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미상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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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미·영 당국이 캄보디아 프린스 그룹을 제재·압수, 비트코인 약 12.7만 개(약 21조원) 압류 발표. 프린스 그룹은 초국가적 범죄조직으로 지정, 천지 회장 행방 묘연. 압류 물량이 실크로드+비트파인넥스 합산보다 많아 매각 시 시장 충격 우려. 제재 발표 후 글로벌 코인 시총 약 7% 급락, 공포탐욕지수 극도의 공포. 한국 강남 사무실 활동 정황도 제기.
다듬은 글
2025년 10월 미국과 영국 사법당국이 캄보디아의 한 거대 기업을 급습했습니다. 현장에서 압수된 자산은 비트코인 12만7천여 개, 한화로 약 21조 원입니다.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몰수 사건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사건의 중심에는 프린스 그룹이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낯선 이름에서 너무나도 익숙한 한 인물의 그림자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빅뱅의 전 멤버 승리입니다. 불과 1년 전 그는 프놈펜의 한 술집에서 캄보디아를 아시아 최고의 나라로 치켜세웠습니다. 위험하다는 세간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말이죠. 하지만 그가 서 있던 바로 그곳, 프린스 브루잉이라는 술집이 국경을 넘어 수많은 이들을 감금하고 고문했던 거대 범죄 조직 프린스 그룹의 계열사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화려한 제국의 가면 아래에는 국경 없는 범죄 네트워크와 '인간 도살장'이라 불리는 참혹한 실체가 가려져 있었습니다. 캄보디아와 21조 원의 비트코인, 그리고 인간 도살장을 모두 잇는 단 하나의 이름, 오늘 우리가 열어볼 블랙박스가 바로 프린스 그룹입니다. 이 거대한 범죄 제국의 정점에는 천지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1987년 중국에서 태어나 캄보디아로 건너간 그는 불과 10여 년 만에 부동산과 은행, 카지노를 아우르는 프린스 그룹의 회장이 됩니다. 국왕으로부터 최고 훈장인 옥아 칭을 받고, 총리와 막역한 사이를 과시하며, 여든 개가 넘는 계열사를 통해 병원과 학교를 짓는 자선 사업가의 얼굴을 하고 있었죠.
하지만 그 가면 뒤에 숨겨진 진짜 얼굴은 따로 있었습니다. 미 재무부가 공개한 관계도는 그가 단순한 사업가가 아니라 거대 범죄 카르텔의 리더였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금고직 저우인이 자금을 관리하고, 행동대장 주중하우가 범죄 단지를 운영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사기와 인신매매, 자금 세탁을 시스템처럼 실행해 온 고도로 조직화된 범죄 집단이었던 겁니다. 모든 것이 드러나자 그는 신기루처럼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의 잠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된 행보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이 제재를 가하기 한참 전, 천지는 프린스 그룹의 심장인 프린스 은행의 의장직에서 사임했습니다. 다가올 몰락을 예견이라도 한 듯 말이죠.
어떻게 한 개인이 불과 10년 만에 한 국가를 뒤흔드는 괴물이 될 수 있었을까요? 그 해답은 중국의 돈과 캄보디아의 권력이 만나 만들어낸 최악의 합작품에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타고 어마어마한 검은 돈이 캄보디아로 흘러 들어왔고, 훈센 총리의 독재 아래 부패한 권력은 이 돈이 자라나기에 더없이 좋은 토양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법의 감시망은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고, 그 땅 위에 프린스 그룹이라는 거대한 범죄의 나무가 뿌리내릴 수 있었습니다.
캄보디아 국경 마을에 위치한 진윤 과학 단지와 태자 단지. 외부에서는 리조트와 첨단 단지로 알려졌지만, 우리가 마주한 그곳의 실체는 창문마다 쇠창살이 박힌 거대한 감옥이었습니다. 무장 경비의 삼엄한 감시 속에서 한 번 들어가면 누구도 빠져나올 수 없는 요새였고, 사람들은 그곳을 인간 도살장이라 불렀습니다. 이곳에서 자행된 핵심 범죄는 '돼지 도살'이라는 이름의 신종 사기입니다. SNS를 통해 연인처럼 접근해 신뢰를 쌓은 뒤, 가짜 암호화폐 거래소에 거액을 투자하게 만들어 모든 것을 빼앗는 방식입니다. 이 범죄가 가장 악랄한 이유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감정인 신뢰와 외로움을 먹이로 삼기 때문입니다. 비대면 시대의 고립감을 파고들어 한 인간의 모든 것을 파괴하는, 가장 잔인한 형태의 약탈이라고 볼 수 있죠.
더욱 참혹한 것은 이 사기 행각에 동원된 이들 대부분이 취업 사기로 납치되어 온 또 다른 피해자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유엔은 이렇게 강제 동원된 피해자가 최소 10만 명은 넘을 것으로 추산합니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규모입니다.
이렇게 벌어들인 막대한 범죄 수익은 고도로 정교한 과정을 거쳐 세탁되었습니다. 범죄 수익을 비트코인으로 바꾸어 추적이 불가능한 개인 지갑과 고위험 거래소를 거친 뒤, 최종적으로 조세 회피처의 유령 회사 계좌로 보내는 방식입니다. 프린스 은행은 이 검은돈이 합법적인 자금으로 둔갑하는 마지막 관문 역할을 했습니다. 미 재무부가 이번 제재를 '현대판 노예제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명명한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미 정부의 손에 들어간 21조 원의 비트코인은 시장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까요?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정부는 이 엄청난 물량을 시장에 매각해 국고로 환수하게 됩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다크웹 실크로드 사건에서는 약 7만 개, 비트파이넥스 해킹 사건에서는 약 9만 4천여 개의 비트코인이 압류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프린스 그룹의 물량은 이 두 사건을 합친 것과 맞먹는 12만 7천여 개입니다. 시장에는 전례 없는 규모의 비트코인 쓰나미가 모든 것을 덮칠 수 있다는 공포의 흔들림이 번졌습니다. 21조 원짜리 시한폭탄의 초침이 언제 멈출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제재의 충격은 즉각적이었습니다. 프린스 그룹은 초국가적 범죄 조직으로 지정됐고, 핵심 자금줄이었던 프린스 은행은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러자 또 다른 자금 세탁 창구로 의심받던 은행들로 예금주들이 몰려들며 뱅크런 사태가 터져 나왔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시작된 균열이 동남아 전체 금융 시스템을 뒤흔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설로 위태롭던 시장에 캄보디아발 21조 원 비트코인 환수 소식은 거대한 기름을 부은 격이었습니다. 글로벌 코인 시가총액은 순식간에 7% 가까이 증발했고, 투자 심리를 나타내는 공포·탐욕 지수는 '극도의 공포'라는 절망적인 수치를 가리켰습니다. 이 모든 혼돈의 한가운데서 미 재무부는 이렇게 선언합니다. "이것은 제도권 금융에 기생해 온 범죄 네트워크와의 전쟁이다." 그 선언은 단순한 범죄 조직 소탕을 넘어, 통제가 불가능한 영역에 존재하던 암호화폐 시장 전체를 향한 미국의 강력한 선전포고처럼 들렸습니다.
제재 이후 천지의 행방은 묘연합니다. 그리고 그가 세운 거대한 제국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프린스 그룹이 '킹스맨 부동산 그룹'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 서울 강남 한복판에 사무실을 차리고 활동해 온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경찰 역시 국가수사본부 차원의 수사를 검토하기 시작했죠. 이것은 한 거물급 범죄자의 몰락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너무나 견고하다고 믿었던 금융 시스템의 경계가 얼마나 허술한지,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균열 속에서 거대한 악이 어떻게 우리 곁에까지 기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끔찍한 단서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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