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종훈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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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의 '지옥으로 가는 통화' 발언을 계기로 미국 달러 약세파(나바로·라이트하이저·미란)와 강세파(베센트)의 대립을 설명. 베센트가 주도권을 잡았으나 달러 강세 전환은 불확실. 5월 5일 원화 환율 100원 급락과 5월 14일 로이터 한미 환율협상 보도(한국 정부 관계자 제보 추정)를 짚고, 환율 방향 예측이 어려워졌다고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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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의 "지옥으로 가는 통화" 발언과 달러 가치
최근 원화 환율이 특이하게 움직이면서 많은 분들이 그 원인을 궁금해하고 계십니다. 환율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미국의 문제와 우리나라 내부의 문제를 차례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미국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5월 3일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워런 버핏이 한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버핏은 "지옥으로 가는 통화로 표시된 자산에는 아마도 누구도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발언을 그대로 옮기면 "우리가 정말로 지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되는 통화로 표시된 자산을 소유하고 싶지는 않을 것입니다. 미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다른 통화를 많이 보유하고 싶어질 수도 있습니다"입니다. 달러를 사실상 "지옥으로 가는 통화"에 비유한 셈이어서 충격이 컸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도가 충분하지 않아 이 발언을 잘 모르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 발언이 특별히 충격적인 이유는 버핏이 그동안 달러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내 왔기 때문입니다. 2015년에는 "달러가 앞으로 50년간 세계의 기축 통화로 남을 것이며 여기에 많은 돈을 걸 수 있다"고 했고, 2023년에도 "달러는 기축 통화이며 다른 어떤 통화가 기축 통화가 될 선택지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다른 통화 보유를 언급한 것입니다. 일본 종합상사 투자 사례도 있지만, 투자 자금 대부분을 일본에서 빌린 것이어서 실질적인 엔화 노출은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버핏은 왜 이런 말을 했을까요? 달러에 대한 애정이 식은 것은 아닙니다. 같은 주주총회에서도 그는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투자하기 좋은 곳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과 달러에 대한 신뢰는 그대로 두되,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이 우려된다는 뜻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버핏이 주주총회에서 직접 거론한 달러 훼손 우려의 네 가지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첫째, 미국의 재정적자가 지속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 둘째, 보호무역 정책입니다. 관세로 무역수지 적자를 대폭 줄이면 달러가 미국 밖으로 나가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달러 품귀 현상이 생기고, 무역 거래에서 달러 사용이 줄어 세계가 다른 거래 수단을 찾게 될 수 있습니다. - 셋째, 미국의 신뢰도가 저하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 넷째, 느슨한 통화정책입니다. 연준이 끝없이 돈을 풀면 달러 가치가 훼손되어 기축통화 지위가 약화될 수 있습니다.
버핏의 경고를 정리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 약세를 고집하면 누가 미국 국채를 사 주겠느냐, 그러면 국채 금리가 올라가지 않겠느냐는 걱정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 문제를 분리해서 보는 것입니다. 하나는 글로벌 달러 가치가 어떻게 될 것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어떻게 될 것인가입니다. 이 둘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달러 약세파와 강세파
먼저 달러 가치 문제에서 중요한 변화가 나타났기 때문에 이를 살펴보겠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은 지금 제각각입니다. 한쪽은 달러 약세를 만들겠다고 하고 다른 쪽은 달러 강세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달러 약세를 주장한 인물은 피터 나바로 백악관 고문입니다. 라이트하이저, 그리고 최근 들어 갑자기 유명해진 트럼프의 경제 책사 스티븐 미란도 달러 약세를 주장해 왔습니다. 여기에 러트닉 상무부 장관도 그동안은 달러 약세 쪽에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끝까지 혼자 남아 달러 강세를 주장한 인물이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입니다. 달러 약세파는 숫자가 많았고, 이들은 트럼프에게 달러 약세가 미국을 더 강한 나라로 만든다고 계속 설득해 왔습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보면 이번에 미국에 필요한 것은 달러 약세가 아니라 강세였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과제는 미국 국채를 해외에 파는 것인데, 통화 가치가 마구 떨어지면 누가 달러 표시 미국 국채를 사겠습니까? 달러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국채 금리가 올라가고, 미국 금융시장도 큰 혼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베센트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달러 강세를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그는 중요한 결정에서 사실상 배제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4월 2일 상호관세 발표입니다. 당시 기자들이 베센트에게 상호관세가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관세율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묻자 그는 "나는 그 결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나는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자신이 배제되었음을 스스로 드러낸 셈입니다.
그런데 이후 큰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4월 9일 상호관세 유예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발언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그는 "국채 시장이 정말 까다롭더라. 사람들이 겁을 먹었고 우리는 상황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관세 때문에 너무 빨리 움직이면 시장, 특히 채권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어서 여유를 주려고 상호관세를 유예했다"고 말했습니다. 무역 협상에서 미국이 스스로 약점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는 발언이었습니다. 중국은 이를 미국의 약점으로 보았고, 결국 미국은 중국에 부과하던 관세를 145%에서 30%로 대폭 낮추게 되었습니다. 국채 시장이라는 약점을 밝히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 이후 트럼프의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5월 9일 트럼프는 SNS에 "대중국 관세는 이제 베센트에게 달려 있다"고 올렸습니다. 베센트에게 힘을 실어준 것입니다. 원래 무역 협상은 재무부 장관이 아니라 USTR과 상무부가 맡습니다. 그런데 5월 11일 스위스에서 미중 협상이 열렸을 때 러트닉 상무부 장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백악관의 나바로도 사라졌습니다. 베센트와 중국의 허리펑이 협상을 이끄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이제 주도권은 베센트에게 넘어갔습니다.
달러 인덱스와 강세 전환의 어려움
그동안 트럼프가 관세를 차례로 발표할 때마다 달러 가치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달러 인덱스로 보겠습니다. 달러 인덱스는 유로, 엔화 등 여섯 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낸 지표입니다. 원화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달러 인덱스가 계속 떨어져 왔습니다. 베센트가 주도권을 잡으면서 달러 가치가 조금 회복되었지만, 여전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외신이나 기사가 조금만 나와도 달러 가치가 크게 흔들립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달러 약세파가 그동안 달러에 대한 불신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베센트로 바뀌었지만, 언제든 나바로가 다시 힘을 얻거나 미란을 다시 불러와 달러 약세로 돌아서면 어떻게 하느냐는 의심이 시장에 너무 큽니다. 그래서 시장 참여자들도 혼란스러워합니다. 달러 강세로 가는 것인지, 무엇이 바뀐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조금 늦은 감도 있습니다. 3월쯤 달러 강세가 확실하다는 신호를 줬다면 달러 인덱스가 이렇게까지 하락해 미국 국채를 위협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은 조금만 흔들려도 달러가 약세로 가면서 동시에 미국 국채 금리가 올라가는, 후진국형 금융위기의 전조와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이런 일은 과거에 본 적이 없습니다. 베센트 입장에서는 운전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에서 키를 넘겨받은 셈입니다.
5월 5일 원화 환율 급락과 환율 협상 보도의 의문
이제 우리나라 원화 환율을 보겠습니다. 미국에서 달러 약세 기조가 강세 기조로 미묘하게 바뀌는 시점은 5월부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 우리가 놀란 일이 있었습니다. 5월 5일 한미 환율 협상이 있었다는 보도가 5월 14일 나온 것입니다. 5월 5일은 우리 휴일이었는데, 그날 환율이 갑자기 100원이나 떨어졌습니다. 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온 것인데, 당시에는 이유를 알 수 없어 많은 해석이 나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5월 5일에 한미 환율 협상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 보도가 이상한 이유는 5월에는 이미 베센트가 키를 잡았기 때문에 환율로 난리를 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기사가 나오면서 더 혼란스러워졌고, 가장 당황한 사람은 베센트였습니다. 5월 5일 달러 인덱스가 갑자기 떨어지자, 베센트는 5월 7일 "우리는 환율 협상을 하지 않았다"고 기자회견까지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5월 14일 로이터 통신이 "5월 5일 한국과 미국이 환율 협상을 했다"는 기사를 냈습니다. 이 기사가 나오자 원화 환율이 뚝 떨어지고, 원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달러 인덱스도 함께 떨어졌습니다. 시장은 "베센트가 키를 잡아 이제 달러 강세로 가는 줄 알았는데, 한국과 환율 협상을 했다니 아직도 달러 약세구나, 트럼프가 정신을 못 차렸구나"라고 받아들인 것입니다. 이에 블룸버그는 다시 베센트의 입장을 보도했습니다. 베센트는 "이번 협상에서 환율 정책은 분명히 논의되지 않았다, 달러 약세로 가지 않는다"고 다시 강조해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로이터 통신의 기사는 누구를 통해 나왔을까요? 충격적인 것은 로이터에 이 기사를 제보한 인물이 있다는 점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 관계자가 5월 14일 로이터에 이 사실을 알려 준 것입니다. 미국 재무장관이 나서서 "한국판 플라자 합의는 없었다"고 말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익명으로 "한국판 플라자 합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취지를 외신에 제보한 것입니다. 이는 정상적인 행동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만약 합의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는 비밀을 유지하는 편이 협상에 유리하고 국민의 반발도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개인의 이득이든 국가의 이득이든 비밀을 지키는 것이 맞아 보이는데, 외신에 제보했다는 점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 관계자의 의도를 몇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굉장히 애국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환율이 다시 올라 1,370원에서 1,420원까지 상승하자, 고환율이 물가를 올려 국익에 불리하다고 판단해 환율을 끌어내리기 위해 외신에 알렸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제보의 동기는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언론이 아니라 외국 언론에 중대한 국가 기밀을 먼저 알린 것은, 아무리 국익을 위한 영웅심이었다 해도 대한민국 국민에게 먼저 알려야 할 사안을 외신을 통해 알린 것이므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것을 치기 어린 영웅심으로 봅니다.
둘째, 이 관계자가 나쁜 의도를 가졌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5월 5일 환율이 100원이나 떨어졌다는 것은 사전 정보 없이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환투기에 100원을 걸었다는 것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국내 투기 세력이나 글로벌 헤지펀드에 정보를 흘려 환투기를 크게 벌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5월 5일 환율을 1,370원까지 끌어내린 뒤 5월 14일 보도 이후 환율은 1,420원까지 다시 올랐습니다. 이 정보를 듣고 1,370원에서 환투기를 했다면 1,420원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손실을 봤을 것입니다. 환율이 10원, 20원만 움직여도 시장은 난리가 나는데, 50원이면 재산에 큰 타격이 됩니다. 만약 관계자가 나쁜 의도였다면, 5월 14일에 한 번 더 제보해 환율을 한 번 더 끌어내렸어야 합니다. 그래야 헤지펀드나 환투기 세력이 빠져나갈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은 나쁜 의도로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제보의 이유가 영웅심인지, 환투기와 관련된 것인지 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다만 어느 쪽이든 이런 식의 제보는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명확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사건으로 원화 환율의 미래를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미국의 국익과 한국의 국익이 충돌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중요한 정보가 새어나가 환투기 세력이 돈을 벌게 되면 앞으로 환율 변동성은 더 커집니다. 이는 대한민국 국익에 좋을 것이 없습니다.
오늘 지식한방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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