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투자360진행자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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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은 44년 연속 흑자와 다양한 금속 추출 기술을 바탕으로 재무 체력이 탄탄하다고 평가. 미국 정부와 약 11조원 규모 미국 재련소(크로서블 프로젝트) 투자로 전략 파트너 부상 전망. 2029년 가동 예정이며 EBITDA 마진 17~19% 목표. 3월 24일 주총이 경영권·프로젝트 향방의 분기점이며 배당 안건(9,176억원 이익잉여금 전환)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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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은 세계적인 비철금속 제련 기업입니다. 광석에서 쓸모 있는 금속을 뽑아내 산업에 필요한 소재로 만들어 파는 회사인데, 이 업계에서 글로벌 1위입니다. 보통의 제련소들은 광석에서 아연 하나를 주로 추출하지만, 고려아연은 광석 하나에서 열 개 이상의 금속을 뽑아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한국인이 소 한 마리를 잡으면 고기를 먹고, 꼬리로 곰탕을 끓이고, 가죽으로 신발까지 만드는 것처럼 버리는 것이 없는 방식입니다. 제련 산업의 핵심은 같은 원재료에서 얼마나 더 많이 뽑아내고 얼마나 덜 버리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고려아연은 아연을 뽑고 남은 찌꺼기에서 금과 은을 추출하고, 다시 화학 처리를 거쳐 안티모니, 비스무트 같은 전략 광물까지 뽑아냅니다. 남들이 버리는 산업 폐기물이나 부산물에서 반도체와 방산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을 대량으로 회수하는 셈입니다. 금속을 뽑고 남은 잔여물은 시멘트 회사 등에 판매한다고 합니다.
작년 매출 구성도 흥미롭습니다. 은 가격이 급등하면서 4분기 매출 비중 기준으로 은이 37%, 아연이 22%, 금이 20%, 납이 11%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원재료에서 더 다양하고 더 비싼 금속을 뽑아내는 기술력과 생산 규모가 이 회사의 핵심 경쟁력입니다.
고려아연은 올해로 44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1980년대부터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는 뜻으로,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도 꾸준히 이익을 내 왔습니다. 재무 체력이 검증된 회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25년 잠정 실적은 연결 매출액 기준 16조 5천억 원대로, 2023년 대비 약 70% 성장한 추세입니다. 영업이익률은 6%에서 8%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매출의 대부분이 수출에서 발생하므로 환율 상승이 원화 기준 매출을 늘리는 효과가 있지만, 원재료를 수입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이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매출 구조상 환율이 실적을 크게 흔들 가능성은 제한적입니다.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은 같은 제련업에서 출발했지만 실적 차이가 뚜렷합니다. 영풍은 2023년 이후 계속 영업 손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영풍은 제련 부문 매출의 80% 이상이 아연 판매에서 나오기 때문에 아연 가격이 흔들리면 실적이 함께 흔들리는 구조입니다. 반면 고려아연은 다양한 전략 광물을 생산해 작년 귀금속 가격 강세 효과를 크게 누렸습니다. 포트폴리오를 얼마나 일찍, 꾸준히 다변화했느냐가 두 회사의 차이를 만든 셈입니다.
재무상태표를 보면 차입금 비율은 점점 줄고 있고, 현금과 금융자산 같은 유동자산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빚은 줄고 쌓이는 돈은 늘어나는 구조이므로, 재무 상태만 보면 기본 체력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고려아연의 44년 흑자 행진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 가지 성장 동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 **은**: 전 세계 은 생산량의 약 70%가 제련 과정의 부산물입니다. 태양광과 AI 수요로 은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데, 세계 최대 은 생산국인 중국은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고려아연은 사실상 은광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구리**: AI 데이터센터, 전력망, 로봇 등으로 구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새 광산 개발에는 최소 10년 이상이 걸립니다. 고려아연은 부산물에서 구리를 회수하는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희소금속**: 갈륨, 게르마늄, 안티모니 등은 중국이 공급을 독점하고 수출 통제를 반복하면서 전 세계 공급망이 불안한 상황입니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와 함께 약 11조 원을 투자해 미국 현지에 대규모 제련소를 짓기로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고려아연이 미국의 핵심 공급망에 편입되는 사건입니다. 동맹의 전략 자산, 전략 기업으로 평가받게 된 것입니다.
미국이 고려아연을 택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미국은 광물 자원은 일부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금속으로 제련할 능력이 부족합니다. 1970년대 이후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제련 산업의 대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갔기 때문입니다. 이 기반을 다시 만들려면 10년 이상 걸린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고려아연 수준의 제련 기술과 운영 경험을 가진 회사는 글로벌에서도 많지 않고, 미국 내에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합니다. 게다가 고려아연은 미국의 동맹국 기업이라 중국 의존도를 낮추면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만들 수 있는 파트너입니다.
투자 구조를 보면, 11조 원(약 74억 달러) 가운데 90% 이상은 미국 정부와 전략적 투자자가 담당합니다. 고려아연의 직접 투자액은 약 6.8억 달러(약 1조 원)입니다. 미국 정부와 금융기관은 약 47억 달러를 대출하고, 보조금도 약 2억 달러 지원합니다. 공장을 실제로 짓고 운영하는 법인은 고려아연이 100% 소유하는 자회사 크로서블 메탈지이며, 운영권과 기술 주도권은 고려아연이 가져갑니다.
이 프로젝트로 고려아연은 단순한 실적 좋은 제련 회사를 넘어 핵심 광물 제련을 기반으로 한 방산·전략주로 재평가받을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제련소는 2029년 가동 예정이므로 당장의 재무제표로는 확인이 어렵습니다.
- **2026~2027년**: 공장 건설 준비로 설비투자(CAPEX)가 크게 늘면서 잉여현금흐름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는 사업 악화가 아니라 투자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 **2029년 이후**: 크로서블 메탈지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연결 재무에 반영되기 시작합니다. 회사는 이 프로젝트의 EBITDA 마진률을 17~19%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으므로, 실제 가동 이후 이 목표에 얼마나 가까워지는지를 보면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향방은 3월 24일 주주총회에 달려 있습니다. 고려아연 현 경영진과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이 이사회 구성을 두고 정면으로 맞붙고 있으며, 분쟁의 불씨는 중국 자본 논란으로 옮겨 붙었습니다. MBK 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인수를 위해 조성한 펀드에 중국 국부펀드 CIC의 자금 일부가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정치권과 학계에서 기술 안보 리스크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MBK 측은 CIC 출자 비중이 5%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글로벌 기관투자자 자금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영풍·MBK 측은 이사 선임, 집행임원 제도 도입, 주주 충실의무 명문화 등 지배구조 개편 안건을 제안했습니다. 즉 회사의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입니다. 이번 주총은 단순한 배당이나 일반 의안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회사를 운영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자리입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권이 적대적 M&A로 흔들린다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배당 안건도 주목할 만합니다. 영풍·MBK 측은 이미 3,924억 원을 미처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자는 주주제안을 냈었는데, 고려아연은 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9,176억 원을 안건으로 올렸습니다. 이익잉여금 전환은 회사에 쌓아 둔 돈을 배당에 쓸 수 있도록 풀어주는 절차로,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배당 여력이 더 커지는 고려아연 안건이 더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이 안건에 대해서는 양측이 사실상 합의한 셈이라 보통결의 요건만 충족하면 실행될 전망입니다.
양측의 대립이 워낙 첨예해 결과를 단언할 수는 없지만, 변동성의 방향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현 경영진이 방어에 성공하고 크로서블 프로젝트의 일정과 수익성이 어느 정도 확보된다면,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주가가 안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결과가 애매하거나 영풍·MBK 측이 이긴다면 방향도 변동폭도 예측하기 어려운 변동성 장세가 될 수 있습니다. 경영 방향과 프로젝트 추진 여부가 동시에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44년 동안 쌓인 실적은 고려아연의 기초 체력을 보여주고, 크로서블 프로젝트는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줍니다. 3월 24일 주주총회는 이 회사가 지금까지 다져온 체력을 바탕으로 미래를 실제로 밀고 나갈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첫 번째 분기점이 될 수 있습니다. 투자자라면 이번 주총의 결과를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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