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종훈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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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집값은 명목 7배 상승했지만 달러 환산 시 크게 하락. 에르도안의 금리 인하 압박과 통화량 급증(M2 약 20배)이 리라 가치 폭락과 물가 급등을 낳았음. 달러 자산이 더 유리했으며, 한국도 원화 약세로 달러 환산 전국 집값이 약 15% 하락한 것으로 제시. 튀르키예의 외국인 매수 후 이탈, 출산율 급락 등 경제 위기 우려를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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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집값이 일곱 배나 오른 나라가 있습니다. 전국 평균 집값이 일곱 배 올랐고, 수도인 앙카라는 12배 넘게 올랐습니다. 10년 동안 12배가 올랐다는 말을 들으면 "그 집을 샀어야 했는데" 하고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 나라에 집을 사 두었다면, 지금쯤 원금이 4분의 1 토막으로 줄어들었을 겁니다. 이 나라의 부동산 가격 변화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보여주는 면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이 나라에서 부동산 투자가 맞았는지, 아니면 달러나 금을 사는 게 옳았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한국에서의 투자 방향도 짚어 보겠습니다.
튀르키예 얘기입니다. 전국 집값이 일곱 배 올랐고 수도는 12배가 올랐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집값이 아니라 화폐입니다. 2015년에는 1달러에 2.1리라였는데, 지금은 1달러에 40리라입니다. 리라 가치가 20분의 1토막 난 겁니다. 튀르키예 사람들이 달러를 갖고 있었다면 훨씬 더 부자가 됐을 겁니다. 갑자기 돈의 가치는 토막 나고 집값은 일곱 배가 오른 이 극심한 변화의 근본 원인은 돈의 홍수입니다.
10년 전 튀르키예의 통화량 M2는 1조 1천억 리라 정도였는데, 10년 만에 약 20배 가까이 늘어나 20조 6천억 리라가 됐습니다. 돈의 양이 20배가 되니 리라 가치가 그만큼 떨어진 것은 당연합니다. 집값이 일곱 배 오른 이유도 같습니다. 튀르키예의 주택은 약 3천만 가구인데, 한 해 공급되는 주택은 많아야 1~2% 정도입니다. 반면 돈은 20배가 늘었습니다. 아무리 집을 공급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결국 집값을 좌우하는 것은 공급량이 아니라 통화량입니다.
그러면 왜 이렇게 무식할 정도로 돈을 풀었을까요? 에르도안 대통령이 2023년 5월 14일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자 금리를 대폭 낮추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중앙은행을 압박해 2019년 19%였던 기준금리를 2022년 10월까지 10.5%로 낮췄습니다. 돈을 엄청나게 풀면 자산 가격은 6개월 안에 급등하고, 그 효과로 경기도 어느 정도 좋아집니다. 대선을 앞두고 집값이 오르고 경기도 회복되니 에르도안 대통령은 선거에서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대가는 늦게 찾아왔습니다. 대선 직후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85%에 이르렀습니다. 물가가 거의 두 배 가까이 오르는 상황이었고, 리라 가치는 토막 나며 경제는 망가졌습니다. 그럼에도 대선에서는 승리했습니다.
튀르키예의 중앙은행 총재들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튀르키예는 민주주의 수준이 우리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반발하면 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에르도안은 금리를 내리라고 중앙은행 총재들을 압박했지만, 이들은 끝까지 거부했습니다. 그 결과 2019년 체틴 카야 총재를 해임했고, 2021년에도 아그발 총재가 끝까지 저항하자 해임했습니다. 말을 듣지 않자 사위인 알바이라크 재무장관까지 2020년 11월에 물러났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자발적 사임이라고 하지만, 서방에서는 사실상 해임으로 봅니다. 이렇게 말 잘 듣는 충신들로 중앙은행 총재를 계속 갈아치운 뒤, 돈을 끝없이 찍어냈습니다.
집값이 일곱 배 오르고 통화 가치가 토막 났다는 것은, 달러로 환산한 튀르키예 집값이 60% 떨어졌다는 뜻입니다. 튀르키예에 집을 샀다면 원금을 엄청나게 까먹었을 겁니다. 반면 달러 예금을 해 두었다면 환차익만 20배였습니다. 집을 사도 12배, 달러를 사면 20배, 달러가 정답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이 달러 투자를 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튀르키예 은행의 달러 금리는 1%, 심지어 0.5%도 있었습니다. 미국채 금리가 4%인데 1%라는 것은, 정부가 달러 예금을 막으려고 금리를 눌렀다고 사람들이 의심할 만합니다. 게다가 환전 수수료가 높고, 암달러 시장에서 환전해 은행에 입금하면 자금 추적을 받을 수 있어 환전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결국 달러 투자를 많이 해서 큰돈을 번 쪽은 환율 우대를 받는 부유층이었습니다.
지금 튀르키예의 집값 흐름을 우리 서울 집값이 따라가고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우리 집값도 많이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달러로 환산하면 그렇게 많이 오른 것이 아닙니다. 제가 책을 쓰면서 계산한 통계이니, 최근 6월의 집값 상승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8년 1월부터 우리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생각하시죠. 그런데 전국 집값은 7%밖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부산이나 대구 등에서 집값이 떨어져 전국 평균을 끌어내렸기 때문입니다. 강남 집값은 4월까지 기준으로 22%가 올랐습니다. 그런데 달러로 환산하면 어떨까요? 2018년 1월에는 1달러가 1,060원이었고, 2025년 5월에는 1,360원이 됐습니다. 달러로 환산한 전국 집값은 15% 하락한 셈입니다. 미국에 사는 교포들이 보면 한국 집값이 엄청 싸졌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강남 집값도 달러 기준으로는 4% 하락했습니다. 물론 2025년 5월과 6월에 강남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지금은 보합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도 달러로 보면 우리 집값이 묘합니다. 튀르키예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원화 가치의 급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강남 집값 22%보다 훨씬 많이 올랐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이는 부동산원 통계입니다. 다만 강남에서도 대단지 아파트만 올랐고, 단지 규모가 작은 곳이나 재건축이 안 되는 구축 아파트는 거의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평균이 22%로 나온 것입니다.
다시 튀르키예로 돌아가겠습니다. 돈을 계속 뿌린 결과 튀르키예는 살인적인 물가로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물가는 무려 12배가 올랐습니다. 1인당 GDP는 약 13,000달러로, 한국의 36,000달러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입니다. 빈부 격차도 심해서 평균 월급이 약 60만 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집값이 너무 올라 월세가 평균 70만 원, 네 식구 식료품비가 80만 원입니다. 살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빈곤층도 급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절대적 빈곤층 비율이 2015년 1.6%에서 2024년 13.6%로 여덟 배가 뛰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설문에서 일주일 정도 휴가를 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 57.5%가 못 간다고 답했고, 육류를 소비하지 못하겠다는 응답도 39.3%였습니다. 튀르키예의 공식 인플레율은 최근 40%대로 떨어졌다고 하지만, 튀르키예 경제학자들은 실제로는 여전히 80% 가까이 오르고 있다고 말합니다. 어느 쪽이든 살인적인 물가입니다.
여기서 특이한 현상이 있습니다. 리라 가치가 토막 나자 튀르키예 사람들에게는 집값이 비싸 보이지만, 외국인에게는 말 그대로 반값 세일이었습니다. 외국인 주택 소유자 비중은 2016년 1.4%, 1만 8천 채에서 2022년 4.5~5%, 6만 7천 채로 세 배가 늘었습니다. 헐값이니 외국인들이 마구 사들인 겁니다. 그래서 집값 상승의 주범이자 가장 돈을 많이 번 쪽이 외국인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2024년에는 외국인 비중이 다시 1.6%로 떨어졌습니다. 이익을 본 외국인들이 빠져나간 것입니다.
외국인이 빠져나간 뒤 2025년부터 튀르키예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고, 실질 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돈을 더 찍지 않으면 집값이 떨어질 것이고, 집값까지 떨어지면 경제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집값을 폭등시켰던 잘못된 정책이 이제 튀르키예 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요소로 바뀌고 있습니다.
튀르키예는 무슬림 국가인데도 저출산이 심각합니다. 현지 언론을 보면 2024년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2015년 2.1명이던 출산율이 2024년에는 1.48명으로 떨어졌습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집값이 일곱 배 올랐는데 청년들이 집을 마련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겠습니까? 무슬림 국가 중에서도 튀르키예의 저출산은 끝에서 두 번째입니다. 사우디와 오만은 2.5명, 카타르는 1.8명으로, 다른 무슬림 국가들은 여전히 높은 출산율을 보입니다.
이번 편은 집값이 일곱 배 오른 나라의 최후를 다뤘습니다. 전편에서는 경기는 최악인데 집값만 오르는 이유를 설명드렸습니다. 그런데 집값이 일곱 배나 오른 나라에서조차 달러 투자가 더 유리했습니다. 과연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것인가? 이 부분은 다음 편에서 더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부동산에 올인한 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너무나 뻔합니다. 성장률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부분도 지식 한방에서 세세하게 다루겠습니다. 이상으로 박종훈의 지식 한방을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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