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조규원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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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지정학 이슈는 단기적으로 금 가격에 영향을 주지만 장기 사이클의 핵심은 실질금리와 생산량이다. 달러 신뢰 약화로 자금이 금·비트코인으로 이동하는 패러다임 변화가 진행 중이며, 유가 급등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단기 금 하락을 낳지만 장기로는 금 상승 요인이다. 금의 슈퍼사이클 마지막 국면이 남아 있으므로 조정 시 금·은 매수 기회로 봐야 한다는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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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지켜줘야 안전자산인데, 더 이상은 안전자산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금으로 이동하는 거대한 흐름이 나타났고, 이는 엄청난 패러다임의 변화입니다. 지금의 상황은 금의 상승장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조정이라고 봅니다. 이런 지표들을 바라보면 조금 더 정확한 투자가 가능하고, 이제는 금의 슈퍼사이클 마지막 피날레를 향해 달려가는 그런 부분들도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합니다.
전쟁이나 불안한 뉴스가 나오면 금값이 오른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대체로 전쟁은 금값 상승에 영향을 줍니다. 걸프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한국전쟁 때도 비슷했습니다.
단기적으로 금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전쟁에서 이기려면 국가들이 돈을 엄청나게 발행합니다. 화폐가 많아지면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둘째, 지정학적 문제는 공급 병목을 만듭니다. 이번 이스라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원유 가격이 폭등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니켈 공급이 막히고 가스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이런 공급 충격이 가격을 올리고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납니다. 즉 전쟁은 화폐적 측면과 공급 측면 모두에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요인이고, 인플레이션의 대표적인 헤지 자산이 금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금값이 크게 튀는 모습이 나온 것입니다.
최근 이스라엘 전쟁 이후 금값이 내리기도 했는데, 이것도 인플레이션 우려에서 비롯됐습니다. 다만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거나 양적 긴축을 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인플레이션 우려보다 더 커져서, 시장에서 금 가격이 하락하는 영향을 받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지정학적 문제도, 금리 문제도 장기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고 단기적으로만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소입니다. 따라서 가격이 떨어질 때는 오히려 기회로 보고, 가격이 오를 때는 여유 있게 바라보면 됩니다.
예전에는 금과 달러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불렸습니다. 그런데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결제와 보유에 더 많이 쓰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달러와 미국 국채를 보유하거나 달러로 결제했고, 금은 옛날 자산 취급을 받았습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이런 인식이 만연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2010년부터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이를 뒤엎는 결정적 사건이 되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미국과 서방은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경제 제재를 했고, 러시아가 보유한 외환 보유고의 달러 자산을 강제로 동결했습니다.
러시아나 중국처럼 미국과 대척점에 있는 나라 입장에서 보면, 내 외환 보유고의 달러가 더 이상 안전자산으로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안전자산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지켜줘야 하는데, 달러는 그렇지 않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입니다. 이런 흐름은 미국과 친하지 않은 나라뿐 아니라, 트럼프 재선 이후 미국의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달러와 미국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달러 시장은 금 시장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합니다. 그 막대한 자금이 도망갈 곳을 찾아야 하는데, 위안화나 루블이 안전하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중국 역시 자국 이익에 따라 언제든 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통제받는 자산보다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고, 그 대표가 금이며 비트코인도 비슷한 이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란-이스라엘 전쟁에 미국이 직접 개입하거나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해 오는 사건 등은 달러와 미국의 독립성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사건이었습니다. 이는 하나의 해프닝이 아니라 엄청난 패러다임의 변화이며, 그래서 자금이 금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유가가 오르면 금값은 좋을까요, 나쁠까요? 장기적으로는 아주 좋습니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고, 인플레이션 상승은 금값 상승 요인이 됩니다.
금 상승 사이클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실질금리입니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을 뺀 값인데, 인플레이션이 올라가면 실질금리가 내려가고, 이는 금의 슈퍼사이클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 됩니다.
인플레이션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좋아서 사람들이 돈을 많이 쓰면서 나타나는 인플레이션입니다. 이는 금값에 그다지 좋은 이유가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재 가격이 올라 생산비용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인플레이션입니다. 물통을 만드는 플라스틱 비용이 올라 물값이 오르는 것이 예입니다. 이는 경제에는 악영향을 주는데 물가는 상승하는 현상입니다.
지금이 바로 이런 상황입니다. 물가는 여전히 높아지는데, 경제가 나쁘기 때문에 금리를 마음대로 올릴 수 없습니다. 금리를 더 올리면 경제가 더 급격히 나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스태그플레이션, 즉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함께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런 시기에 가장 빛나는 자산이 금이고, 가장 대표적인 원자재가 원유입니다.
1970년대를 보면, 중동 전쟁과 오일쇼크가 나타났고 이후 금값이 26배 가까이 폭등했습니다. 지금의 유가 상승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금리 인상 공포로 번지면서 단기적으로는 금값 하락 요인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금값 폭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1974년에도 비슷한 흐름이 있었습니다. 오일쇼크 초창기에는 아직 인플레이션이 수치로 나타나지 않았는데, 시장이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겁을 먹고 금을 팔아 금값이 크게 하락했습니다. 그 이후 실제로 금리가 인상되었는데,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이 너무 고질적이어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린 것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부터 금값이 회복되었고, 나중에는 기하급수적인 상승장이 나왔습니다. 지금도 비슷한 흐름이며, 지금의 상황이 특이한 것이 아니라 금 상승장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상승과 조정의 흐름입니다.
전쟁 뉴스가 금을 사는 신호가 될 수 있지만, 전쟁만 보고 금을 사는 것은 리스크가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쟁이 장기적으로 금값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맞지만, 금의 상승 사이클을 만드는 데 정말 중요한 두 요인은 실질금리와 생산량입니다.
따라서 전쟁, 금리, 환율 같은 단기 이슈는 이번 상승장이 지난 상승장보다 더 가파를지, 완만할지를 가늠하는 정도로만 보면 됩니다. 이것으로 투자 판단을 하면 사이클을 잘못 이해하게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걸프전이나 한국전쟁 때도 금 상승 사이클은 아니었습니다. 한국전쟁을 보며 외국인이 "전쟁이 커지고 미국과 소련이 대리전을 하니 금을 사야겠다"고 생각해서 금을 샀다면, 단기적으로는 금값이 올라 좋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의 슈퍼사이클 신호인 공급과 실질금리 신호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상승은 없었고, 2002년까지 금값은 빌빌 기는 모습이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흐름에서 상승 사이클을 만드는 요인이 무엇인지, 그 사이클이 얼마나 유지될지, 그리고 지금 우리가 어디쯤 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단기 금리나 환율, 전쟁 같은 것은 안 봐도 투자에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그런 것을 보면서 "이번 상승장이 지난 상승장보다 훨씬 강렬할 수도 있겠구나" 또는 "조금 완만하겠구나" 정도로 생각해 보는 참고 자료로 활용하면, 더 정확한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사이클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두 가지만 보면 됩니다. 실질금리와 생산량입니다.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인플레이션, 금리, 전쟁, 환율, 달러 인덱스 등이 있습니다. 이런 요소들은 각각 상관관계가 있지만, 사이클 판단을 위해 모두 볼 필요는 없습니다. 실질금리와 생산량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식과 금의 관계도 흥미롭습니다. 미국 주식과 금 가격의 상관관계를 최근 데이터로 검증하면 거의 없는 것처럼 나오지만, 100년 치 차트로 보면 특이한 패턴이 나타납니다. 금이 상승 사이클일 때 주식은 기고, 금 상승장이 끝나면 주식의 슈퍼사이클이 오며, 주식 슈퍼사이클이 끝나면 다시 금의 슈퍼사이클이 오는 식으로 번갈아 나타납니다.
예를 들면 1920~1929년에는 주식의 슈퍼사이클이 있었고, 대공황으로 끝난 뒤 1929~1950년에는 금의 슈퍼사이클이 이어졌습니다. 이후 1950~1970년에는 니프티50이라는 주식 버블이 일어날 만큼 주식 상승장이 나타났고, 1970년 중동 전쟁과 오일쇼크로 끝난 뒤 1970~1980년에는 금의 슈퍼사이클, 1980~2000년에는 주식의 슈퍼사이클, 즉 닷컴버블이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주식과 금의 슈퍼사이클은 번갈아 왔고, 지금은 주식의 슈퍼사이클이 끝나고 금의 슈퍼사이클이 마지막 피날레를 향해 달려가는 엄청난 슈퍼사이클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합니다.
금 투자 8년 차이자 금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는 조규원 작가입니다. 요즘은 화폐 시스템도 많이 변하고 있는 변곡점이며, 인플레이션 우려도 높습니다. 전 세계 중앙은행과 많은 개인들도 금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런 흐름에서, 이 흐름을 놓치지 않고 금의 슈퍼사이클을 정확하게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남들이 관심이 적을 때, 지금처럼 저평가된 시기에 금과 은을 조금씩 모아가는 기회로 삼아 보시길 바랍니다.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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