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권기대대표 · 한국인
요약 보기
2026년 K반도체 초호황 전망. HBM은 엔비디아·SK하이닉스 독점에서 고객 맞춤형으로 변화하며 삼성전자 품질테스트 통과 등 수급 변화 예상. 한미반도체 본딩장비 독점 변화, 유리기판·원자현미경(파크시스템즈)·TFE·이오테크닉스 등 소부장 관심. 바이오는 옥석가리기 후 26년 전망 양호, 알테오젠 제형변경 주목. 배터리는 전기차 부진으로 ESS·원통형·전고체로 돌파구 모색, 2026년 완전 회복은 어렵고 2년보다는 나을 것으로 봄.
다듬은 글
HBM 공급 구조 변화와 2026년 반도체 전망
중요한 것은 HBM이라는 AI 가속기용 첨단 반도체입니다. 지금까지는 하이닉스가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그것을 받은 엔비디아가 AI 가속기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 왔습니다. 그런데 2026년부터는 이 구도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조짐이 여기저기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HBM이 들어간 AI 가속기는 주로 AI 모델을 만드는 회사와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회사들이 써 왔습니다. 그런데 엔비디아의 가속기는 비싸기도 하고 공급 물량이 부족해서, 돈을 싸 들고 가도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계속돼 왔습니다.
수요처 다변화와 공급 구도 재편
다양한 수요처가 생겨나는 것은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반대로 하이닉스는 HBM에서의 장악력이 줄어들고, 그만큼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2025년 초, 제가 이 책을 한창 쓰고 있을 때만 해도 솔직히 좀 아리송했습니다. 과연 제대로 풀릴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고, 직전에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겨울이 온다는 식의 전망을 내놓아 투자자들을 겁나게 하기도 했습니다.
2026년 초호황 가능성의 근거
그런데 2025년 상반기를 지나 하반기로 들어가면서 계속 나온 뉴스와 정보들을 종합해 보니, 2026년부터는 장난이 아닌 초호황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습니다. 주식시장에서도 이것이 조금씩 증명되기 시작해, 결국 삼성전자가 10만 전자라는 고지를 뚫었고 하이닉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메모리 전반의 상황도 좋아지고 있습니다. HBM에 집중하다 보니 레거시라고 부르는 범용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이 줄어들었고, 그 결과 범용 반도체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범용 중에서도 저전력 등 첨단 범용 반도체의 수요가 늘고 있는데, 이는 AI 산업 발전의 영향입니다. 메모리 전반의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메모리 세계 2위 자리를 다투는 한국이 당연히 수혜를 누리게 됩니다.
HBM 수급 변화: 맞춤형 시대
수요 업체들이 생각해 보니 계속 엔비디아에만 의존하고 끌려다녀야 하나 싶은 고민이 생겼습니다. 게다가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는 사양이 너무 높아서, 각사의 목적에 비해서는 쓸데없이 사양만 높고 값만 비싼 셈입니다. 그래서 각 회사들이 자신들에게 맞는 적절한 AI 가속기와 AI 반도체를 직접 만들려는 흐름이 생겼습니다.
그 결과 2026년에 HBM의 큰 추세는 맞춤형이 됩니다. 고객이 원하는 사양에 맞춰 AI 반도체를 만들어 주는 방향이고, HBM도 여기에 따라갑니다. 엔비디아에 납품하지 못해 애를 먹었던 삼성전자도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습니다. 이는 거꾸로 엔비디아의 독과점력도 예전처럼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투자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며, 2026년 반도체 전망은 밝지만 HBM 쪽 수급 변화는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본딩 장비와 기판: 주목할 변화들
흥미로운 것은 HBM 제조에 꼭 필요한 본딩 장비입니다. 본딩 기술도 여러 세대를 거치며 변해 왔고, 지금은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이 가장 유망하다고들 합니다. 국내에서는 한미반도체가 본딩 장비 분야의 가장 큰 기업이었고,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사업이다 보니 여러 회사가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한화그룹의 한화세미텍이 본딩 장비를 개발해 납품을 시작했고, LG전자도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의 본더를 개발 중이어서 곧 경쟁에 뛰어들 예정입니다. 본딩 장비 시장에서 한미반도체의 독과점이 어떻게 변하고, 다른 수요처에 납품하며 추세가 어떻게 바뀌는지 지켜볼 만한 대목입니다.
현재 한미반도체는 한때 조정을 많이 받았다가 다시 고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여전히 눈에 띄는 종목입니다.
또 하나, 당장은 아니지만 반도체 부품 중 큰 혁신이 예상되는 것이 기판입니다. 기판 소재로는 유리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삼성전기를 비롯해 많은 회사가 유리 기판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방향에 따라 주식시장의 새로운 주목 종목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반도체 초미세화가 진행되면서 중요하게 떠오른 장비가 원자현미경입니다. 연구용과 산업용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의 파크시스템스는 전 세계 점유율 1위이며, 산업용으로 좁히면 점유율이 80%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압도적인 경쟁력으로 주가도 꾸준히 우상향해 온 회사라 저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 밖에 AI 반도체 테스트 솔루션과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TFE, 레이저 기술력이 뛰어난 이오테크닉스 등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반도체 소부장 기업은 너무 많아 일일이 말씀드리기 어려울 정도이며, 특히 테스트 장비나 세정 장비 같은 주요 장비 분야에 경쟁력 있는 국내 기업이 많습니다.
바이오산업: 옥석 가리기와 기술 수출
바이오산업은 오랫동안 위축돼 있었습니다. 더 나빠지기보다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침체해 있었는데, 최근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상장하고 투자금을 끌어들였던 회사들 사이에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적을 보여주지 못하면 도태되고, 살아남은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는 구조가 되었기 때문에 2026년 바이오 전망도 상당히 좋다고 봅니다.
바이오는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산업입니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려면 막대한 자본과 시간, 인원이 필요한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국내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바이오의약품 기술 수출이 활발합니다. 어느 정도 개발을 마쳐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면, 자금이 풍부한 글로벌 제약사에 후보 물질이나 원천 기술을 플랫폼 형태로 넘깁니다. 이때 계약금을 받고, 개발 단계에 따라 마일스톤을 받고, 상업화 후에는 로열티까지 받아 상당한 수익을 보장받습니다. 위험을 중간에 큰 회사에 넘기면서 분산할 수 있고, 그렇게 생긴 여력으로 다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는 선순환이 되는 것입니다. 기술 수출은 매우 중요하며,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크고 작은 회사들이 독특한 기술을 개발해 수출하는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비만치료제도 주목할 만합니다. 위고비 같은 비만치료제는 기본적으로 주사제이고, 병원에 가서 오랜 시간 맞아야 하는 불편이 있습니다. 국내 회사들은 이 불편을 줄이는 방향을 생각했습니다. 자주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방식은 없을까, 한 달이나 두 달에 한 번 맞으면 되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것입니다. 효능보다 편의성에 중점을 둔 기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알테오젠입니다. 알테오젠 주가가 크게 오른 이유도 제형 변경 기술 때문인데,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바꿔 환자가 직접 5~10분 만에 주사할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얼핏 주사 방식을 조금 바꾼 것이 뭐 그리 대수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많은 사람이 쓰는 항암제라면 임팩트가 엄청납니다. 제형 변경도 한국 바이오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 밖에 CDMO 위탁생산이나 셀트리온으로 대표되는 바이오시밀러 영역에서도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어, 바이오 전망은 2026년에도 괜찮다고 봅니다.
2차전지: 전기차 둔화와 ESS, 원통형, 전고체
배터리, 즉 2차전지는 쓰임새가 굉장히 많습니다. 전기차는 물론이고 에너지를 저장하는 ESS, 선박, 자동차, 항공, 잠수함까지 배터리가 쓰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에도 배터리가 필수이고, 오래 가는 배터리가 없으면 곤란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전기차용과 ESS용이라는 두 개의 큰 시장으로 나뉩니다.
문제는 전기차가 예상만큼 팔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초기 호기심으로 쓰던 소비자들이 시들해졌고, 충전이 쉽지 않다는 점, 화재 위험, 일반 내연기관차에 비해 비싼 가격과 정부 보조금 축소 등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전기차 수요가 빨리 회복되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자동차 업체들은 싸게 만들려 하면서 배터리도 고품질보다 저가를 찾게 됩니다. 그 결과 중국산 저가 배터리가 세계 시장을 장악해 버렸고, 한국 배터리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돌파구로 ESS 시장이 떠올랐습니다. 여기에는 역설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규제가 영향을 줬습니다. 중국산 배터리, 특히 ESS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한국 배터리가 대안으로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한국 배터리 회사들도 품질만 추구해서는 안 되겠다고 깨닫고, 중국이 해 온 저가형 LFP 배터리 생산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현재도 실적이 올라오고 있고, 내년에도 시장 개척 노력이 이어질 것입니다.
또 다른 돌파구는 원통형 배터리입니다. 전기차용 배터리에는 원통형, 각형, 파우치형 등이 있는데, 중국이 만들기 어려워하는 것이 원통형입니다. 모든 소재를 돌돌 말아 만들어야 해서 기술적 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서는 원통형이 한국이 중국을 이길 수 있는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 장기적으로는 전고체 배터리가 있습니다. 화재 위험을 거의 완전히 없앤 배터리여서 앞으로 이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기술 면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앞서 있습니다.
배터리 셀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 돌파구를 찾고 실적이 개선되면, 양극재와 음극재 같은 소재 업체도 자연스럽게 따라 회복하게 됩니다. 2026년에 완전한 회복은 어렵겠지만, 지난 2년보다는 나은 실적이 나올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긍정론을 갖고 있습니다.
제조 경쟁력의 중요성과 투자의 기본
이번 책을 쓰면서 가장 강하게 느낀 것은 제조업의 중요성입니다. 방산, 원전, 반도체는 말할 것도 없고 바이오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미국과 관세 협상을 하면서 마스가(MASGA)라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미국은 조선 산업을 꼭 되살리고 싶지만 지금 당장은 만들 기술이 없는데, 한국이 대신 만들어 주고 기술도 가르쳐 주겠다고 하니 매력적으로 느낀 것입니다. 그 바탕에는 한국의 제조력이 있습니다. 아주 정밀하고, 싸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K제조력입니다. 방산 무기는 조금의 착오도 허용되지 않는데, 그런 정밀 제조를 우리가 해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바이오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CDMO 세계 1위인데, 그들의 목표는 바이오의 TSMC, 즉 바이오 파운드리의 왕이 되는 것입니다. 어떤 의약품을 요청해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이죠. 제조 경쟁력의 중요성을 이번에 새삼 깨달았습니다.
끝으로 투자의 기본, 즉 초심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투자의 시작은 내 삶의 근간을 흔들지 않는 종자돈으로 해야 합니다. 일상생활이 위험해질 정도로 돈을 빼서 투자하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 종자돈은 본업에서 나와야 합니다. 직장인이든 자영업자든 사업가든 본업에서 돈을 벌고 이익을 얻어 종자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빚을 내서 투자하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또 하나는 유연한 태도로 투자에 임하는 것입니다. 주식, 부동산, 금, 코인, 외환 등 투자 대상에 대해서도 유연해야 하고, 투자 기간에 대해서도 유연해야 합니다. 저도 몇 년 전만 해도 "내 사전에 손절은 없다"는 말을 자랑처럼 했는데, 그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손절할 때는 손절해야 하고, 끈기로 버텨야 할 때는 버텨야 합니다. 투자의 태도나 철학도 유연해야 합니다. 늘 보수적일 수도, 늘 공격적일 수도 없습니다. 시황과 상황에 따라 보수적으로 갈 때도, 공격적으로 갈 때도 있다는 유연한 마음가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