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종훈 · 한국인
요약 보기
미국 고용통계 수정으로 2023.4~2024.3 신규 일자리가 약 81.8만 개 과대 집계된 것으로 드러났고, 이를 계기로 연준의 9월 금리인하(특히 0.5%p 빅컷) 기대가 커졌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변수이며, 7월 일자리 증가는 약 4천 개로 둔화되고 제조업 PMI는 46.8로 하락했다. 대선 배팅 사이트는 8월 21일 기준 트럼프가 해리스를 약 2%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고, 민주당 컨벤션 효과 이후 옐런의 경기 포장 여지를 언급했다.
다듬은 글
우리가 그동안 미국에서 어떤 통계치를 발표하면, 예측치보다 고작 0.1%포인트 높거나 낮게 나와도 시장이 울고 웃곤 했습니다. 그만큼 미국의 통계치는 높은 신뢰를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통계가 일자리 증가 수치인데, 문제는 2023년 4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총 290만 개의 일자리가 늘었다고 발표됐던 것이 수정 과정에서 81만 명, 약 30%가 실제로는 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신규 일자리 수는 해마다 이런 조정을 거쳐 왔습니다. 달마다 신규 고용을 정확히 추적하기는 굉장히 어려워서, 매년 이맘때 실제 세금 납부 자료와 실업급여 자료를 동원해 진짜 일자리 증가분을 보정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런데 이번 2024년 보정에서는 81만 8,000개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일자리 숫자를 과연 믿을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2023년부터 신규 일자리 증가폭이 다른 지표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계속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이를 업데이트하지 않고 기존 방식대로 발표를 이어 왔습니다. 일각에서는 조작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저는 미국 정부가 설마 조작을 하겠느냐고 보고 그런 기사들이 너무 앞서간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큰 폭의 수정이 이루어지니, 그동안의 비판이 결국 사실이었던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특히 금리 인하가 필요한 시점에 갑자기 대규모 하향 수정이 나왔다는 점에서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 시장은 사실상 고용 지표만 바라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매달 발표된 평균 증가 수는 24만 2,000개였는데, 이번 수정으로 실제로는 월평균 17만 4,000개 증가에 그친 셈이 됐습니다. 그동안 이 발표 하나하나에 증시 참여자들이 울고 웃었던 것을 생각하면 허탈한 느낌도 듭니다.
발표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미국은 10시에 발표하겠다고 하면 반드시 10시에 발표해 왔는데, 이번에는 30분 넘게 지연 발표됐습니다. 기자들이 이유를 묻자 "지금 분석 중"이라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이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었고, 통계 수정 폭도 컸기 때문에 본래는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변수였습니다. 그러나 8월 21일 증시에는 충격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번 고용 지표 논란과 함께 '샴 룰'도 다시 주목받았습니다. 샴 룰은 법칙이라기보다 가설 수준이며, 증명된 원칙이 아닌데도 시장에서 절대적 원칙처럼 잘못 불리고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언론의 관심이 폭증했는데, 알고 보니 고용 데이터 자체가 과장돼 있었던 셈입니다.
가장 큰 계기는 골드만삭스였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 수정치를 근거로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노동부가 81만 8,000개 일자리가 과장됐다고 발표하자마자 연준의 7월 회의 의사록이 공개됐습니다. 의사록에 따르면 대다수 위원들이 9월 금리 인하에 찬성했고, 많은 위원들이 미국 고용 지표가 과장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즉 연준은 7월에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두 발표가 불과 세 시간 남짓한 간격을 두고 나오면서, 미국 정부와 연준이 시간차 공격을 펼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덕분에 21일에 있었을지도 모를 증시 급락이 막혔습니다. 금리 선물 시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9월 0.5%포인트 인하 확률이 34.5%로, 하루 전 29%보다 크게 올랐습니다. 시장은 금리 인하를 확신하고 있으며, 그중 약 3분의 1은 0.5%포인트 인하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 판단으로는 미국 경제 상황만 놓고 보면 0.5%포인트 빅컷이 맞는 선택으로 보입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캐리 트레이드 청산 문제입니다. 미국이 빅컷을 단행하면 미국 경제에 문제가 있다는 공포를 자극할 수 있고, 그 결과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계속 내려가 엔화 가치가 급등하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미국 경기를 살리려고 한 금리 인하가 오히려 미국 시장에서 자금을 빠져나가게 해 금융시장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가 약 100만 개 일자리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 뒤 달러/엔 환율은 148엔대에서 145엔대로 급하게 내려왔습니다. 엔캐리 자금을 쥐고 있던 사람들이 걱정할 만큼 환율이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이 빅컷을 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는 4월 들어 신규 일자리 증가가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3월까지 통계를 수정했는데, 이전 기준과 같은 방식으로 집계했는데도 4월 이후 증가폭이 줄었다면, 미국 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7월에는 신규 일자리가 4,000개밖에 늘지 않았습니다. 이는 일자리 증가 속도가 굉장히 둔화됐다는 뜻입니다.
배경에는 이민이 있습니다. 바이든 임기 후반 불법 이민자와 합법 이민자가 크게 늘었고, 2023년에는 이민자가 폭발적으로 유입됐습니다. 이민자 유입은 노동 공급을 늘리고 인건비를 낮춰 경제가 더 빨리 성장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민자 급증에 정치적 목적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미국에서도 계속 제기돼 왔습니다.
앞으로 대선까지 옐런 재무장관이 일자리 증가를 연출할 여지는 남아 있다고 봅니다. 정부 부문 고용을 늘리거나, 재정 지출을 확대해 민간 고용을 자극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공사를 많이 벌이는 방식도 가능하고, 옐런이 쥔 재정 여력이 8,000억 달러에 달해 이를 활용하면 남은 기간 일자리 수치를 조정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다만 통계를 아예 뻥튀기하는 것까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옐런이 손대기 어려운 민간 지표는 이미 악화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공급자관리협회(ISM)의 제조업 PMI입니다. 50을 기준으로 아래면 경기 수축, 위면 확장을 뜻하는데, 4월부터 꺾이기 시작해 7월에는 46.8로 낮아졌습니다. 서비스 PMI는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언제 흔들릴지 지켜봐야 합니다.
미국 증시는 정치의 영향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격하게 맞붙고 있고, 민주당 전당대회는 19일부터 22일까지 열렸으며 약 2,000만 명이 시청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의 수락 연설로 마무리된 이 전당대회 기간에는 지지율이 올라가는 컨벤션 효과가 나타나고, 연설 이후 점차 하락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배팅 사이트는 자기 돈을 걸고 참여하는 곳이라 대선의 풍향계로 볼 만합니다. 2016년 트럼프와 힐러리 대결 때 배팅 사이트가 대부분 맞혔지만 힐러리 승리에 걸었다가 틀린 적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8월 7일까지 트럼프가 앞섰고, 총격 사건 이후에는 크게 앞섰습니다. 8월 8일부터 20일 사이에는 해리스가 역전했다가, 8월 21일에 트럼프가 다시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1일 기준 배팅 사이트 평균 당선 확률은 트럼프가 해리스보다 2%포인트 앞섰습니다. 사이트마다 차이가 크고, 평균을 냈을 때 트럼프가 다시 앞서 간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컨벤션이 22일 끝나는데 배팅 사이트는 하루 앞서 컨벤션 효과의 끝을 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배팅 사이트로 미래를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트럼프와 해리스가 막상막하라는 점, 우리 언론이 보도하듯 해리스가 일방적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2일 해리스의 수락 연설 이후에는 옐런의 시간이 올 것으로 봅니다. 남은 두 달 반 동안 옐런이 미국 경제를 어떻게 포장할지가 굉장히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 신규 고용 증가의 진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옐런이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오늘 박종훈의 지식한방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