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영익 · 한국인
요약 보기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2024년 성장률은 수출(반도체) 중심으로 작년보다 올라가지만 소비·건설투자는 부진해 체감경기는 어렵다. 가계부채(GDP 대비 92%)와 실질소득 정체가 소비를 억누르며, 금리 인하 효과는 약 1년 시차를 두고 내년에 일부 나타날 것으로 본다. 양극화 심화에 대응해 정부 역할이 중요하며, 금리 하락 추세가 이어져 채권 투자 기회가 있다고 본다.
다듬은 글
지난 시간에 금리 이야기로 어느 정도 마무리를 지었는데, 금리는 우리 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금리가 낮아지면 세계 경제에도 좋아진다는 말씀을 드렸지만, 지금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 경제는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고, 폐업하시는 분들이 많으며, 주변에 "IMF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대기업들도 구조조정과 희망퇴직을 어김없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전체적으로 보면 작년보다는 좋아지고 있습니다. 작년 우리 경제는 1.4% 성장했습니다. 올해 초에는 2.5% 성장할 것이라고 봤는데, 지금은 많이 낮아져 2.2~2.3% 정도로 전망합니다. 어쨌든 작년보다는 성장률이 올라가는 것이죠. 그런데 성장 내용을 들여다보면 수출만 잘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중심으로 올해 수출이 많이 늘었고, 10월까지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경기가 나쁜 것은 소비가 정말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건설 투자도 굉장히 어렵습니다. 내수를 대표하는 소비, 건설 투자, 설비 투자 가운데 설비 투자는 그나마 되고 있지만, 가계 부채가 많다 보니 소비할 여력이 별로 없습니다. 그동안 금리가 높았고 지금 좀 떨어지고 있긴 하지만, 소비와 건설 투자가 나쁘다 보니 우리 내수 경기는 실제로 굉장히 어렵습니다. 특히 자영업자와 소기업들이 어렵고, 주변에 정말 너무 힘들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숫자로만 보면 올해 성장률이 작년보다 좋아진 것은 맞지만, 수출 외에는 좋아진 것이 없으니 우리가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소매판매 지수도 계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금리 인하가 소비 증가로 이어져야 하는데, 아직 금리 인하의 영향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에서 3.25%로 내리기 시작했고, 앞으로 더 많이 내려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 시간에 말씀드렸듯이 시장이 기대하는 적정 금리는 2.5% 수준입니다. 제가 추정해 보니 2.3% 정도까지는 내려가야 시장이 체감 금리 하락을 느낄 것입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목표는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입니다. 물가 상승률은 많이 낮아졌지만, 금융은 아직 충분히 안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도 가계부채는 늘고 있고, 서울 집값도 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금융 안정 문제 때문에 기준금리를 많이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바로 경제가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금리가 내려가면 가계는 계산을 시작합니다. 지금 소비를 해야 할지, 나중에 소비해야 할지 각자 계산하게 되는데, 그 효과가 나타나는 데 1년 정도 시차가 걸립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소비가 올해보다 조금 나아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체감상 경기가 굉장히 좋다고 느끼는 시절은 기대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지난 시간에 말씀드렸듯이 우리 가계부채는 GDP 대비 92%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금융기관에서 돈을 많이 빌렸으니 매달 이자를 갚아야 하고, 쓸 돈은 상대적으로 줄어듭니다. 결국 금리 인하가 소비를 늘리는 효과를 내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부채 자체도 어느 정도 줄어야 합니다. 요즘 부동산 대출이나 각종 대출 금리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직장에서 승진하고 연봉이 오르면 부담이 덜하겠지만, 경제가 어렵다 보니 임금 상승률도 많이 둔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실질 소득이 거의 정체 상태입니다. 임금 상승률보다 물가 상승률이 더 높았다는 뜻입니다. 빚을 갚아야 하는데 실질 소득이 덜 오르니 쓸 돈이 줄어드는 것이죠. 그러면 이 답답한 상황을 내년까지 그냥 안고 가야 하는 걸까요?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있을까요?
가계부채 때문에 구조적으로 개선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정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인데, 정부부채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입니다. 미국 같은 나라는 정부 재정이 부실해졌고 가계는 상대적으로 건전합니다. 세계 어디나 기업, 가계, 정부 부채를 합치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부 부채는 낮고 기업 부채도 낮은 반면, 가계 부채만 유난히 높습니다. 이것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우리 가계부채가 이렇게 많이 늘어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때문입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했고, 금리도 떨어지고 돈도 많이 벌었습니다. 그런데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30대 재벌 중 11개가 해체됐습니다. 기업들은 '투자했다가 망하는구나'라는 교훈을 얻었고, 그래서 투자를 줄였습니다. 투자가 줄자 기업들은 은행에서 돈을 덜 빌리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은행에 돈이 남았고, 은행들은 가계 대출을 크게 늘렸습니다. 그 돈이 가계로 흘러가면서 특히 2001년, 2002년에 가계부채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즉 지금 생긴 문제가 아니라 2000년대 초반부터 쌓여 온 문제입니다. 이것이 누적되면서 소비는 상대적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억제하면서 증가 속도는 많이 둔화되었습니다. 그리고 금융자산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개인들이 금융기관에 저축한 돈이 111조 원 늘었고, 작년 상반기에는 167조 원이었습니다. 이제 우리 가계가 저축을 하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제는 양극화입니다. 양극화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부자들은 미국 주식에 투자해서 돈을 벌고, 일부 수출기업들도 실적이 좋아서 저축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쓸 돈이 없습니다.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으로 금리를 내리고, 정부가 재정으로 돈을 푸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부 나눠 줄 수는 없고, 누가 어려운지를 구분해야 하는데 그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누구에게 줄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많습니다. 그래도 정부가 이 부분을 맡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지금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것만이 아니라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입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데, 인류의 역사를 보면 양극화가 극단으로 치달으면 폭동이 일어나고, 전쟁과 혁명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정도로 지금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서민들의 마음을 알아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잘 조율하여 양극화를 줄여 주면 좋겠지만, 사실 그것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서민 입장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금융자산이 쌓여야 포트폴리오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상반기에만 111조 원이 늘었듯이 금융자산이 어느 정도 축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2분기 현재 가계 금융자산 구성을 보면 현금 및 예금이 46%, 채권이 4%, 주식이 22% 정도입니다. 은행 예금 비중이 너무 높습니다.
2, 3년 전에는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5%였습니다. 저도 그때 은행 예금에 가입했습니다. 만기가 돌아와 다시 가입하려니 최고 금리가 3.2%입니다. 이것도 높은 편이지만, 조만간 2%대 후반으로 떨어질 텐데요. 이런 것을 생각하면 은행 예금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고 봅니다.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가격이 오릅니다. 특히 금리가 떨어질 때는 만기가 긴 채권의 가격이 많이 오릅니다. 정부가 발행하는 30년, 20년, 10년 국채를 사라고 계속 말씀드렸는데, 그때 사신 분들이라면 지금 수익이 꽤 괜찮을 것입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금리가 오르고 우리 금리도 잠깐 올랐습니다. 저는 이것을 다시 채권 투자의 기회라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전체적으로 저축이 투자보다 많으며, 대기업들이 은행에서 돈을 덜 빌리고 있으니, 은행들도 채권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금리 하락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봅니다.
---
오늘은 대한민국 경기 침체에 대해 이야기 나눠 봤습니다. 힘들어하시는 구독자 여러분께서 계시는데, 저희도 여러분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궁금해하시는 내용을 많이 준비해 오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댓글도 많이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교수님,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