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종훈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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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비트코인 컨퍼런스 발언(규제 철폐, 전략적 비축)에도 시장이 시큰둥했음. 미 정부가 압수한 BTC 약 21만 개가 매도 리스크로 작용하며, 트럼프가 이를 팔지 않겠다고 했으나 '준비자산'이라는 표현을 피해 실망을 줬음. 해리스 측 발언에 단기 반응했으나 반짝 효과에 그침. 비트코인은 ETF 등장 이후 유동성 영향을 받는 레거시 자산 쪽으로 변하며 변동성은 줄고 안정성은 높아질 가능성이 언급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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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판에 때 아닌 비트코인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먼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트코인 시장에 대해 아주 강한 애정을 표했고,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쪽에서도 "나도 비트코인을 그렇게 싫어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나오면서 지금 때 아닌 비트코인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건, 트럼프가 비트코인에 강하게 애정을 표했는데도 시장이 아주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는 겁니다. 아주 잠깐 비트코인 시장이 오르기는 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효과였고, 규제 완화 발언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여전히 차가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대체 비트코인 시장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달러나 금, 비트코인 시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지난 27일에 아주 특이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마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선진국 중에서도 처음 있는 일일 겁니다. 유력한 대선 후보가 비트코인 컨퍼런스에 처음으로 참가했기 때문입니다. 이것 자체가 굉장히 큰 뉴스였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컨퍼런스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를 완전히 철폐하고, 앞으로 비트코인을 미국이 전략적으로 비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답게 발언 수위가 굉장히 높았습니다. 미국이 가상자산의 수도이자 비트코인의 슈퍼파워가 되게 하겠다고 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이 나서지 않으면 중국이 비트코인을 장악할 것이라며 반중 정서까지 들고 나왔습니다.
또한 가상자산이 미래를 결정짓는다면 미국이 채굴해야 한다고 말했고, 미국 내 비트코인 채굴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혔습니다. 미국 내 비트코인은 환경 문제로 그동안 큰 논란거리였습니다. 이것이 과연 옳은 일이냐는 비판이 많았고, 채굴에 30% 이상의 가산세를 물려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채굴을 적극 지원한다는 것은 가산세를 물리기는커녕 정부가 지원군이 되어 주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의 발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정부가 비축해 둔 비트코인을 팔지 않겠다"고 하면서 동시에 "앞으로 전략적 비축을 하겠다"고 한 대목입니다. 이 부분을 먼저 짚어보겠습니다.
미국 정부가 이미 비트코인을 비축해 두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셨던 분들도 계실 텐데요.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사들인 것은 아닙니다. 범죄자들로부터 압수한 비트코인이 무려 21만 개나 있습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계산하면 약 20조 원 가량으로, 물량 자체가 굉장히 큰 편입니다.
이 발언이 중요한 이유는, 미국 정부가 가진 21만 개의 비트코인을 시장에 지속적으로 내다 팔면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올해 2분기에 독일 정부가 범죄 수익으로 압수했던 5만 개의 비트코인을 시장에 내다 팔았는데, 그때 비트코인 가격이 내려갔던 적이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21만 개를 시장에 내다 팔았다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다만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를 판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미국에도 비트코인 투자자가 많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팔았다가 가격이 폭락하면 유권자를 잃을 수 있어서 원래도 팔 수 없는 자산이었습니다. 트럼프는 여기에 못을 박은 셈입니다. 대통령이 되면 21만 개를 아예 팔지 않고 전체를 전략적으로 비축하겠다고 말해 시장을 안심시킨 것입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 가격은 어떻게 됐을까요? 유력 대선 후보가 이런 강한 지지 전략을 썼다면 당연히 가격이 올랐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컨퍼런스에서 발언하기 직전까지는 가격이 올랐지만, 발언을 하는 동안 가격은 떨어졌습니다. 시장 참가자들이 기대했던 만큼 강한 발언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실망한 세력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비트코인을 100% 팔지 않겠다, 전략적으로 비축하겠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다시 반등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카말라 해리스가 대선 직전에 팔겠는가?"라는 의문이 들었고, 이 발언도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떨어졌습니다. 그 후 비트코인 가격이 트럼프 때보다도 더 많이 오른 적이 있었는데, 카말라 해리스가 비트코인을 잘 대우해 주려 한다는 기사가 참모진의 입을 통해 나왔기 때문입니다. 트럼프가 컨퍼런스에 참여했을 때보다 더 많이 오른 것이라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설하기 직전 69,000달러까지 갔다가 다시 하락세를 보였고, 이 방송을 녹화할 때는 66,000달러 대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 시장은 왜 트럼프의 연설보다 오히려 카말라 해리스의 자문위원들의 말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을까요? 이유가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설 전에도 계속해서 비트코인에 애정을 표시해 왔기 때문에, 시장은 "트럼프가 이런 말을 하는 건 당연하다"고 받아들였습니다. 반면 해리스는 반(反) 비트코인 시각이 많았는데, 자문위원들의 입을 통해 암호화폐 산업에 다가갔다는 기사가 나오자 시장은 "해리스가 갑자기 입장을 바꿨네"라며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더 크게 반응한 것입니다.
다만 이마저도 반짝 효과로 끝났고, 지금 비트코인 가격은 더 떨어진 상태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는 정치권이 비트코인에 주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의 발언을 보면 비트코인에 대한 애정이 뚜렷이 드러나는데도, 발언 후 오히려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진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시장이 기대했던 것은 트럼프가 늘 하던 비트코인에 대한 사랑 표현이 아니라,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으로 만들겠다는 선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트럼프의 발언은 너무나 애매했습니다. 준비자산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미국 정부가 압수한 비트코인을 팔지 않는 것이 국가의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물량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표현은 정말 애매합니다. 비축 물량이 '핵심'이 된다는 것은 이미 있는 물량을 지키겠다는 뜻이지, 더 사들이겠다는 뜻은 아닐 수 있습니다. 시장은 "이 이상으로 비트코인 물량을 늘리지는 않겠구나"라고 받아들였고, 그래서 차갑게 반응한 것입니다.
준비자산이 되느냐 아니냐가 정말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준비자산이란 중앙은행이 국제수지 불균형을 바로잡거나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비축하는 대외 자산을 뜻합니다. 기축통화인 달러, 금, 특별인출권(SDR) 같은 것이 대표적인 준비자산입니다. 예를 들어 경제 위기가 오거나 금융시장이 불안해져 돈을 갚아야 할 때, 달러나 SDR로 갚는 것은 일상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비트코인으로 갚겠다고 하면 지금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준비자산이 되면, 금이나 달러처럼 경제 위기가 왔을 때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뜻입니다. 각국 중앙은행이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으로 보유하게 되면 비트코인의 가치는 앞으로 천정부지로 오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준비자산으로 삼느냐 아니냐는 비트코인의 미래를 송두리째 바꿀 만큼 중요한 발언입니다. 트럼프는 이 표현을 피해 갔기 때문에 시장은 "기대했던 게 없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시장이 이번 트럼프 발언에 실망했을지 모르지만, 트럼프가 비트코인 컨퍼런스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발언했다는 점, 그 뒤 해리스 부통령도 나서서 바이든과 차별화를 시도했다는 점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바이든의 비트코인 규제와 자신은 다르다는 것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해리스는 선거 전까지 결코 비트코인 투자자들을 실망시키는 말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 적극적인 정치인도 많습니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대통령이 되면 정부 차원에서 하루 550개의 비트코인을 사겠다고 말했는데, 이를 돈으로 계산하면 1년에 약 200조 원입니다. 너무 과한 발언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차기 유력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사람 중에서도 데이빗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부티지지 전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등 비트코인을 적극 지지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어, 미국 정치권의 비트코인에 대한 태도는 분명히 달라진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은 표 계산 때문에 지지 발언을 하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뒤에도 비트코인을 모른 척할 것이냐 하면,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왜 그럴까요? 지금 중국이나 친중 국가들은 금을 사느라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중앙은행만 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계속 금을 사 모으고 있습니다. 그런데 금의 가치가 계속 올라가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나라가 바로 미국입니다. 따라서 비트코인이 금을 견제하는 동안에는 굳이 비트코인을 강하게 견제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만약 비트코인이 정말로 금을 대체해서 나중에는 달러를 위협하는 현상까지 나타난다면, 그때는 미국이 국가의 운명을 걸고 비트코인을 규제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지금 당장 올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최근 비트코인에서 아주 특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원래 비트코인은 탈중앙화와 제도권에 대한 반발을 통해 세를 불려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기존 경제학의 틀로는 비트코인을 분석하고 가격을 전망하기가 너무 어려웠고, 비트코인은 경제학자들에게 특히 분석하기 어려운 대상이었습니다. 그런데 비트코인 ETF가 등장하고, 블랙록 같은 자산운용사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비트코인은 다른 자산들처럼 유동성의 영향을 크게 받기 시작했습니다. 돈을 마구 찍어내서 자금이 풍부하게 풀리면 비트코인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시중의 돈을 회수하면 가격이 하락하는 전통적인 자산, 즉 레거시 자산과 비슷한 모습으로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만약 레거시 자산으로 바뀌어 갈수록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지금까지 비트코인이 보여 왔던 극심한 변동성, 즉 몇십 배씩 오르고 하루아침에 몇 분의 1 토막이 나던 급격한 변동성은 조금씩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대신 비트코인의 안정성은 높아질 것입니다.
결국 비트코인은 예전처럼 탈중앙화와 제도권으로부터의 독립을 통해 옛날과 같은 활력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어 더 안정적인 자산으로 바뀌어 갈 것인가, 그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보입니다.
이제 박종훈의 지식한방을 마칠 시간이 됐습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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