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종훈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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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RP매입과 국고채 단순매입으로 사실상 스텔스 양적완화를 시행해 고성능 신규자금이 시중에 대량 풀렸다고 주장. 그럼에도 10년물 국채금리가 2.58%에서 3.4%대로 급등해 시장 신뢰 위기 신호라고 진단. PF 부실 좀비화, 환율 방어선 붕괴 위험, 2026년 국민연금 매수 여력 한계를 지적하며 구조조정 필요성을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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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돈을 풀었는데 금리가 오르는 이유
한국은행이 돈을 찍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일단 원화를 어마어마하게 많이 찍으면 원화가 휴지가 되죠. 그래서 환율이 오릅니다. 그리고 한국은행이 돈을 많이 찍으면 그만큼 자산 가격이 폭등하는데, 강남 집값이 바로 급등하는 것도 한국은행이 돈을 찍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돈을 찍으면 금리는 어떻게 될까요? 돈이 엄청나게 많아지니까 돈값은 떨어질 겁니다. 그래서 금리가 떨어져야 맞는데, 최근에 아주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12월 8일 한국은행이 무려 1조 5천억 원의 돈을 새로 찍겠다고 발표했는데, 금리가 급등을 한 겁니다.
금리 급등은 이미 6개월 전부터 시작됐다
이런 현상은 이미 오래됐습니다. 한 6개월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금리가 갑자기 튀어오르고 있어요. 한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를 보겠습니다. 작년에 기준금리를 두 번 낮췄으니 당연히 10년물 국채 금리도 계속 내려왔죠. 그런데 올해 4월 2.58%를 기록했던 10년물 국채 금리가 오늘은 3.4%를 돌파했습니다. 최근 0.8~0.9%포인트 오른 셈인데, 한국은행이 금리를 계속 낮추고 돈을 시중에 엄청 풀었는데도 금리가 이렇게 오른다면, 금융시장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스텔스 양적완화, RP 매입
사실 한국은행은 이미 스텔스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RP 매입이라는 방법을 쓴 거죠. 양적완화는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 시중은행이 가진 채권을 사 주는 것입니다. 돈이 시중에 풀려 자산 가격은 오르고 통화 가치는 폭락하죠. 그런데 RP 매입은 조건이 있습니다. 보통 7일이나 14일 뒤에 갚아야 합니다. 은행들이 한국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7일 뒤에 갚는 구조인데, 여기서 꼼수가 쓰입니다. 7일 뒤 갚아야 할 날에 다시 7일짜리를 빌려 주면 만기가 계속 연장되죠. 이것이 끝없이 반복되면 사실상 양적완화와 같은 효과가 나옵니다. 이런 방식은 원래 쓰면 안 되는 꼼수이고, 외국에서는 한국은행이 양적완화를 흉내 내고 있다고 의심의 눈으로 봅니다. 이를 '스텔스 양적완화' 또는 중립적으로 '유사 양적완화'라고 부릅니다.
한국은행도 이미 힌트를 줬습니다. 4월 30일 이창용 총재가 "우리도 선진국 중앙은행처럼 양적완화 도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죠. 그러자 비판 여론이 쏟아졌습니다. 한국 원화는 국제통화도 아닌데 양적완화를 하면 튀르키예나 아르헨티나처럼 통화 가치가 붕괴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그런데도 한국은행은 이때부터 RP를 적극 활용해 막대한 돈을 상시로 시중에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RP 매입 규모는 계속 커졌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빌미로 한국은행은 무제한 RP 매입을 선언했습니다. 사실상 시중에 어마어마한 돈을 살포한 것이죠. 2025년 2월 비상 사태가 끝났다며 비상 조치를 종료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RP 매입 규모를 끝없이 늘렸습니다.
원리를 쉽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제가 한국은행에서 1조 원을 7일짜리로 빌렸다고 해 봅시다. 7일이 되면 갚아야 하는데, 한국은행은 "1조 갚을 돈이 없지? 이자까지 생겼구나. 그럼 7일 동안 1.2조를 다시 빌려줄게"라고 합니다. 최근 한국은행이 이런 식으로 운영해 왔습니다. 이렇게 빌려준 돈이 7일마다 늘어나니 RP 잔액은 계속 커졌습니다. 1분기에는 0.5조 원이었는데, 이창용 총재의 4월 30일 발언 이후 2분기부터 갑자기 늘어났습니다. 2조 원 가까이 증가했고, 3분기에는 4조 5천억 원, 4분기에는 6조 5천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이 추정을 뒷받침하는 수치도 있습니다. 한국의 M2 광의통화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통계 기준을 바꾸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많이 늘어난 것이죠. 금리 인하 때문이 아니라면, 결국 RP 잔액이 늘면서 통화량이 급증한 것으로 보는 게 충분히 가능합니다.
국고채 단순매입 1조 5천억 원
한국은행은 더 나갔습니다. RP는 7일이나 14일마다 환매가 일어나 계속 빌려주는 돈을 늘려야 하니 부담이 컸을 겁니다. 그래서 결국 국고채 단순매입 1조 5천억 원을 단행했습니다. 이것은 돈을 새로 찍어 시중은행에 뿌리겠다는 뜻입니다. '단순매입'이라는 말은 사실상 말장난입니다. 팔지 않고 계속 갖고 있겠다는 것이니, 돈을 지속적으로 뿌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RP나 국고채 단순매입으로 공급된 돈은 '고성능 신규 자금', 영어로 하이파워드 머니라고 불립니다. M2 같은 광의통화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강력하죠. 한국은행이 없던 돈을 새로 찍어 뿌리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에서 배운 신용창출을 떠올려 보면, 은행에서 은행으로 돈이 돌면서 신용이 계속 창출되고, 통화 승수만큼 통화가 팽창합니다. 우리나라 통화승수는 일반적으로 14 정도로 봅니다.
지금 RP 잔액 약 6조 5천억 원과 단순매입 1조 5천억 원을 합치면 약 8조 원입니다. 여기에 통화승수 14를 곱하면 약 112조 원을 살포한 효과가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RP는 7일, 14일짜리 단기여서 본원통화를 늘린 것과 같지 않다고 변명할 수 있겠죠. 그 점을 고려해 10 정도를 곱한다고 해도 약 80조 원의 효과입니다. 다만 RP를 상시적으로 계속 늘리면 사실상 영구적인 공급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14를 곱해도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에버그린 효과, 좀비 PF
한국은행이 이렇게 조용히 돈을 뿌리면 에버그린 효과가 일어납니다. 비판적으로는 '좀비 효과'라고 부릅니다. 한국에는 부실화된 PF 대출이 많습니다. 원래라면 정리되어야 할 부실 빚을, 한국은행이 돈을 무지막지하게 뿌려 억지로 살려내 푸른 것처럼 위장하는 것입니다. PF 대출을 좀비처럼 살려내는 효과죠.
그러면 채권시장에는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합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돈을 떼일 위험이 생기면 한국은행이 막대한 돈을 풀어 막아 줄 것이라 믿으니, 빚 독촉을 하지 않고 부실 대출을 계속 살려 두는 것입니다.
부작용: 환율, 부동산, 금리
돈이 많이 풀리면 다른 부작용도 나타납니다. 우선 환율이 급등합니다. 원화 가치가 휴지가 되는 것인데, 외환보유액으로 지금은 1,470원대에서 찍어 누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매일 막대한 돈을 뿌리면 외국인들은 "한국이 너무 나가는 것 아니냐, 계속 돈을 뿌리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부동산 가격 급등도 막기 어렵습니다. 강남 부동산 공급은 4년 동안 기껏해야 2% 늘어나기도 힘든데, 한국은행이 찍은 돈은 지금까지 무려 21%에 달합니다. 이창용 총재가 통계 기준을 바꾼다 해도 지난 4년간 통화량은 15%나 늘었습니다. 집은 2% 공급되는데 돈은 15% 늘었으니, 정부가 무엇을 해도 강남 집값은 계속 튀어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돈이 홍수처럼 풀리면 돈값, 즉 금리는 낮아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최근 금리는 급등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지금 한국 문제를 보여 주는 핵심 신호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이 진짜 돈의 홍수를 만들 만큼 풀었는데 왜 국채 금리 등 시장금리가 오를까요? 은행 대출 금리도 올랐습니다. 비상 조치가 상시화되며 역대급 규모로 돈이 풀렸기 때문입니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지금까지 80조 원이 풀린 셈입니다. 외국인들은 이를 이상하게 보고, 원화와 국채가 흔들리는 것입니다. "한국은행이 이렇게 미친 듯이 돈을 푸는 걸 보니 금융시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죠.
또한 한국은행이 돈을 막대하게 풀다 보니 "내년부터 물가가 본격적으로 오르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고, 물가가 오르는 만큼 이자를 더 줘야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이 국채시장의 현상입니다. 더불어 RP 매입으로 단기 금리는 눌렀지만, 장기 국채는 아무도 사 주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에 장기 금리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행이 장기 국채까지 사 주는 국고채 단순매입을 시행한 것입니다. 물론 한국은행은 이것이 양적완화가 아니라 언젠가 팔 것이라고 말하겠지만, 단순매입은 되팔지 않는 것이니 결국 돈을 계속 공급하겠다는 뜻입니다. 이는 14를 곱해야 할 만큼 어마어마한 돈이고, 한국은행이 12월 9일 풀었는데도 금리가 튀어오르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에 뭔가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 것입니다.
시작은 둔촌주공 구하기
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 들어 막대한 돈을 풀기 시작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모든 것은 둔촌주공 구하기에서 시작됩니다. 2020년 미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가 금리를 올리고 구조조정을 준비하던 때, 한국은행은 쿨하게 보이려는 듯 막대한 돈을 풀었습니다. 다른 나라가 모두 긴축하는데 우리만 돈을 풀었습니다. 우리 원화는 국제통화가 아닌데도 말입니다. 그렇게 둔촌주공 재건축을 지원했더니,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폭등했습니다. 재건축에는 성공했지만, 그 뒤 한국은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리고 2차 버블을 맞았습니다. 한국은행이 돈을 너무 많이 풀면서 강남 집값이 폭등하기 시작했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의 고질병이 이때부터 커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PF 대출은 그 당시에 이미 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때 구조조정을 했다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었을 겁니다. 당시 PF 부실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작았고, 시행사들은 공사를 포기하고 땅을 매각해 원금 일부를 회수하고 빚을 정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싸게 매각된 땅을 우량 회사들이 인수했다면 이미 공사가 끝났을 겁니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돈을 무지막지하게 뿌렸습니다. 시행사들은 "한국은행이 돈을 저렇게 뿌리니, 언젠가 금리도 내릴 것이다. 몇 년만 버티자. 1, 2년 버티면 금리가 내렸을 때 땅을 팔지 말고 악착같이 버텨서 건설하면 때돈을 벌 수 있다"는 잘못된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행사들은 4년을 좀비처럼 버텼습니다. 그 사이 갚지 않아도 될 이자를 계속 갚으며 더욱 부실해졌고, 이제는 건드리면 망할 정도로 위험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 부실 규모는 이제 돈을 갚을 수 있는 수준도 아닙니다. 금리가 낮아지거나 공사비가 낮아져도 공사를 시작할 자금이 없습니다. 4년을 버티며 완전히 깡통 회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전부 한국은행이 희망고문을 하며 회사를 거덜 날 정도로 부실화시킨 결과입니다.
그 증거가 바로 금리입니다. 시행사들의 한계점이 다가오자 한국은행은 더 많은 돈을 뿌리고 있는데, 그 돈을 PF 회사들이 다 빨아들이고 있어 금리가 오르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채권시장이 지금 불신으로 가득하다는 뜻입니다.
앞으로의 금리 전망
그렇다면 앞으로 금리는 어떻게 될까요? 연말까지는 계속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2026년 초가 되면 약간의 희망이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국내 채권을 살 여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의 국내 채권 투자 비율은 23.6%인데, 연말에는 장부를 깨끗하게 맞춰야 하므로 우리나라 채권을 더 살 여유가 없습니다. 2026년 초가 되면 국민연금이 채권을 사 줄 수 있고, 이 때문에 금리가 조금 내려올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면 2026년 초부터는 원화 환율, 금리, 주가를 전부 국민연금이 떠받치는 형국이 됩니다. 외국인들이 이를 모를 리 없습니다.
더군다나 국민연금이 추가로 매수할 여력도 약합니다. 2026년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 예상치는 67조 원에 불과합니다. 67조 원은 큰 돈이지만, 한국은행이 푼 80조 원을 통화승수를 고려하면 그 규모보다 큽니다. 게다가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의 절반은 달러에 투자해야 하고, 한국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돈은 전체 보험료 수입의 약 1/4 정도에 불과합니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바꾸겠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비율을 바꿔 봤자 한국 국채 시장을 안정시킬 만큼 큰 금액을 국채로 끌어오기는 쉽지 않습니다. 몇 달이나 금리를 붙잡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대한민국의 체질 자체를 바꾸지 않고 국민연금으로 막겠다는 생각이라면, 그것은 몇 달짜리 처방일 뿐이라는 점을 꼭 명심해야 합니다.
정리: 위험의 신호는 환율 방어선
2025년 강남 집값이 갑자기 급등했고 주가도 괜찮았습니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한국은행이 돈을 무지막지하게 뿌렸기 때문입니다. 그 덕분에 환율이 크게 올라 원화 가치가 휴지가 되었습니다. 국민연금과 외환보유액을 써서 방어하는 환율이 대한민국의 가장 큰 약점이 되었습니다. 지금 한국은행의 무차별 살포는 PF 대출 부실 위에 두꺼운 연고를 발라 상처가 안 보이게 만든 것에 불과합니다. 만약 이 돈의 홍수가 댐을 넘어 댐을 붕괴시키면, 그때부터 한국이 풀었던 돈이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신호는 환율에서부터 나올 것입니다.
위험의 예고편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한국 금리가 2.58%에서 3.38%로 높아졌고, 오늘은 3.41%까지 더 올랐습니다. 한국은행이 돈을 더 찍겠다고 했는데도 돈값이 오르는 상황, 이것이 위험의 예고편입니다. 진짜 위험의 신호탄은 환율 방어선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한국에 아직 여력이 있을 때, 환율 방어선을 지키는 동안 구조조정을 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두 손 놓고 돈만 찍어 하루하루 막아 보겠다는 방식으로는 몇 달도 버티기 어렵습니다. 이 황금 같은 시간에 구조조정은 늦더라도 지금 해야 합니다. 2022년에 진작 했어야 할 구조조정을 둔촌주공 구하기로 시작된 이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하면, 문제는 결국 수면 위로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적자 재정으로 어떻게든 환부를 덮어 두기만 하는 정책을 쓰면, 이 문제는 언젠가 터질 수밖에 없습니다. 적자 재정으로 오늘을 넘기기보다는 환부 자체를 수술해서 곪은 부분을 도려내는 것이 정말 고통스럽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적자 재정 문제는 나중에 지식한방에서 다뤄 보겠습니다. 이상으로 박종훈의 지식한방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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