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선엽 · 한국인
요약 보기
반도체는 재고 과잉(21조, 적정 4~5주 대비 과다)이 문제이며, 감산 효과가 재고 수치로 확인될 때부터 주가가 상승하는 패턴이 반복된다. 삼성전자·마이크론·하이닉스가 감산을 발표했고, 공장 재가동에 약 8개월이 걸려 수요가 갑자기 늘면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3분기 이후 재고 바닥 확인 시 유의미한 상승 구간이 올 수 있다고 봤으나 수요원(AI, 중국 부동산 반등 등)은 불확실하다고 언급. 방산은 30년 장기 사업으로 단기 매매에는 맞지 않으며, 수주 후 A/S 등으로 이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 있다고 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영업이익이 컨센서스(700억대 후반)를 크게 웃도는 2000억대 후반으로 나왔고, 미중·러시아 갈등으로 방산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 다만 정치적 변수(노르웨이 K2 전차 수주 번복 사례)와 느린 수주 특성을 리스크로 제시. 장기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는 입장.
다듬은 글
통상적으로 반도체는 재고를 4주에서 5주 정도 가져가야 하는데, 현재는 21주치 재고가 쌓여 있습니다. 금액으로 보면 삼성전자 기준 30조 원이니 어마어마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감산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삼성전자도 감산을 발표했고 마이크론과 하이닉스는 이미 했습니다.
이전 사례를 보면 감산을 결정하면 추가 하락은 제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요를 끌어들이는 요인은 아니고 공급을 줄이는 요인이라서, 감산 발표 시점이 완전한 바닥은 아니지만 이후로도 10% 정도는 아래위로 오르내리는 경향이 많습니다. 실제로 주가가 올라간 것은 수요와 상관없이 감산 효과가 숫자로 확인될 때부터였습니다. 보통 감산을 해도 한 분기 정도는 재고가 생각보다 많이 줄지 않아 주가가 움직이지 않았고, 21주 재고가 10주 이하로 확확 줄어드는 것이 눈으로 확인될 때부터 주가가 움직였습니다.
2019년 삼성전자 반도체 주가를 보면 비슷한 현상이 있었습니다. 2019년 초에 감산을 발표했을 때 조금 빠졌다가, 한 분기 정도 올라왔다가 다시 조금 내려갔습니다. 그러다 3분기, 4분기 무렵 재고가 많이 줄었다는 것이 확인되자 수요가 특별히 있었던 것은 아닌데도 주가가 계속 달렸습니다. 반도체는 수요가 있으면 더 많이 오르는 것이 맞지만, 감산 효과로 재고가 없어지는 것이 누구에게나 확인될 때 대세 상승이 시작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감산 효과만 봤을 때 전반적으로 3분기 이후가 반도체 업종이 유의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시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때는 눈으로 충분히 확인할 수 있고, 단순 반등이 아니라 유의미하게 사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간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다만 어디서 어떤 수요가 생길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AI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중국의 부동산이 반등해서 의외의 수요가 나온다면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나오기 전까지는 섣불리 생각할 필요는 없고, 감산 효과만 가지고 보면 틀림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9년 삼성전자가 한창 오를 때도 여름에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컸고 경기는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도 삼성전자 주가는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경기에 수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공급 효과가 더 크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마이크론은 독과점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가격을 스스로 결정할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수요가 없어도 공급 측면에서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급이 줄었다고 재고가 줄었다고 반도체 가격이 오르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실 텐데, 공장을 한번 세우면 다시 가동하는 데 8개월이 걸립니다. 그래서 3분기 무렵 반도체 재고가 바닥이더라도 갑자기 수요가 생기면 공장은 바로 돌릴 수 없고, 공급이 없는 상황에서 수요가 늘면 가격이 폭발적으로 오릅니다. 반도체 가격은 항상 그래 왔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기가 안 좋아도 투자는 해야 하기 때문에 선구매를 먼저 하는 경향이 있고, 이런 점들을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방산주는 단기로 접근하시면 안 됩니다. 방산은 30년짜리 사업입니다. 어떤 국가가 전차를 들여오면 1, 2년 쓰는 것이 아니라 30년을 쓰기 위한 것입니다. 수주를 받는 즉시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다른 사업과 달리, 판매 뒤에도 AS 등으로 실제 판매보다 더 많은 비용이 나오고, 이익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프린터를 사면 잉크가 계속 필요한 것과 비슷합니다.
미중 갈등과 러시아와의 충돌이 커지는 상황에서 방산이 쉽게 끝날 이슈는 아닙니다. 우리나라 방산 체계는 글로벌에서 유의미하게 물건을 공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입니다. 예를 들어 독일의 레오파르트 전차는 훌륭하지만, 독일 자체에는 전차 공장이 없고 생산은 그리스에서 합니다. 30년 전부터 생산 기반이 사라져 맥이 완전히 빠진 상황이라, 독일도 지금 캐파를 증설해야 하지만 확신이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핵심은 무기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현대화된 무기와 구식 무기의 차이가 극명했다는 점입니다. 이제는 첨단 장비가 아니면 돈을 주고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그런데 최첨단 장비를 갖춘 국가는 많지 않습니다. 독일이 최첨단에서 앞서 있고, 미국은 스텔스기 같은 하이엔드 무기가 강점입니다. 미국과 우리는 경쟁 상대가 아니고, 우리는 중간급 무기로 생각보다 많은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기를 도입하려는 국가 입장에서는 나토 국가들끼리 호환이 되어야 하고 미국과도 호환이 되어야 하는데, 최신 무기를 제대로 공급하고 AS까지 해줄 수 있는 국가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선택의 폭이 좁습니다.
이번 실적을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00억 원대 후반에서 초반이었는데 실제로는 2천억 원대 후반이 나왔습니다. 지금 나온 방산 기업들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시장 예상보다 2배 이상입니다. 4분기에는 조 단위를 보게 될 정도입니다. 게다가 한 국가가 무기를 사면 체계에 맞춰 비슷한 무기를 세트로 사야 하는 특성이 있어서, 이 흐름은 계속 쌓이게 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 수준에서 너무 낮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장기적으로 매우 좋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사업에 비해 수주가 느린 특성이 있고, 국가 간 비즈니스이다 보니 정치의 개입이 많습니다. 노르웨이 K2 전차 수주전에서는 방위사업청이 한국 제품을 선정했지만, 총리가 독일 제품으로 바꿔 버렸습니다. 그만큼 정치적 입김이 크게 작용합니다. 독일이 가스를 사주기로 했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이런 정치적 요소가 있기 때문에 기술력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무기는 최첨단에서 글로벌 상위 3위 안에 드니, 선택의 폭이 좁은 상황에서 수주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인도도 전체 규모가 1700조 원이 넘는 큰 시장입니다. 현재 한국의 K2 전차와 프랑스의 르클레르 전차가 경쟁 중인데 둘만 남았고, 러시아도 있었지만 떨어져 나갔습니다. 이것이 성사되면 수십조 원짜리 계약입니다. 이처럼 알려진 사안이 많아서, 전반적으로 길게 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고 계속 모니터링하려고 합니다.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