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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두고 화장실 가는 나라?' 신뢰가 만들어 내는 경제적 가치 - 전호겸 교수

KBS 1라디오 · 2026-11-04 · 유튜브 시청 1 · 게시판 조회 0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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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기초#현금#신뢰#경제학#자전거도난#일상활동이론#무인점포#사회적비용#KBS성공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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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KBS 1라디오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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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카페에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두고 자리를 비워도 잘 가져가지 않지만, 밖에 세워 둔 자전거는 자주 도난당한다. 전호겸 교수는 범죄학의 '일상 활동 이론'을 들어, 범행 대상의 노출 정도, 주인 확인 가능성, 가져가기와 처분의 용이성이 이런 차이를 만든다고 설명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자전거 절도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약 4만 8천 건에 달하며 매년 만 건 이상 발생한다. 반면 소매치기는 2011년 약 2,300건에서 2019년 약 500건으로 크게 줄었다. 자전거 도난은 개인의 손실을 넘어 CCTV 확대, 보관 시설 보강, 경찰 인력 투입 등 사회적 비용을 낳는다. 도난품이 중고 시장에 흘러들면 거래 불신도 커진다.

다듬은 글

※ AI가 다듬은 글(오탈자·군말 정리)

01. 우리나라에서 외국인들이 놀라는 장면 중 하나가 카페에 자리를 맡으려고 스마트폰을 놓고 가는 것입니다. 노트북을 비싼 걸 펼쳐 놓고 화장실에 다녀와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습니다. 참 놀라운 일이죠. 그런데 더 이상한 건 밖에 세워 둔 자전거는 그렇게 가져간다는 겁니다. 자물쇠를 묶어 놔도 끊어 갑니다. 역발상 경제 시간에 그 안에 숨은 심리와 원리를 한번 배워 보겠습니다.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전호겸 교수와 함께합니다.

02. 교수님도 자전거를 도둑맞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초등학교 때 상처를 받아서 그 뒤로는 아예 자전거를 사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청취자 여러분 중에도 자전거를 한 번쯤 잃어버린 기억이 있는 분이 많을 겁니다.

03. 실제로 자전거 도둑은 많습니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자전거 절도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 동안 약 4만 8천 건에 육박합니다. 전체 절도 범죄의 일부이지만 매년 만 건 이상 꾸준히 발생하는 대표적인 생활형 절도입니다. 하루에 수백 대씩 잃어버리고 있는 셈이고, 이는 경찰에 신고된 수치라 실제로는 더 많을 겁니다.

04. 반대로 소매치기는 크게 줄었습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소매치기 발생 건수는 2011년 약 2,300건에서 2019년 약 500건으로 8년 사이 약 77% 감소했습니다. 하루 여섯 건 이상 발생하던 것이 하루 한 건 정도로 줄어든 겁니다. 현금 사용이 줄고 CCTV가 늘어난 생활 환경의 변화 때문으로 보입니다. 반면 자전거 절도는 여전히 만 건 이상 발생하고 있습니다. 훔쳐 봐야 현금도 없고 카드를 쓰면 바로 잡히니, 상대적으로 노리기 쉬운 물건이 된 것이죠.

05. 그렇다면 도둑들은 자전거를 어떻게 처분할까요? 직접 타고 이동하기 위해 훔치는 사람도 있고, 훔친 자전거를 중고로 파는 경우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리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지난해 의정부에서는 경찰이 고물상 앞에서 잠복해 자전거 절도 용의자를 검거했는데, 자세히 보니 물건을 훔치면서 가격표가 붙은 모자까지 함께 훔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부품만 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전거는 훔친 뒤 직접 이용할 수도 있고 쉽게 넘길 수 있어, 도둑 입장에서는 처분하기 쉬운 물건인 셈입니다. 한 청취자는 압박 바퀴만 빼 가져간 경험을 전해 주셨는데, 바퀴까지 함께 묶어 두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합니다.

06. 노트북이 더 비싼데도 자전거만 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범죄학에는 '일상 활동 이론'이 있습니다. 범행 의사가 있는 사람, 훔치기 적합한 대상, 그리고 이를 막을 보호자가 없는 환경이 동시에 갖춰질 때 범죄가 일어난다는 이론입니다. 자전거는 길거리나 자전거 보관대에 몇 시간씩 세워져 있고, 누가 끌고 가도 주인이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자물쇠가 없으면 바로 올라타고 떠날 수도 있습니다.

07. 반면 카페에 놓인 노트북은 직원이나 옆자리 손님이 볼 가능성이 높고, 주인이 금방 돌아올 수도 있어 가져가는 순간 눈에 띌 수 있습니다. 결국 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노출되어 있는지, 주변에서 주인을 알아볼 수 있는지, 가져가기와 처분하기가 쉬운지입니다. 실제로 한 청취자는 아파트 경비 업무를 하면서 외부인이 자전거 보관소를 사진 찍어 두었다가 중고로 거래하려 한 경우를 보았다고 전해 주셨습니다.

08. 그렇다면 자물쇠나 CCTV로는 막을 수 없을까요? 자전거 절도 예방을 위해 잠금장치를 쓰고, CCTV 사각지대를 줄이고, 자전거를 오래 방치하지 말라는 권고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물쇠나 CCTV만으로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CCTV에 찍혀도 도난당한 것인지 원래 있던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고, 누군가 자전거를 끌고 가도 주변에서는 그 사람이 진짜 주인인지 잘 의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물쇠도 종류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절단기로 한 번에 끊어지는 것이 많지만, 섬유 재질 등 자르기 어려운 제품도 있습니다. 자르는 데 오래 걸리면 주변 사람들의 눈에 띌 가능성이 커지므로, 자물쇠도 잘 골라야 합니다.

09. 자전거를 잃는 피해는 개인에게만 그치지 않습니다. 새 자전거를 사야 하고, 신고와 조사에 시간과 노력이 들며, 사람들은 더 튼튼한 자물쇠나 GPS 경보기 같은 추가 장치에 돈을 씁니다. 아파트나 지자체도 CCTV를 늘리고 보관 시설을 보강해야 합니다.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됩니다. 자전거 한 대의 손실이 10만 원이라 해도, 사회 전체의 비용은 그보다 훨씬 큽니다. 여기에 도난 자전거가 중고 시장에 흘러들면, 구매자는 정상 물건인지 알 수 없어 불안해지고 비싼 자전거는 사기를 꺼리게 됩니다. 결국 단순한 절도가 소비와 이동 방식까지 바꿔 놓을 수 있습니다.

10. 도난 위험을 감수하며 운영되는 사업 모델도 있습니다. 무인 점포가 대표적입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무인 점포 사업주의 약 67%가 실제로 상품 도난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럼에도 무인 점포는 대부분의 고객이 정상적으로 계산한다는 신뢰 위에서 운영됩니다. 인건비를 줄이고, CCTV와 키오스크 같은 관리 장치로 도난 위험을 일정 부분 감수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신뢰는 모든 장소에서 똑같이 작동하지 않고, 감시와 기록, 사회적 규범, 물건의 특성 같은 조건에 따라 다르게 작동합니다.

11. 신뢰는 경제적 가치를 가집니다. 신뢰가 깨지면 그만큼 확인과 감시가 많이 필요해지고, 이는 불필요한 비용이 됩니다. 안전한 사회의 경제적 가치는 물건을 도둑맞지 않는다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를 의심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더 편리한 거래와 새로운 사업 모델이 가능해진다는 데 있습니다.

12.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치안이 좋은 편이고,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가져가는 일도 드뭅니다. 그런데 유독 자전거만 쉽게 사라집니다. 그렇다고 "훔치면 안 됩니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신뢰는 감시가 전혀 없는 상태를 뜻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끊임없이 감시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고 사회적 불편도 커집니다. 그렇다고 아무 장치 없이 선의에만 기댈 수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을 감시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쓰지 않으면서도, 규칙을 어겨 얻는 이익을 낮추고 적발될 가능성을 높이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13. 좋은 신뢰 사회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를 굳이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을 갖춘 사회입니다.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전호겸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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