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종훈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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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소매판매·자동차 판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 수준으로 악화된 반면 서울 아파트만 급등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난다. 원인으로 부동산 세제, 혁신도시 실패, 정부의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 재건축 지원 신호, 스트레스 DSR 연기 등을 지목한다. 이로 인해 한국은행이 부동산 때문에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며, 대출 규제 강화로 서민이 2금융권으로 내몰릴 우려가 크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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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경제에서 아주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내수 경기 지표만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나쁜 상태로 떨어졌다는 수치가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마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은 경제가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죠. 부동산 시장은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서울 지역의 부동산 가격만 지금 급등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났고, 앞으로 우리 경제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낱낱이 짚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 경제 전망이 나올 때마다 점점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KDI는 8월에 2024년 경제 성장률 전망을 수정했는데, 5월까지만 해도 2.6%였던 것을 2.5%로 낮췄습니다. 그리고 8월 22일에는 한국은행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낮췄습니다. 발표할 때마다 전망이 낮아지는 이유는 내수 경제가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입니다. KDI는 이번 전망 수정에서 이 모든 것이 고금리 때문이라는 식으로 한국은행을 몰아붙였습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높여 놓는 바람에 우리나라 경제가 망가지고 있다는 주장인데, 저는 KDI의 이 주장이 좀 너무하다고 봅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추고 싶어도 낮출 수 없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그것을 모두 무시하고 이게 전부 고금리 탓이라고 단순하게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정말 많습니다.
우리나라 내수 시장을 보면 이보다 나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6월 소매 판매 전체는 -3.6%로 크게 줄었습니다. 돈이 떨어지면 가장 먼저 안 사는 것이 자동차죠. 승용차 판매는 21.4% 줄었고, 의복은 4.6% 줄었습니다. 식료품은 2.8% 줄었는데, 먹는 것까지 줄일 정도로 내수 시장은 사실상 아화(사실상 침체) 일로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동차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입니다.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판매량은 11.7% 감소해 67만 대에 그쳤습니다. 상반기 판매량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고물가 속에서 실질 소득이 줄어드니 결국 지갑을 닫게 됐고, 자동차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것입니다. 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소매 판매 전체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나쁜 수치를 계속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특히 2분기 소매 판매는 14년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습니다. 통계청의 2024년 2분기 지역 경제 동향 발표에 따르면 소매 판매는 2.9% 감소해 9분기 연속 감소했습니다. 이번 감소폭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입니다. 이미 줄어들고 있는 상태에서 최대폭으로 줄었다는 것은 소비가 실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통 전년에 소비가 줄었다면 기저 효과로 조금 늘어나는 것이 정상인데, 소매 판매 지표가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기업 경영자들의 경기 판단을 지수화한 BSI도 굉장히 좋지 않습니다. 9월 지수는 현재 실적과 전망 모두 큰 폭으로 악화됐습니다. 2022년 4월 이후 30개월 연속 기준선인 100을 밑돌고 있다는 것은 경기가 나쁘다는 뜻입니다. 현재 상황도 나쁘고 앞으로도 나쁘다는 것입니다. 9월에는 92.9를 기록했는데, 8월의 97.1에서 다시 한번 급격히 낮아졌습니다.
BSI를 내수, 투자, 수출로 나눠 보면, 우리나라 내수와 투자는 오랫동안 좋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수출이 경제를 지탱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수출 관련 BSI는 8월 99.2에서 9월에 94.5로 떨어졌습니다.
경제가 이렇게 안 좋으면 자산 가격도 떨어지는 게 정상일 것 같은데, 나 홀로 상승폭을 키우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 아파트 가격입니다. 전국 평균 주택가격은 2023년 8월 93에서 지금도 93으로, 등락을 거듭하며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 아파트 가격만 보면 상승폭을 키우고 있고, 최근에는 그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경기와 따로 놀고, 전국 평균과도 따로 놀고, 다른 지방 도시들과도 완전히 따로 놀면서 나 홀로 오르고 있습니다. 이 이유를 정확히 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대로 두면 정말 큰일 날 수 있습니다.
**첫째, 빚을 내도록 부추긴 정책입니다.** 신생아 특례 대출 등 온갖 특례 대출이 나왔고, 이를 통해 집값이 오르고 있습니다. 청년 대책, 신생아 대책, 생애 첫 주택 구입 대책 모두 "빚내서 집을 사세요"라는 방향으로 쏠리면서, 전국적으로 집값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둘째, 서울로 집중시키는 부동산 세제입니다.** 똘똘한 한 채 전략을 유리하게 만든 부동산 세제가 전 정부에서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세제가 집값을 서울로 집중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셋째, 실패한 지방 분산 정책입니다.** 우리나라는 흔히 '서울 공화국'이라고 불립니다. 이것이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혁신도시 계획을 세운 것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러나 나눠 먹기식으로 흘러갔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혁신도시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면서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결국 서울 공화국이 다시 강화됐고, 규제 완화로 새로운 산업이 다시 수도권에 몰리면서 서울 집값만 오르는 기현상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외에도 열거할 것은 많지만 일부만 소개했습니다. 정치권이 정책만 잘했다면 서울 아파트만 기형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 기회를 다 놓치는 바람에 서울 아파트 가격이 경기와 따로 놀며 나 홀로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난 것입니다.
경기가 안 좋으니 사람들이 집 살 돈이 당연히 없습니다. 그러면 뒤늦게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요. 영끌, 빚투 등 빚을 내는 방식으로 집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2분기 가계 빚은 186조 원으로 다시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한때 약간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는데 다시 늘어난 것이 문제입니다.
특히 다른 나라들은 고금리를 오래 유지하면서 빚이 대체로 줄어들거나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만 고금리 시대에 유독 빚이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 장면은 2022년 8월 영끌과 빚투를 부추긴 여러 정책이었습니다.** 당시 정부는 일종의 금리 완화 성격의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이에 대해 "선제적으로 해 주는 게 어디냐"는 비판이 언론을 통해 나왔습니다. 정부는 이것이 완화가 아니라고 했지만, 시장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자 안 갚으면 바보냐"는 기사들이 쏟아졌고, 9월 28일자 이코노미스트 기사는 "90일 버티면 구제받는다, 새출발기금 고의 연체 우려 확산"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정부는 완화가 아니라고 했지만 시장은 이를 완화로 받아들였고, 그 결과 "나중에 빚을 안 갚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잘못된 인식, 즉 모럴 해저드를 2년 전부터 심어 준 셈입니다.
**두 번째 장면은 실패한 재건축 사업까지 정부가 구해 주는 모습입니다.** 언론은 이를 '둔촌주공 일병 구하기'라고 불렀습니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따온 표현입니다. 정부가 재건축 아파트 사업의 성공을 계속 도우면서, 시장에는 "재건축하다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본격적으로 도와주겠구나"라는 신호를 준 것입니다. 관련 기사가 2023년 2월과 12월에도 나왔을 만큼, 정부의 지원은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시장은 정부가 뒷배가 돼 주리라 믿게 됐습니다.
**세 번째 장면은 가장 최근의 일입니다.**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연기했습니다. 원래 7월에 예정돼 있던 시행을 연기하자, 시장은 정부가 집값에 대해 진심이라고 오해하게 됐습니다. 금융당국은 집값을 자극하려던 것이 절대 아니라고 했지만, 문제는 시장이 그렇게 판단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예정대로 시행됐다면 최근 석 달 동안 빚이 급증하는 것은 최소한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제 와서 9월에 전격 시행한다고 발표하자 8월에 절판 마케팅이 작동했다는 것입니다. "9월이 되면 금리가 오르고 대출이 어려워지니 빨리 받자"는 심리로 8월에 밀어내기 대출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그동안 한국은행을 많이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은행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KDI는 한국은행을 무조건 비판했습니다. 고금리를 유지하니 경기가 이렇게 나쁜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은행 입장에서 실물 경기만 보고 8월에 금리를 인하했다면 집값은 더 올랐을 것입니다. 서울 부동산 값을 이렇게 끌어올린 것은 지금까지 전·현직 정부들의 정책 때문인데, 여기서 금리를 인하했다가 집값이 또 폭등하면 "집값 폭등의 주범이 당신 아니냐"는 비판이 또 쏟아질 것입니다.
그러니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나중에 집값 폭등의 주범이 되느니 차라리 금리를 동결하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한국은행이 얼마나 고민했을지 짐작이 갑니다. 자영업자들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도 금리를 낮추지 못하는 심정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요.
이번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하자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이례적으로 금리 동결이 아쉽다고 비판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발언이라는 기사라서, 나중에 대통령실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언론사의 인용 보도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 둡니다.
만약 기사 내용대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아쉽다고 말할 자격이 있으려면, 한국은행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기 전에 부동산 쏠림을 막는 대책을 진지하게 내놨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한국은행이 부동산 때문에 금리를 못 낮추는 상황이 됐다는 것을 이제야 정부도 알았는지, 뒤늦게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안타깝습니다. 부동산 시장에 불을 붙여 놓고 뒤늦게 대책을 내놓으면, 그 대책은 훨씬 강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불길이 작을 때는 물을 조금만 뿌려도 되지만, 불길이 이만큼 커지면 물을 훨씬 많이 뿌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부 정책이 과잉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계 빚이 급증하자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을 모두 조이는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5대 시중은행은 대출 금리를 모두 합해 22번이나 올렸다고 합니다. 은행들은 금리가 올라 신나겠지만, 돈을 빌리는 사람들의 부담은 훨씬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불씨가 작았을 때 진지하게 막았다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스트레스 DSR도 마찬가지입니다. 7월에 실시했다면 가산 금리는 0.75%로 예정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늦게 도입하면서 이미 불길이 커진 뒤라 1.2%로 대폭 올렸습니다. 수도권에만 적용한다고 하지만, 다음 달부터 금리가 오른다고 하니 절판 마케팅 효과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8월에 또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답답한 것은, 왜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갑자기 대출을 너무 조인 탓에 앞으로 서민들이 큰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은행 대출이 막히면서 결국 금리가 더 비싼 2금융권으로 서민들이 내몰릴까 봐 큰 우려가 됩니다. 진지하게 불길을 잡았다면 서민들이 이렇게 고통받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제가 정부 정책 때문에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는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았습니다. "차라리 이렇게 된 거 아파트 수출해서 먹고 살자"는 댓글도 있었고, "아파트 키워서 결혼해서 아파트 낳고 살아라"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내수와 투자가 모두 얼어붙은 상황이고, 수출 전망도 BSI를 보면 좋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분명히 금리를 낮춰야 합니다. 그런데 아파트 가격 때문에 못 낮춘다고 합니다. 특히 고금리 때문에 고통받는 서민과 자영업자들은 하루빨리 금리가 내려가기만 기다리고 계실 것입니다. 문제는 아파트 가격이 계속 치솟는 상황에서 금리를 잘못 낮추면 대출이 폭증하고 아파트 가격은 더 올라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내수 시장을 그대로 두기도 어렵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은 앞으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제발 더 세밀하고 계산을 잘해서 정책을 내놓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오늘 지식 한방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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