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광석 · 한국인
요약 보기
2019년 반도체 산업은 기록적 호황 후 내리막 우려가 크지만 단정은 이르며, 반도체는 한국 수출(약 20%)과 설비투자(약 20%)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이라 위축 시 경제 영향이 크다는 취지의 기본 교양 강연. 강연은 반도체 개념을 도체·부도체 중간 성질로 설명하고, 시스템 반도체(다품종 소량)와 메모리 반도체(표준 제품, 소품종 대량, 경기 민감)로 구분한다. 한국은 메모리 시장 점유율 약 10% 수준으로 메모리 강국이라고 정리한다. 산업 구조는 후방(장비·재료·웨이퍼)과 전방(PC·스마트폰·자동차 등 완제품)으로 나뉜다고 설명한다. 시장 전망 근거로 스마트폰·PC 수요 포화, 데이터센터 구축 일단락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를 든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정책으로 공급 확대와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11월 반도체 생산이 전월 대비 감소한 것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 흐름과 구분해 봐야 하며, 이를 근거로 반도체 시장이 끝났다고 보는 것은 논리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2018년 1~8월 수출 수치는 연간 비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선행지표로 2018년 설비투자 계획 감소를 제시하며 2019년 반도체 수출 조정 가능성을 언급한다. 중국 기술 추격은 약 2~3년 격차로 보며, 한국은 메모리 우위를 유지하면서 시스템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다각화하고 R&D·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강연자는 특정 종목 매수·매도 권유나 구체적 가격 목표를 제시하지 않으며, 2019년 반도체 업황에 대해 위기 우려와 구조적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그친다.
다듬은 글
안녕하세요. 전국에 계신 경제 읽어주는 남자 김광석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번 주에는 반도체 산업을 가지고 왔습니다.
갑자기 또 반도체 산업을 다루니 걱정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댓글을 보니 제가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이 강연이 너무 깊고 디테일한 정보를 원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 강연은 아시다시피 일반인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경제적, 산업적 이해를 드리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15분, 20분짜리 강연에서 컨설팅 수준의 정보까지 요청하시는 것은 저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컨셉에 맞지 않겠다는 말씀을 정중히 드립니다.
반도체 산업 종사자분들께서 전망을 보시고 더 세부적인 이야기를 원하신다면 다른 종류의 세션이나 자료를 찾아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번 강연은 더 깊은 전문 지식보다는 기본적인 경제 교양을 함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기존 뉴스를 보고 걱정이 많이 되셨을 겁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2018년 상반기에는 반도체 시장이 기록적인 호황을 누렸습니다. 그런데 2019년에는 그렇게 좋지 않아 보인다는 우려가 많습니다. 반도체 산업이 도대체 무엇이고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반도체 시장이 만약 내리막을 탄다면 우리 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반도체는 여러분이 교양적 지식을 쌓는 데 있어 기본적으로 알아두셔야 할 개념입니다. 반도체는 크게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로 구성됩니다.
먼저 반도체의 개념을 정리하겠습니다. 반도체는 기본적으로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에 해당하는, 양쪽 성향을 모두 가진 물질입니다. 도체는 전기가 통하는 물질로 금속이 대표적이고, 부도체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로 고무나 플라스틱이 대표적입니다. 반도체는 전기가 통하는지 안 통하는지를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유용하게 활용됩니다.
시스템 반도체는 유무선 통신, 정부 기기, 자동차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활용되며,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특징을 가집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D램이나 낸드플래시 같은 표준 제품 중심인 경우가 많고, 경기 변동에 민감하며, 소품종 대량생산이라는 특징을 가집니다.
쉽게 말해 시스템 반도체는 제어와 관리를 위한 반도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기가 통했다 안 통했다 하는 특성 때문에 시스템을 컨트롤하는 데 쓰입니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는 말 그대로 저장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나라는 흔히 반도체 강국이라고 하는데, 정확히는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약 10% 정도로, 세계 시장에 대한 장악력은 어마어마한 수준입니다.
반도체 산업의 구조를 경영학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기본적으로 반도체를 만드는 산업입니다. 반도체 제조사가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이것이 산업의 메인 바디가 됩니다.
이 산업은 후방 산업과 전방 산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공급사슬 관점에서는 원자재를 조달받고 부품을 만들어 완제품을 만드는 과정이므로 반도체 제조가 앞단에 있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경영학에서는 소비자와 직접 맞닿아 있는 쪽을 전방 산업으로 봅니다. 반도체는 부품이고, 이것이 PC, 휴대전화, 노트북, 자율주행차 같은 다양한 완제품에 들어가므로 이 완제품 제조 영역을 반도체 산업의 전방 산업으로 정의합니다.
후방 산업은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장비와 재료입니다. 반도체를 만드는 장비, 그리고 웨이퍼 같은 재료가 대표적입니다. 이렇게 반도체 산업은 전방과 후방 산업에 걸쳐 펼쳐져 있습니다.
참고로 관련 다각화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제조만 하는 기업이 시스템 반도체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메모리 반도체를 활용하는 완제품 영역까지 진출하는 것이 관련 다각화에 해당합니다.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18년까지 꾸준히 확대되어 왔습니다. 특히 2010년대 후반에 크게 성장했는데, 그 배경에는 많은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면서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구축한 것이 있습니다. 금융사, 제조사, 유통사 모두 데이터를 저장하고 클라우드를 운영하기 위해 데이터 센터를 만들었고, 여기에 반도체가 많이 쓰였습니다.
그런데 2019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스마트폰 수요는 어느 정도 포화 상태를 이루었고, PC 시장은 이미 포화를 지나 후퇴하는 산업입니다. 데이터 센터도 이미 많이 구축되어 있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런 이유로 반도체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인은 중국입니다. 중국은 '중국 제조 2025'를 선언하면서 핵심 액션 플랜 중 하나로 '반도체 굴기'를 내세웠습니다. 반도체로 우뚝 서겠다는 정책적 방향입니다. 중국은 많은 자금력을 이용해 반도체 기업을 인수하고, 우수한 핵심 인력에게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데려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반도체 산업을 키워 대량 생산하고 저가로 공급하면서 중국의 추격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공급이 충분해지고 저가의 중저품질 반도체가 보급되면서 반도체 가격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반도체를 파는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분석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반도체 시장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 규모도 꾸준히 확대되어 왔습니다. 최근 산업활동동향 보도자료를 보면 반도체 생산 규모가 줄었다고 나오는데, 이것을 잘못 해석하면 안 됩니다. 11월 생산이 10월보다 줄었다는 것은 전월 대비 감소이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몇 개월째 계속 증가세입니다. 우리는 항상 전년 동기 대비로 봐야 생산이 늘었는지 줄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한 달의 전월 대비 감소를 근거로 반도체 시장이 끝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가 부족합니다. 그런 기사에 현혹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반도체 수출을 봅시다. 반도체 수출액은 계속 늘어났습니다. 참고로 2018년 수치는 1월부터 8월까지의 누적이므로 연간 수치와 직접 비교하시면 안 됩니다. 제가 보여드리려는 핵심은 반도체 수출 금액 자체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2014년만 해도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였습니다. 이후 점점 늘어 2018년에는 20%를 넘었습니다. 20.8%, 즉 전체 수출의 5분의 1이 반도체입니다.
그래서 반도체 수출이 위축되면 우리 수출 전체가 위축되는 구조입니다. 2018년 경제를 보면 설비 투자는 침체, 소비는 완만한 침체인데 수출만 살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반도체를 제외하고 주력 산업의 수출 품목을 살펴보면 호전된 품목이 많지 않습니다. 결국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수출 전체를 지탱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투자와 소비가 침체된 상황에서 수출이 전체 경제를 떠받치고 있었고, 그 중심에 반도체가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반도체 산업이 수출만 지탱한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상당 부분을 지탱했다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투자 측면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체 설비투자 중 반도체 설비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18~20%에 이릅니다. 전체 설비투자의 5분의 1 가까이를 반도체가 차지하니, 반도체 설비투자가 꺾이면 전체 설비투자도 꺾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런 이유로 반도체는 우리 경제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드리는 것은 어떤 특정 기업을 홍보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반도체는 그 자체로 중요할 뿐 아니라, 앞서 보여드린 것처럼 후방 산업과 전방 산업에 걸쳐 얼마나 많은 사람과 기업이 연결되어 있습니까. 일자리, 부가가치 등 여러 면에서 반도체 산업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2019년 반도체 산업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 중 하나는 선행 지표입니다. 설비 투자 계획이 2017년보다 2018년에 더 줄었습니다. 설비 투자 규모가 줄었다는 것은 반도체 수출 규모도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을 가능하게 합니다. 여기에 중국의 기술 추격, 반도체 가격 하락 같은 요인이 겹쳐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과거 라디오의 트랜지스터 형태로 쓰이던 것에서 시작해, PC의 프로세서와 메모리, 모바일의 AP나 D램 같은 영역으로 활용이 넓어졌습니다. 앞으로는 사물인터넷(IoT), 센서, 커뮤니케이션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영역, 바이오, 그리고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것입니다. 자율주행차는 사실상 IoT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이 전망을 바탕으로 우리 반도체 산업에 줄 수 있는 시사점을 몇 가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고도화된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이 활용되는 영역에서 반도체가 유용하게 쓰일 여지가 많습니다. 따라서 그런 영역에 특화된 고부가가치 반도체 쪽으로 꾸준히 옮겨가야 하며, 이를 위한 정책 지원과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둘째, 중국의 기술 추격은 2~3년 정도 격차가 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많습니다. 이 격차를 외면할 수 없을 만큼 선도적인 기술력을 갖춰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선도적 기술력과 시장 장악력을 가지고 있지만, 시스템 반도체 영역은 미국의 인텔 같은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스템 반도체 영역으로 관련 다각화를 하고, 전방과 후방 산업에 걸쳐 적극적으로 다각화하며, 정책적 지원과 R&D 지원을 통해 고도화하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이런 노력이 이어진다면 반도체 가격 하락과 중국의 추격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우리가 잘 견딜 수 있는 2019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반도체 산업이 위기라는 점을 강조해 드렸습니다. 그 위기 속에서 산업 구조와 전망을 바탕으로 어떻게 이 상황을 모면하고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주 경제 읽어주는 남자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