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태민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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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패권은 지정학적 산물이며, 미국의 내부 분열(고립주의 vs 개입주의)과 중국의 기존 질서 도전으로 흔들리고 있다. 중국은 2010년대 중반 이후 미국 국채 매입을 중단했고, 2025년 미국 대선 전후 내전적 혼란 시 중국이 국채 투매·금융 해킹·암호화폐 매도로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 주장. 트리핀 딜레마상 비트코인이 결제 수단이 될 가능성을 언급하나 저자 본인은 기축통화화에는 회의적이며 금융 거인들의 통제가 있을 것으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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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 시간에는 『비트코인 달러 지정학』을 쓰신 오태민 저자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책 제목이 독특하죠. 비트코인, 달러, 지정학이라는 세 키워드가 한 제목에 들어간 책은 저도 처음 봤습니다. 내용도 그 세 가지가 실제로 다 들어가 있어서 궁금한 부분이 많으실 것 같아요.
지정학이라는 게 어떤 뜻인가요?
지정학은 지리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국제정치학 분야입니다. 지난 20년 동안은 지정학이 없는 시대라고 착각하고 살았는데, 러우 전쟁을 계기로 지정학이 사라진 게 아니었다는 걸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깨닫게 됐습니다. 대만 문제나 반도체 디커플링도 같은 맥락이고요.
그러면 달러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부터 살펴볼 수 있을까요?
달러 자체가 지정학의 산물입니다. 달러는 원래 미국 돈이죠. 그게 기축통화가 된 건 1945년 이후 질서, 즉 브레턴우즈 체제 덕분입니다. 1971년에 그 체제는 끝났지만, 이후 질서를 뭐라고 부를지는 경제학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지정학자들은 그냥 '포스트 1945 시스템'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미국이 세계 금융질서를 떠안으면서 여러 기구를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거죠. 지정학적 챕터가 바뀌면 달러의 위상도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그동안 달러가 위기를 겪은 적도 있었나요?
굉장히 많았습니다. 60년대에도 80년대에도 위기가 있었어요. 60년대에는 유럽과 일본을 끌어들이면서 브레턴우즈 체제의 틀을 벗어났고, 80년대에는 일본에게 양보를 받아낸 플라자 합의를 통해 달러 가치를 지켜냈습니다.
그런데 지금 중국은 일본과 스탠스가 다르죠. 중국은 2010년대 중반부터 생각을 바꿨습니다. 무역 흑자를 미국 국채를 사주는 방식으로 달러를 지지하는 건 하기 싫다는 거죠. 트럼프 시기에 미중 관계가 바뀌었고요.
중국이 달러를 사주지 않으니까 미국도 공세적으로 바뀐 건가요?
그렇습니다. 미국은 중국을 '두꺼운 책'에 비유하곤 했어요. 언젠가는 읽어야 하는데 너무 두꺼워서 계속 미뤄왔다는 뜻이죠. 오바마 시기에 '아시아 피벗'이라는 개념이 나왔는데, 대중국 전략을 짜겠다는 의미였습니다. 아들 부시 때부터 중동에 너무 깊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죠.
한국 지식사회가 놓쳤던 부분이 있습니다. 공화당인 트럼프와 민주당인 바이든 모두 반중 스탠스를 가지고 있는데, 민주당의 반중 성향이 오히려 훨씬 실질적이에요.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 한국에 와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건 현명하지 않다고 노골적으로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모든 나라에게 달러 없이 살 수 있을까 하는 공포가 있잖아요. 중국이 그걸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걸까요?
중국은 사우디, 이란 같은 미국의 앞마당에 들어가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건 경제 이슈가 아니에요. 세계 질서를 어떻게 운영하느냐는 관점에서 보면, 중국이 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셈입니다. 기존 질서를 뒤엎겠다는 '수정주의', 영어로 리비전니즘이죠.
그렇다면 전쟁 위험도 높았겠네요.
굉장히 높았죠.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의 지정학적 덩어리로 보면 우리도 그 안에서 운명이 얽혀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났던 것도 소련과 미국, 중국이 유럽에서 직접 맞붙기를 꺼리는 가운데 유라시아 동쪽 끝인 한반도가 전쟁터로 선택된 측면이 있어요. 그렇게 보면 이 지역은 전쟁 가능성이 늘 큰 곳입니다.
그럼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대만 전쟁은 오히려 뒤로 미뤄진 건가요?
확실히 그런 징후가 있습니다. 푸틴의 계획대로 우크라이나를 두세 달 안에 항복시켰다면 대만이 굉장히 위험했을 거예요. 미국은 양쪽에서 동시에 싸울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미국은 자국 청년을 직접 보내지 않으면서 우방국들과 무기를 활용해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죠. 그래서 중국의 대만 야심은 지금 애매해진 상태입니다. 미국이 직접 참전하지 않고도 간접적으로 힘을 동원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셈이니까요.
2025년이 대만 문제의 고비가 될 거라는 전망도 있었는데요.
미국 대선과 맞물리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부정선거 시비, 선거 개입 시비가 붙어서 양쪽 모두 승복하지 않고 내전 상태로 들어가면, 중국은 모종의 준비를 할 겁니다. 미국을 예전 상태로 끌고 갈 수 있는 레버리지가 중국에게 있어요. 금융기관 해킹, 미국 국채 투매, 그리고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대량으로 던져서 경제 혼란을 일으키는 방식이죠. 실제로 원자재 가격이 치솟았던 시기를 보면 그때마다 정치적으로 큰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미국 국방부 안에서도 이런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한다고 들었습니다.
워게임이라고 하죠. 2025년에 미국의 정치 내전이 심각해졌을 때 중국이 국채를 던지면 미국 국채 가격이 떨어지고, 실리콘밸리은행 사태에서 보셨듯 은행도 도산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총기를 갖고 있는 사회라서 시위가 과격화되면 내전으로 번질 수도 있고요. 그 틈에 대만 해협에서 중국이 움직이면 미국이 개입하기 어려워진다는 게 중국 입장의 아이디어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평화 질서가 깨지는 세상이 올 수도 있는 거죠.
그렇다면 달러의 위치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달러라는 것 자체가 일종의 세금입니다. 현재 시스템을 떠받치는 지정학적 파워는 결국 미국의 힘이에요. 무역은 보통 항공모함과 연결해서 생각하지 않지만, 사실 해상 물류의 안전은 미국이 보장해 온 겁니다. 지금 우리는 중개무역 없이 직거래를 하고 있어요. 호르무즈에서 우리에게 바로 석유가 오고요. 그런데 말라카 해협이나 수에즈 운하, 남중국해가 막히면 중개무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야구에서 외야수가 포수에게 바로 던지지 않고 중간 내야수를 거쳐 던지는 것과 비슷하죠. 지금 세계가 직거래를 할 수 있는 건 바다가 공해상으로서 무법천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소말리아 해적이 있는 아덴만에서도 해군이 치안을 유지해 주니까 선단이 호송선 없이도 다닐 수 있는 거고요. 미국의 패권이 사라지면 각국이 자기 선단을 지키기 위해 호위함을 따로 보내야 하고, 국방비가 더 들어가게 됩니다. 해양학에서도 바다는 주인이 하나일 때만 평화롭다고 하잖아요.
미국은 채권국이 아니라 채무국인데, 어떻게 이게 유지되는 건가요?
미국은 굉장히 독특한 제국입니다. 다른 나라가 미국처럼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를 계속 내면 IMF가 긴축을 요구했겠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아요. 달러를 기축통화로 쓰기 때문에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계속 있고, 아무리 적자를 내도 재정 긴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나라는 외화로 빚을 지면 모라토리엄에 빠질 수 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은 거죠.
다만 세계 경찰 역할에 막대한 돈이 들어가니까, 그 비용을 사실상 전 세계가 달러 사용을 통해 부담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사실상 우아한 간접세라고 볼 수 있어요.
최근에는 미국도 국방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있었죠. 달러 패권이 흔들린다는 얘기도 있었고요.
달러 패권이 무너지는 원인을 보통 중국의 도전이나 사우디가 페트로달러를 포기하는 데서 찾는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진짜 원인은 미국의 내전, 즉 내부 균열입니다. 트럼프를 지지한 사람들 가운데 러스트벨트의 백인 노동자층이 있어요. 원래 노조는 민주당 지지층이었는데,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민주당원인 아들들이 트럼프를 찍었다는 게 큰 화제가 됐죠. "미국을 다시 제조업 국가로 만들자"는 게 트럼피즘입니다.
달러가 기축통화이면 외국에서 싼 노동력과 서비스, 에너지를 사올 수 있어서 좋지만, 그 대가로 자국의 제조업 일자리가 계속 빠져나갔거든요. 그래서 제조업을 살리려면 무역 흑자를 내야 한다는 발상이 나온 거고, 그게 결국 미국의 패권에 금이 가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 내부에서는 어떤 입장들이 충돌하고 있나요?
미국 고립주의자들은 "미국은 섬이다, 대륙 섬이다. 우리가 왜 유라시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느냐, 태평양이 넓어서 안보 위협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기존 엘리트와 관료들은 개입주의자들입니다. 개입주의에도 현실주의와 이상주의가 있는데, 현실주의자는 "세계 질서를 지켜야 우리에게도 이득이다"라고 보고, 이상주의자는 가치와 제도를 중시합니다.
고립주의가 이렇게 강한 건 지난 30년 동안 백인 고졸 남성 제조업 노동자들의 소득이 거의 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세계화 시대에 초엘리트들은 엄청 부자가 됐는데, 그 과정에서 소외된 층이 생긴 거죠. 이들이 "엘리트들이 장난 그만해라"라고 표를 던진 겁니다. 바이든 정부도 이 표를 무시하면 다음 대선에서 트럼프가 돌아올 수 있으니, 이들을 어느 정도 아우르는 정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고요.
그러면 위안화가 기축통화처럼 될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나요?
중국이 미국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면 가능할지도 모르죠. 채권국이 아니라 채무국으로서 일대일로를 해야 하는데, 중국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요. 정권을 유지하려면 제조업을 지켜야 하거든요. 중국도 한동안 알리바바, 앤트 파이낸셜 같은 IT 분야가 강했는데, 일자리가 안 된다는 판단으로 이를 탄압하고 제조업을 선택했습니다. 독일이나 일본 모델에 가까운 거죠. 결국 국민 일자리와 먹거리를 우선하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중국이 미국처럼 무역적자를 감수하면서 주변국을 매수하는 건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지정학은 패권주의에서 다자주의로 간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게 보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비트코인과 연결해 볼 차례인데요. 어떻게 연관이 될까요?
트리핀 딜레마부터 짚어야 합니다. 예일대 트리핀 교수가 지적한 건데, 기축통화국은 세계에 달러를 공급하려면 무역적자를 내야 하고, 그러면 달러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모순입니다. 그가 예언한 대로 됐죠. 미국 연준의 한 인사는 비트코인이 세계 기축통화로 쓰이면 미국이 이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 적도 있어요.
왜 비트코인이 딜레마에서 벗어나게 해주나요?
다른 화폐를 생각해 보면 대부분 빚입니다. 달러는 미국의 빚이고, 원화는 한국은행의 빚이에요. 발행 주체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비트코인은 누군가의 빚이 아닙니다. 이게 결제 장부를 청산해 주는 수단으로 쓰인다면, 신뢰를 유지하면서도 빚의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논리죠.
금은 어떤가요? 금도 빚이 아니잖아요.
금은 조금 다릅니다. 금은 물질이라 전자적으로 주고받기가 어렵고, 역사적으로도 금을 직접 쓴 게 아니라 금 증서가 화폐처럼 쓰였어요. 금 증서는 실제 금보다 훨씬 많이 발행됐기 때문에 사실상 빚입니다. 지금도 실물 금에 비해 금 관련 증서는 엄청나게 많고요. 그리고 금 자체로는 현대의 무역과 거래 유동성을 감당하기 어렵죠.
그럼 비트코인이 기축통화처럼 쓰일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요?
저는 그렇게까지는 보지 않습니다. 비트코인이 기축통화 수준의 캐파를 갖추려면 단가가 어마어마하게 올라야 해요. 개당 1000억 원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죠. 다만 그 전에 세계 금융망이 만만치 않습니다. 골드만삭스나 JP모건 같은 기존 금융 거인들이 통제하려고 나설 가능성이 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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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달러 패권은 미국의 힘과 질서에 기대고 있었는데, 지금은 중국의 도전과 미국 내부의 분열이라는 두 가지 균열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그 대안이 될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지정학과 화폐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좋은 출발점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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