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선엽 · 한국인
요약 보기
결론: 트럼프 관세로 미국 물가 부담은 커지나 당장 치명적이진 않고, 금리 인하와 감세·규제완화가 맞물리면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나을 수 있다. 미국 현장 체감: 지난 방문 당시 가격이 두 배 올라 부담이 크고, 트럼프 지지층 중 중도 성향이 실망해 여론이 악화됐다. 관세 본격화 전이라 피해는 없었으나 신선식품 품귀가 5월 말 이후 나타날 수 있고 공산품은 1분기 선구매로 시차가 있다. 제조업 리쇼어링 전망: 미국의 의류 제조 비중은 2%(군복 위주)라 생필품 공장 생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봄. 트럼프가 생필품부터 무역협상 카드로 풀 것으로 예상. 자동차·반도체 등 첨단산업은 미국, 노동집약 산업은 중남미·멕시코 중심 구도가 원래 의도였다고 평가. 기업 투자: 현대차 미국 공장은 자동화로 근로자 800명 수준이라 국내 노조 이슈 대비 유리하다고 봄(개인 의견). TSMC·일본 기업도 미국 투자 가능성이 있으며 일자리 홍보 효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 금리·주식 시장: 물가 상승은 악재, 금리 인하는 호재. 금리 인하는 한두 세 번 정도 예상하며 이 수준이면 주식시장에 긍정적. 경기침체를 수반하는 장기 인하는 악재. 하반기 기대요인: 감세(소비 증가), 자율주행 등 신성장산업 규제 완화, 국가별 관세 합의에 따른 불확실성 축소와 투자 재개. 경기 전망: 미국 경기 망한다는 주장은 과도하며 결국 트럼프의 판단에 달려 있다. 베선트 재무장관이 기용된 점 등을 근거로 극단적 실수는 덜할 것으로 봄. 파월 의장은 관세가 예상보다 높아 금리 인하를 미뤘으나 관세가 낮아지면 금리 인하도 빨라질 수 있음. 트럼프는 틀리면 말을 바꾸는 유연함이 있어 과도한 두려움보다 정책 번복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다듬은 글
미국 현지 분위기와 물가 영향
실제로 여론이 많이 안 좋아졌습니다. 제가 미국에 갔을 때 트럼프를 지지했던 분들 중에서도 많이 돌아서셨어요. 아직 절대적인 흐름이라고 말씀드리기는 그렇지만, "이럴 줄 몰랐다, 이렇게 하라고 준 건 아니었다"는 얘기가 굉장히 많습니다. 특히 서민들은 생각보다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어요. 미국은 해고가 굉장히 자유롭다 보니, 조금만 어려워지면 바로 사람을 내보내는 영향이 크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서민들 위해서 하라고 했더니 반대 결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나"라는 볼멘소리도 있습니다.
햄버거가 비싸서 못 사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이전에 비해 가격이 두 배가 올랐으니 부담이 되는 건 맞습니다. 이전 월급으로는 이전의 생활 수준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 거죠. 제가 갔을 때는 아직 관세가 본격화되지 않아서 그런 피해는 없었지만, 지금 들리는 얘기로는 조만간 매대에서 물건이 사라질 것 같다는 말이 나옵니다. 지금 들어오는 물건부터는 관세가 붙은 가격으로 들어오니 문제가 되겠죠.
물건은 두 가지로 나눠서 봐야 합니다. 공산품은 기업들이 4월부터의 상황을 예상해 미리 재고를 많이 쌓아 놨기 때문에 물가에 반영되는 데 시차가 조금 있을 것 같습니다. 반면 신선식품은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5월 말 이후부터는 영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아직까지는 부정적 영향이 있긴 하지만, 치명적인 수준까지 가려면 시간이 좀 있습니다. 다만 그동안에도 어려웠던 분들이 추가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 부정적 영향은 많이 확산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조업 부활은 현실적으로 어려운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생필품까지 미국에서 전부 만드는 공장이 생기는 건 단연코 어렵다고 봅니다. 트럼프도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가 가졌던 구상은 중국을 견제하는 데는 이견이 없으니, 첨단 산업(자동차, 반도체 등)은 미국에서 하고, 자본집약적인 산업은 멕시코 중심으로, 노동집약적인 산업은 중남미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 보셨듯이 본인 스스로 그 계획과 다르게 가고 있지만, 큰 그림에서는 결국 그렇게 정리될 것으로 봅니다.
미국의 공식 통계를 보면 의복 제조 비율이 2%밖에 안 되고, 그 2%도 거의 군복입니다.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미싱 산업을 떠올려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금의 미국에서 의류 제조가 다시 살아나는 건 제가 볼 때 100%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조만간 베트남 같은 국가들과 무역 협상이 이뤄지면 생필품부터 먼저 관세를 풀어주는 식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생필품은 무역 협상에서 카드로 쓸 만한 대상이 아니라서, 선제적으로 풀어주고 가지 않을까 싶어요.
지지자들이 기대하는 좋은 일자리가 생기려면 제조업이 들어와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조금만 생길 가능성이 크고, 그마저도 포장된 성과로 홍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몇 개 들어온 걸 두고 마치 대단한 성과인 것처럼 말하겠죠.
그렇다고 트럼프를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됩니다. 그의 성격을 봤을 때 일정 부분은 효과를 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미국 진출을 고민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자동차 쪽에서 현대차는 미국 공장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개인적인 추정입니다). 현대차의 미국 신규 공장 규모는 울산 공장의 두 배가 넘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울산에는 근로자가 많지만 미국 공장은 800명 정도밖에 안 됩니다. 자동화와 로봇을 적극 활용할 수 있고, 한국은 노조 이슈가 있어서 자동화에 제약이 있는 측면이 있죠. 그래서 이런 기업들은 관세를 핑계 삼아 미국으로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TSMC나 일본 기업들도 어느 정도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또 하나 짚을 점은, 이렇게 들어온 공장에서 가장 많이 필요한 일자리가 노가다 같은 건설·현장 일자리라는 겁니다. 에너지 패권과 관련된 인프라 공사가 늘면, 미국 노동자들이 그 일을 맡게 되니 "내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자리가 생겼다"고 홍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부가가치 산업은 인건비가 문제였는데, AI나 로봇으로 해결이 된다면 미국 안에서 생산해 바로 소비 시장에 공급할 수 있으니 물류비 측면에서도 분명 유리한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 기업 입장에서도 비용을 많이 아낄 수 있고, 미국 내 일자리와 법인도 늘어날 겁니다. 또 미국 안에 공장이 있으면 미중 갈등이 커지거나 아시아 지역에서 불편한 일이 생겨도 공급 측면에서 문제가 적습니다. 코로나 때 "미국이 필요한 물건도 못 만드는 나라가 됐구나" 하는 걸 많이 체감했으니까요. 다만 모든 기업이 들어가지는 않을 겁니다. 나이키 신발 공장처럼 노동집약적인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는 건 어렵고, 같은 동남아라도 전략적으로 미국 편에 설 수 있는 국가 쪽으로 이전하는 흐름이 나올 것 같습니다.
주식 시장 관점
물가 상승은 악재, 금리 인하는 호재로 보는 게 일반적입니다. 물가가 잡혀야 하고, 경기 침체 우려도 있으니 금리가 내려가는 게 주식 시장에는 좋습니다. 하반기나 내년 초에 이런 호재가 현실화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다행스럽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멈춰야 할 지점에서 멈췄습니다. 만약 추가로 강한 노이즈를 내지 않는다면, 물가는 일시적으로 오르고 경기는 둔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든 금리 인하 여지는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정도 금리 인하는 현 수준에서 주식 시장이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금리 인하가 주식 시장에 나쁘려면 경기 침체를 동반한 인하여야 합니다. 금리를 계속 큰 폭으로 내리는 건 악재지만, 많아야 한두 세 번 정도의 인하라면 오히려 주식 시장에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하반기에 기대할 만한 요인도 세 가지 정도 있습니다. 첫째는 감세입니다. 세금이 깎이면 소비가 늘어날 여지가 있습니다. 둘째는 더 중요한 규제 완화입니다. 며칠 전 트럼프가 자율주행 관련 규제 완화를 얘기했는데, 신성장 산업은 규제가 풀리면 업사이드가 굉장히 커질 수 있습니다. 셋째는 관세입니다. 여러 관세를 한꺼번에 부과하는 방식은 불확실성이 크지만, 국가별로 합의가 이뤄져 기준이 생기면 최소한의 불확실성은 사라집니다. "이 정도 하면 관세가 면제되는구나"라는 기준이 생기면 투자도 재개될 수 있습니다. 이런 감세, 규제 완화, 관세 기준이 금리 인하와 맞물린다면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봅니다.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가 쉽지 않다고 말하는 것도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이고, 하반기쯤이면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경기도 약간의 침체 정도에서 그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 얘기하는 "미국 경제가 망한다"는 해석은 과도하다고 봐야 합니다. 미국 경기가 좋아질지 나빠질지는 결국 정책 판단에 달려 있는데, 트럼프가 여기서 또 실수하면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미 한 번 실수를 겪었기 때문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만약 같은 방향으로 갈 생각이었다면 재무장관을 베센트가 아니라 피터 나바로에게 맡겼을 텐데, 요즘 나바로는 잘 안 나오고 스콧 베센트처럼 중심을 잘 잡는 인물이 자꾸 나오는 걸 보면, 우리가 걱정하는 수준의 실수까지는 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보편관세도 이대로 두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파월 의장은 원래 3월에 금리를 낮춰 줄 것처럼 얘기했는데, 당시 생각한 관세율은 10% 안쪽이었습니다. 그 정도면 물가 상승도 일시적이라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본 것이죠. 그런데 최근 파월이 버틴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관세가 예상보다 너무 높다는 것입니다. 22%는 너무 심하다는 거죠. 그러니 관세를 철회하거나, 최소한 10% 수준으로 낮춰 준다면 금리 인하도 생각보다 빨리 가능할 겁니다. 인하 횟수는 많아야 두세 번, 현재로서는 두 번 정도로 보고 있지만, 트럼프의 행보에 따라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트럼프는 실수를 하지만 바로 말을 번복하는 스타일이라 그나마 다행입니다. 틀린 걸 알면 빨리 바꿀 줄 압니다. 이번에도 관세를 유예해 준 건 본인이 잘못된 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러트닉 상무장관이 피터 나바로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설득했다고 하죠. 설득당했다는 건 잘못된 걸 알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트럼프는 도전적이고 거칠지만, 틀리면 말을 바꾸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두려워할 필요보다는, 이 사람이 조만간 말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 합리적입니다. 언론이나 여론에서 난리가 나면 실제로 말을 바꿔 왔고, 과거에도 계속 그래 왔습니다. 그런 면에서 극단까지 가지 않을 확률도 있다고 봅니다.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