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건영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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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금리와 한국 금리 격차에도 자본유출이 없는 이유는 미국 금리 인하 기대와 반도체·대중 수출 바닥 신호에 대한 낙관 때문이다. 다만 한은은 물가·성장 부담으로 금리 인상은 신중할 것이고, 미국 물가가 꺾이지 않으면 시장금리가 재상승할 수 있다. 위기는 방심 속에서 반복되며, 균형 잡힌 투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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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숨통이 트이나 싶었는데, 부동산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나 전세를 살던 분들은 금리가 또 오르지 않을까 걱정하십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요. 먼저 미국 금리는 5.5%이고 우리나라 금리는 지금 3.5%입니다. 사상 최대치로 금리 격차가 벌어져 있어요. 보통 이러면 자본 유출이 일어나야 하는데, 유출이 일어나지 않으니 이상하다 싶으실 겁니다. 결국 핵심은 금융시장도 외환시장도 미래를 바라본다는 데 있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시장은 미국이 빨리 금리를 인하해 줄 것이라고 아직도 기대하고 있어요.
선물시장에서는 내년 5월 무렵부터 지금 수준보다 금리가 내려올 것으로 보고, 내년 말쯤에는 4%대 초반까지 100bp 정도는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 뒤에는 4% 밑으로도 계속 낮아질 거라고 생각할 거예요. 경기가 둔화되면 물가도 잡히고,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돈을 풀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미국 금리가 높지만 미래에는 빠르게 내려올 것 같다는 기대가 있는 거죠.
부동산으로 예를 들어 볼게요. 제가 부동산을 잘 알지는 못합니다만, 인기 있는 지역에 아파트 공급이 있다고 해볼게요. 교과서대로라면 공급이 들어오면 가격이 떨어진다고 하죠. 그런데 보니까 공급은 6개월 정도만 집중되고 그 뒤로는 공급이 없습니다. 그러면 그 기간에는 떨어질 수 있으니, 저 같은 사람은 떨어질 때 사야겠다고 생각하겠죠. 문제는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파는 사람은 어차피 나중에 좋아질 텐데 일시적으로 내려갈 때 왜 파느냐며 팔지 않고 버팁니다. 그럼 사려는 사람은 초조해지죠. 내려와야 하는데 안 내려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지고, 오히려 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뒤늦게 따라붙게 됩니다.
정리하면, 미국 금리가 내려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첫 번째 요인입니다. 두 번째는 반도체와 대중 수출입니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반도체와 대중 수출이 큰 역할을 하는데, 둘 다 좋지 않아 무역적자가 심해졌습니다. 최근에는 대중 수출이 옛날만큼 회복되기는 어렵지만 조금씩 바닥을 치는 모습이고, 반도체 가격도 조금씩 바닥을 치고 있어요. 시장은 바닥을 친다는 것을 향후 좋아질 거라는 기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낙관론이지만, 우리나라의 무역 흑자가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첫 번째 요인과 합쳐지니 굳이 지금 나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반대로 뒤집어 보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만약 미국이 금리를 생각보다 훨씬 늦게 내린다면,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질 수 있습니다. 반도체 시장이나 중국 경기 회복이 굉장히 느리다면 마찬가지로 초조해지겠죠. 지금의 변수는 미래를 바라보며 버티게 하는 요인들인데, 그 미래가 실현되지 않고 계속 미뤄지거나 오히려 악화되면 상황이 바뀔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금리차가 벌어졌다고 무조건 자금이 나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금리차가 벌어진 상태에서도 미래 전망이 어떤지를 보면서 따라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업 실적발표 때 실적은 좋아도 가이던스가 나쁘면 주가가 급락하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시장은 미래를 보고 움직이니까요. 힘든 시기를 다 버틴 뒤 좋아지는 시점에 빠져나가는 사람은 없으니, 희망을 가지고 버티는 심리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리는 데 주저하지 않을까요. 한은은 추가 금리 인상에 굉장히 신중할 것 같습니다. 인하도 쉽지 않지만 인상은 더 만만치 않아요. 금리를 올리려면 물가 문제가 굉장히 심각해야 하는데, 지금 소비자물가지수 기준으로 2.3% 정도로 내려와 있습니다. 2%에 많이 가까워졌고, 2.3%도 다시 조금 뛸 가능성이 있긴 합니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물가에 대한 여유는 확실히 있는 편입니다. 미국 여행을 해본 분들은 우리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느끼더라도 미국 물가에 깜짝 놀라실 거예요. 해외 관광객이 우리나라를 많이 찾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런 물가 차이에 있겠죠.
다만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은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1.4% 성장이 나올 정도라서 성장을 떠받칠 필요가 점점 커지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거의 잡혀가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물론 꺼진 불도 다시 보라는 말처럼, 내려오던 물가가 다시 튀면서 고물가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으니 현재의 높은 금리를 일정 기간 유지할 필요는 있습니다. 게다가 PF나 자영업 시장도 많이 힘든 상황이라 금리를 과감하게 올리기도 어렵습니다. 한은으로서는 진퇴양난이지만, 어쩔 수 없이 유지하는 쪽으로 가겠죠. 인하를 선제적으로 하기도 어렵습니다.
과거 2015년에는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 오히려 우리가 금리를 내린 적이 있습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로 엔화가 너무 약세였고, 우리나라 수출이 어려워지니 수출 경기를 부양할 필요가 있었거든요. 여기서 금리를 올리면 원화가 더 강세로 갈 수 있으니 그건 무서운 일이었습니다. 최근에도 엔화가 여전히 약세라서 원화 환율을 보면 2015년 이후 가장 낮다고 합니다. 우리 수출에는 좋지 않은 환경이고, 이런 상황에서 물가를 잡겠다고 내수까지 흔들어 버리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요인입니다. 물론 원화가 너무 약해지고 물가가 더 뛸 것 같으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겠지만, 지금은 조금 더 지켜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준금리를 못 올리더라도, 대출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시장금리가 더 중요합니다. 시장금리는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이고, 앞으로는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 말에는 기준금리가 3% 정도였는데도 시장금리는 하늘 높이 치솟았습니다.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5%를 넘었거든요. 국채금리라고 하면 어색해하실 것 같아 정기예금 금리로 말씀드리면 5% 정도였습니다.
올해 초 SVB 사태가 터졌을 때, 3월만 해도 연준이 6월부터 금리를 인하하고 내년 말까지 200bp를 인하할 것이라고 시장은 봤습니다. 그러면 우리나라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생기죠. 실제로 기준금리가 3.5%인데도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3.3%, 3.2%까지 내려왔습니다. 5%에서 3%대까지 쫙 내려온 거죠. 금리가 내려온다는 것은 결국 부동산 시장이나 자산시장에 희소식입니다. 그동안 너무 높아서 부담스럽던 금리가 내려오면서 이를 버텨 주었던 것이죠.
그런데 최근에는 금리가 조금씩 뛰고 있습니다. 시장이 미래에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3월에는 9월에 인하하고 내년까지 200bp를 내릴 것으로 봤는데, 지금은 내년 5월에나 할까 말까이고 내년 말까지 100bp 인하 정도로 패키지가 줄어들었습니다. 패키지가 세게 나올 줄 알고 금리가 높았다가 쫙 내려왔는데, 생각보다 세지 않으니 이제 다시 올라오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물가입니다. 실물경제, 특히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잘 잡히지 않고 오히려 꼬리를 말아 올리면 연준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금리 인상까지는 못 가더라도 현재 5.5% 수준의 금리가 꽤 길게 이어지도록 만들 수 있겠죠. 그러면 시장은 금리가 내려올 줄 알고 먼저 내려가서 박수를 치고 기다렸는데, 구원군이 오지 않으니 "아닌가?" 하면서 금리가 밀려 올라오는 모습이 나타날 겁니다. 최근 금리가 올라온 것도 이런 "아닌가?" 심리 때문입니다. 만약 올해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로 넘어가면서 물가가 잘 잡히지 않고 오르기 시작하면, 이 "아닌가?" 심리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눌려 있던 시장금리가 더 올라갈 여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시장금리는 미국의 물가와 연동해서 봐야 한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 국채금리도 조금씩 오르고 있고, 그에 따라 우리나라 국채금리도 딸려 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 전체 시장금리에 일정 수준의 상승 요인이 될 수 있어요. 최근 금리가 스멀스멀 올라온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금리가 내려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올라오면 "이건 뭐지?" 하며 약간의 부담을 느끼게 되죠. 직관적으로 보면, 작년의 5%대 금리는 높았기 때문에 자산이 다른 곳으로 갈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3%로 내려오자 순식간에 예금의 매력이 크게 사라졌죠. 연초만 해도 예금, 적금에 든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요즘은 싹 사라졌습니다. 금리가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지만,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오건영 팀장님께서 이번에 『위기의 역사』를 쓰셨는데, 역사에는 공통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간단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위기가 다른 모습으로 찾아오는 것은 맞습니다. 그것이 항상 차이점이고요. 이 책에서는 지난 30년간의 금융 역사를 담았습니다. 1997년 우리나라 외환위기,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사태, 그리고 지금으로 이어진 인플레이션, 이 네 가지를 담아 봤어요. 각각의 위기가 어떻게 생성되고 전개되고 소멸했는지 그렸고, 이 위기들이 생각보다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보였습니다. 하나의 위기가 사그라들면서 새로운 위기를 잉태하는 흐름이 있더라고요.
최근 물가가 많이 올랐는데, 왜 올랐을까요. 코로나 때 돈을 풀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가장 많이 하시죠. 코로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풀었던 돈이 지금의 인플레이션을 만들었습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이 새로운 위기를 잉태한 거죠. 그럼 왜 그렇게 많은 돈을 뿌렸을까요. 금융위기 때 초반에 과감하게 돈을 뿌렸다면 그렇게까지 전개되지 않았을 텐데, 미적대다가 사단이 났습니다. 그 교훈 때문에 이후에는 어마어마한 유동성을 뿌리는 것이 습관처럼 굳어졌고, 코로나 때 강력한 부양책으로 이어졌던 겁니다. 금융위기 때의 버릇이 코로나 사태 때 강력한 부양책을 낳았다고 볼 수 있죠.
금융위기의 핵심은 부동산 시장 붕괴였습니다. 부동산과 연결된 파생상품이 흔들리면서 금융기관이 녹아내렸죠. 그러면 부동산 시장에 왜 버블이 찾아왔을까요. 이것은 닷컴 버블과 연결됩니다. 닷컴 버블 때는 미국 주식시장이 무너져서 미국 경기가 침체했고, 미국은 금리를 1%까지 낮췄습니다. 풀린 돈은 위험해서 주식으로 가지 않고 부동산으로 흘러갔습니다. 미국 부동산은 40년간 떨어진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자금이 미국 부동산으로 있는 대로 쏠렸고, 부동산 가격에 버블이 생겼습니다. 가격이 계속 오를 거라는 기대감에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파생상품이 만들어졌고, 은행을 통해 공급되었죠. 그것이 금융위기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닷컴 버블은 아시아 외환위기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우리 외환위기 무렵 1995년에는 멕시코가 무너졌고, 1997년에는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이 쓰러졌습니다. 1998년에는 러시아, 1999년에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쓰러졌어요. 주요 신흥국이 다 쓰러졌고, 중국 경제도 굉장히 나빴고, 홍콩도 소로스가 공격한 타이거 펀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일본은 버블 붕괴로 힘들었고 유럽은 통합 이슈로 경기가 좋지 않았죠. 전 세계가 다 안 좋은 와중에 미국만 남았습니다. 미국은 지구 반대편을 연결하겠다고 했고, 그것이 인터넷이었죠. 여러 곳이 안 좋으니 금리는 전체적으로 낮아졌고, 풀린 돈은 성장이 있는 곳으로 쏠렸습니다. 달러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미국 주식이 하늘로 날아갔고, 그렇게 과도하게 몰렸던 미국 주식의 버블이 깨진 것이 닷컴 버블 붕괴입니다.
정리하면, 외환위기 과정에서 풀린 돈이 미국 주식에 모였고, 미국 주식이 깨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풀린 돈이 미국 부동산으로 흘렀습니다. 금융위기 때 망가졌던 트라우마 때문에 코로나 때는 어마어마한 유동성을 뿌렸고, 결국 기존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나왔던 과감한 부양책이 새로운 위기를 잉태하는 흐름으로 이어져 온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각각의 위기가 모두 방심을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아름다운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거라는 생각이죠. 인플레이션은 지난 40년간 없었으니 앞으로도 없을 거라는 생각, 무제한으로 돈을 풀어도 괜찮다는 이론도 있었습니다. 2021년에 저도 실수했지만, 물가가 처음 올라올 때 연준은 일시적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거대한 인플레이션이 만들어졌죠. 금융위기 때도 초기에 부동산 가격이 살짝 꺾일 때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 많았고, 닷컴 버블 때도 주식이 조금 꺾여도 계속 오를 거라고 봤습니다. 동아시아 외환위기 때도 우리 수출 경제는 괜찮고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하나라는 자신감이 강했습니다. 그런 자신감 속에서 갑자기 환경이 바뀌면서 위기가 생기는 것입니다.
위기의 역사를 보면서 느끼는 공통점은, 위기마다 차이는 있지만 앞선 호시절에 사람들이 그 패턴이 계속될 거라는 방심과 안이함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안이함이 생기면 문제가 생겼을 때 초동 조치에 보통 실패하고, 적시에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겨 위기로 이어집니다. 방심도 조심해야 하지만, 반대로 한 번 터진 위기를 너무 무서워해서 기피하는 현상도 일어난다는 것이 또 하나의 공통점입니다. 과거 위기 사례를 정확히 알면 막연한 두려움에서는 조금 벗어날 수 있고, 막연한 낙관론도 경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늘 균형 잡힌 투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으니, 그것을 잘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고요. 그런 정리를 담은 책이 『위기의 역사』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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