누어 배분하는 것이 앞으로 굉장히 중요한 투자의 원칙이 될 겁니다.
오늘의 박종훈의 지식한방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시간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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