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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오르면 주식은 떨어질까? 금리와 채권시장에서 읽는 돈의 흐름

KBS 1라디오 · 2026-10-29 · 유튜브 시청 287 · Board Views 0 ·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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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고급#금리#현금#환율#채권시장#연준#일본국채#금리인상#경제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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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KBS 1라디오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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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상은 KBS 경제쇼의 방송 원고로, 금리 상승기에 채권시장, 주식시장, 환율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여러 전문가의 대화로 풀어낸다. 발언은 대화 중심으로 진행되며, 여기서 제시되는 전망과 해석은 방송 출연자들의 개인적 견해이므로 투자 판단의 근거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먼저 채권시장 급락의 배경이 다뤄진다. 방송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5%를 넘어섰고, 일본 장기금리가 약 2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언급한다. 출연자는 그 시발점으로 일본을 지목한다. 일본은 2000년과 2007년 금리를 올렸다가 경기가 흔들린 경험이 있어,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금리 인상을 주저해 왔다. 2024년 여름 엔캐리 청산 이후 인상 속도를 늦춘 결과 생산자물가가 시장 기대를 크게 웃도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다음으로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이 소개된다. 베센트 장관이 일본에 금리 인상을 여러 차례 요구했고, 일본 장기금리 상승이 미국 장기금리에 전이된다는 논리가 제시된다. 출연자는 이 과정에서 미국 내 단기금리 인상 압박과 6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함께 거론된다고 전한다. 방송은 4.5%와 5%라는 숫자가 갖는 심리적 의미도 짚는다. 이른바 라운드 넘버는 시장 참여자의 반응을 키운다는 해석이다. 또 중동 전쟁이 물가와 재정적자를 동시에 키운다는 점, 빅테크의 설비투자 확대로 금리 부담이 커졌다는 점이 강조된다. 재정이 금리를 좌우하는 '재정 지배' 개념도 소개된다. 각국 중앙은행 상황에서는 금리 동결 의견과 인상 주장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 언급된다. 호주와 노르웨이의 인상이 유럽 중앙은행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준 내부 쟁점으로는 굴스비 총재의 입장 변화와 케빈 워시 차기 의장의 구상이 다뤄진다. 워시는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과 물가 안정을 기대하지만, 굴스비는 이를 회의적으로 본다는 대비가 제시된다. 워시가 연준의 커뮤니케이션 축소, 대차대조표 축소, 물가 지표 재검토 등을 주장하고 있으며, 연준 내부의 분열 속에서 개혁이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환율과 한국은행에 대한 논의도 이어진다. 출연자는 한국의 1분기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웃돌아 금리 인상 사이클로 전환될 가능성을 언급한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입물가를 올려 양극화를 키울 수 있다는 점, 미국과의 금리차가 4년 가까이 벌어져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을 근거로, 금리 인상을 통해 환율 안정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제시된다. 마지막으로 자산배분에 대한 조언이 나온다. 한쪽 쏠림을 경계하고 자산을 넓게 펼쳐 두는 방식이 언급되며, 채권은 금리 사이클을 고려해 단기채 등을 살펴볼 수 있다는 의견이 소개된다. 다만 이는 방송 출연자의 일반적 견해일 뿐이며, 개별 투자 판단은 본인의 상황과 전문가 상담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다듬은 글

※ AI가 다듬은 글(오탈자·군말 정리)

01. 요즘 많은 분들이 채권을 주식처럼 사서 금리가 내려가면 팔겠다는 식으로 생각하시는데, 채권을 그렇게 투자해 본 적은 없습니다. 저는 한쪽으로 생각이 너무 쏠리면 위험하다고 봅니다. 지금은 시야를 좀 넓게 펼쳐 놓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여전히 미국이 최고라고 생각하시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오면서 달러를 바라보는 관점과 미국 투자를 바라보는 관점은 조금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02. 오늘 시장에서 주목한 것은 급락의 이유가 채권 시장의 발작이 아니었느냐는 점입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5%를 넘어섰고, 일본 장기금리도 거의 2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03. 저는 금리를 보는 사람이라 금리에 더 초점을 맞추는 편입니다. 모든 게 금리 때문이라고 말하는 건 편향일 수 있지만, 금리가 채권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은 맞다고 봅니다. 그 시발점은 일본이라고 생각합니다.

04. 일본은 디플레이션을 오래 겪었고,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금리를 올렸다가 경제가 흔들린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물가가 겨우 올라오는 상황에서도 금리를 올리는 것이 너무 무서운 겁니다. 금리를 최대한 안 올리고 시간을 끌었는데, 물가가 세게 뛰자 결국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 왔습니다. 2024년 5~6월 무렵 일본은행 총재가 금리를 많이 올리겠다는 쪽으로 분위기를 바꿨고, 그 직후 엔캐리 청산이 터졌습니다. 이에 놀란 일본은행이 다시 인상 속도를 늦췄고, 그 결과 물가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05. 지금은 생산자물가지수가 시장 기대치 3%를 크게 웃도는 5%에 가깝게 나왔습니다. 도매물가가 오르면 기업이 마진으로 흡수하거나 소비자에게 전가하는데, 전가되면 소비자물가(CPI)가 오릅니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행도 버티기가 쉽지 않습니다.

06.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을 방문하기 전 일본과 한국을 먼저 들렀습니다. 일본에서는 외환시장과 엔화 안정을 이야기했는데, 그는 작년 5월, 9월, 이번까지 세 차례 모두 일본에 금리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미국 재무장관이 왜 다른 나라에 금리를 올리라고 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논리는 미국과 직접 연결돼 있습니다.

07. 일본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해 일본 장기금리가 뛰면 미국 장기금리에도 영향을 줍니다. 미국도 장기금리를 내리고 싶은데 일본 금리가 계속 오르니 엔화 안정을 위해 일본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고, 그러면 미국에서도 단기금리 인상 압박이 들어옵니다. 여기에 도매물가까지 오르니 6월 기준금리 인상 쪽으로 무게가 기울고, 추가 인상도 고민하게 되는 겁니다. 이 과정이 반영되면서 일본 장기국채금리가 튀어 올랐고, 이것이 미국 장기금리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08. 오늘 미국 10년물 금리는 오랫동안 버티다 4.5%를 뚫었고, 20년물과 30년물은 5%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우리나라 국채금리도 함께 뛰기 시작했습니다. 국채금리가 일정 수준을 넘어섰고 앞으로도 더 오를 것이라는 두려움이 생기면서, 그동안 신경 쓰지 않던 다른 자산시장까지 영향을 받게 된 것입니다. "채권 쪽은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이제 불안을 느끼게 된 셈입니다.

09. 과거에도 금리가 5% 가까이 올라가면 경기 침체가 찾아온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10년물 금리가 4.5% 근처에서 계속 막혀 왔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번에 돌파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손을 놓았기 때문일까요?

10. 확실한 근거가 있는 얘기는 아니지만,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봅니다. 이를 '라운드 넘버'라고 부르는데, 투자자가 많이 들어와 있을수록 이런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4.5%, 5%는 뉴스 제목으로 쓰기 좋은 숫자라서 영향력이 큽니다.

11. 흥미로운 점은 국제유가가 110달러까지 올랐는데도 20년·30년물 5%, 10년물 4.5%라는 선을 쉽게 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람들이 금리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믿음이 흔들리면서 금리가 끌려 올라온 것입니다.

12.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란 문제도 논의됐지만 실마리를 찾지는 못했습니다. 전쟁은 2월 27일에 터졌고, 4월 중순에서 5월 중순 사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해법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비유하자면 벙커에 들어가 한 달치 식량을 쌓아 두고 일주일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3주가 지나도 나갈 수 없고 4주째에 접어든 상황과 비슷합니다. 사태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커지는 것입니다.

13. 전쟁은 물가 부담뿐 아니라 재정적자도 키웁니다. 군비 지출과 에너지 보조금이 늘어나면 국채시장에 부담이 됩니다. 또한 자산가격이 설비투자와 연결돼 오르고 있는데, 설비투자는 채권이 가장 싫어하는 요인입니다. 미국의 대표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번 돈보다 더 많이 투자하고 있어서 금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3~4년 전에는 현금흐름으로 채권을 상환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반대로 돈을 빨아들이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14. 주가가 오르면 자산효과로 상위계층의 소비가 늘고, 이는 물가를 밀어 올립니다. 채권시장 입장에서는 경기 우려가 멀어 보이지 않으니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국의 재정 이슈도 같은 맥락입니다.

15. 과거에는 금리를 중앙은행 정책이 주로 결정했지만, 이제는 재정이 금리를 좌우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를 '재정 지배(fiscal dominance)'라고 하는데, 재정부채가 많은 상태에서 금리를 올리면 재정이 힘들어지니 물가가 어느 정도 높아도 금리 인상을 주저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16. 다만 4월 말 이후 분위기는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은행 금융정책회의에서는 아홉 명 중 여섯 명이 동결에 찬성했지만 세 명은 인상을 주장했습니다. 미국 FOMC에서도 세 표의 반대표가 나왔고, 유럽중앙은행에서도 금리 인상 논의가 상당히 많았다고 합니다. 고급 인력들이 모여 오랜 시간 금리 인상을 논의했다는 것은 그만큼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호주와 노르웨이가 금리를 올린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 두 나라는 통화정책 사이클에서 먼저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데, 노르웨이의 인상은 유럽중앙은행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지금까지 금리 인하 또는 동결 사이클에 있었다면, 이제 인상 사이클로 바뀌는 것 자체를 채권시장이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17. 굴스비 총재는 대표적인 비둘기파입니다. 그런데 5월 8일 서비스 물가를 강조하며 "굉장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과거에는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은 일시적이니 조금만 참자고 말하던 사람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입니다. 연준 내부에서도 물가를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18. 이유는 간단합니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 2%를 넘긴 지 5년이 넘었습니다. 이것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19. 케빈 워시가 차기 연준 의장으로 들어온다면 어려운 상황에서 출발하게 됩니다. 그는 AI 혁명이 생산성 혁명을 가져와 물가를 안정시키고 성장과 주가를 함께 끌어올릴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90년대식 시나리오입니다.

20. 그런데 굴스비 총재는 이에 회의적입니다. 생산성이 높은 사업이 있으면 사람들은 돈을 빌려서라도 투자하게 되고, 빅테크들은 과열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투자는 단기적으로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주가가 오르면 소비가 늘고, 결국 물가가 높아져 연준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21. 흥미로운 점은 굴스비 총재가 1990년대 말 그린스펀의 사례를 언급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생산성 향상을 믿고 금리를 올리지 않은 그린스펀이 결국 2000년 5월 50bp 빅스텝 인상을 단행했는데, 그 이유도 너무 뜨거워진 자산가격이 소비를 자극해 수요 측 물가 압력을 키운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근거로 굴스비 총재가 비둘기에서 돌아섰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22. 케빈 워시는 매우 어려운 순간에 들어옵니다. 그는 파월 의장과 다른 방향을 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해 "트럼프가 연준에 금리를 내리라고 하는 것이 독립성 훼손이 아니라, 연준이 잘못했기 때문에 그런 요구가 나오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중앙은행이 기후변화 같은 문제에 끼어드는 것이 오히려 독립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했고, 재무부가 아니라 연준은 물가 안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차대조표를 줄여야 하고, 근원물가를 봐야 하며, 중앙은행이 소통을 너무 많이 한다는 비판도 했습니다.

23. 문제는 연준 내부 분열입니다.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대차대조표 축소를 "멍청한 생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임 의장이 기존과 다른 방향을 밀고 나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물가는 오르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는 금리 인하를 원하고 있으며, 연준 내부는 갈라져 있습니다. 여기서 지나치게 트럼프 쪽으로 기울면 시장은 리즈 트러스 모먼트를 떠올릴 수 있고, 금리 인하 신호를 잘못 주면 채권시장이 난리가 날 수 있습니다. 워시 입장에서는 역대급으로 부담스러운 데뷔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24. 재미있는 것은 파월과 워시 모두 금융계 출신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트럼프가 임명할 때는 말을 잘 들을 것처럼 보였지만 파월은 결국 돌아섰습니다. 워시도 못 듣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무조건 밀어붙이는 스타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작년 흐름을 보면 파월을 바로 잘라 버릴 수도 있었지만 베센트 장관이 말렸습니다. 또 워시를 임명한 것도 당초 원했던 캐비닛이 트럼프와 너무 친하다는 평가를 받아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측면이 있습니다. 트럼프 입장에서도 물가가 어설프게 뛰는 것은 두려운 일입니다.

25. 베센트 장관도 최근 금리 동결이 잘한 결정이라고 평가하면서, 전쟁이 끝나고 물가가 내려오면 그때 금리를 빨리 내리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마구잡이로 금리 인하를 압박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26. 연준은 지급준비금 안정을 위해 단기국채를 사는 RP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습니다. 작년 12월부터 매달 400억 달러씩 사다가 2월에는 250억 달러로, 어제부터는 100억 달러로 줄였습니다. 재무부 역시 TGA 계정에 약 9,000억 달러의 현금이 있어 이를 레포 시장 안정에 쓰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습니다.

27. 청문회에서도 대차대조표 국채를 빨리 줄일 것인지 질문이 나왔는데, 워시는 "금융위기 이후 18년 동안 쌓은 것을 어떻게 18분 만에 줄이겠느냐"고 답했습니다. 이는 단기간에 줄이기 어렵다는 의미이며, 오히려 양적완화가 다시 필요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28. 일본과 미국의 장기금리 상승은 단순한 채권시장 이슈가 아니라 전 세계 자산시장의 기본 조건을 바꾸고 있습니다. 전쟁이 종전 합의로 끝나더라도 유가가 과거처럼 60달러대로 돌아가기는 어렵고, 이는 하반기 금융시장에 계속 영향을 줄 것입니다.

29. 2011년을 떠올려 보면 참고가 됩니다. 당시 아랍의 봄으로 유가가 100달러를 넘는 상황이 오랫동안 이어졌지만 시장은 이를 빠르게 받아들이며 안정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다 2011년 8월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터지면서 금리 부담이 커졌습니다. 지금 역시 유가 자체보다 유가가 금리를 어떻게 자극하는지가 더 중요해 보입니다. 유가 상승이 어떤 종목에는 좋고 어떤 종목에는 나쁠 수 있지만, 금리 상승은 시장 전체에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30. 하반기에 가장 눈여겨볼 것은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될 때 각국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그런데도 감세 같은 방식으로 경기를 부양하면, 수요가 과도하게 높아져 물가를 일시적으로 버티게 만들 수 있습니다. 결국 금리와 재정, 그리고 물가가 얽히는 지점을 계속 지켜봐야 할 시점입니다.

31. 그러면 물가가 높아지더라도 그걸 잘 체감하지 못하다가, 나중에 높아진 물가에 한꺼번에 얻어맞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근원적으로 우리가 꼭 고민해야 할 것은, 전쟁이 길게 간다면 어떻게 되느냐입니다. 우리는 이걸 너무 쉽게 보고 있지 않습니까? 일본 전쟁과 아무 상관 없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이게 끝난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물가와 금리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경계해야 합니다. 재정 쪽이든 물가 쪽이든, 이 부분은 꼭 주의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32. 제가 듣다 보니 오늘 일본의 국채 금리가 급등했는데, 결국 재정을 굉장히 감세하고 돈을 풀어 주면서 생긴 일이라는 얘기네요. 통제가 잘 안 되는 거죠. 일본이 벌써 이렇게 나온 겁니다. 어제도 재무상이 나와서 수습하려 했지만, 일본 재무부에서는 에너지 가격이 너무 뛰니까 추경으로 대응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 국채 금리가 뛰면서 이자 부담도 커졌고, 일본은 재정 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33. 그래서 채권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요인들이 많이 겹쳐 있습니다. 말씀드렸던 것처럼 물가가 있고, 재정 리스크가 있고, 중앙은행의 스탠스 변화가 있고, 설비 투자가 들어와 있습니다. 이 다섯 가지가 한꺼번에 있으니 채권시장이 느끼는 불편함이 굉장히 클 수 있습니다.

34. 금융시장을 볼 때 항상 약한 고리를 먼저 치고 들어온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지금의 약한 고리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면, 반도체보다는 채권시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곤란할 수 있지만, 최근 5월 6일쯤 한국은행 총재께서 갑자기 인상 사이클로 넘어갈 수 있는 것처럼 말씀하셨습니다. 약한 고리 얘기를 하셨는데, 우리도 사실 약한 고리이지 않습니까?

35. 우리도 금리 인상 사이클에 들어가는 것으로 봐야 하느냐고요?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가가 꽤 많이 높아졌고, 성장은 꽤 탄탄합니다. 1분기 성장률이 1.7%로 나왔거든요. 저는 잘못 본 줄 알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0.9%가 넘으면 잘못 나온 것 아닌가 생각했는데, 너무 세게 나왔습니다. 이 정도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다들 바꾸고 있습니다. 어떤 곳은 3%를 보고 있고, 어떤 곳은 2.5% 정도를 보고 있습니다.

36. 우리나라의 잠재 성장률이라는 게 있는데, 한 나라가 성장할 수 있는 일종의 역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잠재 성장률은 1.8% 정도인데, 지금 2.5%짜리 밥을 주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 진정시켜야 하는 것이죠. 1.8%만큼 클 수 있는데 2.5%를 크라고 밥을 주면 0.7%가 남지 않습니까? 그 남은 것이 살이 돼서 다른 데 가서 붙습니다. 그게 자산 가격의 버블 같은 것이 되겠죠.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과열을 우려해 조금 줄여 줘야 합니다. 이때는 금리 인상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겁니다.

37. 여기서 하나 더 말씀드리면, 우리도 유가 상한제를 해서 어느 정도는 막고 있는데, 만약 상한제를 하지 않았다면 소비자물가 지수가 3.8%였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정부에서 발표한 것을 보면 사실상 지금 기준금리 인하를 논하기는 너무 어려워진 상황이고, 하반기에 한 번 올리느냐 두 번 올리느냐 하는 얘기가 계속 회자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38. 오늘 아시아 증시가 흔들릴 때 한국 증시의 낙폭이 컸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죠. 반도체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있겠지만, 방금 말씀하신 약한 고리 이야기처럼 금리 인상 속도가 가장 빠를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어서 그런 것이라고 해석해도 되겠습니까?

39. 우리나라가 유독 빠르다고 하기에는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성장률이 뛰어오르면서 잠재 성장률을 넘어선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이런 점은 있습니다. 그동안 경기가 너무 안 좋을 것 같아서 금리를 더 낮출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사람들은 작년에 기준금리가 2.5%인 상태에서 1.5%까지도 내릴 수 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 1.5%에 대한 기대가 이렇게 빨리 위로 올라오니까 그에 따른 부담감은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더 심각하다고 얘기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40. 다만 한 가지는 있습니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었을 때 누가 타격을 더 많이 받을지를 본다면, 아무래도 중동과 가까운 제조업 국가들, 한국이나 일본, 대만 같은 나라들이 상대적으로 타격이 더 클 겁니다. 이 부분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죠.

41. 남은 시간에 궁금한 것이 있는데, 단장님은 달러 관련 전문가이시지 않습니까? 최근 달러의 방향은 어떻게 보이십니까? 최근 UAE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한다는 얘기도 나오던데, 왜 그런 건가요?

42. UAE가 등장한 이유는, 미국도 지금 굉장히 두려운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 걸프 국가들이 돌아설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걸프 국가들은 페트로달러의 핵심이고, 원유를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사우디부터 아랍에미리트까지 다 달러 페그제를 쓰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의 디르함도 달러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43.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아랍에미리트는 1달러에 얼마 하는 식으로 환율을 고정해 놓고 있는데, 달러가 강해지면 아랍에미리트는 보유하고 있는 외환을 팔아서 달러를 약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문제는 보통 중동에 전쟁이 나면 달러가 강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럼 달러 강세를 막기 위해 달러를 팔고 디르함을 사면 디르함이 달러 흐름에 맞춰 가는데, 지금 중동 전쟁이 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막혔습니다. 유가가 뛰었어도 팔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달러가 들어오지 않는 것이죠. 벌어들인 달러로 방어할 수가 없으니, 외환보유액이나 걸프 국가들의 국부펀드에 있는 자산을 팔아야 합니다. 거기 있는 미국 국채 같은 자산을 팔아 달러 캐시를 만들어서 환율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44. 아랍에미리트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흔들어 놓은 것인데, 미국 장기 국채를 팔아서 메워야 하고, 지금 미국 장기 국채 가격도 좋지 않습니다. 만기도 안 된 채권을 손해 보고 팔아야 하는 상황이니 싫을 겁니다. 그래서 미국 재무장관에게 통화스와프를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죠. 통화스와프를 안 해주면 다른 나라와 거래하겠다는 얘기까지 했습니다. 베선트 재무장관이 긴장했죠. 아랍에미리트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다른 걸프 국가들도 그렇게 돌아서면 페트로달러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균열이 생기는 것을 애초부터 막고 싶은 것입니다. 그래서 통화스와프에 대해 조금은 고민해 보겠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45. 베선트 장관의 코멘트 중 흥미로운 대목이 있었습니다.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이유가 두 가지라고 했습니다. 첫째, 다른 경쟁 통화가 달러 결제 시스템을 흔들 수 있는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쟁 통화는 위안화를 말하겠죠. 둘째, 급격하고 예상치 못한 달러 자산 매각을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걸프 국가들의 국부펀드가 달러 국채 같은 것을 한꺼번에 팔면, 이미 국채 금리가 높은데 더 뛰어오를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사전에 막기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래서 통화스와프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46. 시간이 다 되어 마지막으로 짧게 여쭤보고 싶습니다. 주식에서 돈을 많이 버셨는데, 그 돈으로 주식 투자가 아닌 단기 자산으로 아이디어를 주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47. 요즘 채권 금리가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습니다. 하루에 5%를 버는 것도 아니고 1년에 5%짜리 채권이 뭐가 대단하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5%라는 금리는 불과 1, 2년 전만 해도 흔한 금리였습니다.

48.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요즘 다들 채권을 싫어하신다는 점입니다. 채권을 마치 주식처럼 사서 금리가 내려가면 팔고 하는 식으로 생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저는 채권을 그렇게 투자해 본 적이 없습니다. 채권은 긴 시간 속에서 시간과의 싸움이 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중간에 경기가 둔화되어 금리가 내려가는 모멘텀이 생기면, 그때 팔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은 것이고, 아니면 만기까지 가져가면 됩니다. 이것이 채권의 포인트인데, 너무 많은 분들이 금리가 언제 내려갈지만 생각하십니다.

49. 저는 오히려 주식에서 수익이 난 것이 있다면 국채를 조금 담아 두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경기 침체가 언제 찾아올지 모르지만, 그런 일이 생겨서 자산 시장이 흔들리더라도 금리가 내려가면서 채권 가격에서 방어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익금 같은 것을 채권 시장에 쌓아 두는 것이 일종의 경기 침체 대비가 될 수 있습니다. 채권을 너무 많이 사는 것보다는, 강한 주식도 있겠지만 반대편에서 경기 침체를 대비하는 형태의 자산을 함께 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를 바벨 전략이라고 하죠.

50. 마지막으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FOMC 회의 결과를 짚어 보겠습니다. 일단 금리는 동결됐는데, 단장님은 이번 회의를 어떤 관전 포인트로 지켜보셨을까요?

51. 어제도 말씀하셨듯이, 케빈 워시 씨의 첫 등판이었습니다. 이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구관이 명관이다. 새로 오시는 분이 예전보다 힘든 것은 물론 있겠지만, 한동안 아무리 힘든 분이라도 4년, 8년 정도 있으면 시장이 거기에 적응합니다. 파월 의장이 8년을 했으니, 파월 의장 이후 새 사람이 오면 8년간 익숙했던 것들이 많이 바뀔 테니 불편하다는 느낌이 있을 겁니다.

52. 여기에 케빈 씨는 트럼프 대통령과 노선을 맞춰서 연준 개혁을 굉장히 많이 얘기합니다. 여러 분야에 걸쳐서요. 그래서 케빈 씨가 처음 들어오면서 어떤 스탠스를 보일 것인지가 중요했습니다. 두 번째는 연준 내부의 분열이 상당하다는 점입니다.

53. 연준 내 분열이라는 것은, 지난 4월 회의에서 반대표가 세 표나 나왔다는 뜻입니다. 가이던스 같은 것을 발표할 때 성명서에 "긴축 사이클을 끝내야 한다"는 문구가 들어갔습니다. 연준은 2024년 9월부터 최근까지 계속 금리를 인하해 왔습니다. 여러 차례 이어진 인하를 금리 인하 사이클이라고 하죠. 이번 FOMC에서 금리를 내리지 않더라도, 사이클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문구가 남아 있다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54. 영상을 볼 때 포즈 버튼을 누르면 잠시 멈추고 다시 재생되지만, 스톱을 누르면 영상을 아예 끄고 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연준이 포즈를 한 것인지, 스톱을 한 것인지가 문제였던 겁니다. 지난 4월의 핵심은 포즈라고 하면서도 아직 금리 인하 사이클에 있다는 얘기를 그대로 넣어 놓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건 포즈가 아니라 사실상 스톱 아니냐는 것이었고, 이에 세 명이 반대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금리 인하 사이클이라는 문구를 빼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였습니다.

55. 정리하면, 금리 인하 사이클에 있다는 문구를 그대로 두면 잠시 멈춰 있는 것이고 다음에 또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신호가 됩니다. 이를 지우면 연준은 앞으로 동결이나 인상도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입니다. 지난 회의의 반대표의 핵심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그 뚜껑이 열린 셈입니다.

56. 이번 회의에서 제가 특히 주목한 포인트는 기자회견입니다. 니크 티밀러스라는 기자가 있는데, 월스트리트 저널에 있는 분으로 연준의 비공식 대변인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이분이 케빈 씨에게 어려운 질문을 했습니다. AI가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데, AI가 생산성을 끌어올려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얘기를 하셨다. 그것을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요.

57. 이 질문은 하반기 금융시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이슈입니다. 보통 성장이 강하면 수요가 강해지고, 수요가 강해지면 물가가 오르고,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올려야 합니다. 그러니 고성장, 고물가, 고금리의 구도가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케빈 씨가 하는 얘기는, 지금 미국 경제는 탄탄한데 금리를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 무슨 금리 인하냐는 질문에 대해 과거 사례를 들어 답하는 것입니다.

58. 그가 든 사례는 1990년대입니다. 90년대에도 성장이 굉장히 강했는데 물가는 오르지 않았습니다. 생산성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제가 물건을 만드는 업자인데, 1,000원을 들여 100개를 생산하면 개당 원가가 10원입니다. 여기에 10% 마진을 붙여 11원에 팔았다고 해보죠. 그런데 로봇이 등장하고 분업이 일어나면서 생산성이 대폭 높아져 1,000원으로 1,000개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고 가정하면, 개당 원가는 1원으로 내려갑니다. 여기에 마진을 붙여도 1.1원에 팔 수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11원짜리가 1.1원이 되는 셈이니 물가가 확 내려가는 것이죠.

59. 제가 기억하기로 1998년 처음 핸드폰을 받았을 때 10만 원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전에는 드라마에서나 나오던 회장님 폰, 벽돌폰이 있었는데, 그 가격이 500만 원 정도였다고 합니다. 정확한 가격은 모르지만 그 정도였다고 들었습니다. 500만 원이면 일반인이 쓸 수 없지만 10만 원이면 가격이 싸져서 수요가 늘어납니다. 모두가 핸드폰 수요자가 되니 거대한 시장이 생기고, 생산도 늘고, 성장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가격이 낮아지니 수요가 늘어도 물가는 크게 오르지 않습니다. 110원이 111원이 된 정도죠. 그러면 강하고 아름다운 성장과 낮은 물가가 함께 만들어지고, 물가가 낮으니 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습니다. 저금리가 유지되면 성장을 잡을 이유도 없으니 성장이 오래 갈 수 있습니다.

60. 90년대에 그렇게 아름다운 성장이 오래 갔던 중심에는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그린스펀이 있었습니다. 1994년 미국은 물가가 높았고, 그린스펀은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았습니다. 그래서 연준 내에 물가에 대한 스트레스가 강했습니다. 그런데 1995년 미국 경제가 좋아지고 성장이 나오자, 연준 위원들은 작년에 물가 때문에 고생했으니 성장이 강해지면 물가가 금방 올라올 테고,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그린스펀에게 얘기했습니다. 그러자 그린스펀은 이번에는 다르다고 했습니다. IT 혁명, 정보기술 혁명 때문에 생산성이 올라가 물가가 안정될 것 같다는 것이었죠. 당시 회고록을 보면 위원들이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냐"는 표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결국 그린스펀이 맞았습니다.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물가가 오르지 않았고, 미국의 성장세는 길게 이어졌습니다. 1998년, 1999년에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국 경제가 압도적으로 강했습니다. 그 끝에는 닷컴 버블이 있었지만, 그때 그린스펀의 선택은 적절했다는 평가입니다.

61. 트럼프 행정부나 케빈 워시 씨도 같은 얘기를 합니다. 그린스펀을 본받으라는 것입니다. 성장이 올라오면 물가가 오르니 무조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얘기 말고, 생산성이 개선되는 것을 지켜보라는 것이죠. 90년대에 IT 혁명이 있었다면, 지금은 AI 혁명이 그 자리에 들어와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아주 비슷하죠.

62. 기자가 이 질문을 던진 것은, 그 자체로는 뉘앙스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담겨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자 케빈 씨는 AI 혁명이 공급에 영향을 줄 때도 있고 수요에 영향을 줄 때도 있다고 답했습니다. 공급 측면에서는 공급이 쏟아지면서 물가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AI가 수요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입니다. AI 관련주에 투자해 돈을 벌거나, 생산성이 높아져 사람들이 소득이 늘고 경기가 과열되면 수요가 강해지고, 그러면 물가가 오르는 문제가 생깁니다.

63. 케빈 씨의 말은 단기로는 수요 쪽 영향이 크고, 장기로는 공급 쪽 영향이 크다는 것입니다. AI 혁명이 장기적으로는 생산성을 크게 높일 것이라는 데는 연준 내에서도 대체로 의견이 같습니다. 문제는 그 길에 가려면 여러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입니다. AI 혁명을 만들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부터 지어야 하고, 투자를 많이 해야 합니다. 그러면 공장을 짓고, 반도체를 잔뜩 사 와야 하고, 원자재도 많이 사야 하며, 사람을 채용해 공사를 돌려야 합니다. 에너지도 많이 들어갑니다. 하필 중동 전쟁까지 터져 있으니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물가를 안정시키고 성장도 나오겠지만, 그 아름다운 길로 가기 전에는 단기적으로 물가를 자극한다는 얘기입니다.

64. 이번 FOMC에서는 점도표도 나왔습니다. 3월의 점도표에서는 연내 한 번 인하를 보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한두 번 정도 올릴 수 있다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보통 인상이 시작되면 내년에 더 올리고, 그 다음에도 더 올리는 식으로 금리 인상 사이클이 길게 이어지는데, 이번에는 신기하게도 올해는 올리지만 내년에는 다시 내려오는 것으로 찍혀 있습니다. 지금의 물가 상승 압력을 단기적인 것으로 본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65. 트럼프 행정부와 연준이 부딪히는 논리의 핵심을 보면, 연준은 물가가 높다고 하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그게 아니라고 합니다. 관세 때문이라는 것이죠. 관세는 작년에 부과되어 올해 물가를 끌어올렸지만, 관세율을 매년 계속 올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내년에는 올해 올라온 물가가 그대로 유지되고,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률 영향은 사실상 0이 됩니다. 그래서 지금 물가가 관세 때문이라면 무시하라는 주장입니다. 또 전쟁 때문이라면 전쟁이 끝나면 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기름값이 떨어진다고 하니, 전쟁이 끝났다는 얘기죠. 두 가지를 합치면 지금의 물가 상승은 일시적인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개선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입니다.

66. 연준 내에서 매파와 비둘기파는 이를 다르게 봅니다. 비둘기파는 단기적으로는 물가가 높지만 장기적으로는 내려올 것이니 그냥 두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회의에서 위원의 절반이 동결을 찍은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매파는 단기적으로 물가가 오르고 있는데, 그것이 어떻게 자리 잡을지 모른다고 봅니다. 인플레이션을 고착화시키고 고질병이 될 수도 있으니, 조금은 올려서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한두 번 올려 물가를 안정시키면 내년에는 오히려 내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67. 결국 이번 점도표의 물가 경로는 독특합니다. 당장 올해는 높지만 내년부터는 안정될 것이라고 보고, 일시적 물가에 대해서는 일정 수준의 컨센서스를 만들어 놓은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일시적 물가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는 매파와 비둘기파의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이번 점도표가 다소 독특하게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68. 정리하면, 연준 내부가 쪼개져 있었고, 그 사실을 점도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AI에 관한 질문이 이번 회의에서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연준이 AI를 공부하기 위해 TF를 만들었다고 알고 있는데, 연말이 되면 그 부분이 더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69. 이 TF는 다섯 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째는 연준의 커뮤니케이션, 둘째는 대차대조표, 셋째는 데이터, 넷째는 말씀하셨던 AI와 생산성, 다섯째는 인플레이션 프레임워크입니다. 이건 제 해석이지만, 케빈 씨가 연준에서 개혁하고자 하는 것들이 바로 이 다섯 가지와 연결됩니다.

70. 첫째, 케빈 씨는 연준이 너무 말이 많다고 봅니다. 연준 위원 19명이 계속 떠드니 오히려 시장이 혼란스럽다는 것입니다. 말을 많이 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죠. 이는 그린스펀이 말을 아꼈던 것과 비슷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이 크게 늘어난 것은 금융위기 직후 버냉키 의장 때부터입니다.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오히려 연준에 안 좋다는 입장입니다. 금리를 올릴 것 같다고 얘기했다가 올리지 않으면 욕을 먹게 되니까요.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을 검토하자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71. 둘째, 연준은 지금 대차대조표를 아주 많이 쌓아 놓았습니다. 국채를 많이 사들였는데, 이를 나중에 팔아야 합니다. 그런데 언제 팔 것이냐가 문제입니다. 이슈가 있을 때마다 금리가 휘청하는데, 언제 파느냐가 정치화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정당이 집권했을 때는 팔고, 다른 정당이 집권했을 때는 팔지 않는 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연준이 대차대조표를 너무 많이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정치에 포획될 수 있다는 것이죠.

72. 보통 연준의 독립성을 바라볼 때, 트럼프가 연준을 괴롭히는 상황을 떠올리시게 됩니다.

73.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다만 케빈 워시 씨가 말하는 취지는 그와 다릅니다. 연준이 이것저것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이 오히려 독립성을 해친다는 뉘앙스입니다. 그러니까 금리는 시장과 물가 흐름에 맞춰 결정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74. 그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 TF입니다. 대차대조표 관련 TF가 두 번째이고, 세 번째는 데이터 TF입니다. 케빈 워시 씨는 지금 연준이 보는 PCE 물가 지표 자체를 문제 삼습니다. 절사평균 물가처럼 극단적으로 많이 오른 품목과 적게 오른 품목을 빼고 중간값을 봐야 기조적인 추세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추세를 읽으면서 대응해야지, 한두 달 튀어 오른 지표에 선제적으로 반응하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 데이터를 점검하는 TF가 따로 있고, 물가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대응할지 보는 인플레이션 프레임워크 TF가 다섯 번째입니다.

75. 케빈 워시 씨가 계속 주장해 온 연준 개혁 포인트마다 TF가 하나씩 붙은 셈입니다. 등장하자마자 "이렇게 바꾸겠다"고 선언하면 반발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먼저 TF를 통해 문제가 실제로 있는지 살펴보고, 내부 검토에서 나온 결론을 근거로 바꾸자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점진적 변화를 위한 교두보를 만드는 것이지요. 첫판부터 모든 것을 뒤집을 수는 없으니, 하나씩 포석을 까는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포석 단계에서는 상당히 많이 바뀌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는 TF 결과를 봐야 알 수 있습니다.

76. 이 방식의 장점은 설득력입니다. 개인적 견해로 주장하기보다 연준 내부 리서치에서 객관적 데이터가 이렇게 나왔다고 말하면 위원들을 설득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반발도 있고 시간도 꽤 걸리겠지만, 서서히 변해 가는 모습을 보게 될 것 같습니다.

77. 케빈 워시 씨는 연준이 커뮤니케이션을 크게 줄여야 한다고 말해 왔습니다. 점도표는 2012년에 처음 도입됐습니다. 당시에는 그럴 만한 배경이 있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버냉키 의장이 제로금리까지 내리고 돈을 풀어 간신히 경기를 끌어올렸는데, 시장에서는 "경기가 좋아지면 어차피 금리를 또 올릴 테니 제로금리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연준은 포워드 가이던스, 즉 미래 금리 경로를 미리 약속하는 방식을 썼습니다. 예를 들어 "실업률이 6.5%, 물가상승률이 2.5%를 넘을 때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식입니다. 이렇게 약속하면 시장은 한동안 금리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믿게 되고, 실물 투자와 자산시장이 살아납니다. 실제로 미국 주식이 전성기로 접어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78. 문제는 이 약속이 오래 지속되면서 시장이 "연준이 약속했으니 이대로 간다"고 오해하기 쉬워졌다는 점입니다. 위원들마다 금리 인상과 인하를 서로 다르게 말하면서 혼란도 생겼습니다. 케빈 워시 씨는 이런 커뮤니케이션이 오히려 혼란과 부작용을 낳는다고 보고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다만 한꺼번에 없앨 수는 없으니, 이번 회의에서는 포워드 가이던스 관련 문구를 대폭 줄였습니다. 기자회견이나 점도표 같은 것도 TF 결과를 보면서 순차적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79. 케빈 워시 씨는 트럼프 대통령 쪽 인사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FOMC를 며칠 앞두고 중동 전쟁이 휴전에 가까워졌고, 유가도 배럴당 75달러 수준까지 내려갔습니다. 이 때문에 시장 일부에서는 금리 인상이 필요 없다고 보고, 점도표에서도 금리 인상을 찍는 위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 기대는 어긋났습니다. 다만 케빈 워시 씨 본인은 점도표에 점을 찍지 않았고, 나머지 위원들은 찍었다고 합니다. 변화의 서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80. 그래도 케빈 워시 씨가 첫 회의부터 모든 것을 바꾸려는 모습은 아닙니다. 순차적으로 변화를 주겠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습니다. "무조건 금리를 내리겠다" "금리 인상은 없다"처럼 무리하게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81. 트럼프 대통령도 FOMC 결과에 대해 "믿을 수 없고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지만, 곧이어 "연준에는 훌륭한 사람이 있다"며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베선트 재무장관도 올해 안에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리 금리 인하를 원해도, 작년 초에 연준 의장을 자르는 식으로 독립성을 훼손했다면 인플레이션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아 오히려 행정부의 발목을 잡았을 것입니다.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는 뜻입니다.

82. 단기 금리는 많이 올랐고, 장기 금리는 오히려 내려왔습니다. 연준이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하루짜리 기준금리이고, 이것이 1개월, 3개월, 1년, 2년 금리에 영향을 줍니다. 10년, 20년, 30년 장기 금리는 시장의 기대와 경기 전망이 더 크게 반영됩니다.

83. 장기 금리가 내려간 이유를 보면, 금리가 오르면 실물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장기 금리 하락이 반드시 좋은 신호만은 아닙니다. 물가가 안정되어 내린 것이라면 바람직하지만, 실물 경기가 나빠서 내린 것이라면 우려가 됩니다. 실제로 뉴욕 증시도 숨 고르기를 했습니다. 시장은 기대했던 것보다는 다소 실망스럽게 받아들였지만, 금리 하락 자체는 주택시장에는 긍정적입니다. 미국은 모기지를 30년 장기 금리로 조달하기 때문에 장기 금리 부담이 줄면 주택시장이 숨통을 틀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배경이 경기 둔화라면 주택시장에도 결국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84. 「부의 갈림길」이라는 책에서는 지난 시기의 큰 갈림길들을 돌아봅니다. 예를 들어 일본은 아베노믹스 이전 니케이가 7천 선이었지만, 지금은 7만 선입니다. 그때 우리가 어떤 선택을 했어야 했는지는 결과론적으로 보게 되는 면이 있습니다.

85. 지금도 여러 갈림길이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중동 전쟁이 에너지 패권을 바꿀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K자형 양극화입니다. 상단을 담을지, 하단을 담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셋째는 연준의 레거시 변화입니다. 2008년 이후 이어져 온 연준의 방식이 바뀌고 있는데, 시장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입니다. 넷째는 AI입니다. 다섯째는 미국 투자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이 세계의 큰형님이나 경찰 역할을 하기보다 자국 이익을 앞세우는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의 소프트파워와 평판이 바뀐다면 달러와 미국 투자를 보는 관점도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86. 케빈 워시 연준의 등장도 새로운 갈림길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TF를 통해 많은 것이 바뀔 가능성이 있고,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을 것입니다. 2008년에 바뀌었던 연준의 방식이 18년이 지난 2026년에 다시 변화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매 FOMC마다 힌트를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87. 시장 변동성을 매크로 관점에서 본다면 두 가지를 봅니다. 성장과 금리입니다. 금리가 오른다고 무조건 주가가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성장이 강하면 금리가 올라도 버팁니다. 다만 지금은 양극화의 시대입니다. 한국의 경우 반도체 성장과 비반도체 성장이 갈립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비반도체는 타격을 받지만 반도체는 상대적으로 버틸 수 있으니, 투자자들이 타격을 받는 곳에서 벗어나 반도체로 몰리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88. 최근 변수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반도체 성장에 대한 의구심입니다. 반도체 가격이 계속 일방적으로 오르면 수요가 줄어들 수 있고, 중국 업체 같은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면 기존 전망에도 물음표가 붙습니다. 둘째는 금리 상승입니다. 미국의 장기 금리는 이미 높은 수준으로 올라와 있고, 추가 인상 논의도 있습니다. 여기에 AI 설비투자, 즉 캐펙스가 늘어나면 기업은 부채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고, 이것이 금리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 됩니다. 결국 성장과 금리를 함께 봐야 하며, 높은 금리로 조달한 자금으로 투자하는 것은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사는 것과 비슷해서 부담이 큽니다.

89. 기준금리는 동결되었습니다. 케빈 워시 씨는 2% 물가목표를 지키겠다고 강조했고, 다른 사람들이 2%를 못 지킬 것이라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했습니다. 기자들은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고 계속 물었는데, 케빈 워시 씨는 구체적 방법을 말하기 어려워했습니다.

90.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시장은 물가 불안 때문에 금리 인상을 원합니다. 양쪽의 압박 속에서 케빈 워시 씨가 어떻게 판단할지가 관건입니다. 케빈 워시 씨를 바라보는 시각은 트럼프의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그가 무엇을 하든 그 맥락으로 읽히기 쉽습니다.

91. 여기서 2023년 10월과 비교해 볼 만합니다. 당시 연준은 기준금리를 5.25~5.5%까지 올린 상태였고, 매파 위원들은 한 번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시장은 공포에 질려 있었고, 10년 국채 금리가 장중 5%를 찍기도 했습니다. 그때 댈러스 연은 총재 로리 로건은 "최근 채권 금리 상승으로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줄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시장 금리가 알아서 긴축 역할을 하니 연준이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였습니다. 로건은 매파였지만 이런 논리를 폈고, 이를 파월 의장이 그해 11월 FOMC에서 받아들여 금리를 동결했습니다.

92. 그 달부터 10년 금리가 빠지기 시작했고, 2024년 초에는 금융시장에 화색이 돌았습니다. 당시 시장은 "금리 인상은 끝났다"고 받아들였고, 실제로 그때가 인상 사이클의 정점이었습니다.

93. 이번에 케빈 워시 씨도 비슷하게 "45일 동안 금리를 올리지 않았는데 시장 금리가 알아서 올라 긴축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연준이 움직이지 않아도 시장 금리가 긴축을 하니 추가 인상이 필요 없다는 뜻이고, 그래서 시장이 환호했습니다. 트럼프는 금리를 내리라고 하고, 시장은 올리라고 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는 그대로 두면서 시장 금리가 알아서 움직이게 하는 것은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는 묘수처럼 보입니다.

94. 2023년 10월에는 이 방식을 묘수로 읽었지만, 지금은 꼼수로 읽는 시각도 있습니다. 같은 논리라도 누가 말하느냐, 즉 케빈 워시 씨가 트럼프의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느냐에 따라 시장의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3년 10월에는 0%였던 기준금리를 1년 반 동안 5.25%까지 올린 뒤 멈춘 것이었고, 지금은 그 맥락 위에서 다시 같은 논리가 나온 셈이라 시장이 더 면밀히 따져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95. 거기서 이제 파월 의장이 그 8분 동안 짧게 스피치를 하고, 그때 엄청 겁을 줬었잖아요. 거기서 파월 의장이 "더 갈 수 있다"고 이렇게 얘기하니까, 시장이 연준의 의지를 읽은 거죠. 실제로 금리가 올라갔잖아요. 그러니까 "진짜인가 봐, 더 올리나 봐" 하면서 겁에 질린 거예요. 겁에 질리면 알아서 시장 금리가 올라가서 기다립니다. 연준을 보면서 금리를 끌어 올린 건데, 연준은 딱 끌어올려 놓은 다음에 자기는 빠져 버린 거죠. 그때 당시의 기억이에요.

96. 그런데 혹시 되게 유명한 말씀 하나 드려도 될지 모르겠는데, 혹부리 영감님 동화 기억나세요? 그 영감이 혹을 떼 주고 노래를 불렀더니 도깨비들이 좋아서 받았잖아요. 그러니까 두 번째 혹부리 영감이 가서 여기서 노래 나온다고 하니까, 도깨비들이 "지난번에 속았다"고 혹을 붙여 주잖아요. 2023년 10월에는 파월이 "더 올리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때 자기는 올리지 않고 쑥 물러나 버렸잖아요. 그러면서 채권 시장을 벙쪄 버리게 만들었었죠. 이번에 케빈 워시가 똑같은 얘기를 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두 번째 혹부리 영감이 등장한 거죠. 그럼 시장은 "얘 물가 안정을 위한 의지가 있는 거야"라고 본 거죠. 그래서 단기 금리는 못 올릴 거라는 생각을 하는 거고요.

97. 연준이 이번에 금리 인상에서 실기를 하겠구나, 이런 인식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어제 단기 금리는 내려왔고, 장기 금리는 올라갔거든요. 장기적으로 인플레가 잘 안 잡힌다는 시그널 아닙니까? 시장의 인식을 읽은 거죠.

98. 채권 시장에는 '자경단'이 있거든요. 이게 되게 민감한 것 같아요. 그런데 잽을 한 방 맞으면 멀쩡하지만, 열세 번 맞으면 쓰러집니다. 그러니까 "잽을 때리면 쓰러집니까?"라고 질문하면 안 돼요. 어느 상황에서 때리냐가 문제인 거예요.

99. 참고로 말씀드리면, 지금 일본의 다카이치 총리가 재정을 쓴다는 얘기를 했다가 금리가 엄청 뛰면서 난리가 났거든요. 지금은 채권 시장의 자경단이 함부로 돈을 쓰거나 물가 안정에 신경 쓰지 않는 중앙은행을 혼내 주는 시기예요. 그런데 이렇게 민감한 시기에 케빈 워시가 가운데서 오락가락하면서 꼼수를 두니까, 시장이 크게 응징을 한 거죠. 그래서 장기 금리가 뛰어오른 겁니다. 케빈 워시 입장에서도 시장의 물가 안정 의지를 읽어내야 한다고 생각할 거예요. 장기 금리를 끌어내리려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을 거라는 연준의 의지를 보여 줘야 하거든요.

100. 금리를 그냥 내려놔 둘 수 없어요. 그러면 9월에는 기준 금리 인상을 통해 이걸 눌러 주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현재 시장에서는 9월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60% 정도 반영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더 두려워하는 건 장기 금리잖아요. 그러면 이후에도 잘 진정이 안 될 거라고 보시는 거네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101. 저는 미국 재무장관의 입장도 좀 모순이라고 봐요. 베센트 재무장관이 일본에 금리를 올리라고 요구했거든요. 왜 미국 재무장관이 일본에 그러느냐 하면, 로직은 이겁니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지 않아서 물가를 안정시키지 못하니까 일본의 장기 금리가 뛰고, 그게 미국의 장기 금리를 밀어 올린다는 거예요. 미국 입장에서는 미국 금리가 내려오길 바라는데 일본에서 자꾸 문제가 생기니까 안 되는 거죠. 그래서 "너희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하니까 금리를 올려야 돼"라고 한 겁니다. 결국 기준 금리를 끌어올려 기대 인플레이션을 꺾어야 시장 금리가 안정된다는 얘기죠. 시장 금리를 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준 금리를 올리는 거라고 본인이 직접 일본에 조언을 해 준 거예요. 그런데 정작 자기들은 지금 늪에 빠져 있는 거죠. 기준 금리 인상을 애매하게 하고 있으니 장기 금리가 뛰고 있는 거잖아요.

102. 그러면 기준 금리 인상에 대해 시장도 신중하게 보고 있지만, 연말까지는 어쨌든 한 차례 정도는 인상이 나오지 않겠는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9월에 한다고 보시는 거네요.

103. 저는 9월 가능성이 좀 있다고 봐요. 8월에 잭슨홀 컨퍼런스가 있거든요. 거기서 어떤 얘기를 하게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요. 만약 기준 금리 인상을 하지 않으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커져서 장기 금리가 더 뛸 거예요. 그러면 기대 인플레이션을 꺾으려면 의지를 더 세게 보여 줘야 하고, 기준 금리를 한 번이 아니라 세 번, 네 번 올려야 할 수도 있어요.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아야 되는 상황이 되는 거죠. 파월이 2021년 초에 "일시적"이라고 했다가, 그때 세 번 정도만 올렸으면 될 걸 2022년에 그렇게 급하게 올려야 했던 것과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케빈 워시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거예요. 기대 인플레이션이라는 악령이 살아나면 내년에 훨씬 더 큰 희생을 치러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보험 성격으로라도 금리를 올려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104. 제가 봤던 점도표는 2004년부터인데요, 점도표가 찍힌 건 얼마 안 됐지만, 금리 인상 사이클이 나왔을 때 한두 번만 올리고 멈춘 적은 별로 없어요. 올리면 쭉 올리고 내리면 쭉 내렸거든요. 그런데 이번 점도표는 되게 독특해요. 올해 두 번 올린다면 내년에는 내린다는 거예요. 잠시 올렸다가 잠시 내리는 보험성 금리 인상 케이스는 제가 본 적이 없었어요. 찾아보니 한 번 있긴 했더라고요. 1997년 3월에요.

105. 위원들 간 이견도 많은 것 같아요. 이견이 있는 건 맞는데, 그 이견에도 사실 공통분모가 있어요. 연준이 물가를 볼 때 세 가지를 보거든요. 첫 번째는 관세, 두 번째는 전쟁, 세 번째는 AI입니다. 이 셋의 공통점은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이라는 거예요. 관세는 매년 올리는 게 아니라 오래 올리면 끝나는 거고, 전쟁도 논란은 있지만 끝나면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이 될 것이고, 공급망 불안이지 수요 쪽 문제는 아니라고 보는 거예요. AI도 장기적으로는 물가를 안정시키지만 단기적으로는 물가를 끌어올리죠. 그래서 롱텀으로 보면 이것도 일시적이에요. 그러니까 관세, 전쟁, AI 셋 다 단기 일시적 인플레이션이라는 데에는 연준 위원들이 대동단결해 있어요.

106. 그런데 어디서 갈리느냐면, 비둘기파와 매파입니다. 비둘기파는 "어차피 내려올 건데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고 보는 거고, 매파는 "5년간 인플레이션이 높았던 기억이 있다. 여기서 연장전을 가면 인플레이션이 고착될 수 있으니 한두 번은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보는 거예요. 이번에 반대한 사람이 세 명이었잖아요. 배스 해서, 카시카리, 그리고 매파들이에요. 그리고 로리 로건도 반대했어요. 로리 로건은 2023년 10월에 꼼수를 마련해 놨던 사람인데, 이번에는 그 꼼수에 반대하고 있는 거죠. 보면서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07. 제가 오해했던 것 같네요. 워시에 대해 나머지 위원들이 이견을 제기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고 보시는 거군요. 저는 '패밀리 파이트'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 표현은 맞는 것 같아요. 워시 입장에서도 연준은 합의체 기구거든요. 트럼프도 이걸 알고 있어요. 트럼프가 케빈 워시는 훌륭한 사람이지만 주변 이사들이 정치화되어 있어서 굉장히 힘든 싸움을 할 것 같다고 얘기했었죠. 본인도 아마 그런 얘기를 했을 거예요. 주변 사람들에게 자기 의지가 있다고 해서 해결될 것 같지는 않아요.

108. 지금 케빈 워시는 다섯 개의 TF를 운영하고 있어요. 이 TF는 결국 자기 주장을 관철하려는 게 아니라, 연준 내부의 리서치 결과를 가지고 다른 위원들과 싸우려는 거겠죠. "우리가 조사한 결과가 이렇다"라고 해야지, "내 의견이 이거다"라고 하면 안 통하니까요. 그 사람들도 세니까, 그런 방식으로 변화를 가져가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109. 궁금해서 여쭤보는 건데, 연준이 물가 목표를 바꿀 것처럼 얘기했었잖아요. 여전히 타깃은 변하지 않는다는 입장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2% 타깃은 변하지 않는다고 얘기하고 있죠. 그런데 잠깐 말씀드리면, 2%를 벗어난 게 2021년 3월이에요. 지금은 2026년 7월이고요. 연준의 프로젝션을 보면, 2%로 돌아오는 시점을 2028년 말로 보고 있어요. 그러면 2021년 3월에 벗어나서 2028년 말까지 가면 7년이에요. 7년, 8년이죠. 그러면 저 같은 사람은 "연준의 물가 목표가 2.5%가 된 건가?"라고 생각하게 돼요. 그걸 인정하는 순간 "연준의 의지가 떨어졌구나"라고 인식하게 되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폭발할 수 있어요. 5년째 인플레이션을 안고 오는 상황에서 여기서 더 연장전을 가면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수 있죠. 케빈 워시도 그게 굉장히 두려울 거예요. 그래서 기자들이 "그럼 당신은 무엇을 한 겁니까?"라고 물으니까 케빈 워시가 쩔쩔매더라고요. 이번 FOMC는 그런 관점에서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110. 이제 한국은행으로 넘어가서 질문드리고 싶은데, 지금 금리 인상 사이클로 공식화하셨잖아요. 연이어서 금리 인상을 하게 될까요? 그리고 결정하게 된다면 어떤 지표를 보고 하실까요? 이주열 총재님도 GDI 얘기를 하셨고 GDP 얘기도 하셨는데... 저도 좀 당황스러운 부분은 분명히 있어요. 원래 금리 인상은 8월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창립 기념일 전후로 강한 메시지를 주셨어요. 5월부터요. 그렇다면 기다릴 이유가 없잖아요. 예고를 했으니까요. 그래서 7월로 당겨졌고요. 그런데 왜 시장에서 연속 인상을 고민하냐면, 하는 총재님이 중요한 코멘트를 하셨어요. 반도체 주가보다는 반도체 가격을 보라는 얘기였어요. 이건 굉장히 중요한 얘기예요.

111. 보통 우리는 주가가 급락하면 사람들의 자산이 줄고, 소비가 위축되어 경기가 둔화된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미국 같은 경우에는 주가가 하락하면 연준이 풋(Put)을 해 주려고 들어오는 로직이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 하는 총재님은 반도체 주가보다 반도체 가격을 보라고 하신 거예요. 반도체 가격이 이례적으로 높게 뛰었거든요. 수출 물가 디플레이터로만 보면 13~14%가 나와요.

112. 저도 이렇게 계산해 본 적은 없지만, 명목 GDP를 계산할 때 실질 성장률에 CPI를 더하잖아요. 실질 성장률이 3.8% 정도 나온다고 치고, CPI가 3%라면 명목 성장률은 6.8% 정도가 되죠. 그런데 우리가 좀 독특한 건, CPI는 일상에서 만나는 물가잖아요. 대표님도 자녀에게 "마트에 가서 반도체 사와라"라고 하지 않으시잖아요. HBM 좀 구해 오라고도 안 하시죠. 우리는 HBM 가격을 직접 만나지 못해요. 반도체 가격을 못 만나는 거죠. 그런데 해외에서 수입하는 바이오(바나나 같은 것을 포함해 '바이오'라고 부른 것 같아 원문 표기대로 두면 됩니다) 같은 품목은 직접 만나요. 그 가격이 지금 엄청 뛰었어요. 그러면 실질 성장률 3.8%에 수출 디플레이터 13%를 더하면 거의 17%가 나와요. 제가 본 통계 중에는 1970년대 이후 가장 높다고 하더라고요. 개발 연대에도 이런 숫자는 없었던 것 같아요. 어떤 경험인지 잘 모르겠어요.

113. 총재님이 고민하시는 건, 이게 결국 수출 쪽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트리클다운되어 내수로 들어오면, 공급망 불안, 유가 상승, 환율 상승에 소득 증가까지 붙어서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점인 것 같아요. 그래서 반도체 주가보다 반도체 가격을 보라고 하셨던 거죠. 이 말은 사실상 반도체 가격이 이례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니 금리 인상이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는 의미예요. 성장이 크게 우려되지 않으면 금리 인상을 연속으로 갈 수 있죠.

114. 다만 한 가지는 생각이 들어요. 어제부터 이틀 동안 시장이 크게 밀렸잖아요. 주가가 크게 밀릴 때 금리가 내려가더라고요. 단기 금리도 내려가는 걸 보니, 주가 분위기가 이렇게 안 좋으면 과연 연속 인상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은 저도 갖고 있어요. 그래도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연속 인상도 의미가 있지만, 한 번 쉬었다가 인상해서 예를 들어 10월에 간다고 해도, 어쨌든 연내 금리가 올라가는 건 팩트일 것 같습니다.

115. 정말 속내가 궁금한데, 지금 한국은행의 스탠스가 좀 강한 것 아닌가요? 저는 강하다고 봐요. 이게 일본과 갈라지는 부분이에요. 지금 엔화가 약세잖아요. 일본 여행 가려고 환전해 보면 놀라잖아요. 우리는 굉장히 세게 나가고 있어요. 일본은 금리 인상에 대해 여전히 소극적이고 굼뜨거든요. 우리나라는 지금 환율에 대해 굉장히 고민이 크신 것 같아요.

116. 한번 생각해 보죠. 지금 환율이 고환율이 됐잖아요. 과거의 고환율과 의미가 다르다는 데는 저도 동의해요. 해외 투자도 늘었으니까요. 그런데 환율이 높아지면 첫 번째 문제가, 고유가와 맞물리면 수입 물가를 끌어올린다는 거예요.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그건 서민 경제에 타격을 주죠. 자산가도 타격을 받지만, 자산가들은 달러 자산이 있잖아요. 서민 경제는 달러 자산이 많지 않고요. 그러면 환율 상승으로 인한 물가 압력은 양극화를 키우는 요인이 돼요.

117.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이 잘돼서 좋지 않냐고 하실 수 있어요. 맞아요. 그런데 수출이 잘되는 건 반도체잖아요. 아까 말씀드렸지만 우리는 반도체를 직접 만나지 않아요. 그러면 수출 쪽에서는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수입 쪽에서는 물가 상승이라는 악재로 다가오죠. 원료를 수입하고 에너지를 쓰는 건 자영업이나 내수 쪽이 많잖아요. 결국 환율 상승이 양극화를 자극할 수 있어요. 인플레이션부터 시작해서요. 그러니 환율을 잡아야 하는데, 환율 상승이 구조적으로 나타나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우리 금리와 미국 금리 중 어디가 높아야 할까요? 미국 금리가 우리보다 낮아야 하죠. 우리 신용도가 미국보다 낮으니까요.

118. 슬라이드를 보시면, 빨간 선은 한국 기준 금리고 파란 선은 미국 기준 금리예요. 2010년부터 그렸는데요, 우리 기준 금리가 웬만하면 미국보다 높아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1년 정도 역전된 적은 있어요. 파란 선이 위로 올라온 거죠. 일시적으로 역전된 적은 있지만, 구조적으로 오래 간 적은 별로 없어요. 그런데 2022년 이후를 보시면 미국 금리가 하늘로 치솟아 있고, 우리는 그 금리를 따라가지 못했어요. 그래서 둘의 금리차가 벌어진 게 꽤 오래됐어요. 4년 됐거든요.

119. 그러면 미국 금리가 우리보다 높으니, 시차를 두고 환율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죠. 달러를 보유하는 매력이 그만큼 높으니까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금리차가 벌어졌다는 건 분명한 영향이죠. 이 문제를 해결하는 건 간단해요. 금리차를 좁히면 돼요. 금리차를 좁히려면 미국에 전화해서 금리를 내리라고 하든가, 우리가 금리를 올리든가 둘 중 하나죠. 미국에 전화할 수는 없으니 우리가 올려야 하는데, 못 올리는 이유는 간단해요. 2022년 이후 미국과 우리나라의 성장 모멘텀이 다르거든요. 미국 성장률은 3.5%를 견디는데, 우리는 그 정도가 안 되니까요. 우리가 금리를 크게 올렸다면 내수가 박살 났을 거예요. 고금리 때문에요. 그러면 환율의 안정은 가져갈 수 있었을지 몰라도 내수가 박살 날 수 있죠.

120. 그래서 한국은행은 선택을 해야 하는 거예요. 환율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릴 것이냐, 내수 안정을 위해 금리를 내리는 대신 환율 상승을 용인할 것이냐. 차트를 다시 보시면 기억이 나실 거예요. 2010년부터 2022년까지는 원·달러 환율이 1,100원에서 1,200원 박스권에서 장기 횡보했어요. 12년 동안 머물렀죠. 그래서 우리 마음속에는 1,160원, 1,170원이 편안한 환율이었어요. 그런데 2022년 이후에는 환율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어요. 이게 디폴트 값이 되면 사람들 마음속에 고환율에 대한 고착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그러면 환율이 잘 안 내려와요. 해외에서도 돈이 안 들어오고, 기업들도 해외로 나가게 되죠. 그 현상이 더 강해지면 양극화가 더 확산될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적어도 브레이크를 한번 걸어야 해요. 브레이크를 걸려면 금리차를 좁혀야 하는데, 그게 걱정이죠. 그런데 아까 대표님이 말씀하신 대로 지금은 기회죠. 성장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이때 의지를 강하게 불태우시는 것 같아요.

121. 하는 총재의 코멘트를 들어 보면 거기에 나타나요. 5월 금통위 때 금리가 많이 올라갔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물었더니, 하는 총재는 "그건 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고 시장 참여자들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답하셨어요. 그런데 환율이 올라가는 건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하니, "펀더멘털이라는 게 있다. 펀더멘털에서 너무 많이 벗어나 있어서 이건 좌시할 수 없다"라고 하시더라고요. 환율 안정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불태우신 거죠. 금리보다 환율을 택하겠다는 뜻이에요. 금리를 끌어올려서 환율 안정을 취하겠다는 거죠. 그런데 금리가 올라가면 서민 경제가 힘들어질 수 있지 않습니까? 그 질문을 또 던지니까, 하는 총재는 이렇게 답하셨어요. "금리가 올라가는 게 고통인 건 맞지만, 물가가 꾸준히 올라서 나타나는 고통보다는 선제적인 금리 인상이 오히려 그 고통을 줄일 수 있다."

122. 다들 하이닉스 ADR 발행 때문이라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도 한국은행이 이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ADR이 영향이 없다는 말씀보다는, 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WGBI 자금이 지금 10조 원씩 들어오고 있어요. 맞아요. 하이닉스 자금이 두 달 동안 나눠서 들어오는 게, 제가 알기로는 300억 달러가 안 되거든요. 260억 달러인지 70억 달러인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그 정도 규모가 8월까지 나눠서 들어와요. 이미 10조 원 정도면 약 70~80억 달러가 나오거든요. 그때 환율이 올라갔잖아요. 지금 저는 결국 한두 개로 때릴 수 없으면 여러 개가 한꺼번에 누르는 거라고 봐요. 하이닉스 ADR도 있고, WGBI 자금도 들어오고, 한은의 의지까지 맞물리면 이런 것들이 환율을 차별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겠죠.

123. 듣고 보니 한은 총재가 굉장히 능수능란하신 거네요. 어느 정도는 한 번쯤 환율 안정을 가져가려는 것 같아요. 사람들의 심리라는 건 되게 무섭거든요. 그러니까요. 타이밍을 딱 맞췄다는 게 요즘 제가 세미나를 하면 "1,400원은 높은 환율인가요, 낮은 환율인가요?"라고 물어보는데, 순식간에 의견이 갈려요. 그런데 요새 좀 불편한 게 있어요. 과거에는 원화와 엔화가 동조화되어 있었는데, 엔화가 굉장히 약하잖아요. 오늘은 좀 변했지만요. 그런데 이 '슈퍼엔'의 이유는 뭐죠?

124. 가장 큰 이유는 통화 정책에 대한 의지인 것 같아요.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과거에 발목이 잡혀 있어요. 디플레이션에서 30년 동안 머물렀던 기억이 있고요. 두 번째는 일본이 플라자 합의 때 좋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거예요. 그 플라자 합의에 대한 트라우마가 세겠죠. 미국이 강제로 밀어붙였으니까요. 2010년에는 동일본 대지진까지 겪었고요. 그러니 일본은 엔 약세가 부담스러운데도 엔 강세로 가기는 싫은 거죠. 2024년 8월 5일에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하루에 일본 지수가 13% 무너지는 걸 봤어요. 그걸 보면, 빠르게 진행하는 엔 강세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 수 없어요. 그러면 사람은 과거에 천착하게 되고, 앞으로 나아갈 때 무서워지죠. 그래서 금리를 올릴 때도 세게 가는 게 아니라, 올리기 전에 예고편을 다 틀어요. 그러고 나서 올리면서도 "올리긴 하는데 혹시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다시 내릴 수 있고, 아프면 언제든지 말씀하시고요"라고 이야기하죠. 이렇게 얘기하면서 혼을 내면 효과가 없지 않습니까? 스스로 통화 정책의 효과를 힘들게 만드는 거죠. 두 번째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다카이치 정부는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말하면서 계속 재정을 쓰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잖아요. 재정 문제든 통화 정책 의지든 이 쪽이 강하게 나타나지 않으면 엔 약세 기조를 무너뜨리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125. 다만 대표님이 훨씬 더 많이 아시겠지만, 금융시장을 보면 한쪽 극단으로 너무 많이 가면 반대 급부가 생기더라고요. 2010년, 2011년, 2012년에도 달러엔이 73엔까지 빠졌거든요. 그때 "엔화는 영원한 강세다, 디플레이션은 엔화 강세다"라는 말이 나왔는데, 그때 등장한 게 아베입니다. 아베가 결국 엔 약세를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져와서 무제한으로 돈을 풀었잖아요. 미국도 그걸 용인했고요. 지금 엔 약세가 어느 정도 극단에 달했다면, 반대 급부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오늘도 일각에서는 일본 중앙은행이 뭔가 변화를 주면 엔 캐리 청산이 나오지 않을까 두려워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죠.

126. 2024년 8월에는 참 독특한 일이 있었어요. 일본이 금리를 등 떠밀리듯 올렸는데, 하필 그때 미국이 금리를 내릴 거라는 기대가 겹쳤죠. 샴 법칙이라고 기억하시나요? 일본 금리가 등 떠밀려 올라가고, 미국 금리는 내려올 거라는 기대가 한꺼번에 겹치니까 거대한 엔 캐리 청산으로 이어진 거예요. 참 '아다리'가 맞았던 거죠. 그때가 그런 때였던 것 같아요. 지금 일본 중앙은행이 두려워하는 것도 그 특별한 사례를 자꾸 적용하려고 해서일 거예요. 그런데 그때도 일본 중앙은행은 이틀 만에 백기를 들었어요. 그 강한 의지 앞에서요. 얼마나 수치스러웠겠어요. 무언가 하나를 낼 때도 저는 이해는 돼요. 얼마나 무서울지 짐작이 가거든요. 그러다 보니 가지도 못하고 안 가지도 못하고 계속 장고를 하게 되고, 장고 끝에 악수를 두게 되는 거죠. 그 악수가 대표적으로 실기가 되는 거고요. 벌써 금리를 0%에서 1%까지 올렸는데도 엔 약세를 못 잡고 있잖아요. 그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127. 마지막으로 여쭤보고 싶은데, 제가 사석에서 대표님을 만나면 항상 자산배분을 여쭤보거든요. 이런 건 안 묻고 주식 얘기만 하게 되는데,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 주식 얘기 말고 자산배분을 어떻게 가야 할까요? 저는 기본적으로 한쪽 쏠림이 너무 강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또 쏠림이 강해지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 같아서 걱정이긴 한데, 너무 공자님 말씀 같지만 지금은 넓게 펼쳐 놓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시장의 컬러가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 1년간 흘러왔던 것처럼 반도체 캐펙스 투자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이 그때만큼 관대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굉장히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려고 하거든요. 그러면 그때만큼 한쪽으로 쏠려 가는 게 현명한 전략일까요? 지금은 넓게 펼쳐 가는 전략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하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128. 결국 자산배분 입장에서 보면, 주식 올인보다는 채권을 살 때가 왔다는 얘기죠? 채권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죠. 금리가 올라간다는 건 채권에는 안 좋은 거지만, 단기채를 가져가는 방법도 있고요. 금리는 올해를 보면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게 아니라 사이클이에요. 그걸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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