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안서현 · 한국인
요약 보기
2028년까지 메모리 수요 가시성이 높다고 주장하며, 마이크론 장기공급계약(5년·3년)과 주주미팅 발언을 근거로 제시.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2023년 10월 시작 후 2025년 9월 이후 폭등하며 사이클 붕괴 통념을 깬다고 봄. 빅테크 FCF가 0 수렴(capex≈OCF)해 자금조달(유상증자·채권) 우려가 있으며 금리가 핵심 변수라고 설명. 애플 가격인상과 마이크론의 '약탈적 발주' 반박 소개. ASE의 팬아웃 패널레벨패키지(FOPLP) 양산은 TSMC CoPoS 물량 노린 것으로, 글래스기판과 구분된다고 설명.
다듬은 글
안녕하세요. 한 주간의 테크 이슈를 정리해 드리는 테크나드리 6월 네 번째 시간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메모리 반도체 소식 두 개와 첨단 패키지 기술인 팬아웃 패널 레벨 패키지를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소식은 D램 업계가 2028년까지 수요 걱정이 없다고 말하는 내용입니다. 자본 시장에서는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이 많으실 텐데요. 특히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고 계신 분들은 최근 마음이 심란하실 겁니다.
이번 주 마이크론이 실적을 발표하면서 AI 버블론을 다시 한번 제대로 반박했습니다. 마이크론뿐 아니라 키옥시아도 최근 주주 미팅에서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 상장사이니 주주들과 미팅을 많이 하는데, 거기서 나온 이야기는 짧게 봐도 2027년까지는 수요 걱정이 없고, 길게 보는 곳은 2028년까지는 물량 추가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마이크론이 이번 실적 발표에서 장기 공급 계약, 즉 롱텀 어그리먼트를 어떻게 맺고 있는지도 밝혔습니다. 보통 계약 기간은 5년 단위라고 합니다. 지금이 2026년이니 2030년까지의 계약이 있다는 뜻입니다. 짧게 잡은 계약도 자동차 고객사와 맺은 3년짜리 계약이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짧게 봐도 2028년까지는 수요 계획이 세워져 있다는 얘기이니, 수요의 가시성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메모리 반도체 상식을 깨는 것이 맞습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사이클이 있는 대표적인 시클리컬 산업입니다. 보통 3.5년이나 4년 주기설이 있습니다. 2년 정도 오르고 1년 반 정도 떨어지는 식입니다. 주가가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이번 슈퍼 사이클은 2023년 10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이때 D램 고정 가격이 반등하면서 SK하이닉스가 전사 흑자로 전환했고, 삼성전자 D램도 흑자 전환했습니다. 그다음 분기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전체가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이때부터 업턴이 시작됐다고 보면, 원래대로라면 2년 뒤인 2025년 3~4분기쯤에는 다운턴이 시작돼야 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2025년 9월부터 엄청난 폭등이 시작됐습니다. AI 추론 수요가 폭발하면서 범용 메모리도 잘 팔리는 시기가 된 것입니다.
축구로 비유하자면, 후방에서 길게 올린 롱패스는 상대에게 뺏기는 게 정상인데, 미드필드에서 기가 막히게 받아서 코너킥 상황까지 연출된 셈입니다. 중간중간 조정은 있었지만, 길게 보면 메모리 가격은 계속 우상향하고 있습니다. 과거 학습 효과로 보면 이쯤에서 내려가야 하는데 내려가지 않고 올라가는 대단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본 시장은 아직 의심이 많습니다. 2021~2022년에도 슈퍼 사이클이 있었고, 2017~2018년에도 같은 얘기가 나왔습니다. "이번엔 다르다"고 했지만 매번 무너졌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수요가 좋은 건 알겠지만 또 무너지는 거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 코스피가 크게 흔들렸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AI 반도체 관련 종목들이 주가가 무너져 내렸습니다. 만약 슈퍼 사이클이 예상과 다르게 무너진다면 어떤 가능성 때문일까요? 투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반도체를 사줘야 할 다섯 개 빅테크 기업, 즉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오라클이 더 이상 투자를 못 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입니다.
그래프에서 빨간 선은 이 기업들의 잉여 현금 흐름, 즉 FCF를 나타냅니다. 이 값이 거의 0으로 수렴하고 있습니다. FCF는 영업현금흐름에서 설비투자(CAPEX)를 뺀 값입니다. FCF가 0이라는 것은 영업현금흐름과 CAPEX가 거의 같다는 뜻입니다. 즉 번 돈만큼 설비투자를 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앞으로 영업현금흐름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으면 CAPEX를 크게 늘릴 여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구글이 광고를, 메타가 광고를,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를 팔아서 CAPEX를 늘리는 데에도 한계가 왔습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다른 곳에서 돈을 끌어와야 합니다. 구글에 이어 메타도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고, 이는 주주에게 돈을 더 내달라는 것입니다. 아마존은 캐나다에서 채권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금리입니다. 채권은 금리에 따라 미래에 내야 할 이자가 정해지므로, 금리가 너무 높으면 발행이 어렵습니다. 유상증자도 금리와 무관해 보이지만, 금리가 높으면 돈의 값어치가 높아져 역시 잘 안 됩니다. 둘 다 금리에 연동되어 있고, 특히 빚을 내는 데 금리가 높으면 치명적입니다.
지금 금리는 계속 오름세로 가다가 살짝 내려갈까 말까 하는 상황입니다. 전쟁이 끝났지만 아직 내려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다섯 개 회사가 투자할 의지는 알겠지만, 그 투자를 계속할 능력과 자금 조달이 가능한지를 항상 의심스럽게 보고 있습니다.
결국 펀더멘털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흔들리는 것은 자본 시장 참여자들의 마음입니다. 희망적이었다가 비관적이었다가 계속 바뀌는 것입니다.
다음은 마이크론이 메모리 공급 부족은 자업자득이라고 일갈했다는 내용입니다. 이번 주 애플의 팀 쿡이 발표하기를, 메모리 가격이 올라서 완제품 가격을 불가피하게 올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온라인 매장에서 맥은 100달러에서 300달러, 한국 돈으로 15만 원에서 45만 원 정도 올랐고, 아이패드는 100~200달러, 15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 올랐습니다. 저는 이걸 예상해서 올해 초에 맥북을 하나 샀습니다. 학생을 겨냥해 싸게 나왔던 맥북 네오도 100달러, 15만 원 올랐습니다.
팀 쿡은 자신이 서플라이 체인 전문가이지만 메모리 칩 가격이 이렇게 오르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마치 비난의 화살을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 같은 메모리 회사로 돌리는 것 같습니다. "얘네들 때문에 우리가 올려야 한다, 우리를 욕하지 마라" 이런 식이죠.
이에 대해 마이크론이 반박했습니다. 마이크론의 수미 사다나(Sumit Sadana) CBO, 즉 칩 비즈니스 오피서는 현재의 메모리 부족은 일부 고객사가 지나치게 단가를 후려친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지금의 슈퍼 사이클은 2023년 3~4분기쯤 고정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업턴이 시작됐습니다. 그 이전에는 계속 후려치기만 당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때 메모리 수요가 순간적으로 폭증하자 업체들이 엄청나게 투자했습니다. 투자를 해 놓고 사가세요 하니 갑자기 다운턴이 왔고, 가격은 계속 내려갔습니다.
사다나 CBO는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가격이 내려갈 때 적정 가격과 적당한 마진을 보장해 줬다면 업체들이 설비투자를 계속했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쇼티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부 회사들이 매우 공격적으로 가격을 후려쳤고, 적정 이윤을 달라고 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쇼티지는 여러분이 뿌려 놓은 씨앗이라는 얘기입니다.
이 말이 빈말이 아닌 근거가 있습니다. 2022년 4월, SK하이닉스는 2023년 설비투자를 대폭 축소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2022년에 설비투자에 19조 원을 썼는데, 2023년에는 8조 원 정도로 반토막 이하로 줄였습니다. 그때 설비투자를 못 했던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때 적정 가격을 받았다면 지금의 쇼티지는 없었을 것입니다.
저도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애플은 원래 약탈적으로 발주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물론 협상력이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같은 밴더에게는 넉넉한 마진을 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2~3원짜리 시장에서는 여지없이 가격을 후려칩니다.
마지막은 ASE가 연말 전에 팬아웃 패널 레벨 패키지를 양산한다는 소식입니다. 이는 TSMC의 CoPoS 물량을 노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만에서는 ASE의 팬아웃 패널 레벨 패키지 투자 뉴스가 많이 나왔습니다.
TSMC에는 CoWoS가 있습니다. CoWoS는 GPU와 HBM을 연결하는 2.5D 패키지 기술입니다. TSMC가 이를 100% 자체 처리하지는 않고, 일부 물량은 ASE나 SPIL 같은 회사에 외주를 줍니다. CoPoS 역시 핵심 기술이 팬아웃 패널 레벨 패키지이므로, 일부 물량을 ASE 같은 협력사에 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CoPoS를 글래스 기판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존 CoWoS는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 구조로, 칩이 웨이퍼 위에 있고 그것이 서브스트레이트 위에 있습니다. CoPoS는 웨이퍼가 패널로 바뀐 것입니다. 칩이 패널 위에 있고, 그것이 서브스트레이트 위에 있습니다. 여기서 패널이라는 말 때문에 글래스 패널이 아니냐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서 패널은 사각형 기판에서 공정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이고, 글래스 기판 기술과는 다릅니다.
그렇다고 글래스가 아예 들어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팬아웃 패널 레벨 패키지 공정에서는 먼저 글래스를 캐리어로 깔고, 그 위에 본드를 바른 뒤 RDL이라는 회로를 빌드업합니다. 회로를 다 만든 뒤에는 캐리어 글래스를 떼어냅니다. 레이저로 떼거나 임시 본딩 방식으로 떼는데, 완성품에는 글래스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반면 글래스 기판은 완제품에도 글래스가 코어로 들어가 있고, 위아래에 RDL이 있는 구조입니다.
정리하면, 팬아웃 패널 레벨 패키지는 공정이 끝나면 완제품에 글래스가 없고, 글래스 기판은 완제품에 글래스가 포함됩니다. TSMC는 지금 CoPoS라는 팬아웃 패널 레벨 패키지를 개발하고 있고, 이는 310×310mm 공정입니다. 글래스 기판은 510×515mm 정도로 크기가 다릅니다. 두 개를 혼용하시면 안 됩니다. TSMC는 두 기술을 모두 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JNTC 관련해 추가로 알아보겠다고 했는데, JNTC가 발표한 2mm 글래스 기판이 싱글 글래스인지 확인해 봤습니다. JNTC 쪽에서 공식적으로 2mm짜리 한 장을 썼다고 답변을 줬습니다. 두꺼운 글래스에 한 번에 구멍을 뚫고 구리 도금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시간이 오래 걸릴 텐데, 수율이나 종횡비에 대한 정보는 아직 받지 못했습니다. 종횡비를 낮추려면 구멍을 크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 부분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알아보겠습니다.
댓글을 보니 JNTC에 투자했다가 제 말을 듣고 망했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제가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상장사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절대 매수 권유가 아닙니다. 이런 기업들이 이런 기술을 발표했으니 함께 살펴보자는 취지일 뿐입니다. 투자는 각자 판단에 따라 현명하게 해 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에 더 유익한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