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건영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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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상승은 해외투자 증가·국내주식 리밸런싱 등 자본유출과 다른 원인에서 비롯되며, 높은 환율이 장기 지속되면 적정환율 인식이 바뀌어 환율 바닥이 올라가는 고착화 위험이 있다. 환율 단기 예측은 불가능하므로 환차익 목적 투자는 권하지 않고, 포트폴리오 관점의 분산 차원 달러자산 보유는 합리적이라고 본다. 달러 패권은 당분간 유지되며 위안화가 대체하기는 어렵다. 일반 투자자에게는 하루 변동에 휘둘리지 말고 긴 호흡으로 포트폴리오 균형을 유지하라고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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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은 귀신도 모릅니다. 단기로 환율을 맞혀서 환차익을 먹으려고 투자하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투자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환율이 높은 상태가 계속되면 사람들 마음속에서 환율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뀝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원달러 환율의 평균은 1,160원대에서 1,170원대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1,160원, 1,170원이 적정한 환율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죠. 그런데 1,160원이 적정 환율이라고 보면 그분은 1,200원에도 달러를 못 삽니다. 높잖아요. 3년 전만 해도 1,200원이면 높다고 했어요. 재작년에는 1,300원도 높다고 했고, 작년에는 1,400원도 높다고 했죠. 그러면 환율 수준이 고착화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환율이 마냥 올라가는 건 좋은 일이 아닙니다. 여름 휴가철이라 해외여행 가시는 분들이 많은데, 환율이 너무 높아져서 부담스러워하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1,500원대 환율이 굉장히 익숙해졌습니다. 1,400원대로 떨어지면 신나할 것 같은 느낌도 들 정도죠. 이런 고환율이 뉴노멀이 되었다는 말씀을 계속 드렸는데, 원인을 간단히 짚어 보겠습니다. 과거와 원인이 달라진 건 맞습니다. 옛날에는 자본 유출 때문에 환율이 높았어요. 지금은 해외 투자 증가에 대한 기대가 원인입니다. 개인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도 있지만, 기업들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 때문에 해외 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지난 6월 중순 한미 전략투자공사가 출범하면서 대미 투자 프로세스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 전 재정경제부 장관도 올해 200억 달러가 다 투자되는 건 아니라고 말했는데, 올해부터 정부 차원의 설비 투자 자금도 꾸준히 나갈 수 있다는 얘기죠.
이렇게 기업과 정부가 해외 투자를 하면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과거보다 생깁니다. 이건 자본 유출과 다릅니다. 자본 유출은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데, 해외 투자는 나가서 수익을 창출해 가져옵니다. 미국에 좋은 투자 테마가 있다면 투자하는 게 좋은 거죠. 미래에 우리에게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과거의 자본 유출과 달리 긍정적인 면도 분명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올라간 환율은 우리에게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주식 시장 리밸런싱 이슈입니다. 우리나라 주식이 너무 많이 오르다 보니 해외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포트폴리오 한도를 넘어섰습니다. 그러면 한국 주식을 매각하고, 받은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서 송금해야 하죠. 이 과정에서 환율이 올라갑니다. 도망간다기보다는 주식 시장이 너무 뜨거워서 리밸런싱 우려가 커진 것입니다.
어떤 이유로든 환율이 올라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 사람들의 적정 환율 개념이 바뀝니다. 1,330원이 적정하다고 보는 사람은 1,300원까지 오면 달러를 사겠죠. 1,430원이 적정하다고 보는 사람은 1,400원이 되면 살 겁니다. 그러면 환율의 바닥이 올라오는 문제가 생기고, 이른바 밴드 자체가 달라집니다. 그러면 고환율이 고착화됩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제어가 필요하고, 정부도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은행도 환율에는 펀더멘털이 있다는 코멘트를 냈는데, 지금의 환율 상승을 그대로 두지는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정리하면, 최근 환율이 오르는 이유는 해외 투자 수요와 주식 리밸런싱입니다. 환율 상승은 좋은 일은 아니므로 경계하며 봐야 할 시기이고, 한국은행과 정부도 주시하고 있습니다.
일반 투자자들이 "지금이 고점인가, 적정 환율로 굳어지는 건가, 달러를 사야 하나 팔아야 하나" 물어본다면 뭐라고 답하겠느냐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환율은 귀신도 모릅니다. 내일 오르고 모레 떨어지는 걸 누가 알겠습니까. 1년치 환율 그래프를 맞힐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일주일 뒤에 환전하는 게 좋을지, 다음 달에 하는 게 좋을지 아무도 모르죠. 환율은 다양한 정책 변수가 얽혀 있어서 예측이 정말 어렵습니다. 귀신같이 환율을 맞추는 사람을 저는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보되, 단기 환차익을 노리는 투자는 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대신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접근하는 건 괜찮습니다. 내 전체 자산에서 달러 자산을 조금 담아 두는 건 분산 투자 차원에서 충분히 고민해 볼 만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성장하지 못하는 분야가 해외에는 분명히 있을 수 있으니까요. 미국 주식이나 미국 채권을 조금 담고, 통화 분산 차원에서 달러 자산을 가져가는 식이죠. 하지만 "환율이 더 뛸 테니 오늘이 제일 싸니까 무조건 사야지" 하는 방식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미중 경쟁이 금융 시장으로까지 확전되는 느낌이 있는데, 달러 패권이 공고하게 유지될까요? 중간중간 흔들리는 모습은 얼마든지 보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실제로 달러 패권이 흔들려서인지, 환율이 조금 내려오는 걸 보고 사람들이 과장해서 말하는 것인지는 판단의 문제입니다. 미국 재무장관도 강달러를 기대한다는 건 환율이나 달러 인덱스가 오르기를 원한다는 뜻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달러를 쓸 수 있는 글로벌 저변이 얼마나 확대되느냐는 것이라는 취지입니다. 패권이 유지되는지는 환율 움직임만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달러가 전 세계에서 얼마나 쓰이는지로 봐야 합니다. 그래서 달러 환율이 오르고 내릴 때마다 패권 얘기가 나오겠지만 너무 침소봉대할 필요는 없습니다.
달러를 대체할 통화도 아직은 찾기 어렵습니다. 글로벌하게 통용되는 통화가 있어야 하는데, 달러를 대신할 만한 통화가 아직은 보이지 않습니다. 최근 위안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위안화 절상이나 중국 채권 시장 개방 같은 변화는 분명 큰 변화입니다. 하지만 중국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이 열린다고 해서 곧바로 패권 통화가 되는 건 아닙니다. 달러 역시 굉장히 오랜 기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위안화의 변화는 사실이지만, 이 변화 때문에 우리가 원화를 위안화로 바꾸는 일은 넌센스일 것입니다.
뉴노멀 시대,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인 지금 투자자에게 한마디를 부탁드렸습니다. 어릴 때 멀미를 많이 했는데, 멀미할 때 멀리 바라보면 덜하다고 하죠. 눈앞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면 멀미가 나듯이, 하루하루의 움직임에 너무 휘둘리는 것보다는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잡고 유지해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주가, 환율, 금리 모두 역대급 변동성을 보이고 과거에 보지 못했던 상관관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하나하나의 움직임에 과하게 반응하지 말고, 긴 호흡으로 내 포트폴리오를 균형 있게 유지하시길 조언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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