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효석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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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가부채(GDP 대비 100% 초과, 이자비용 연 1.3~1.4조 달러)를 AI 생산성 향상으로 상쇄해야 하므로 미국이 AI에 사활을 건다고 주장. 중국은 제조업 공급과잉을 심화시키고 있어 미국과 마찰이 불가피하며, 한국은 반도체·조선 등 첨단 제조 공장을 국내에 유지하고 미국 수요에 응해 협상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 옐런 장관의 중국 제조업 비판과 한미일 재무장관 공동 환율 문구도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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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문제는 있지 않습니까. 미국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인 것은 사실이고, 한국도 저금리 상황에서 부채를 많이 활용했습니다. 물론 미국은 달러 기축통화 국가라서 한국과 여건이 분명히 다르죠. 국가 부채도 지금 굉장히 많이 늘었습니다. GDP 대비로 보면 얼마나 늘어도 괜찮은 걸까요, 어떻게 보세요?
국가 부채는 제가 아까 말씀드린 대로 20조 달러에서 28조 달러까지 늘었습니다. 그런데 GDP 대비 부채 비율로 보면 100%를 넘어섭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 비중이 굉장히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숫자를 한번 계산해 보죠. 34조 달러의 부채에 대해 미국 정부가 내야 하는 이자는 얼마일까요? 미국 국채는 1년물, 10년물, 30년물 등 만기가 아주 다양해서 평균 금리로 봐야 합니다. 올해 평균 금리가 대략 4% 정도니, 34조 곱하기 4%를 하면 약 1.3~1.4조 달러가 됩니다. 이것이 이자 비용이고, 미국 정부 한 해 예산에서 국방비보다 큰 규모입니다.
그러면 이게 가능한 일이냐는 질문이 당연히 나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바보가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계속 하고 있을까요? 저는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라고 봅니다. 첫 번째는 "배째라"는 방식입니다. "미안하다, 서학개미들이 우리에게 돈을 많이 빌려준 거 알지만 못 갚겠다"고 하는 남미식 방식이죠. 하지만 이건 상상하기 어렵고, 상상해서도 안 됩니다. 결국 유일하게 남은 방법은 갚는 것입니다. 꾸준히 갚으려면 계속 돈을 벌어야 하고, 이자보다 많이 벌어야 합니다. 적어도 부채 증가 속도보다 GDP가 더 빠르게 늘고, 성장과 생산성이 더 빠르게 개선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높은 5% 가까운 금리를 이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AI밖에 없다고 봅니다. 미국이 AI에 정말 진심이고 돈을 계속 쏟아붓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안보 문제도 있고 여러 이유가 있지만, 부채라는 측면에서 봐도 AI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이미 그런 단계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해하실 수 있어서 부연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주식 투자를 잘해서 연 20% 정도 번다고 해 보죠. 그럼 은행에서 10% 금리로 대출을 받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하지만 매년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이건 굉장히 위험한 장난이 될 수 있습니다. 대출 금리와 투자 수익률의 차이가 확실하다면 사실상 돈을 무한대로 빌려도 됩니다. 문제는 그게 확실하냐는 것이죠. 잘 되어야 하고, 안 되면 큰일 납니다. 미국은 AI가 될 때까지 아마 계속 밀어붙일 것입니다.
미국 이야기만 할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도 정부 부채가 꽤 많고, 기업 부채는 말할 것도 없이 많습니다. 정부와 기업을 합친 총 국가부채로 보면 선진국들과 비슷해집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정도 규모가 아닌데도 성장률이 점진적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AI나 M7 같은 플랫폼 중심의 세계적 기업이 마땅히 없고, 반도체 하나와 조선 등 일부 산업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 한국은 장기적으로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빚을 갚아 나가면서 저성장에 맞춘 정돈된 전략이 필요할까요, 아니면 미국처럼 "일단 질러보자"는 스프린트 전략이 맞을까요? 저는 최근 애널리스트를 거쳐 스타트업에 있었고, 지금은 HS 아카데미라는 금융 교육 회사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질문에 어떤 입장에서 답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그 고민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미국이라고 고민이 없는 건 아닙니다. 옐런 재무장관이 중국을 아주 노골적으로 혼내겠다고 말했습니다. 제조업 공급과잉인데 왜 또 생산을 늘리느냐는 것이죠. 지난주에는 옐런 장관과 한국, 일본의 재무장관이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성명서에 엔화와 원화가 많이 약세여서 같이 고민하자는 문구가 들어갔습니다. 명목상 이례적인 문구인데, 세 나라가 중국이 전 세계 공급망을 교란하는 것을 함께 막자는 얘기가 나온 것입니다. 이것이 미국에게는 불편한 구석입니다.
애플은 공장이 없고 무형자산만 가지고 있습니다. 효율적이고, 자본시장이 좋아서 주가가 많이 오릅니다. 반면 중국은 유형자산의 나라입니다. 쉽게 말해 제조업 최강국이죠. 미국은 AI 끝까지 가려 하고, 중국은 제조업 끝까지 가려 합니다.
비유로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중국의 한 공장장이 시진핑 주석에게 "장사가 안돼서 가동률이 50%도 안 됩니다. 문 닫아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시진핑은 "그럼 한국이나 다른 나라 공장을 문 닫게 하는 게 낫다. 우리는 계속 돌려라. 임금이 올라서 원가가 안 맞는다니, 태양광 설비를 지어 줄 테니 전기는 공짜로 써라"라고 말합니다. 공장장이 "만들 순 있는데 중국에서 안 팔려요"라고 하면, 시진핑은 "그럼 전 세계로 싸게 보내버려"라고 하는 거죠.
올해 양회에서 나온 키워드가 바로 이것입니다. 제조업 다시 굴기, 신재생, 이커머스. 이걸 묶으면 중국은 이미 공급과잉인 제조업을 더 키우겠다는 뜻이고, 자기 나라 공장은 절대 망하지 않게 하고 다른 나라 공장을 망하게 하겠다는 얘기입니다. 미국이 무형자산으로 간다면 결국 제조업은 중국이 가져가고, 전 세계 제조업 역량에서 중국이 1등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옐런 장관도 "그렇게 하지 마라"고 경고하는 것이고, 미국 입장에서는 이게 무서운 것입니다.
이 얘기를 길게 한 이유는, 한국이 나아갈 방향이 명확해지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을 해 줘야 합니다. 특히 첨단 제조 부문에서 미국 입장을 강하게 맞춰 줘야 합니다. 그 공장을 미국에서만 짓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많이 지어야 합니다. 반도체도 국가 안보 측면에서 보면,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이 무너지면 전 세계 경제가 엄청난 혼란에 빠지므로 한국은 무조건 지켜야 합니다. 삼성이나 SK하이닉스가 미국으로 무분별하게 옮겨 가는 것은 국가 전략 차원에서 계획을 세워 관리해야 합니다. 세제 지원을 더 하더라도 한국에 남게 하는 제도, 리쇼어링을 본격적으로 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미국의 요구는 들어주되, 우리 물건을 공정한 가격에 사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중국 제품을 사지 않겠다면, 우리는 장기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서구권에 안정적으로 팔 수 있습니다. 중국과 손잡은 나라들이 절반을 가져간다면, 우리는 안정적으로 손잡은 나라들과 나머지 절반을 가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전략을 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에서 미국도 골치 아픈 부분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중요한 협상 카드가 됩니다. 미국이 한국에 공장을 지으라고 할 때 "싫다, 우리한테 지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카드가 있습니다. 우리도 할 말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중국에 짓겠다"는 식으로라도 말해서, "그래도 한국이 낫지 않냐, 우리도 지켜줘야 하지 않냐"는 쪽으로 끌고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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