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종훈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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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가결이 곧바로 증시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주장. 비상계엄 이후 외국인은 매도, 연기금은 순매수로 주가를 방어했으나 이는 외국인(주로 해지펀드)이 비싸게 빠져나갈 기회를 준 것이라 비판. 경제관료의 증시 부양 의지와 연기금의 투자 여력이 줄어 향후 적극 개입은 어렵다고 전망하며, 경제관료에게 산업 보호 전략을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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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탄핵이 가결되면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으니 코스피든 코스닥이든 오를 일만 남았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보는 분석 기사들이 꽤 많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단순한 일이 절대 아닙니다. 제가 이미 12월 8일에 '탄핵 폐기 파장, 외신의 경고'라는 제목으로 아이템을 하나 올린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이제 탄핵 폐기가 됐으니까 주가가 무조건 급락할 것이냐?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앞으로 경제 관료들이 온갖 수단을 써서 증시를 끌어올리려 할 테니, 이 과정에서 엄청난 변동성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노컷뉴스는 "정상 영업합니다, 연기금의 우주방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냈습니다. 이번에 주가를 끌어올린 가장 큰 힘은 누가 뭐래도 연기금이었습니다. MBC 뉴스는 "경제 위기, 일단 연기금으로?", "국민 노후 위한 돈인데"라며 비판적으로 다뤘습니다. 반면 코스피가 0.5% 넘게 오르며 마감했고 연기금이 했다는 사실을 단순하게 전한 기사도 있습니다.
기사 내용을 보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월 10일 긴급 간담회에서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책임 있는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연기금에게 주가 부양, 금융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비상계엄 이후 꾸준히 주식을 계속 산 주체는 연기금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들은 사고팔기를 반복했지만 판 규모가 훨씬 컸고, 외국인은 계속 팔았습니다. 외국인이 주식을 산 날은 12월 9일 단 하루였습니다. 반면 연기금은 12월 11일을 빼고 전부 순매수를 이어갔습니다. 연기금이 아니었다면 증시가 이렇게 안정될 수 없었을 겁니다.
합계를 내 보면, 비상계엄 이후 12월 4일부터 녹화 당일인 16일 오전까지 외국인 순매도는 1조 6천억 원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연기금 순매수는 1조 5천억 원이었습니다. 외국인이 매일 주식을 팔아치우는 동안 그 물량을 받아 준 것이 바로 연기금입니다. 그 결과 코스피 지수는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올랐습니다. 많이 오른 것은 아닙니다. 12월 4일 비상계엄 바로 다음 날 2464포인트로 급락해 마감했던 지수가, 지난주 금요일인 12월 13일에는 2.94%, 30포인트 가까이 올랐습니다. 정치적 불안 요인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는데 지수가 오른 것은 분명 연기금 덕분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누구를 위한 주가 방어였는지 따져 봐야 합니다. 결국 외국인이 비싸게 주식을 팔고 빠져나갈 수 있도록 연기금이 비싸게 사 준 셈입니다. 우리 노후자금이 외국인에게 비싸게 팔고 나갈 기회를 준 것입니다.
비상계엄 직후 빠져나간 돈은 대체로 헤지펀드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반적으로 해외 연기금, 해외 보험사, 글로벌 ETF 같은 장기 자금은 비상계엄처럼 위기가 왔다고 해서 곧바로 주식을 팔 만큼 의사결정을 빨리 하지 않습니다. 분기별 또는 월별로 조정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반면 헤지펀드는 당장 문제가 생기면 바로 팔고 나갑니다. 특히 홍콩계 헤지펀드가 많았습니다. 이들이 비싸게 팔고 나갈 수 있도록 연기금이 계속 비싸게 사 준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중요한 것은 장기 펀드들이 우리나라의 정치 불안정성이 해소됐다고 보느냐 아니냐입니다. 장기 펀드들은 지금 당장의 코스피 지수보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안정될 것인지, 트럼프 2.0 시대에 미국을 상대로 로비력을 갖고 주력 산업을 지킬 수 있는지, 근본적인 성장 동력이 남아 있는지를 봅니다. 그리고 그 판단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합니다. 코스피가 자기들이 생각한 것보다 높게 올라 있다면 팔고 나가기는 훨씬 쉬워집니다.
정부는 지금까지 연기금에게 "너희가 의무를 다해 증시와 채권시장을 떠받쳐라"고 계속 말해 왔습니다. 이것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결국 앞으로의 정국 안정과 대한민국의 장기 성장 동력이 훼손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습니다. 당장 일주일 동안 증시를 떠받쳤다고 해서 코스피가 안정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이 정말 안정됐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것이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연기금 동원과 경제 관료의 압박이 계속될 수는 없고, 경제 관료의 생각도 이제는 바뀔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까지 경제 관료들은 끊임없이 연기금을 압박해 왔습니다. 한국경제TV는 "국내증시 엑소더스, 최상목 '연기금 책임 있는 역할을'"이라는 기사를 냈습니다. 부총리가 연기금에게 역할을 하라고 계속 주문한 것입니다. 시장이 망가지면 연기금 탓이라며 책임을 떠넘긴 셈입니다. 최 부총리는 무제한 유동성 등 금융 외의 시장 안정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연기금으로 계속 시장을 떠받칠 수 있는지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경제 관료들이 앞으로도 그렇게 증시를 떠받칠 의지를 갖고 있느냐. 둘째, 연기금에 증시 개입 자금이 아직 남아 있느냐.
첫 번째 문제에 대해 저는 경제 관료들의 생각이 이번 주부터 크게 바뀔 것이라고 봅니다. 최근 주간조선 오보 사태가 있었습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부결됐다며 "전국 시계 제로" 기사를 냈다가 엄청난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주간조선은 탄핵 부결 기사와 가결 기사를 둘 다 써 놓고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주간조선 정도면 국내에서 정보력이 매우 높은 언론입니다. 저도 KBS 기자 생활을 오래 했지만, 조선일보 계열이 가진 정보력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어떻게 정보를 얻는지 모르겠지만, 정부 쪽 기사는 조선일보나 주간조선이 먼저 입수해 먼저 보도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그런 주간조선이 양쪽 기사를 다 써 놓았다는 것은 탄핵 부결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는 뜻입니다. 제가 후배들과 통화해 보니 다른 언론들은 대부분 탄핵 부결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주간조선만 양쪽 기사를 준비했다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YTN은 "탄핵 찬반 일어나서 직접 말해라, 색출 나선 국민의힘"이라는 기사를 냈습니다. 표결에 앞서 국민의힘 의총에서 당론을 정할 때 거수로 표결이 이루어졌다는 내용입니다. 무기명이 원칙인 탄핵 표결의 당론을 거수로 정해 사실상 찬성파를 압박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정보를 입수한 주간조선이 탄핵안 부결을 예상했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그렇다면 경제 관료들도 탄핵안이 부결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주가가 계속 올라야 탄핵 부결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니까요. 주가가 급락하고 경제가 나빠지면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현 정권이 임명한 경제 관료들이 사력을 다해 증시를 떠받치려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회 탄핵 표결 때까지는 주가가 오르고 증시가 안정되는 편이 훨씬 유리했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판결까지는 상황이 다릅니다. 금융시장이 마구 흔들리고 난리가 나면 어느 쪽이 유리한지 헷갈릴 수 있습니다. 경제 관료들이 99%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실 것이라고도 믿습니다. 문제는 무의식 속에 남아 있는 심리 요인입니다. 지금까지는 탄핵안이 부결되어 본인들의 임기가 연장되고, 책임을 묻는 시기와 국무회의 참여 논란이 최대한 뒤로 밀리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 판결까지는 주가가 오르든 떨어지든 본인들의 임기나 이득과 크게 연관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경제 관료가 양심적이고 국가에 충성한다고 믿고 싶지만, 무의식 속에서는 앞으로 증시를 방어할 심리적 유인이 거의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연기금의 온갖 압박을 동원해 불안정한 정국 속에서도 주가를 끊임없이 끌어올렸지만, 앞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만큼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주가가 급락하면 경제 관료의 양심과 책임 의식 때문에 방어는 하겠지만, 끌어올리는 식의 증시 부양책은 앞으로 쓰기 어려울 것입니다.
두 번째 문제도 있습니다. 연기금의 개입 여력이 소진됐다는 것입니다. 연기금은 "2024년에 국내 주식에 몇 %, 미국 주식에 몇 %" 하는 식으로 자금 운용 목표를 정해 놓고 움직입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날은 12월 3일입니다. 이 날짜를 기준으로 보면 연기금이 국내 주식에 투자하려고 남겨 놓았던 자금은 전체 목표 자금의 12분의 1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비상계엄이 1월에 있었다면 연기금이 앞으로 국내 증시에 쏟아부을 수 있는 돈이 12개월 치나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12월 3일이라서 연기금이 추가로 증시 부양에 쏟을 수 있는 돈의 한계가 분명합니다. 지금 연기금은 이미 과도하게 우리 주식을 사 둔 상태일 것입니다. 연말까지 코스피를 계속 떠받치려면 목표보다 훨씬 많이 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연간 목표치와의 괴리가 커지고 나중에 책임을 묻게 됩니다. 그래서 연기금이 올해 연말까지 증시 방어를 계속할 수 있을지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연기금의 자금 운용은 정치나 경제 관료의 압박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됩니다. 연기금은 자기 원칙대로 투자하는 것이 맞습니다. 만약 연기금이 손실을 보더라도 경제 관료가 대신 책임져 주지 않습니다. 결국 책임은 연기금을 운용한 사람들이 집니다. 지금 연기금을 운용하는 사람들은 속이 바짝바짝 탈 것입니다. 정치권과 경제 관료가 국내 주식을 사라고 압박하는데, 자금 운용 계획과 달라지면 나중에 책임은 자기들에게 돌아옵니다. 저는 연기금을 운용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불쌍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상계엄 이후 시작된, 연기금을 압박해 주식을 강제로 사게 한 반시장적인 정책들은 이제 더 이상 효과를 낼 수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코스피가 장기적으로 오를 방법은 없을까요? 아닙니다. 방법은 있습니다. 경제 관료들이 진짜 국가를 생각한다면 합심해서 트럼프 관세와 트럼프의 여러 정책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고, 한국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지금 경제 관료들의 의무입니다. 금융시장을 연기금 동원으로 막는 방식으로 도대체 언제까지 버틸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경제부처 장차관과 국실장들에게 부탁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5개월 뒤 탄핵 심판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릅니다. 그래도 5, 6개월 뒤에 국민 앞에 떳떳할 수 있을 만큼 대(對) 트럼프 전략을 세워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철저히 지켜 나가야 합니다. 지금 당장의 금융시장 부양책으로는 5개월 뒤의 대한민국이 안전하지 않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주력 산업은 거의 대부분 위기 상태입니다. 반도체, 배터리, 석유화학, 철강 모두 위기의 초입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나마 좋았던 자동차와 조선도 내년 전망이 좋지 않습니다. 조선은 수주 잔고만 많을 뿐이고, 새로 수주하는 물량은 전부 중국이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의 전 산업이 위기에 빠질 수 있습니다. 경제 관료들이 탄핵 심판이 어떻게 될지 두고 보자며 여유 있게 5개월을 보낸다면, 대한민국의 5개월 뒤 미래는 없습니다.
경제부처 장차관과 국실장 여러분, 지금은 짐을 싸거나 눈치를 볼 때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나라를 지켜 주셔야 합니다. 당장 눈앞의 증시 부양책에 쓸 여력을, 앞으로 남은 5, 6개월 동안 대한민국의 산업을 지키는 데 써 주신다면 대한민국 산업은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민간 부문은 정말 강력합니다. 정부가 조금만 정신을 차려 준다면 우리 기업들은 얼마든지 다시 뛸 준비가 돼 있습니다. 5, 6개월 뒤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국민 앞에 떳떳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제 '지식한방'을 마칠 시간이 됐습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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