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미상 · 한국인
요약 보기
TSMC 3나노 양산 시점이 발표보다 늦어지고 있다고 주장. 애플 M2 프로·A16 등이 4/5나노에서 생산되는 점을 근거로 3나노 실제 양산은 2022년 말 이후로 추정. N3E는 수율 확보를 위한 다운그레이드 공정으로 해석하며, TSMC가 3나노 이후 벽을 넘기 어렵고 삼성·인텔 등 도전자들의 로드맵도 늦어질 것이라고 전망. 게이트 올 어라운드 전환은 TSMC에게 아직 먼 이야기로 봄.
다듬은 글
격동의 파운드리 시장에서 배수진을 친 삼성 파운드리가 게이트 올 어라운드를 준비하고 있고, 반도체 제국 인텔도 파운드리 시장 전투에 본격 참전했습니다. 그리고 이 흐름을 지켜보고 있는 곳이 있죠. 바로 전통의 파운드리 강자 TSMC입니다. 오늘은 성공적인 방어전을 이어 가고 있는 TSMC의 현재 상황을 정리하고, 파운드리 시장의 정세를 가늠해 보려고 합니다. 그럼 첫 번째 이야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7나노, 5나노를 지나 3나노 문턱에 이른 파운드리 시장에서 2~3나노 단계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삼성이 최선단 공정인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 공정에 도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도전자 중 하나인 삼성이 3나노에서 한 걸음 앞서 GAA를 들고 나왔다는 것입니다.
GAA는 플래너 트랜지스터에서 한 단계 진화한 반도체 구조입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지난 영상에서 정리했으니 넘어가겠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GAA로의 전환이 TSMC에게는 아직 조금 먼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이번 TSMC 테크놀로지 심포지엄에서도 현재 상황을 명확히 읽을 수 있습니다.
TSMC의 CPU·GPU용 GAA 공정 등장은 2년 뒤부터, 빨라야 2024년 이후가 될 전망입니다. 따라서 TSMC는 3나노 공정에서 경쟁자들의 추격 의지를 꺾을 수 있는 한 방을 준비했습니다. TSMC가 그린 대응 전략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TSMC는 최신 공정의 첫해 생산 용량을 애플의 수주 규모 수준에서 운영해 왔습니다. 애플의 물량만으로도 첫해 공정을 꾸려 가기에 충분했고, 고객사마다 공정 요구 조건이 조금씩 달라 여러 기업의 주문을 한꺼번에 받으면 초기 안정화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신 공정의 첫 번째 베이스가 되는 애플은 모바일 중심 기업으로, 고밀도 공정을 요구합니다. 반면 AMD나 엔비디아는 고클럭 구현을 위해 고성능 공정이 필요합니다. 인텔의 10나노 공정을 예로 들면 이런 특성이 실제로 드러납니다.
결국 TSMC의 첫 해 최신 공정은 애플 공정의 특성상 규모가 한정될 수밖에 없고, 고성능 공정이 필요 없는 모바일 진영 기업인 애플이 첫해 최신 공정의 물량을 가장 먼저 나눠 갖게 되었습니다. 하이실리콘이 제재를 받기 전까지 TSMC가 매번 프레젠테이션에서 세계 최초를 외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이 구조가 파운드리 시장 2위인 삼성전자에게 낙수효과를 만들어 왔다는 점입니다. TSMC의 3나노 전략은 바로 이 맹점을 공략합니다. 애플을 제외하면 남는 고객사에게 최신 공정 물량이 충분히 돌아가지 않았고, 공정 성격도 조금씩 달라 삼성 등에게 낙수효과가 생겼던 것입니다.
TSMC는 이 낙수효과를 끊겠다는 전략을 세웠고, 방법은 간단합니다. 애플의 물량 수준을 넘어서는 대규모 캐파 투자와 제품 성격에 맞춘 공정 개발입니다. 엄청난 규모로 발표된 TSMC의 3나노 로드맵 계획에는 바로 이런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여기에 공정의 유연성도 더해졌습니다. 이번 테크놀로지 심포지엄 공식 자료에서도 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통 HD, HP처럼 고밀도와 고성능 공정을 나눠 운영해 왔기에 업계 종사자에게는 새로운 내용이 아닐 수 있지만, TSMC의 핀 플렉스는 이 접근법을 업그레이드한 버전으로 보면 쉽습니다. 핀 구성을 기준으로 여러 변형을 만들어 표준화하면, 여러 기업의 주문을 효율적으로 받을 수 있는 유연성이 확보됩니다.
정리하면 TSMC의 전략은 세 가지입니다. 규모와 유연성을 확보하고, GAA로 치고 올라오는 경쟁자의 추격 의지를 꺾고, 더 큰 그릇을 만들어 낙수효과를 차단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로직 반도체 시장의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성능 경쟁이라는 배경이 더해집니다. 애플의 로직 반도체 자체 설계 통합, 인텔의 GPU 시장 진출, AMD의 서버 시장 도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TSMC가 이 문제의 해답을 내놓자 시장이 반응했습니다.
인텔, AMD, 엔비디아, 퀄컴 등 치열한 성능 경쟁 중이던 핵심 로직 반도체 기업들이 모두 세계 최고 공정을 더 빨리 쓸 기회가 생기자 TSMC에 줄을 섰고, 이것이 곧 삼성 파운드리 위기론으로 이어졌습니다. 사실 여기까지는 2021년에 결론이 난 이야기이고, 우리는 그 계약 소식을 뒤늦게 접한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입니다. 계약 이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TSMC의 계획대로 칩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먼저 이번 테크놀로지 심포지엄에서 공개된 TSMC 로드맵을 봐야 합니다. 여기서 가장 먼저 짚어볼 부분은 TSMC의 최신 공정인 3나노입니다. 첫 번째 핵심은 등장 시기입니다. 2018년 2분기에 양산에 들어간 7나노 공정을 보면, X축의 숫자는 해당 연도의 시작이 아니라 해당 연도의 중순경을 나타냅니다. 그렇다면 N3의 양산 시점은 2022년 중순쯤이 됩니다.
여기서 첫 번째 포인트가 나옵니다. 작년 초 TSMC는 3나노 등장 시점을 올해 상반기로 주장했고, 타사보다 빠르게 리스크 생산에 돌입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2022년 6월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결론은 조금 다릅니다. 핵심 로직 반도체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하면서 삼성 파운드리 위기론의 단추가 되었고, TSMC의 3나노 등장은 당시 이야기하던 것보다 늦어졌다는 것입니다. 파운드리 시장에 관심 있는 분들은 이 내용을 많이 알고 계실 겁니다.
오늘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겠습니다. 실제 TSMC의 3나노 공정 양산은 이미 한 번 연기된 것으로 보이고, 지금 그래프에 그려진 것보다 아마 더 뒤에 있을 것입니다.
소품종 대량생산 제조업의 성공을 보장하는 공식은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TSMC에게 성공 공식을 보장해 준 황금열쇠는 애플입니다. A 시리즈로 단일화된 애플의 물량이 있었기에 TSMC는 여기에 자사 로드맵까지 맞춰 올 수 있었습니다. TSMC가 신공정 싸움에서 압도적 승리를 계속 챙길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것입니다. 애플이 TSMC와 손을 잡은 이후, TSMC의 최신 공정과 애플의 최신 제품은 같은 출시 주기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이 관점에서 TSMC의 공정 로드맵과 애플 신제품 출시 시기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M2 프로세서는 당초 N4 공정에서 만들어질 것으로 유력했습니다. 작년 3분기 TSMC는 N4 공정이 위험 생산 단계에 임박했다고 알리며 이 견해를 뒷받침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M2는 N4가 아닌 N5P 공정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이 이제는 많이 알려졌습니다. 아직 남아 있는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도 마찬가지입니다. A16 바이오닉 역시 애초 N4 공정을 기반으로 계획되었지만, N5P 공정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TSMC 주장대로 N3의 양산 시점이 2022년 2분기 무렵이라면 의아한 부분이 많습니다. M2와 A16 바이오닉은 3나노는커녕 4나노 공정으로도 생산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미 양산에 들어갔거나 양산 직전이라고 주장하는 4나노 공정으로 대체 무엇을 만들고 있냐는 의문이 생깁니다. TSMC 3나노의 실제 등장 시점은 엄밀히 말하면 주장보다 더 늦은 올해 말 이후가 아닐까 하는 추정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M2 프로세서는 물론이고 하반기에 등장한 A16마저 3나노는커녕 4나노 공정에서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이폰 프로와 일반 모델의 칩이 다르고, M2 프로와 M2 맥스가 서로 다른 공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애플의 제품 전략상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TSMC와 함께하는 고객사들의 운영 계획에 차질이 생긴 탓도 있다고 봅니다.
다시 돌아와, TSMC 3나노 운용 전략의 전제가 되는 애플조차 운영 계획이 어긋난 상황이라면, 같은 3나노 배에 탄 다른 기업들의 상황은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TSMC의 3나노 계획이 예상처럼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예감하게 합니다.
이를 증명하는 또 하나의 단서가 테크놀로지 심포지엄에서 등장한 TSMC의 새로운 노드 N3E입니다. N3에서 N3E, N3X까지 3나노 노드에는 정말 많은 변형이 있습니다. 언뜻 보면 N3E와 N3P, N3X 등 다양한 공정 옵션을 제공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TSMC는 N3E 공정을 앞서 말한 핀 플렉스와 함께 내놓으며 고객사에게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것처럼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술 더 떠 언론을 통해 N3E를 "인핸스드(개선된) N3"로 소개하고 있는데요, 즉 N3E가 N3의 더 개선된 공정이라는 것입니다. 국내 언론도 이 주장을 그대로 받아 적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공정에 램프업이 예상보다 빠르다는 식의 결론을 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N3E가 N3에 비해 무엇이 향상되었는지 살펴보면, 수율과 비용이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비교 대상이 되는 N3 공정이 아직 제대로 등장하지도 않았습니다. 둘째, 최신 공정의 성능 척도는 수율과 비용이 아니라 PPA(성능·전력·면적)라는 것입니다. 실제 N3E도 N3에 비해 면적을 제외한 나머지 성능이 향상되었다고 하지만, 사실 면적을 희생하면 현존하는 모든 공정도 나머지 부분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TSMC의 말대로 N3E가 N3보다 더 개선된 공정이라는 주장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저는 현재 시장 상황과 N3E 공정의 면면을 살펴보면서, N3E가 등장한 데에는 조금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N3E는 N3에 비해 EUV 레이어 수를 줄였고, 밀도와 성능도 함께 낮아졌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N3E는 공정 난이도를 낮춰 수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공정에 가깝습니다. 다시 말해 N3E는 N3 수율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TSMC가 목표를 낮춰 내놓은 공정이라는 것입니다. TSMC가 답을 찾은 것 아니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겠지만, 공정 로드맵과 오늘 이야기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핵심 척도는 바로 시간입니다. 시간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N3E는 늦어지는 N3, 그리고 더 늦어지는 N3P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장치로도 볼 수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N3E에 숨은 의미, 바로 여기에 TSMC가 세운 3나노 계획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가 있습니다. 늦어졌고, 앞으로 아마 조금 더 늦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TSMC의 공정 현황과 현재 파운드리 시장 분위기에 대해 대략 정리가 되셨나요?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오늘 이야기의 결론이 TSMC가 지금 어려움에 처했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가장 앞서 있고 상대적으로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는 TSMC조차 3나노 이후 벽을 뚫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오늘 이야기의 결론입니다. 삼성, 인텔, 나머지 도전자들 역시 아직은 3나노, GAA 청사진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조만간 이들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 찾아올 것입니다. 특히 대부분의 신규 기업들이 2024년에서 2025년 사이로 램프업 시점을 잡고 있는데, 지금의 형세를 근거로 짐작해 보면 TSMC, 인텔, 삼성 모두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로드맵이 조금 더 뒤로 밀릴 것이라는 추측은 무리한 결론이 아닐 것입니다.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이제부터 변화하게 될 각 기업의 전략 방향입니다. 핵심은 현재 상황 속에서도 누군가는 답을 찾아낼 것이라는 점입니다. 미세 공정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짚은 뒤, 그 전제 위에서 기업들의 전략 변화를 살펴보면 의미 있는 포인트들이 나올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일각에서 주장하는 최신 공정 공급 부족 사태 같은 일은 벌어지기 어렵다는 결론 말입니다.
지금 시작되고 있는 3나노와 GAA 시대, 현재 상황이 대략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앞으로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봐야 하는지 대략적인 그림이 그려지셨나요? 앞으로도 가능한 부분을 꼼꼼히 살펴 나가겠습니다. 오늘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