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종훈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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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2분기 실적은 매출 300억달러로 컨센서스 287억달러를 상회했으나, 블룸버그 기준 스트리트 기대치 379억달러에는 못 미쳐 쇼크로 받아들여짐. 성장률도 직전 260%대에서 122%로 둔화. 향후 AI 비용 부담, 수익화 지연, 하이프 사이클의 환멸 단계 진입 가능성을 지적하며, 소형언어모델(SLM)과 온디바이스 AI 확산으로 엔비디아 독점 구도에 틈새가 생길 수 있다고 봄. 한국 기업에게는 변동성을 기회로 삼을 것을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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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이 꽤 괜찮게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시장에서는 이걸 쇼크다, 충격이다 하고 있습니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놀란 이유가 무엇인지 짚어 보겠습니다. 엔비디아 실적이 좋았던 건 분명합니다. 다만 언론 보도를 보면 실적이 증권사 컨센서스보다는 높았지만 스트리트 기대보다는 낮았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는 260%씩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성장세가 이제 꺾이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점입니다. 이 두 가지가 문제였다고 보는데, 여기에 더해 숨은 이유 세 가지를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환멸의 단계로 접어들기 시작했다는 것, 수익성은 없는데 AI에 드는 비용이 과도하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AI가 소형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먼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AI 시대가 저무는 것이냐, 절대 아닙니다. 우리가 진짜 AI 시대까지 가는 동안 거쳐야 할 과정이 있고, 그 과정이 이제 시작됐다는 겁니다.
이번에 실적이 증권사 컨센서스보다 높게 나왔는데도 스트리트 기대에는 못 미쳤다는 게 문제입니다. 스트리트 기대란 무엇일까요. 증권사가 컨센서스를 내놓을 때는 전망치를 굉장히 보수적으로 잡습니다. 그래서 미국 기업들은 대개 전망치보다 실적이 더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증권사들이 보수적이다 보니, 실제 주식 매수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기대와 실제 투자자들의 기대는 또 다릅니다. 이 모든 것을 합쳐 스트리트 기대라고 하는데, 이 기대치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증권사 컨센서스가 워낙 보수적이다 보니 미국에서는 스트리트 기대치에 못 미치는 회사에 대해 투자자들이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주가가 크게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컨센서스를 상회했다고 해서 주가가 항상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에 스트리트 기대는 정말 지나치게 앞서 있었습니다. 엔비디아 매출의 공식 증권사 컨센서스는 287억 달러였습니다. 실제 매출이 300억 달러였으니 컨센서스보다 훨씬 높다고 볼 수도 있지만, 블룸버그 기사에 따르면 스트리트의 매출 추정치는 최대 379억 달러였습니다. 300억 달러가 나왔는데 379억 달러를 기대하던 투자자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고, 이들에게 이번 실적은 쇼크로 다가온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도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컨센서스 대비 실제 매출이나 주당순이익이 항상 크게 앞서 나갔던 회사입니다. 발표될 때마다 놀랄 만큼 좋은 지표가 나왔죠. 이번에는 컨센서스와 실제 발표치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매출은 287억 달러 전망에 300억 달러가 나와 4.6% 높았고, 주당순이익은 64달러 전망에 67달러가 나와 4.7% 높았습니다. 다른 기업이었다면 충분히 좋은 지표였겠지만, 엔비디아는 늘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냈기 때문에 이 정도가 낮아 보이는 착시 현상이 일어난 것입니다.
지금까지 엔비디아가 시장을 얼마나 놀라게 했는지 매출 차이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23년 3분기에는 12.6%, 23년 4분기에는 88.3%, 24년 1분기 직전 분기에도 7.8%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시장 전망과의 차이가 4.6%로 줄어들자, 시장은 이제 엔비디아가 예측 가능한 성장을 하고 있다고 느끼며 약간 실망한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엔비디아의 회계연도상 1분기는 2월부터 4월까지이므로, 2분기 매출은 5월부터 7월까지 기간을 말하며 엔비디아는 8월에 실적을 발표했다는 것입니다.
성장세도 확연히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분기와 1분기에는 260%라는 상승률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이번에는 122% 상승했습니다. 다른 기업이라면 122%도 정말 놀라운 수치지만, 한때 260%를 기록했던 엔비디아에게는 작아 보이는 착시가 일어난 것입니다. 시장이 엔비디아의 빠른 상승세에 너무 익숙해진 탓입니다. 엔비디아가 대단한 회사이고 엄청난 성장 속도를 보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어떤 기업도 그 빠른 성장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260% 성장을 매년, 매분기 유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그래서 언젠가는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고, 이제 그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4분기와 내년 1분기에는 성장 속도가 분명히 둔화되는 모습이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성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지만,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은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이제 언론이 많이 다루지 않는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모든 혁신 기술은 과도한 기대 단계를 거친 뒤 환멸의 단계로 접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하이프 사이클이라고 부르는데, 환멸의 단계를 넘어서려면 그 뒤의 깨달음 단계에서 시장에 더 큰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AI 기술도 세상을 바꿀 기술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 과정을 반드시 거쳐갈 수밖에 없다고 보는 시각이 늘고 있습니다.
깨달음의 단계로 가서 시장이 완전히 성숙하려면 무엇보다 수익 창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자기들이 쓴 비용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야 진짜 깨달음과 성숙의 단계로 갈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고꾸라진 기업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아메리카 온라인(AOL)입니다. 닷컴 버블 때 AOL은 엄청난 주목을 받았고, 타임워너와 합병하면서 기대가 한껏 높아졌습니다. 타임워너의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다운받으면 시너지가 날 거라고 봤지만, 당시에는 전화선 모뎀을 사용했기 때문에 접속 시간이 길어지면 통화요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결국 사업은 성공하지 못했고, AOL은 큰 실패를 맛보았습니다.
그래서 깨달음의 단계로 가려면 사용자 편의성과 가성비 높은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고, 수익 창출 방법이 있어야 하며, 그 수익이 비용을 충분히 넘어설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 생활양식을 바꿀 만큼 우리 생활에 스며들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폰입니다.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은 1993년에 나왔지만 생활에 스며들지 못했습니다. 이후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왔고, 그때 비로소 스마트폰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지금 AI가 넘어서야 할 과제는 수익이 없는 상태에서 들어가는 과도한 비용 문제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 문제가 해소되어야 합니다. AI에 들어가는 돈은 천문학적입니다. 클로드를 개발한 엔트로픽의 CEO는 현재 개발 중인 모델에 10억 달러, 약 1조 3,300억 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가 과거에 1억 달러, 약 1,330억 원이 필요하다고 했던 발언도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과장이라는 시선이 많았지만, 클로드 개발사의 발언을 보면 3~4년 뒤에는 1,000억 달러가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 클로드 모델은 1억 달러밖에 들지 않았는데 2~3년 사이에 10억 달러로 뛰었기 때문입니다.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문제가 있습니다.
비용이 늘어나더라도 이를 소비자에게 수익으로 돌릴 수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AI는 아직 시작 단계인데도 심각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AI 검색 비용은 일반 포털 검색 비용의 10배 이상이 듭니다. 모델이 고도화되면 100배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 막대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적자를 감수하면서 가격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토큰은 일종의 음절 같은 AI의 최소 처리 단위인데, GPT-4o 모델은 100만 토큰당 입력 5달러, 출력 15달러로 가격을 대폭 낮췄습니다. 이전 모델인 GPT-4 터보는 10달러와 30달러였으니 반값으로 인하한 셈입니다. 모델은 더 커졌는데 가격은 반으로 내렸으니,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구글의 제미나이 1.5 플래시는 GPT-4와 달리 경량화 모델이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100만 토큰당 입력 0.35달러, 출력 1.05달러로 매우 저렴합니다. 더 심한 곳도 있습니다. 중국 알리바바의 큐웬은 천 토큰당 0.00005위안으로, 거의 공짜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비용은 많이 드는데 과금은 못 하다 보니 AI 업계는 큰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LLM은 거대 언어 모델이라 많은 반도체가 필요하고, 학습에 엄청난 전력이 들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갑니다. 지금까지는 대형화 경쟁이 계속되었지만, 2024년 2분기부터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도한 비용을 줄이고 가격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소형화를 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구글의 제미나이 1.5 플래시입니다. 그리고 오픈AI도 7월 18일에 GPT-4o 미니를 출시했습니다. 원조격 AI 기업인 오픈AI까지 소형화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시사점입니다. 아직은 거대 언어 모델이 대세지만, 소형 언어 모델(sLM)을 만드는 흐름이 점점 자리를 잡아 가고 있습니다.
LLM을 사용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거대 언어 모델이다 보니 처리 시간도 길어집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금의 LLM을 두고 "탱크를 몰고 장을 보러 가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습니다. 이에 비해 소형 언어 모델(sLM)은 일반 승용차로 장을 보러 가는 정도로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온디바이스 AI에서도 sLM의 활용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는 PC 수준에서 작동하는 sLM도 개발되어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거 IBM이 메인프레임으로 컴퓨터 시장을 키운 뒤 결국 개인용 컴퓨터로 바뀌어 간 것처럼, 아직은 초기 단계라 LLM이 계속 메인 서버에서 돌아가고 우리는 단말기로 확인하는 방식이 이어질지, 아니면 sLM이 사회 곳곳에 스며들며 PC처럼 세상이 바뀔지는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에는 LLM 중심으로 시장이 완전히 쏠려 있었는데, 최근에는 sLM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크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분야에서는 결국 가성비를 따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LLM이 계속 성장해서 엔비디아에게도 더 큰 시장이 열리겠지만, 소형화 모델에도 비싼 최상급 칩이 과연 필요할지 의문이 듭니다. 지금 엔비디아가 파는 칩셋은 모두 매우 비쌉니다. 그래서 이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업체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sLM을 위한 가성비 시장도 따로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여기에 앞장서는 사람도 있습니다. 반도체 전설로 불리는 짐 켈러가 세운 텐스토렌트가 대표적입니다. 텐스토렌트는 우리나라 업체와 협력하거나 국내 기업이 투자하면서 더욱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런 기업만이 아니라 많은 기업이 비싼 엔비디아 시장의 틈새를 노리고 있습니다.
물론 엔비디아의 쿠다(CUDA) 생태계는 매우 강력합니다. 엄청난 해자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쿠다 생태계에서 벗어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소형화라는 새로운 시장이 새로 열리는 것이라면, 이 시장을 누가 먼저 개척하느냐에 따라 판이 바뀔 여지가 아직 충분합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도전장을 내고 있습니다. AMD, 마이크로소프트, IBM,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인 필사 AI, 앞서 말한 텐스토렌트 등이 그렇습니다.
여기서 제 바람을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LLM 경쟁에서는 우리나라가 분명히 뒤처졌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디바이스를 갖고 있는 나라이고, 네트워크 산업도 강합니다. 그러니 온디바이스 AI에서는 얼마든지 희망을 품어 볼 만합니다. 소형화의 물결이 시작되면서 쿠다 생태계에 작은 빈틈이 생겼습니다. 이 소형화 물결 속에서 우리나라 칩셋이 틈새를 파고들어 새로운 기회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AI 시장은 지금 생태계에서 큰 변화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출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출렁임은 엔비디아와 몇몇 미국 기업이 주도하던 AI 시장에서 중소 업체, 특히 스타트업이 파고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국가별로도 미국이 혼자 주도하던 판에 우리나라 같은 나라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릴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변동성 때문에 우리나라의 메모리 반도체까지 함께 흔들릴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 저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시장의 흔들림을 단순한 위기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이 흔들림을 이용해 대역전을 만드는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이상 박종훈의 지식한방이었습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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