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건영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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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버블 붕괴는 1985년 플라자합의 후 엔화 절상, 저금리·규제완화로 부동산 버블이 커졌고, 89년 이후 급격한 금리인상과 늦고 비효율적인 부양책, 성급한 출구전략으로 장기침체(잃어버린 30년)에 이르렀다. 한국은 인플레이션 등 불리한 점이 있으나 일본 사례를 학습했으므로 연착륙 가능성이 있으며, IMF는 높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수준을 근거로 경고했지만 적정 집값 판단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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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버블의 시작과 플라자 합의
안녕하세요. 박종원의 경제한방입니다. 요즘 우리나라 경제가 올해 어떻게 될지 불안해하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 일본의 버블 붕괴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버블 붕괴 과정과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을 비교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 신한은행 WM그룹 오건영 부부장님을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일본과 비교하기에 앞서 일본 이야기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일본에서 부동산 시장, 특히 버블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가 붕괴됐는데, 버블이 나타난 과정을 말씀해 주시면 사연이 꽤 긴 것 같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보통 1985년을 얘기하는데, 그해 9월에 플라자 합의가 있었죠. 미국이 일본에 대해 무역적자가 너무 심하다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미국의 논리는 이랬습니다. 지금 무역적자가 나는 이유는 엔화 가치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당시 1달러에 250엔이었으니, 250엔을 있어야 1달러를 살 수 있는 상황이었죠. 이건 말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일본에 엔화 가치를 조절하라고 요구했고, 그 결과 불과 수개월 만에 환율이 1달러 120엔이 됐습니다. 120엔만 있어도 1달러를 살 수 있으니, 엔화가 거의 두 배로 절상된 셈입니다.
그러면 일본의 수출은 어려워집니다. 그래도 성장은 해야 하니 정책의 초점은 내수 성장으로 옮겨갔습니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금리를 낮췄죠. 그런데 엔화가 절상되는 상황에서 일본의 금리가 낮아지고 규제까지 풀리니, 환차익을 노릴 수 있고 투자를 하면 자본차익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금이 많이 들어왔고, 이것이 일본 경제에 유동성 확대라는 큰 영향을 줬습니다.
금리 급등과 부동산 버블 붕괴
그 결과 일본의 부동산 가격이 많이 뛰었습니다. 이때 적시에 조절을 했어야 하는데, 금리 인상을 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습니다. 그 결과 1989년에는 일본 부동산 버블이 정말 극에 달했습니다. 그제야 1989년 하반기부터 일본 중앙은행이 대책에 나섰는데, 핵심은 투기를 제압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의 기준금리인 공정할인율은 2.5%였는데, 이를 불과 1년 만에 6%까지, 3.5%포인트나 끌어올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빚을 내서 영끌로 집을 산 상황에서 금리를 갑자기 확 올리니 시장이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게 일본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무너져 내리면 이를 받쳐줘야 하는데, 투기를 제압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번에도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일본 부동산 가격은 반토막을 넘어 3분의 1, 4분의 1토막이 났습니다. 일본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한 것이죠.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졌으니 충격이 컸고, 일본 경제는 오랫동안 침체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이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도 적시에 나와야 했는데, 효과적인 정책을 별로 쓰지 못했습니다. 출구 전략도 너무 성급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버블이 붕괴된 뒤 대책을 마련할 때도 서툰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이런 것들이 일본 부동산 버블과 붕괴, 장기침체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일본 정부의 부양책은 왜 실패했나
궁금한 것은, 일본 정부도 속수무책으로 있었던 건 아닐 텐데 왜 부동산 가격이 적어도 10년 넘게 계속 하락하고, 그 때문에 경기침체를 겪게 됐느냐는 점입니다. 여러 주장이 있지만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일본의 경기부양책 효과가 적었다는 것. 둘째, 경기부양책이 너무 늦게 나왔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죽기 전에 살리는 것과 죽은 다음에 살리는 것 중 무엇이 효율적인지 생각해 보면, 죽은 다음에는 살릴 수 없습니다. 너무 크게 떨어질 때 쿠션으로 받쳐줘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압력을 그대로 넣었습니다. 무너지기 시작했을 때 빠르게 금리를 인하하거나 밑을 받쳐주는 부양책을 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다 무너진 뒤에야 부양책에 들어갔습니다.
두 번째로, 효율적인 부양책을 써야 했는데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부양책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섬에 다리를 놓거나, 아무도 다니지 않는 곳에 도로를 까는 식이었죠. 생산성이 크게 나오지 않는 졸속 토목 작업에 많이 집중하다 보니, 일시적으로 경기부양 효과는 나타났지만 금세 꺼지고, 또 꺼지는 문제가 계속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일본은 무엇이 같고 다른가
우리나라는 일본과 어떻게 다를까요? 일본은 스스로 버블을 걱정해서 금리를 끌어올렸습니다. 우리는 원인은 다르지만,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전 세계가 긴축으로 돌아서니 우리도 금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1989년부터 1991년까지 벌어진 일본의 상황과 지금 우리의 2022년 상황이 비슷하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버블이 붕괴됐다는 사실뿐 아니라 버블이 붕괴된 이후의 대응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일본은 버블이 붕괴되면서 결국 금융 시스템까지 무너뜨렸습니다. 그런데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부양책은 1990년에 무너졌는데도 1997년이 돼서야 제대로 나왔습니다. 이는 상당히 많은 시간을 잃었다는 뜻이고, 골든타임을 많이 놓쳤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일본식 잃어버린 30년은 단순히 버블이 붕괴해서가 아니라, 적절한 부양책을 제때 쓰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스웨덴이나 핀란드 같은 북유럽 국가들도 1992년에 부동산 버블이 붕괴했지만, 이 나라들은 1995년쯤부터 돌아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일본만 계속 가라앉아 있었을까요? 그 이후 쓴 부양책들이 큰 실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효율적이지 않은 부양책, 떨어질 때 받쳐주지 않은 것, 조금 살아날 것 같으니 금리를 올린 성급한 출구 전략 등이 이어졌습니다. 사람이 쓰러졌을 때 제때 수술해야 하는데 7년이 지나서 수술하면 잃어버린 7년부터 시작하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2003년 은행에 들어갔을 때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잃어버린 30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버블 붕괴 이후 어떻게 대응했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 사례는 전 세계 중앙은행과 정부에게 교과서 같은 케이스입니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들이죠.
그래서 미국도 2008년 금융위기 때 일본식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일본식 건설 사업이 아니라 은행에 바로 자본을 투입해 은행 시스템을 튼튼히 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미국 경제는 2008년에 무너진 뒤 2012~2013년부터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우리가 일본만 보고 '우리와 똑같다'고 볼 게 아니라,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고 해도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일본처럼 연거푸 헛발질을 한다면 그렇게 갈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일본과 똑같다고 성급하게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베노믹스는 효과적이었나
그 뒤 아베 전 총리가 등장하면서 아베노믹스를 시행했습니다. 이것이 효과적이었는지, 아니면 때가 늦어서 효과가 없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돈만 풀어서 오히려 체력이 더 약해졌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가 나왔을 당시 일본 경제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터지면서 엔화가 엄청나게 강해졌습니다. 내수는 지진으로 죽은 상태에서 엔화까지 강해져 수출도 안 됐습니다. 버블 붕괴가 20년 넘게 이어진 나라에서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죽어버리면 일본 경제는 파탄으로 갈 수도 있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일본이 쓸 수 있는 전략은 결국 엔화의 극단적인 약세를 만들면서 돈을 풀어야 하는 방향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아베노믹스가 그렇게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공감합니다.
다만 그것이 과연 효율적이었느냐는 평가는 엇갈립니다. 일본 기업들이 돈을 많이 풀고 엔화 약세를 오랫동안 유지해 주다 보니, 문제만 생기면 돈을 푸는 구조가 되어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부양만 해준 문제죠. 금융시장도 문제였습니다. 일본은행이 국채를 너무 많이 사들여, 거의 10년 동안 양적완화를 하면서 국채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주식시장에서도 특정 종목을 중앙은행이 엄청난 규모로 사들여 대주주가 되기도 했습니다. 중앙은행이 발권력으로 계속 사주니 시장원리가 마비된 것이죠. 최근 일본은행이 YCC(수익률곡선 통제) 상한을 올린 이유도 시장 거래가 마비되어 답이 안 나온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점들을 보면 과도한 부양을 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10년 이상 이어지면서 결과적으로 일본 경제의 체질을 약하게 만든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국의 상황은 일본과 비슷한가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오겠습니다. 일본은 구조적으로 긴축을 하거나 적절하지 못한 정책을 써서 어려워졌다고 분석하셨는데, 한국은 원해서 부양책을 쓰고 싶어도 미국의 금리 흐름에 끌려가고 있습니다. 1989~1991년 일본과 비교하면 지금 우리의 가계부채가 훨씬 많고, 우리가 일본보다 더 어려운 것 아니냐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저희 댓글에도 정말 많습니다. 이런 걱정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첫째, 일본은 당시 LTV가 굉장히 높았습니다. 120%까지도 인정해 줬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일본 경기가 무너지는 것은 각국 중앙은행에게 반면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이렇게 무너지는 건 위험하고, 떨어질 때는 밑을 받쳐줘야 한다는 것이 일본 사례의 두 번째 교훈입니다. 최근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가격을 끌어올리지 못하더라도 안 했을 때보다는 떨어지는 각도를 완만하게 만들어 연착륙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당시에 주는 교훈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부양책을 쓸 때도 효율적인 부양책을 써야 하고, 성급한 출구 전략을 피해야 한다는 교훈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그때의 사례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1990년 전후 일본이 버블 붕괴를 겪었을 때와 지금의 우리를 비교하면 어떤 점이 유리하고 불리할까요? 유리한 점은 우리가 일본이 어떻게 무너져 왔는지를 봤다는 것입니다. 그게 하나의 매뉴얼이 되어 있습니다. 불리한 점은 그때는 인플레이션이 없었는데,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쪽과 싸우는 것이 힘들다는 건 알고 있고, 상대가 어떤 전략으로 나올지도 대충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물가 속에서 싸워야 한다는 점입니다. 무릎까지 물이 차 있으면 움직이기가 아주 힘들죠. 그래서 참 어려운 여건인 건 맞습니다. 유불리를 논할 때 무엇이 크고 작은지를 보기보다, 일단 물가에서 나와야 벗어나기가 훨씬 쉽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행도 이런 기초적인 내용을 모를 리가 없습니다. 급선무는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나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는 것이고, 저는 이 부분에 절대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을 먼저 제압해서 과거에 비해 불리한 점을 없애고, 그 뒤 그때의 교훈을 살려 대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IMF의 경고와 한국 부동산 전망
최근 IMF가 우리나라 집값 하락을 경고했습니다. 우리 부동산 시장이 무너져서 경제 전체에 타격을 주는, 일본처럼 버블 붕괴를 겪을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IMF도 우리나라 집값의 적정 가격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을 겁니다. 어떤 전문가도 적정 가격을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IMF가 경고할 수 있는 근거는, 우리 가계부채가 어느 나라보다 많고, 그 상당량이 부동산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장부에 나오지 않는 부채, 예를 들어 전세에 의한 부채도 상당히 클 겁니다. 이런 점들을 보면, 가계부채가 많은 국가의 부동산 가격이 과거에 비해 이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IMF가 큰 경고를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라서 가격이 얼마까지 빠질지, 버블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붕괴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내수에는 굉장히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결국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경착륙이냐 연착륙을 유도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만약 연착륙으로 끝나게 되면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일본 사례를 보며 학습한 효과도 있으니 새로운 동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 녹록지 않은 환경인 것은 맞습니다. 다만 이것만 보고 과거의 일본이 그랬으니 우리도 잃어버린 30년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잘못된 길을 잘 연구하면 충분히 피해갈 가능성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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