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효석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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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통화량 증가로 자산가격 상승은 질병이며, 연준의 긴축 전환과 좀비기업·유니콘 구조 변화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 통화량 증가와 자산가격: 화폐가 늘어나면 화폐가치가 하락해 자산·물건 가격이 오른다. 자산 가격 상승은 양극화를 심화시키므로 질병으로 본다. 상위 1%가 전 세계 부의 약 55%를 보유한다는 점을 제시. 인플레이션 해석: 명목 임금 상승보다 실질 구매력이 중요하다는 짜장면 예시로 설명. 임금이 10% 올라도 물가가 20% 오르면 실질적으로 가난해진다. 잠재성장률과 통화 공급: 잠재성장률을 컵 크기에 비유. 코로나 이후 성장 부진을 메우려 통화를 대량 공급했고, 2008년 이후 10년 넘게 인플레이션이 없었던 이유는 좀비기업(저금리로 연명)과 유니콘 기업(투자금으로 가격 경쟁)이 디플레이션 압력을 만들었기 때문. 금리 인상 국면: 작년 11월 연준이 통화 공급 중단을 판단한 이후, 우버 CEO가 성장보다 이익을 강조하며 가격 인상 방향으로 전환. 좀비기업은 이자 부담으로 구조조정 대상이 되며,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 부채와 신용: 부채(라이어빌리티)의 반대편에는 신용(크레딧)이 있으며, 신용의 크기가 부채 규모를 결정한다. 루나 사태 등 크립토 사건과 금리 상승은 신용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다음 강의 예고: 통화량을 조정하는 연준의 역할과 금리 결정 구조를 다룬다. 특정 종목·지수에 대한 1~3개월 방향 예측 발언은 명시되지 않음. 출연자 전망 역시 구체적 가격 예측은 없음.
다듬은 글
통화량 증가가 자산가격과 물가를 어떻게 바꾸는가
지난 시간에 코로나로 인해 돈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면서 통화량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통화량이 늘어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통화량이 늘어나면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고, 그러면 자산 가격이든 물건 가격이든 오르게 됩니다. 정리하면 통화량 증가 → 화폐량 증가 → 화폐가치 하락 → 자산 가격과 물건 가격 상승입니다.
자산 가격 상승은 좋은 일일까
여러분께 질문을 드려 보겠습니다. 집값이 오르면 좋으신가요? 주식이나 코인 가격이 오르면 좋으신가요? 대부분 "모르는 게 좋다"고 답하십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자산 가격 상승이 과연 좋은 일일까요? 저는 자산 가격 상승을 질병이라고 표현합니다. 자산 가격이 오르면 여러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양극화 문제
대표적인 문제가 양극화입니다. 전 세계의 부를 1등부터 100등까지 세워 놓는다면, 상위 1%의 부자들이 전체 부의 약 55%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하위 55%가 가진 부는 1%밖에 되지 않습니다. 매우 극단적인 양극화입니다. 자산 가격이 오르면 가진 사람의 부가 훨씬 빠르게 늘어나기 때문에 이 양극화는 더 심해집니다.
물가 상승, 인플레이션은 나쁜 것일까
물건 가격이 오르는 인플레이션은 어떨까요? 임금과 물가의 관계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코로나 때 회사 사정이 어려워 임금이 오르지 않았다고 불평하는 친구가 있다고 해 봅시다. 그런데 같은 기간 짜장면 값이 1만 원에서 8천 원으로 내렸다면, 임금은 그대로여도 살림살이는 오히려 나아진 것입니다. 반대로 회사가 돈을 많이 벌어 임금을 10% 올려 줬다고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고 해 봅시다. 그런데 짜장면 값이 1만 2천 원이 되었다면, 임금이 올랐어도 실질적으로는 더 가난해진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명목상 연봉이 얼마나 올랐는지가 아니라, 물가보다 실제로 임금이 얼마나 더 올랐는지입니다. 물가 상승을 앞지르지 못하는 임금 상승은 실질적인 가난을 의미합니다.
통화량은 왜 이렇게 늘어났을까
통화량이 이렇게까지 늘어난 이유를 비유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경제에는 '잠재성장률'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적정한 성장 속도를 뜻하며, 컵의 크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대입을 앞둔 자녀가 건강을 해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적정 수면 시간이 6시간이라고 해 봅시다. 8~9시간 자고 공부를 못 하겠다는 아이에게는 더 열심히 하라고 할 수 있지만, 3~4시간씩 자는 아이에게는 그만하라고 해야 합니다. 경제도 마찬가지로 잠재성장률이라는 적정 수준이 있습니다.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인데 금융위기, 인구 구조 변화, 코로나 등으로 성장이 1%에 그친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물을 더 부어서라도 성장시키자", 즉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서라도 경제를 돌리자는 것이 통화량 증가 정책입니다. 3%까지는 물을 부어도 경제가 살아나지만, 그 이상으로 붓게 되면 물이 넘칩니다. 그 넘치는 것이 바로 인플레이션입니다. 그래서 물을 붓다가 멈춰야 하는 시점이 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코로나 위기를 거치며 막대한 돈이 풀렸는데, 작년 말 이전까지 10년이 넘도록 인플레이션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이것이 신기한 현상이었습니다. 물을 부었는데 넘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을 부을수록 컵 자체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컵이 커진 이유: 좀비 기업과 유니콘 기업
통화량이 늘어나 금리가 낮게 유지되면 좀비 기업이 생깁니다. 이자를 겨우 갚으며 버티는 기업들입니다. 좀비 기업은 가격 경쟁을 하며 물건값을 낮추고, 이것이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만듭니다. 원래 통화량을 늘린 목적은 인플레이션을 만들어 경제를 돌리려는 것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결과 생긴 좀비 기업이 디플레이션을 만든 것입니다.
또 돈이 넘쳐 나면서 스타트업, 유니콘 같은 혁신 기업으로도 돈이 몰렸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쿠팡입니다. 이익을 내지 못해도 투자를 계속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 기업들은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가격을 낮추는 경쟁을 했습니다. 즉 유니콘 기업도 통화량 증가로 생겨났지만, 역설적으로 디플레이션을 만드는 역할을 한 것입니다.
이렇게 물을 부어 경제를 살리려 했지만, 좀비 기업과 유니콘 기업이 디플레이션을 만들면서 그만큼 물을 더 부어도 인플레이션이 오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컵의 크기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변화의 시작: 물 붓기를 멈추다
작년 11월 무렵부터 연준은 물을 그만 부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자 컵을 키웠던 기업들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버의 CEO가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지금까지는 이익을 내지 않더라도 성장을 위해 달려왔지만, 이제는 성장보다 이익이 중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고성장을 해야 할 스타트업이 더 이상 성장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더 높은 가격으로 투자를 받기 어려워지자 스스로 수익성을 챙기겠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결국 가격 인상으로 이어집니다. 그동안 가격을 낮추는 역할을 하던 혁신 기업들이 이제는 가격을 올리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역설적인 일입니다.
좀비 기업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금리가 올라가고 통화량이 줄어들자, 과거에는 이자만 겨우 내면 되던 기업들이 이자 부담이 커졌습니다. 부채는 계속 늘어난 상태에서 이자까지 오르니 버틸 수 없게 됩니다. 결국 좀비 기업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고, 좀비 기업이 만들었던 디플레이션도 사라집니다. 컵의 크기가 줄어들고 물이 넘치기 시작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인플레이션이며, 이 인플레이션이 낳는 다양한 현상은 앞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할 숙제입니다.
통화량 증가의 의미: 부채와 신뢰
마지막으로 통화량 증가의 의미를 한 가지 더 짚겠습니다. 통화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중앙은행, 즉 미국의 연준이 돈을 찍어내는 것입니다. 종이에 "이것은 1달러입니다"라고 쓰고 세상에 내놓는 것이지요. 1달러를 가진 사람은 언제든 은행에 가서 진짜 돈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돈을 찍어낼수록 갚아야 할 돈, 즉 부채가 생깁니다. 영어로 부채는 '라이어빌리티(liability)'입니다. 전 세계 부채는 지금 300조 달러를 넘었고, 이는 GDP보다 많은 규모입니다.
부채의 반대편에는 항상 '크레딧(credit)', 즉 신용이 있습니다.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신용카드로 계산하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맥주를 마신 순간 저는 호프집 주인에게 돈을 줘야 할 의무, 즉 부채가 생깁니다. 카드사가 먼저 돈을 내주고 저는 나중에 갚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호프집 주인은 왜 아무것도 받지 않고 맥주를 내주었을까요? 저를 믿었기 때문입니다. 설마 떼먹지는 않겠지 하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부채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즉 부채라는 개념의 반대편에는 항상 신용이 있고, 신용의 크기가 부채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부채의 크기는 통화량 증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부채가 커진다고 바로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부채만큼 신뢰가 있다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신뢰는 매우 무형의 개념이어서 측정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저는 이 신뢰의 크기를 '세상의 크기'라고 표현합니다. 세상의 크기가 크다면 통화량을 늘려도 괜찮지만, 세상의 크기보다 통화량이 더 커지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세상의 크기'가 커지는지 작아지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최근 코인 시장의 루나 사태 같은 일들은 부채는 이만큼 쌓였는데 그에 맞는 신뢰, 즉 세상의 크기가 무너진 사례입니다. 또 금리가 오르면 세상의 크기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좀비 기업에 돈을 빌려준 사람은 "설마 이자는 내겠지"라고 생각했다가, 금리가 오르는 순간 "원금을 갚을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갖게 됩니다. 이런 의심이 확산되면 신용 문제, 전문 용어로 '크레딧 리스크'가 생기며, 그것이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는 환경입니다.
정리
이번 시간에는 통화량 증가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았습니다. 통화량이 늘어나면 자산 가격과 물가가 오르고, 자산 가격 상승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질병이며, 물가 상승은 임금보다 빠르면 실질적 가난을 낳습니다. 또 통화량 증가는 좀비 기업과 유니콘 기업을 통해 컵의 크기를 키웠고, 물 붓기를 멈추자 그 컵이 줄어들며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 통화량을 조정하는 연준이 어떻게 판단하고 움직이는지, 그 중심에 있는 미국 중앙은행의 결정을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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