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태민 · 한국인
요약 보기
금융 권력은 플랫폼과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미국으로 수렴하며, 한국은 삼성 스마트폰을 활용해 대응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 이더리움이 신금융의 표준이 되었다고 보며, 비트코인은 장기(40년) 자산으로, 이더리움은 산업 인프라로 평가. 비트코인은 한정된 공급으로 국가 돈 찍기에 대한 헤지가 된다고 함. 달러 강세/약세와 달러 시스템 지배력은 구분해야 한다고 언급.
다듬은 글
앞으로 금융 권력은 아까 말씀드린 플랫폼을 가진 쪽으로 갑니다. 그럼 누구에게 가느냐. 먼저 권력과 돈을 나눠 보겠습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릅니다.
새로운 금융에서 권력은 가시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차단할 수 있는 힘, 통제하고 규제할 수 있는 힘이 권력이죠. 지금까지 그 힘은 로컬 정부들이 갖고 있었습니다. 한국, 일본, 중국, 인도가 자국민의 금융 정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결정적일 때 자산을 동결하거나 외국자본의 국내 유입을 막을 수 있었죠. 그런데 이런 통제력을 권력이라고 한다면, 그 권력은 전부 미국으로 수렴합니다.
돈은 좀 다릅니다. 급변하는 상황에서 누가 돈을 벌 것이냐를 보면, 이미 하이퍼리퀴드는 인류 역사에 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직원이 11명인 프로그램인데 1인당 생산성이 10억 달러를 넘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돈을 누가 버는지는 대략 드러나고 있습니다. 10년 전에 코인을 만들었던 팀들이 돈을 많이 벌었고, 지금은 코인을 만든 사람들보다 거품이 꺼지고 손바뀜이 일어나는 와중에도 꾸준히 잘되는 거래소 비즈니스가 돈을 법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두나무(업비트)와 코빗 같은 거래소를 대기업과 금융사들이 인수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거래소는 돈만이 아니라 플랫폼이고, 병목이자 정보가 모이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권력은 정보에 있습니다.
영국 학자 수전 스트레인지는 1990년대에 세상을 떠났는데, 그는 세계 질서를 생산, 금융, 지식, 안보라는 네 가지 구조로 보았습니다. 이 네 구조의 설계자가 미국이기 때문에 권력은 미국으로 모인다고 봤죠. 그 대표적 사례가 1960년대 유럽을 기반으로 생긴 유로달러 같은 국제 금융입니다.
국제 금융이 로컬 국가들의 힘을 빼고 시장으로 힘을 옮겼는데, 그 시장의 규칙을 정하는 건 미국이기 때문에 결국 미국으로 수렴한다는 것입니다. 50년 전 주장이지만 같은 모형을 지금의 크립토 판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로컬 국가가 가졌던 권력이 하나씩 빠져나갑니다. 한국은행이나 기획재정부가 가졌던 금리와 환율에 대한 자율적 재량권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때문에 약해집니다. 한국 증권 감독 당국이 가졌던 증권 규제나 상장 여부에 대한 권한도 글로벌 온체인 시장에 넘어갑니다. 한국에서 어떤 주식이 상장폐지되더라도, 온체인에 그 주식의 토큰이 돌아다닌다면 실질적으로는 상장폐지가 안 된 상태가 되는 것이죠. 그리고 그 글로벌 시장의 판을 짜고 있는 건 미국입니다.
수전 스트레인지의 이야기가 50년 전에 맞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2020년대의 현실에 놀랍도록 맞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착취당하거나 종속되는가. 저는 그렇게만 보지 않습니다. 한국은 결정적인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데, 그것이 삼성 스마트폰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미국만큼은 아니더라도 새로운 금융에서 중요한 네트워크와 플랫폼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만 한국인의 유전자와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외부 압력이 들어올 때 우리만의 시장에서 우리만의 플랫폼을 지키는 건 잘합니다. 네이버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도해서 남들이 우리 플랫폼을 쓰게 만드는 데는 상상력이 부족하고, 해 본 경험도 적습니다. 다른 나라를 먹으려고 나가 본 적이 별로 없죠. 그래서 상상력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타이밍도 중요합니다. 스테이블코인과 온체인, 토큰 같은 것들은 결국 사람과 연결되는 인터페이스가 필요합니다. 스마트워치나 노트북도 가능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인터페이스는 스마트폰입니다. 환전부터 대출까지 모든 것이 스마트폰에서 이루어질 것이므로, 우리나라가 집중력을 갖고 정신을 차리면 권력이라는 면에서 아쉬울 게 없다고 봅니다. 다만 언제까지 기다리면 늦어버리는지가 관건입니다.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애플도 이 분야에 아직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미국의 빅테크들은 조심스러운 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밀고 있어서 트럼프와 연관된 미국 기업들은 빨리 움직이지만, 구글이나 애플, 아마존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입니다. 트럼프의 힘이 빠지면 분위기가 뒤집힐 수도 있습니다. 애플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까지는 삼성에도 기회가 있고, 애플이 움직이면 삼성도 따라 움직일 것입니다.
인터넷 혁명으로 나온 지금의 빅테크들이 신금융 혁명 이후에도 지위를 누릴지, 아니면 구글과 아마존 같은 새 빅테크가 나올지는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제가 12년 전 비트코인을 처음 공부하고 적극적으로 권했을 때, 이더리움은 2014년쯤 등장해서 이더리움 열풍이 막 불던 시기였습니다. 저는 한동안 이더리움을 사람들에게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질문은 많이 받았지만, 이더리움이 하려는 일을 빅테크가 금방 할 수 있는데 빅테크가 이더리움이 하도록 놔둘까 하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12년이 지난 지금 제 답은 이렇습니다. 빅테크가 놔뒀습니다. 한때 구글이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을 스카우트하려 했다는 말도 있었고, 메타와 구글은 간헐적으로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미 표준이 굳어져 있었기 때문에 빅테크는 올인하지 않았고, 결국 시간을 놓쳤습니다.
지금 온체인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폴리마켓이나 하이퍼리퀴드 같은 특수한 경우를 빼면 거의 전부 이더리움 호환입니다. 이더리움과 호환되지 않으면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표준화 전쟁은 사실상 끝났습니다. 이더리움입니다. 빅테크가 놔둔 셈입니다.
1994년 인터넷 초창기에 야후가 거의 모든 것을 혼자 했던 것처럼, 지금 이더리움은 인터넷의 야후 같은 위치에 있습니다. 실수하면 구글로 바뀔 수도 있지만, 창시자들이 영민하고 현명하게 해 왔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빅테크가 올인하겠다고 하면 달라지겠지만, 그것은 지엽적일 것입니다. 이미 빅테크들도 깨달았을 것입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에는 LG 같은 기업이 참여한 곳도 있었는데, 처음에는 이더리움과 맞서기 위해 독자 플랫폼을 고집하다가 얼마 전부터 이더리움 호환으로 돌아섰습니다.
산업을 키우는 것은 대부분 퀵머니, 즉 돈을 넣었다 뺐다 하며 사고파는 투기꾼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쓰는 플랫폼은 거의 100% 이더리움 기반입니다. 이더리움 기반이기 때문에 폴리마켓이 살아남았습니다. 만약 구글이 만든 플랫폼에서 미국 정치를 두고 도박 사이트가 열렸고, 그것이 선거 투표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미국의 주요 정당들이 느꼈다면 구글이나 애플이 가만두었겠습니까. 가만두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더리움 기반이라 정부가 막을 수 없었고, 그래서 미국 대선 예측이 맞아떨어지며 영향력을 보였습니다. 이것을 보면서 빅테크가 가만히 둔 것도 있지만, 빅테크가 못 하는 것도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회색지대에는 빅테크가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 삼성 직원 대상 대학에서 세 번이나 강연 요청을 받았는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더군요. 솔직한 말씀으로는 "하고 싶은데 평판 때문에 못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평판을 생각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과, 이더리움을 만든 사람, 코인베이스 CEO, 리플 CEO, 저 같은 사람처럼 평판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쪽은 다릅니다. 우리는 사기꾼이라고 욕을 많이 먹지만, 이미 시작했으니 해야 합니다.
삼성의 갤럭시 휴대폰이 비장의 무기가 된다는 얘기도 같은 맥락입니다. 올해 초 제가 삼성에 가서 『금융의 종말』 초고를 돌렸는데, 이 책 비하인드 스토리는 삼성 임원 교육용으로 쓴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한국이 망한다"는 생각으로 썼고, 이미 다 읽으셨습니다. 갤럭시가 얼마나 중요한지, 마음먹으면 세계 금융의 기반을 쥘 수 있다는 것도 다 알고 계셨습니다. 다만 대기업의 모든 의사결정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고, 이는 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AI 시대를 인터넷 혁명과 자꾸 비교합니다. 그때도 인터넷 기업에 많은 사람이 투자했지만 모두가 돈을 번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잃은 사람도 많았습니다. 기술이 가는 방향과 그 기술에 투자해서 돈을 버는 것은 별개입니다. 블록체인과 스테이블코인도 기술은 그 방향으로 가지만, 엉뚱한 곳에 돈을 넣으면 좋은 기술이 좋은 투자처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이 말씀은 정확합니다.
고백하자면, 제 안목도 형편없었습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최대 수혜주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10년 넘게 떠들어온 제가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엔비디아입니다. 2017년 가상자산 붐 때 우리나라에서는 비닐하우스까지 만들어 이더리움을 채굴했습니다. 이더리움 채굴에는 GPU가 필요했고, GPU를 가장 많이 만드는 회사가 엔비디아였습니다. 당시 AI는 기대만큼 성과가 나지 않아 엔비디아도 어려웠는데, 그 공백을 메워준 것이 크립토였습니다. 엔비디아가 그 어려운 시절을 견디고 나니 AI가 터졌고, 지금의 엔비디아가 된 것입니다.
삼성전자도 비슷합니다. 애플이 자사와 경쟁하는 갤럭시를 만드는 삼성 대신 TSMC로 주문을 옮기자, 삼성 파운드리는 수요를 찾지 못했고 중국 채굴업자들을 위해 비트코인 채굴기를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이 사실은 회색지대였기에 소문이 나면 안 되는 비즈니스였다고 합니다. 결국 코인이 떠들썩했지만 돈을 번 것은 반도체 회사들이었습니다. 비슷한 일이 또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온체인에서 도박꾼들은 따기도 하고 잃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이 리바이스 청바지처럼 금광에서 진짜 돈을 버는 쪽인지 알아보는 안목입니다.
제가 계속 공부하고 있지만, 가장 안전한 방법은 이 모든 것의 기반이 이더리움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더리움이 조금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분은 비트코인을 고르시면 청바지에 가까운 선택이 될 것입니다.
몇 해 전 제 지인이 비트코인을 사라고 했을 때는 꿈쩍 안 하더니, 이제 1억 원이 있으니 비트코인을 사면 되겠느냐고 물어왔습니다. 저는 이더리움을 먼저 사고, 이더리움이 어느 가격대에 오르면 팔아서 비트코인으로 옮기라고 답했습니다. 이건 친구에게만 해 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이 말에 의아해합니다. 제가 올해 낸 책 중 하나가 『이더리움 없는 미래는 없다』입니다. 세상은 부족주의가 강해서, 비트코인을 주장하는 사람은 비트코인만, 이더리움을 주장하는 사람은 이더리움만, 리플을 주장하는 사람은 리플만 이야기하고, 다른 것을 주장하는 사람을 미워하고 사기꾼이라고 부릅니다. 저는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로 알려져 있어서 이더리움 책을 쓰니 다들 의아해합니다. 제 영향을 받아 주변에서 이더리움을 많이 샀는데, 그사이 이더리움이 비트코인보다 더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비트코인은 다른 맥락에서 중요한 자산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논의하는 이야기에서는 이더리움이 훨씬 중요합니다. 지금 이 모든 것이 이더리움 위에서 돌아가고, 국경을 넘어 한국, 인도, 유럽의 국가 권력을 훼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더리움은 실체가 있고, 비트코인만큼 어렵지 않으며 이야기가 직관적입니다. 가격도 지금 많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달러의 역설』이나 『금융의 종말』보다 먼저 읽어야 할 책이라는 말도 있는데, 그 책이 더 많이 팔린다고 하니 이더리움 투자자가 많은가 봅니다.
제가 비트코인을 발견한 것은 2014년입니다. 그때 킨텍스에서 열린 비트코인 컨퍼런스에 12명의 연사가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비탈릭 부테린이었습니다. 당시 19살 고3이었고, 이더리움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는 코드로 저커버그를 이기고 프로그래머 상을 받아 외신 기자들이 몰렸습니다. 그런데 그의 설명을 들어보니 도저히 이더리움을 사고 싶지 않았습니다. 세 개의 세션에서 비트코인을 비판하면서 싸구려 코인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가스비로 써야 하니 코인이 싸야 하고, 비싸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비트코인이 40만 원인데 비싸다는 것이었죠. 그는 무한 발행을 이야기했습니다. 2,100만 개로 정해진 비트코인을 사는 입장에서는 무한 발행되는 코인에 투자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 비트코인 한 개로 이더리움 2,000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저는 제자들에게 "쟤는 프로그램은 잘 짜겠지만 입문 학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니 내 말 믿지 마라"고 했습니다. 판단 착오였습니다.
2018년에 제가 제자에게 이더리움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저도 반성하며 그해에 이더리움을 꽤 많이 샀습니다. 2018년 이더리움이 폭락해서 한 개에 20만 원이 되었을 때였습니다. 창시자가 어리다는 이유로 편견을 가진 저 자신을 반성한 것입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많이 올라 300만~600만 원까지 갔습니다.
이더리움을 두고 구글과 애플을 이겼다고 판단한 것은 작년입니다. 작년 여름을 지나면서 캐시 우드처럼 우리가 존경하는 세계 투자자들이 이더리움으로 돌아섰습니다. 저보다 정보가 많을 그들이 이더리움을 택한 것은 어려운 정보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미국 주류 기업과 월가 플레이어들이 자신들의 토큰을 어디에 올릴지 고민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근거한 것입니다. 저는 이 가설을 세우고 그들의 말과 행동을 보았는데, 맞았습니다. 대학원 학생들에게도 이더리움을 주목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산업은 비트코인이 열었지만, 이더리움이 성숙기로 끌고 가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7만 달러 선이 오면 눈여겨보라고 했고, 이더리움은 가격을 보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더리움은 이미 처참할 정도로 낮아졌습니다. 틈틈이 사면 비트코인보다 빠른 시간 안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비트코인은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비트코인은 좋은 자산이기 때문에, 이더리움에서 번 돈을 비트코인으로 바꾸는 전략도 가능합니다.
이더리움은 가격이 오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더리움 가격이 오르면 그 위에서 돌아가는 시스템의 거래 비용도 올라가서 결국 멈춥니다. 비탈릭 부테린이 싸구려 코인을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 딜레마를 지난 10년간 조금씩 해결해 왔고, 올해 초에는 이더리움 거래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가격은 좋지 않았습니다. 투자자들은 실망했겠지만, 10년 전 비탈릭이 한국에 와서 말한 전망이 바로 이것입니다. 거래는 엄청나게 일어나는데 가격은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는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이더리움은 산업으로 쓰이기 때문에 전망이 있지만, 어느 순간에는 성숙기에 들어가야 합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가격에 상한이 없는 자산입니다. 2,100만 개로 발행량이 정해져 있습니다. 세계 슈퍼리치들보다 숫자가 적어서 슈퍼리치들도 하나씩 갖기 어려운 것입니다. 제가 자주 드는 비유가 있습니다. 한강이 보이는 강남 아파트 전체는 살 수 없어도 화장실만 살 수 있다면 사겠느냐고 물으면 다들 산다고 합니다. 통째로 갖고 싶은 부자에게 프레임을 붙여 팔 수 있는 것이 비트코인입니다. 그래서 부자들이 결국 좋아할 수밖에 없고, 그 물량을 알뜰하게 모으셔야 합니다.
투자는 기회비용이 큽니다. 비트코인이 지지부진하면 기다릴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고, 그러면 수급에 문제가 생겨 오랫동안 횡보할 수도 있습니다. 현명한 투자자는 작년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아니라 삼성과 하이닉스에 투자했을 것입니다. 종목이 아무리 좋아도 전체 그림 속에서 봐야 합니다. 우리처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강조하는 사람은 투자 관점에서는 어리석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좋아하니까요. 그러나 애정 없이 전체 그림을 보면 채권이나 반도체주처럼 좋은 대안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노후를 책임질 만큼 앞으로 40년 동안 오를 것 같지는 않지만, 비트코인은 오르락내리락하더라도 40년 동안 계속 오를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2년 전에 비트코인 얘기를 했을 때도 사람들이 지금 기자님 같은 표정이었습니다. 40년 뒤에 한번 열어보셔도 좋습니다.
AI 시대의 충격을 크게 보면, 유효노동의 문제입니다. 힘과 건강이 있는데도 일거리가 없는 사람들이 산업사회에 엄청나게 생깁니다. 정년퇴직도 있고 AI에 밀려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것은 사회 문제이므로 국가가 대응해야 하고, 국가는 결국 돈을 찍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돈을 찍어내는 것이 국가의 답입니다.
이것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을 시작으로 산업사회가 초고령사회로 들어가고 있고, AI의 충격도 있습니다. 결국 국가들은 연금을 조정하기보다 돈을 찍어내는 선택을 할 것입니다. 연금을 조정하려면 정권이 희생해야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정권의 희생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트코인의 필요성이 더 커집니다. 발행량이 2,100만 개로 한정되어 있어서, 소비가 미덕인 세상이 오면 오히려 빛을 발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더 특수한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 국회에서 추진 중인 법들이 승계를 어렵게 만들었고, 지난 대선에서 상속세를 없앤다는 말이 잠깐 나왔지만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토지공개념을 입법화하는 과정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게 실제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흐름 속에서 자산을 어떻게 지킬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제 친구가 있습니다. 저와 굉장히 가까운 친구인데, 아버지가 100억 대의 임야를 갖고 계십니다. 거기서 목장을 하시는데 젖소가 100마리입니다. 100마리요? 네, 젖소 100마리입니다. 젖소는 택시 면허와 비슷합니다. 숫자를 함부로 늘리지 못하거든요. 한 마리 한 마리가 우유를 생산하고 우유 가격도 정해져 있어서, 국가 면허는 아니지만 우유 업체가 주는 일종의 면허 같은 것이죠. 그러니까 이 친구는 이미 부자입니다.
그런데 사는 모습은 부자가 아닙니다. 주말마다 소똥 속에서 지내요. 슈퍼카를 몰 수도 있는데 맨날 소똥을 묻히고 삽니다. 제가 10년 전에 조언을 했습니다. 아버님이 이제 얼마 안 남으셨는데, 다 비트코인으로 바꾸셔야 한다고요. 안 그러면 뺏깁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특징이 있습니다. 평생 성실하게 노동으로 재산을 일구신 분들이라 자기가 죽는다는 가정을 잘 하지 않으세요. 자식들이 한 달 만에 돈을 쓰는 것조차 불경하게 여기고, 금융자산에는 굉장히 배타적이십니다.
결국 얼마 전에 돌아가셨는데요. 제 친구는 젖소 100마리 대신 비트코인 100마리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랬다면 국가에 거의 뺏기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젖소 100마리는 상속세로 거의 뺏기게 되죠. 부모님 돈으로 비트코인을 사서 자식이 가지고 있었다면 그때도 지금도 뺏기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부모님 돈을 비트코인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증여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자식이 현금으로 사야 하는 거죠. 공식적으로는 이럴 수밖에 없는데, 비트코인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합법적 방법들이 있습니다.
이 친구 얘기를 한 건, 실제로 한국의 1대 부자들이 이상하게도 비트코인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너무 드셨고, 말씀드린 것처럼 금융자산에 대한 배척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모르는 게 있어요. 본인이 사후에 자식에게 물려줄 재산의 대부분을 국가가 가져간다는 사실이요. 그걸 한 번 경험하면 다음 세대는 달라집니다. 그럼 무엇을 찾을까요? 국가가 뻔히 보고 있는 땅이나 아파트가 답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부자는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라 전 세계에 있는데, 결국 비트코인으로 갑니다. 유일무이하다는 점 때문이죠. 부자 아빠나 부자 엄마가 없는 평범한 시민이라도, 강남 아파트 화장실 한 칸을 사는 마음으로 비트코인을 하나 갖게 되면 감동이 옵니다. 전 인류가 수십억 명인데 2,100만 개밖에 없는 것 중 하나를 내가 가지고 있다는 거죠. 물론 가격이 12만 달러에서 6만 달러로 떨어지면 패닉이 오죠. 그래도 그 개수에 만족하게 됩니다.
지난번 12만 달러일 때는 제가 이런 얘기를 잘 하지 않았어요. 저도 떨렸습니다. 작년 방송에서 가격이 한참 높을 때 더 간다고 말했다가 사서 저를 원망하는 분들도 계셨으니까요. 지금은 제가 적극적으로 말씀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 12년 경험상 지금은 사서 반토막 나는 걸 상상하기 어렵거든요. 방송에서 조회수를 가장 많이 끌어냈던 '고래가 움직인다'는 주제, 비트코인의 최악의 시나리오도 있었는데, 그 리스크는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걸까요?
그게 작년 말 폭락의 원인이었습니다. 10만 달러가 어려울 거라고 예측은 했지만 저도 낭만적으로 봤어요. 비트코인의 가장 큰 장점이자 문제는, 가치가 거의 없을 때 투자했던 초기 투자자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이분들이 털고 나갔어야 했는데 상당수가 그대로 있었고, 이분들이 지쳤어요. 보통 1만 개 이상 갖고 있는 분들이라 20만 달러가 안 돼도 괜찮은 분들입니다. 이분들이 생각한 목표가 10만 달러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작년 하반기에 50만 개를 쏟아냈습니다.
기관들이 그걸 받아내다가 지쳐서 포기했고, 그래서 폭락이 그대로 나온 거죠. 고래들이 일으킨 일입니다. 그래서 40년이라는 타임라인을 말씀하신 거군요. 네, 그들이 다 빠져나가야 하니까요. 40년은 긴 시간이지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자산은 진짜 비트코인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방송을 통해 저는 또 하나를 배웠습니다. 코인이나 크립토로 대변되는 것들 중 대장격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도박성 자산으로만 봤다면, 오늘은 비트코인이 확고한 자산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 그리고 이더리움은 실체가 있고 활용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가격이 낮은 것조차 합리화되는, 그게 원래 목적이라고 하셨으니, 이 두 가지는 상징적인 존재가 아니라 쓸모와 쓰임이 분명한 자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는 책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지만 투자자들을 위해 이해해 주시고요. 현명한 소비자이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이 책을 왜 꼭 읽어야 하는지 저자분께 여쭤보겠습니다. 이 책은 지금 격변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에 대한 보고서라고 보시면 됩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공식화된 지 2년이 지났는데, 그 사이에 엄청난 일이 벌어졌습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온체인이라는 세계에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토큰화해서 이미 거래하고 있습니다. 규제가 따라오지 않아서 우리는 그 시간이 늦춰졌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이고요.
규제 바깥에서는 엄청난 속도로 진군하고 있습니다. 한국 당국이 폴리마켓을 차단하고 도박법을 적용하려는 상상력에 갇혀 있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삼성전자의 갤럭시조차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겁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4년 후에 넷플릭스가 우리나라 방송가와 콘텐츠 산업에 했던 일을 금융 분야에서 보게 될 겁니다. 한국 기업의 주식을 한국 시장이 아니라 외국 앱을 통해 토큰화된 자산으로 거래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우리 모두 이 상황을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도 지켜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달러에 대한 질문도 간단히 짚겠습니다. 미국이 결국 권력의 중심이니 달러도 흔들리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달러가 강하냐 약하냐는 말을 달러의 건강도와 달러 강세·약세를 구별해서 봐야 하는데, 둘 사이의 관계는 의외로 거리가 있습니다. 내가 건강하다는 것과 체중이 무관하지는 않지만, 그 수준에서는 별개인 것과 비슷하죠. 물론 체중이 급감하면 위험한 신호지만, 보통은 체중과 건강이 그렇게 직결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강달러이면서 달러 시스템은 약할 수도 있고, 약달러인데 달러 시스템은 더 강해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달러가 비싸냐 싸냐의 문제가 아니라, 달러 시스템이 더 지배적이 되느냐의 문제입니다. IMF 보고서도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경고했듯이, 전 세계에서 자국 통화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달러가 들어서게 될 겁니다. 그러면 달러 시스템의 지배적 위치는 더 강화되는 거죠. 그렇게 되면 강달러입니다. 다만 미국은 수출 경쟁력 같은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약달러를 원하기도 합니다. 그 부분은 잘 구분해서 판단하셔야 합니다.
AI가 에이전틱 AI 시대에 들어서서 결제, 금융, 저축까지 바뀌게 될까요? 그렇습니다. 그 책에서도 굉장히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데, 머신 이코노미가 시작됩니다. 영세한 크리에이터에게 아주 좋은 시대가 올 겁니다. 포털이 왜 생겼는지 생각해 보면, 결제가 집중되었기 때문입니다. 결제가 번거롭다 보니 10원, 50원짜리 기사를 보려고 회원 가입하고 결제하기가 어려웠죠. 그래서 공짜 기사로 열어 두고 광고를 포털이 몰아서 받아 언론사에 나눠줬던 겁니다. 그런데 AI가 결제 주체가 되면 그런 장벽이 사라집니다. AI가 읽은 기사의 일부 값을 바로 지불하게 될 겁니다. 그러면 포털에 의존하지 않고 신문사나 방송사가 직접 기사를 팔 수 있고, 웹툰 작가도 자기 플랫폼에서 자기 웹툰을 팔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AI 결제는 영세한 크리에이터에게 아주 좋은 신호입니다.
나아가 AI가 투자까지 대신하는 시대가 올 거라고 봅니다. 머신 이코노미는 굉장히 큰 변화입니다. 결국 AI와 알고리즘을 소유한 사람에게 부가 더 많이 갈 겁니다. 맞습니다. AI가 투자까지 대신하게 되면 좋은 알고리즘을 사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더 좋은 알고리즘을 제공하는 회사가 돈을 벌겠죠.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다시 고민하게 됩니다. 일단 이해하는 한도 내에서 추천해 주신 것들을 따라가 보고, 이런 책을 계속 읽어 보겠습니다.
작가님, 3개월 만에 『달러의 역설』에 이어 다음 책이 또 나오나요? 올해가 가기 전에 금방 나올 것 같습니다. 지금 머신 이코노미에 대한 책을 쓰고 있습니다. AI에 대한 관심이 많으니 그 책이 나오면 다시 뵙고 따라잡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으로 활동하셔서 그런지 비유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오늘도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