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태민 · 한국인
요약 보기
비트코인은 사토시의 보유량 등 불확실성이 있으나 신뢰 이슈를 솔직히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신뢰를 얻는다고 주장. 이더리움은 산업 플랫폼으로 대기업 중심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며, 구글·애플 등 빅테크가 블록체인을 주도할 가능성을 언급. 비트코인 ETF 승인 의미를 이더리움과 비교하며 기업 면허 형평성 문제를 제기. 한국은 가상자산 제도 도입에 소극적이라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비판하며 정부가 가능성을 열어두고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
다듬은 글
그 사토시가 비트코인의 5%를 가지고 있다는 것, 트러스트리스(신뢰 없는) 구조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 보겠습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1년 동안 혼자 채굴을 했기 때문에 110만 개의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처음 발견했을 때 비트코인 총 발행량의 5%였고, 저는 기로에 섰습니다. 비트코인은 정말 좋은데, 사토시 나카모토가 그 10만 개를 안 팔 거라고 어떻게 믿나. 인문학자들이 이 말을 만들어 냈더라고요. 신뢰 없는 신용을 가르쳐 주는 비트코인. 그런데 신뢰 없는 신용이라면, 결국 내가 사토시 나카모토를 믿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한 겁니다. 그래서 "아, 이건 믿어야 되겠다" 하고 제가 50만 원을 사고, 주변에도 사라고 얘기했어요. 이건 약간 도약이 있었던 거죠.
어쨌든 지금까지 사토시는 배반을 하지 않았습니다. 소수가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비트코인의 기능에 관한 문제는 아니에요. 도덕적·사회적 기준에서 보면 부적합하다는 것이고, 비트코인 기능에서 가장 중요한 하자가 바로 사토시 나카모토입니다. 비트코인의 장점은 불확실성이 없다는 건데, 사토시가 이걸 언젠가 쓸지, 그가 누구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5% 있는 거죠. 그러면 그건 그냥 가정하고 가야 하는 거고요. 블록체인에서 말하는 탈중앙, 제로 트러스트 논리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영지식이라는 건, 내가 그가 누군지 몰라도 인터넷 거래가 되게 하는 겁니다. 이상적인 거죠. 완벽하지는 않아요. 완벽한 제로 트러스트, 완벽한 신뢰를 꿈꾸는 것이죠. 그걸 너무 강조하니까 오히려 의심을 더 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블록체인이나 비트코인 쪽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 더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오히려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우리 사회에서 뭔가를 성공시키려면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있잖아요. 저는 평생 자연을 관찰해 온 사람이라 그런지, 자연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허술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향성을 찾아가고 나름대로 무언가가 이루어지죠.
저런 부분을 그대로 꺼내 놓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이 이보다 더 좋은 시스템을 알고 있느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을 겁니다.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이 갖고 있는 객관성, 이런 걸 인류 사회에서 그만큼 갖춘 것은 없어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왜 그것을 두려워하고 모든 걸 완벽하게 포장하려 할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제가 보기에 그건 20~30대 남성들의 특징 같아요. 블록체인이 이들을 중심으로 퍼져 나간 것도 그래서입니다. 이 남성들을 개미에 비유하면, 개미는 그런 페로몬에 반응하죠. 굉장히 이상적이고, 기술적으로는 고난도이고, 잘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들. 그래서 허접한 프로젝트를 만들어 놓고 이런 명분 아래 밀어붙이면 팔립니다. 사는 사람들이 바로 그 사람들이에요. 비트코인 관련 자리에 가서도 제가 질문을 했어요. 자기들이 갑자기 때돈을 벌었는데, 그냥 먹고 튀는 것처럼 보이는 시선 때문에 클라이밋 코인도 만들고, 사회에 뭔가 환원하고 싶다고요. 그런데 그게 또 재미가 없어서 생물다양성 코인, 바이오시티 코인을 지금 생각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왜 그렇게 성인군자가 되려고 애를 쓰냐"고 했더니 픽 웃더라고요. 그들 세계에 그런 게 있나 봐요. 올바른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요. 비트코인도 그렇고 블록체인도 사회의 모순을 해결해 보자는 데서 출발한 면이 있습니다.
두 사람을 말씀드릴게요. 사토시 나카모토도 글을 많이 썼고, 비탈릭 부테린도 글을 많이 썼습니다.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는 나이가 원숙한 사람으로 느껴져요. 그래서 굉장히 집중하는 데가 있었는데, 중앙은행이 화폐를 함부로 발행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잘못 아는 분들은 비트코인을 딱 그 목적에 한정된 것으로 생각할 정도로, 사토시는 거기에 집중했어요. 반면 비탈릭 부테린은 젊고, 굉장히 다양한 관심을 보여 줍니다. 비탈릭 부테린의 논문을 모아 놓은 책을 보면 이게 블록체인 책인지 참여민주주의 책인지 헷갈릴 정도예요. 그 열정이 대단해요. 지금 20대 중반이고, 이더리움이라는 블록체인 기술의 첫 번째 작품을 만들었죠. 그 아류들이 하나같이 말하는 게 거버넌스 같은 것이고요. 거기서 더 나가면 친환경적인 방향도 있는데, 비트코인은 전기를 많이 쓰고 이더리움은 전기를 쓸 수 없으니 그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라는 말이 있어요. 우리말로 번역하면 비트코인 일신교 신도들입니다. 진짜로 비트코인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죠. 비트코인 일신교 신도들의 관점에서 보면, 이더리움은 좋은 말만 하면서 블록체인을 너무 확대 해석한 거예요. 블록체인이 만능의 열쇠는 아니라는 게 그쪽의 입장이고요. 이더리움 쪽은 "비트코인은 달러 흉내만 내고, 실제로 가격도 요동치고 돈도 안 된다. 블록체인은 거버넌스를 만들고 대단한 걸 할 수 있는 씨앗이 된다"는 입장이에요. 저는 둘 다 맞다고 봅니다. 둘 다 맞으면서 둘 다 틀렸다고요. 그래서 저는 좀 황당하게 느껴지는데, 중앙은행을 대체하는 비트코인도 아니고 사람을 배제하는 블록체인 기술도 아니라서, 결국 이 시장은 대기업이 평정할 거라고 봅니다. 그 대기업은 삼성, 구글, 아마존, 메타, 애플 정도의 다섯 개가 될 것 같아요.
구글은 심지어 비탈릭 부테린을 채용하려고 했어요. 그걸 어떻게 알았냐면, 비탈릭 부테린이 트위터에서 자랑했거든요. 그는 안 간다고 했습니다. 워낙 비트코인 하락 과정에서 사기성이 많았고, 국제 금융에서 자금세탁에 쓰인다는 문제 때문에 미국 기업들도 움츠러들었죠. 그런데 이번에 이더리움 ETF가 승인됐잖아요. 이건 1월에 비트코인 ETF가 승인된 것과 의미가 다릅니다. 비트코인은 승인에 나름의 논리가 있었는데, 비트코인에는 회사가 없어요. 그런데 이더리움은 움직이는 걸 보면 주식회사처럼 움직입니다. 그러니 이더리움이라는 중견 기업에는 면허를 주면서, 구글이나 애플에는 블록체인 사업 면허를 안 준다는 건 납득이 안 되는 거예요.
지금까지 애플이나 구글이 이더리움 같은 걸 만들지 않은 건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거든요. 아까 개미 얘기를 하셨는데, 개미 말고 준비된 여왕개미들, 부가가치도 있고 정보도 있는 개미들이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을 지향하겠죠. 예전에 출연해 주셨을 때 비트코인의 가장 위협적인 위험이 대기업이 뛰어드는 것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때는 지금의 비트코인 지위가 담보되지 않을 수 있다고요. 지금은 비트코인의 지위가 어느 정도 확고하다고 봐야 합니다. 미국의 블랙록이 비트코인을 자산군으로 흡수해서 고객들에게 많이 팔고 있죠. 『꽃들에게 희망을』에서 큰 애벌레가 산처럼 쌓여 있듯이, 이미 권력이 형성되어 있어서 여기서 따라가는 건 너무 힘듭니다. 그런데 이더리움은 좀 다릅니다.
이더리움은 산업 플랫폼이에요. 이더리움 자체가 무역과 금융의 복합을 지향하거든요. 원래 무역과 금융을 하던 회사들이 이더리움 같은 플랫폼을 갖고 여러 회사가 합의만 하면, 내일이라도 당장 이더리움 같은 게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갈등 요소는 있어요. 구글이 만든 플랫폼에 삼성이 안 들어갈 것 같고, 애플이 만든 플랫폼에 아마존이 안 들어올 것 같으니까요. 각자 만들면 자기들끼리만 쓰고 다른 데는 안 들어와서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중립성 있는 이더리움을 쓰게 될 것이라는 게 이더리움 측의 주장이에요.
저는 30대 모바일 인터넷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해서 창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모바일 인터넷으로 창업한 사람들은 대부분 망했어요. 그래도 모바일 인터넷 시대는 왔습니다. 그때는 배터리 기술이 좋지 않아서 스마트폰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었죠. 그런데 한 5년 지나니까, 우리가 당시에 실험했던 기술들을 애플이 모아서 스마트폰을 내놓더라고요. 그래서 "아, 저렇게 되는 거구나" 싶었어요. 생태계라는 게 밑에서 개미들이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결국 커다란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거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맞나요? 요즘 생태계라는 단어를 너무 남용하시는데, 마치 생태계가 조화를 이루는 시스템인 것처럼 사용하죠. 말씀하신 대로 생태계는 험악한 곳이에요. 죽어 나가고 막 그런 곳이죠. 그런데 거대한 테크 기업들이 결국 흡수해 갈 것 같다는 건, 생태계의 현실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미국의 지위는 더 독보적이고 공고해질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는 삼성전자를 갖고 있잖아요. 삼성전자는 반도체도 있지만, 전 세계 스마트폰을 뿌렸고 지금은 중국 기업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죠. 그런데 삼성전자는 삼성페이라는 걸 만들었는데, 이건 금융이 아니에요. 삼성은 플랫폼이고 그냥 기계예요. 그래서 거기에는 어떤 예치금도 없어요. 예치금 차원에서 보면 스타벅스가 훨씬 높아요. 스타벅스는 예치금이 있고, 미국의 20대 기업에 들어가거든요. 예치금만 놓고 보면 그렇습니다. 삼성이 삼페이를 만들 때는 카드 회사들이 협조를 안 하니까, 업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해서 우리가 정보도 안 갖고 예치금도 안 넣겠다, 그냥 스마트 신용카드를 연결하는 것으로 했어요. 그런데 애플은 이 폰이 금융이라는 걸 정확하게 알고 있어요. 그래서 블록체인 기술과 연결되면, 아프리카에 있는 스마트폰이 은행이 되는 겁니다. 삼성이 이걸 모르는 건 아닌데, 우리나라 정부나 사회 분위기가 블록체인은 안 좋다고 하니까, 저는 그게 너무 안타까워요. 여섯 개, 일곱 개 기업 안에 한국 기업이 하나 들어가 있다는 건 대단한 거예요. 기업 규모로는 못 들어가는데 왜 들어가느냐면, 단말기 때문이에요. 그 플랫폼은 대단한 자산입니다.
한국에 가상자산 보호법도 나오잖아요, 7월 19일에요. 그건 국민의 입장에서는 고맙기도 하고 가상하기도 한데, 가상 세계의 흐름이 이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우리는 누구보다 정보통신 기술을 빨리 받아들이고 그걸로 약진한 나라인데, 인프라는 다 깔아 놓고 정작 해야 할 일은 피하고 있는 모습으로 제 눈에는 보여요. 저는 잘 모르면서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모든 가능성을 국민이 타진할 수 있도록 열어 주고, 뒤에서 보살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나서서 "위험하니까 하지 마"라고 하는 건 아니죠. 그래서 비판적으로 늘 그런 글을 써 왔어요. 정부가 힘들더라도 가능성 차원에서 열어 놓고 뒷받침해 줘야 한다는 것, 잘못된 생각입니까?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