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홍춘욱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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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가격이 2022년 이후 50% 넘게 폭락해 1996년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진단. 달러 강세로 엔·위안 환율이 급등한 반면 원화는 상대적으로 안정돼 경쟁력 훼손은 제한적. 미국 고금리 지속과 주식시장 부진을 우려하나, 경상수지(소득수지 흑자)·외환보유고 등 펀더멘털이 외부 충격을 버틸 힘을 준다고 주장. 올해 물가 상승은 대부분 환율·유가·농산물 등 외부 요인이며 내년엔 물가가 둔화되어 저성장·금리 하락 가능성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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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가격 반토막, 그때와 지금의 비교
반도체 가격이 그때나 지금이나 반토막 났습니다. 2022년부터 지금까지 50% 넘게 빠졌죠. 그래서 우리나라 1996년 이후 올해가 반도체 가격 폭락으로 보면 역사상 두 번째 해를 경험하고 있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자기소개와 로보 어드바이저 사업
안녕하세요. 30년차 이코노미스트 홍춘욱입니다. 최근에는 프리즘 투자자문이라는 회사를 창업해 열심히 사업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기본적으로 로보 어드바이저 회사인데, 캐치프레이즈는 '국민연금 따라 투자'입니다. 국민연금이 올해 1월에서 8월 사이 연 수익률 10% 넘게 기록했다는 것 아시죠? 올해처럼 힘든 장에서도 국민연금 수익률이 그렇게 자라는 걸 보면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이 얼마나 훌륭한지 알 수 있습니다. 저희는 그 전략을 모방하니 큰 어려움이 없겠죠. 올해는 시작이 좀 늦었지만 잘 따라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 밖에 20권 넘게 책을 쓴 작가이기도 합니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이유
과거의 어떤 시점과 지금을 비교하는 것은 그때와 닮았으니 조심하자는 뜻도 있지만, 그때와 같은 일을 겪지 않을 거라는 위안의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긍정적으로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지금 1996년과 같은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1996년 반도체 쇼크의 기억
첫 번째 이유는 반도체 가격이 그때나 지금이나 반토막 났다는 점입니다. 1996년 이른바 반도체 쇼크가 있었는데, 당시 미국 메릴린치 증권의 반도체 전략가가 한국 반도체를 비롯한 D램 회사를 다 팔라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내면서 주가 붕괴가 시작됐습니다. 실제로 그 예언이 맞아떨어져 96년 하반기부터 97년 사이 우리나라 반도체 제품 가격이 50% 정도 폭락했습니다.
주요국 통화 가치 급락과 환율 차이
두 번째는 1994년 중국, 1996년 일본이 각각 자기 통화 가치를 떨어뜨렸다는 점입니다. 환율은 달러 기준으로 표기하니, 자기 통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건 환율이 급등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OECD 가입을 앞두고 환율을 1달러 800원에 고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 환율은 두 배가 됐는데 한국만 그대로였습니다. 경쟁력이 엄청나게 박살 났고, 우리 기업들이 고통을 겪었습니다.
지금도 비슷합니다. 우리나라 주변의 경제 대국인 일본과 중국의 환율이 몇십 년 내 최고치입니다. 일본 엔화는 달러당 150엔을 돌파했고, 중국 위안화도 7.3~7.4 수준으로 2006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글로벌 달러 강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고금리 정책의 반복
세 번째는 미국 중앙은행의 고금리 정책입니다. 1996년 12월, 지금으로부터 27년 전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이 "비이성적 과열, 주식시장은 버블이다"라고 발언했고, 그날 시장은 4% 빠졌으며 그 뒤 1년 동안 쉬었습니다. 지금도 파월 의장이 입만 열면 시장이 겁을 먹습니다. 실제 인플레이션 전망을 보면, 최근 국제유가가 80달러 아래로 내려온 것처럼 옛날보다 인플레 압력이 강하지 않은데도, 중앙은행장은 고금리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반도체 가격 폭락, 경쟁적인 환율 평가절하,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겹친 상황이 1996년과 지금이 굉장히 많이 닮은 이유입니다.
주식시장 부진과 최악의 경기 여건
그러다 보니 우리 경제에서 주식시장이 힘이 없습니다. 부동산 시장도 작년에 대폭락한 뒤 올해 회복 중이지만, 내년에 또 빠진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외부 충격, 예컨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하면 지금이 실물 경제 여건으로 보면 96년 이후 최악의 경기 여건을 경고하고 있는 중입니다. 자산시장 참가자들이 괴로워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역사적 배경, 96년과의 유사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1996년과 달라진 점: 환율과 펀더멘탈
첫 번째 반도체 가격은 우리가 끌어올릴 방법이 없습니다. 기업 실적을 보면 어닝 쇼크가 반복되고 있어 걱정입니다. 그래서 첫 번째는 방법이 없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에서는 차이가 있습니다.
두 번째, 중국과 일본의 통화 가치가 떨어지는데 우리도 떨어지고 있으니 좋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1996년에는 원화 환율을 800원으로 고정해 두었다가 1997년 운이 없었습니다. 태국의 바트화 위기가 대만, 홍콩을 거쳐 한국으로 연쇄 파급되면서 우리나라는 어버버하다가 망했습니다. 지금 정부는 그때 YS 정부처럼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수준은 아닙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금 1,300원 정도로 올라가 있지만, 다른 나라만큼 급등하지는 않았습니다. 1080원 고점 대비 약 250~300원 올라 있는 상태이니, 상대적인 경쟁력 면에서 96년처럼 박살 나지는 않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운을 우리 편으로 돌릴 수 있는 펀더멘탈이 있습니다. 1996년에는 반도체 가격이 대폭락하는 가운데 경상수지 적자가 400억 달러나 났습니다. 외환보유고는 300억 달러 남짓이었으니, 경상적자 400억 달러에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외환이 바닥났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외환보유고가 4천억 달러 이상이고, 9월 한 달에만 경상수지 흑자가 54억 달러 났습니다. 흑자를 뜯어보면 소득수지 흑자가 큽니다. 소득수지는 국민이 해외에 투자한 주식, 부동산, 채권에서 받는 배당과 월세의 합입니다. 예전에는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배당을 받아 간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이제는 우리가 해외에 투자해 받아 오는 배당이 훨씬 많습니다. 한마디로 순채권국가가 됐고, 순채권 잔액은 7,600억 달러로 전 세계 8위입니다.
실물 경제는 생각보다 견고
96년에 비슷한 일이 벌어졌고 반도체 가격은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지만, 우리 국민의 삶을 보면 여행도 열심히 다니고 소비 활동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노동시장을 보면 고용률이 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 비율로 통계 작성 이후 지금 가장 높다고 합니다. 경제가 굉장히 나쁜 것 같은데 주식시장은 박살 났는데도 불황의 징후는 그렇게 심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가 외부 충격을 버틸 힘, 즉 펀더멘탈이 강화돼 있기 때문입니다.
2022년부터 지금까지 주식시장이 힘들고 자산시장에서는 비명이 들리는데도 경기 불황의 징후는 안 보이는, 이상하고 복잡 미묘한 현실을 과거와의 비유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인가, 저성장인가
스태그플레이션은 마이너스 성장 속에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현상입니다. 제가 보기에 지금은 저성장이지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인플레가 난다고 하지만, 얼마 전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의 원인 대부분은 내부 요인이 아니라 외부 요인입니다. 첫째는 환율, 둘째는 국제유가입니다. 유가가 10% 오르면 소비자물가가 0.3% 정도 오르는데, 유가가 경제 인플레이션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셋째는 농산물 가격입니다. 엘니뇨나 기후변화, 태풍에 따라 농산물 가격이 급등락하고, 추석 때마다 물가가 춤을 춥니다. 이 세 가지가 우리나라 물가 대부분을 설명합니다.
작년 물가 상승률 5%, 올해 3% 중후반으로 추산되는데 대부분 해외 충격입니다. 내부 요인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은 거의 없습니다. 내년에도 환율이 더 오르지 않고 유가나 농산물 가격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내년 물가 상승률은 0%대까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물가 수준 자체는 부담이지만, 중요한 것은 변화율입니다. 올해보다 내년 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성장률까지 낮으면 이를 불황이나 저성장이라 부르면 됩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용어는 물가도 많이 오르고 성장률도 박살 난 작년에 들어맞았던 것입니다. 작년 하반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였으니, 작년은 스태그플레이션이었고, 지금과 내년은 저성장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내년 전망
내년은 저성장 경제가 될 것입니다. 물가가 떨어지니 금리도 올해보다 내년에 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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