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종훈 · 한국인
요약 보기
결론: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향후 인플레이션은 상시 변수가 되며, 과거 30년 같은 디플레 시대는 끝나고 인플레 국면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생산연령인구(15~64세) 비중 감소가 인플레를 자극한다는 찰스 부흐트(Charles Goodhart 계열 주장으로 소개) 논리를 소개. 한국은 2017년을 정점으로 생산연령인구 비중이 줄기 시작, 중국도 2017년부터 감소. 반론 검토: 로봇·AI 자동화 가능성은 제조업 비중이 낮은 선진국에서 효과가 제한적이고, 고령층 돌봄 등 대면 서비스 수요는 자동화가 어려워 당분간 노동 공급 부족과 임금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고 봄. 자율주행도 사고 책임·보험 등 제도 문제로 대체가 늦어진다고 평가. 일본 디플레 사례 재해석: 일본은 부동산·주가 폭락(도쿄 주가 약 1/4 토막 등)이라는 특수한 버블 붕괴가 있었고, 1995년 이후 중국이 세계 경제에 편입되어 막대한 저임금 노동 공급이 있었기에 인건비 상승이 억제됐다고 설명. 유럽은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은 2017년부터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해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 인도·동남아·아프리카가 중국의 역할(저임금 공급과 세계 물가 하락 요인)을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평가. 인도는 중국식 제조 생태계와 창업환경이 부족하고, 동남아는 국가가 분산돼 단일 경제권이 아니라고 봄. 향후에는 경기침체 시 과거처럼 돈을 무제한으로 풀기 어려우며, 연준은 경기 부양과 물가 안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인다고 봄. 인플레이션 향방은 연준 결정에 크게 좌우될 것이며, 과거 30년이 특수했고 앞으로는 과거 인류가 겪은 구조로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전망. 특정 종목·자산의 가격 목표나 매매 추천은 없음.
다듬은 글
안녕하세요, 박종훈 플러스입니다. 이번에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임금 문제를 다뤄볼까 합니다. 이 내용은 찰스 스미스(?) 교수의 책을 기반으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영국의 유명한 경제학 교수인데, 이분이 조금 충격적인 주장을 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조금 짚어 보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세계적으로 착각을 하고 있는데, 고령화가 되면 디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일본 사례를 보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고령화는 이제 아주 심각한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 이유를 간단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생산 연령 인구, 즉 15세에서 64세까지 인구가 보통 생산 활동을 가장 많이 하죠. 그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 어떻게 될까요? 물가가 오른다는 겁니다. 왜 그런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생산 연령 인구 비중이 2017년에 정점을 찍었고, 앞으로 50% 아래로 떨어질 겁니다. 가장 활발하게 생산하는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 줄어든다는 것이죠.
이런 가정을 해 보겠습니다. 전체 4명으로 이루어진 경제가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한 경제에서는 4명 중 3명이 공장이나 서비스업에서 일해 물건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4명 모두가 그것을 소비합니다. 또 다른 경제에서는 4명 중 2명만 일하고 4명이 소비합니다. 어느 쪽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까요?
당연히 2명만 일하는 경제입니다. 노동력을 공급하는 사람은 적은데 물건을 사려는 사람은 많으니,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고령화 사회로 들어서면 과거처럼 경기가 나빠지면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정책을 쓰기가 어려워집니다. 과거에는 돈을 아무리 풀어도 물가가 별로 자극되지 않아서 주가가 오르는 것을 경험했지만, 앞으로는 돈을 무한정 풀면 인플레이션이 크게 자극될 수 있다는 것이죠.
여기까지 들으면 그럴듯하게 느껴지지만, 당장 떠오르는 반론이 세 가지 있을 겁니다.
첫째, 인공지능과 로보틱스가 등장하면 노동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냐는 생각입니다. 둘째, 고령화가 가장 먼저 온 나라가 일본인데, 일본은 디플레이션이었다는 점입니다. 셋째, 노동력 공급은 중국뿐 아니라 인도나 동남아시아에서 충분히 가져올 수 있지 않냐는 생각입니다.
이 교수는 이 세 가지에 대해서도 책에서 반론을 달았습니다.
**첫째, 로보틱스와 자동화에 대한 반론**
이 교수는 자동화에 대해 비관적입니다. 공장 자동화는 제조업 중심인데, 선진국은 이미 제조업 비중이 굉장히 작습니다. 미국의 경우 제조업 종사자가 10.3% 정도에 불과하죠. 서비스업은 자동화가 쉽지 않습니다. 선진국일수록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에 대한 수요가 많은데, 서비스업은 인간의 온기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치매 노인 돌봄입니다. 고령화가 되면 치매 노인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고, 이들을 돌보는 일은 선진국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 됩니다. 여기에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게 될 겁니다. 노인들이 더 쾌적하고 따뜻한 온기를 느끼는 삶을 살기 위해서도 서비스업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이런 인간적인 서비스를 AI나 로봇이 완벽하게 대체하는 일은 가까운 시일 안에 일어나기 어렵다고 보는 겁니다.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자율주행만 해도 금방 될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대체되겠지만, 기술 문제만이 아니라 사고 책임 소재, 보험 같은 사회적·경제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하거든요. 사람이 교통사고를 내면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지만,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내면 기업의 문제로 큰 논란이 될 겁니다. 결국 노동력 절감이 당장 일어나지 않는 한,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고령화에 따른 인건비 상승은 막기 어렵습니다. 고령 인구는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미국은 알츠하이머 문제가 우리보다 훨씬 심각하고, 환자 한 명을 돌보는 데 다른 서비스업보다 훨씬 많은 노동이 필요합니다.
수요 규모로도 보여 드릴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제조업 소비는 약 5조 달러에 불과한데, 서비스업 소비는 그보다 훨씬 큽니다. 선진국일수록 서비스업 소비는 더 늘어나죠. 이를 AI가 완벽하게 대체하기 전까지는, 고령 인구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 수요를 노동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한동안 임금 상승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자동화 속도보다 고령화 속도가 훨씬 빠른 것이 지금의 문제라는 것이죠.
**둘째, 일본 사례에 대한 반론**
많은 분들이 일본을 예로 들며 고령화에도 인플레이션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저도 책을 읽기 전에는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때마다 일본 사례가 반론으로 나와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교수는 일본 사례를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첫째, 일본은 자산 가격 폭락과 함께 불황이 시작되었습니다. 부동산 버블이 붕괴될 때 도쿄 23구 부동산 가격이 4분의 1 토막이 났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10억 원짜리 아파트가 2억 원대로 떨어진 수준입니다. 주가도 4분의 1 토막이 났습니다. 그래서 디플레이션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죠.
둘째,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 연령 인구가 줄기 시작한 1995년 무렵에 중국이 세계 경제권에 편입되었다는 점입니다. 일본 기업들이 중국에 엄청난 투자를 했습니다. 중국은 엄청난 숫자의 농촌 인력이 도시로 이동하면서 무한대에 가까운 노동력 공급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본 자본이 중국에 대거 들어가도 인건비가 오르지 않은 채 생산이 가능했습니다. 일본 내에서 인구가 줄어든 효과보다 중국의 노동력 공급 효과가 훨씬 컸던 것이죠. 그래서 일본은 고령화를 맞고도 특이하게 디플레이션이 계속되었다는 것입니다.
셋째,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유럽 국가들이 모두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습니다. 일본보다 10~15년 정도 늦게 시작됐지만, 2010년 무렵에는 거의 모든 유럽 국가의 생산 연령 인구가 줄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고령화되고 있는 것이죠.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의 생산 연령 인구가 줄기 시작한 것이 2017년이라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도 2017년부터 줄었습니다. 중국은 한 자녀 정책 때문에 시기가 이렇게 된 것입니다.
결국 세계 경제에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나라들, 즉 미국, 중국, 한국 같은 나라들이 2017년 무렵을 기점으로 생산 연령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교수는 앞으로 인플레이션을 상시 변수로 봐야 한다고 걱정하는 것입니다. 물론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온다는 뜻은 아닙니다. 경기 침체가 오거나 경기가 나빠졌을 때 예전처럼 돈을 마음껏 풀 수 있는 경제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지금까지는 경기가 좋아지기를 바라고, 성장률이 좋으면 돈을 더 풀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인플레이션 걱정이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과거 30여 년 동안 우리 인류가 겪었던 디플레이션 국면이 끝나고 인플레이션 국면으로 넘어가면, 돈을 푸는 것이 정말 쉽지 않습니다.
**셋째, 인도·동남아시아·아프리카의 역할에 대한 반론**
인도나 동남아시아, 아프리카가 중국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요? 인도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노동력이 공급되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는 중국이 가진 제조 인프라와 창업 환경이 중국만큼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중국의 역할을 인도가 대신하기는 상당히 힘들다고 봅니다.
동남아시아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 규모 자체가 중국과 굉장히 차이가 나고, 여러 나라로 국경이 나뉘어 있습니다. 마치 유럽연합이 여러 나라로 쪼개져 있어서 미국에 비해 힘을 쓰기 어려운 것과 비슷합니다. 인구 규모도 중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인프라 역시 중국처럼 한 나라처럼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향후 30년 동안 인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가 지난 30년간 중국이 해 온 세계의 공장 역할, 그리고 전 세계 물가를 함께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 이 교수의 해석입니다.
앞으로는 인플레이션을 항상 걱정해야 하는 세상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인플레이션이 무조건 온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금은 정책 결정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입니다. 연준의 결정과 파월 의장의 행보에 따라 앞으로 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 향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과거처럼 인플레이션 걱정 없이 돈을 마음껏 풀 수 없다는 점입니다. 1970년대 폴 볼커 시절에 겪었던 것처럼, 경기를 살릴 것이냐 물가를 잡을 것이냐 사이에서 고민해야 합니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는 어렵고, 한쪽을 더 우선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경기가 나빠질 때 연준이 거의 신의 손처럼 경기를 떠받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지만, 과거 30년은 특별했던 시기였습니다. 새로운 30년은 우리 인류가 과거에 겪었던 모습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부탁드리며, 다음 시간에 인플레이션 이야기를 계속 이어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