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경제명탐정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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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식은 과거 100년 연평균 약 10%였으나 AI 투자가 집중되는 향후 10년은 과거와 다를 수 있다. 골드만삭스 리포트 기반 6개 시나리오(AI 수익성·성장률·물가 조합)로 S&P500 10년 연수익률을 4.5%~14%로 제시하며, 1억 투자 시 10년 뒤 1억 5,530만~3억 7,720만 원으로 계산했다. 물가를 차감한 실질 수익률로 보면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는 마이너스(-0.5%)다. 결론은 10년 장기 보유가 유리하다는 것이며, 중간 매도 시 수익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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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경제명탐정입니다. 요즘 미국 주식을 길게 묻어두려는 분들이 많습니다. 국내 주식 변동성에 지친 분들도 있고, 자녀 계좌를 만들어 20년 넣어두려는 분들도 있고, 노후를 대비하려는 분들도 있죠. 그런데 막상 수익률을 찾아보면 대답이 대부분 과거 이야기입니다. 미국 주식은 원래 연평균 10% 안팎이 나왔다고 하죠. 실제로 1928년부터 거의 100년을 따져 봐도 그렇고, 최근 30년만 잘라 봐도 그 수준입니다. 그러니 그냥 넣고 잊어버리면 된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 10%가 만들어진 100년 동안에는 AI라는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10년은 AI에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10년입니다. 그래서 골드만삭스가 앞으로 10년을 직접 계산해 봤습니다. AI 수익성, 물가, 성장률 세 가지를 놓고 조합을 바꿔 가며 시나리오를 여섯 개 짰습니다. 경제명탐정은 이 여섯 개 시나리오에 각각 1억 원을 넣었다고 가정하고 계산해 봤습니다. 어떤 시나리오들이고, 그대로 풀리면 내 1억이 얼마가 되는지 끝까지 따라와 주세요.
골드만삭스의 최근 리포트입니다. 제목은 「포트폴리오에서 혁신과 인플레이션의 균형」이고 35쪽짜리 전략 보고서입니다. 내용은 많지만 핵심은 하나입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S&P500이 연평균 몇 %씩 오를지를 여섯 가지 경우의 수로 나누고, 각각 숫자를 붙여 놓았습니다.
월가에서는 이런 리포트를 잘 내지 않습니다. 월가는 대부분 다음 분기를 봅니다. 다음 분기 실적이 어떻고 연말 목표 지수가 얼마인지가 주된 관심사이고, 길게 봐야 1~2년입니다. 그런데 이번 리포트는 10년을 통째로 놓고, 그것도 하나의 숫자로 찍지 않고 여섯 가지 경우로 나눠서 계산했습니다.
여섯 가지를 나누는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AI가 돈을 벌어 오느냐입니다. 골드만은 전 세계 기업들이 AI에 쏟아붓는 돈이 올해만 1조 달러를 넘길 것으로 봤습니다. 원화로 1,350조 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한 해에 그만큼의 돈이 땅, 건물, 칩에 들어가는데, 그 돈이 이익으로 돌아오느냐 마느냐가 첫 번째 기준입니다.
둘째는 경제가 커지느냐, 즉 성장률입니다.
셋째는 물가가 잡혀 있느냐입니다.
이 세 가지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10년 뒤 수익률이 연 14%에서 연 4.5%까지 벌어집니다. 같은 S&P500인데 말이죠.
계산 조건을 하나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래 나오는 숫자는 모두 배당까지 다시 사 모았을 때를 기준으로 합니다. 받은 배당을 쓰지 않고 그 지수에 다시 넣는다는 뜻입니다.
이제 가장 좋은 시나리오부터 한 칸씩 내려가 보겠습니다.
골드만이 "골디락스 플러스 AI 붐"이라고 이름 붙인 경우입니다. 골디락스는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성장은 하는데 물가는 안 뛰는 상태입니다. 거기에 AI까지 제대로 터지는 경우입니다.
지금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같은 빅테크가 데이터센터에 돈을 퍼붓고 있습니다. 텍사스나 애리조나에 땅을 사고, 건물을 올리고, 엔비디아 칩을 사다 꽂고, 그 칩을 돌릴 전기를 끌어옵니다. 발전소 옆에 붙여 짓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전부 나가기만 하는 돈입니다. 아직 본격적으로 벌어들이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몇 년 뒤 데이터센터가 실제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기업들이 그 계산 능력을 빌리고 매달 사용료를 냅니다. 한 번 지어 놓으면 그다음부터는 크게 더 들어갈 돈이 없습니다. 그래서 벌어 오는 돈이 들어간 돈보다 커지는 지점이 오고, 거기서부터 이익이 확 늘어납니다.
이 경우 골드만은 미국 경제가 연 2%씩 크고, 물가는 2%에 머문다고 봤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이 있습니다. 성장률은 2%인데 물가도 2%입니다. 보통은 이렇게 되지 않습니다. 경제가 빠르게 크면 사람들이 돈을 더 쓰고, 그러면 가격이 따라 오르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AI가 제대로 돌아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같은 물건을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빨리 만들 수 있으니 생산 비용 자체가 내려갑니다. 회사는 가격을 올리지 않고도 더 많이 팔 수 있습니다. 성장은 빨라지는데 물가는 얌전한 상태, 이것이 골드만이 골디락스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입니다.
이러면 S&P500은 앞으로 10년 동안 연평균 14%씩 오릅니다. 1억 원을 넣고 그대로 두면 10년 뒤에 약 3억 7,720만 원이 됩니다. 3.7배입니다. 두 배가 되는 데까지는 5년 4개월이 걸립니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1억 원을 넣어 두면, 중학교 갈 무렵 2억이 되고, 대학 갈 무렵에는 3억 7천이 되는 속도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보다 중요한 게 하나 있습니다. 아까 과거 평균 이야기를 했죠. 골드만 표 맨 오른쪽에 1950년 이후 평균이 적혀 있는데, 연 11.5%입니다. 75년 동안 미국 주식이 실제로 그만큼 올랐다는 뜻입니다. 여섯 개 시나리오 중에서 이 11.5%를 넘는 건 1번 하나뿐입니다. 나머지 다섯 개는 전부 그 아래에 있습니다.
골드만이 표 한 장으로 말하고 싶은 것이 이것입니다. 앞으로 10년은 지난 75년보다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것을 뒤집을 수 있는 것이 AI다. 그렇다면 AI가 기대만큼 수익성을 내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두 번째는 그냥 골디락스입니다. AI가 특별히 대박을 내지도, 그렇다고 망하지도 않고, 경제가 평범하게 잘 굴러가는 경우입니다. 성장률은 3%, 물가는 2%입니다. 이러면 수익률은 연 11%입니다. 1억 원을 넣으면 10년 뒤 약 2억 8,394만 원이 되고, 두 배가 되는 데 6년 8개월이 걸립니다.
여기서 조금 이상한 점이 보이실 겁니다. 연 11%는 아까 말한 과거 평균 11.5%보다 낮습니다. AI 없이 경제가 아무 문제 없이 굴러가는 경우인데도, 과거보다 못하다는 얘기입니다. 이건 뒤에서 다시 보겠으니 일단 기억해 두세요.
여기까지 두 개는 물가가 2%로 얌전했습니다. 이제 물가를 1%포인트만 올려 보겠습니다.
세 번째는 리플레이션입니다. 경기는 살아나는데 물가도 같이 올라오는 경우입니다. 성장률은 3%로 앞과 같고, AI 쪽도 평년 수준입니다. 그런데 물가만 3%로 높아졌습니다. 그것만으로 수익률이 연 9%로 내려옵니다. 1억 원이 약 2억 3,674만 원이 되고, 두 배까지 8년이 걸립니다.
그럼 왜 물가가 올라올까요? 앞에서 AI가 비용을 깎아 주는 쪽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AI가 그 역할을 못 하는데도 경제는 커야 한다면, 다른 무언가가 밀어 줘야 합니다. 정부가 돈을 풀거나,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식입니다. 그런 것들은 물가를 끌어올립니다.
여기까지는 경제가 3%씩 컸습니다. 그럼 경제가 아예 안 크면 어떻게 될까요? 다들 가장 무서워하는 상황입니다.
네 번째는 스태그네이션입니다. 물가는 잡혔는데 성장이 멈춘 상태입니다. 골드만은 여기에 성장률 1.5%를 넣었습니다. 1.5%면 거의 제자리입니다. 물가는 2%로 잡혀 있고, AI 쪽은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습니다. 다들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으니, 회사가 쓴 돈 대비 벌어 오는 비율은 예년 수준을 유지한다는 가정입니다.
경제가 안 크면 주식도 안 오를 것 같습니다. 회사들이 물건을 예전만큼 못 파는데 주가가 오를 리 없다고 생각하기 쉽죠. 그런데 수익률은 연 7.5%입니다. 1억 원이 2억 610만 원이 됩니다. 경제가 제자리인데 10년 뒤 두 배가 넘고, 두 배까지 9년 7개월이 걸립니다.
이게 말이 되나 싶은데, 우리는 실제로 이런 시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의 미국입니다. 금융위기에서 겨우 기어 나오던 10년이었습니다. 공장도 다시 돌아가지 않았고, 집값도 한참 못 올랐고, 일자리가 예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도 몇 년이 걸렸습니다.
그 10년 동안 미국 경제 성장률은 연평균 2.4%였습니다. 예전 미국을 생각하면 느린 회복이었고, 성장이 옛날 같지 않다는 기사가 계속 나왔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S&P500은 연평균 13.75% 올랐습니다. 경제가 크는 속도보다 회사가 주주에게 돌려주는 속도가 훨씬 빨랐던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경제가 커지는 것과 회사가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건 경제명탐정이 붙인 해석이 아니라, 골드만이 이 리포트 안에서 직접 쓴 내용입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는 느리게 컸지만 기업들은 경제보다 훨씬 잘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 네 가지를 들었습니다. 이자 비용이 계속 내려갔고, 인건비가 크게 오르지 않았고, 세금이 깎였고, 회사들이 자기 주식을 사들여 없앴다는 것입니다.
주식 수가 줄면 같은 이익이라도 한 주에 돌아오는 몫이 커집니다. 파이가 안 커져도 내 몫을 키우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장률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주식을 접는 건 생각보다 근거가 약한 판단입니다.
그런데 경제가 멀쩡히 굴러가는데도 이보다 못 버는 경우가 있습니다. 멀쩡한데 왜 못 벌까요?
다섯 번째는 AI 버스트입니다. 버스트라는 말 때문에 폭락을 떠올리기 쉬운데, 골드만의 설명은 조금 다릅니다. 수익성이 떨어지고 성장이 약해진다는 것입니다. 주가가 무너진다는 말이 아닙니다. 앞에 골디락스가 그대로 붙어 있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물가는 2%로 얌전합니다. 성장은 조금 둔해지지만 경제가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가장 크게 어긋나는 것은 AI입니다.
어떤 상황이냐면, 돈은 다 썼는데 그 돈이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입니다. 데이터센터는 다 지었고, 칩도 다 꽂았고, 전기도 끌어왔습니다. 그런데 계산 능력을 빌려 쓰겠다는 기업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습니다. 서버는 돌아가는데 채워지지 않고, 전기 요금은 매달 나갑니다. 1번 시나리오와 똑같이 돈은 썼는데 뒤가 따라오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면 수익률은 연 5%입니다. 1억 원이 약 1억 8,771만 원이 되고, 두 배까지는 11년이 걸립니다. 경제가 멈춘 4번 시나리오보다도 적게 버는 것입니다. 안 될 곳에 큰돈을 넣으면 이렇게 됩니다.
여기까지 다섯 개의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물가가 전부 잡혀 있었다는 것입니다. 2%, 아니면 3%였습니다. 그럼 물가가 안 잡히면 어떻게 될까요?
여섯 번째는 스태그플레이션입니다. 성장은 멈췄는데 물가만 오르는 상태입니다. 성장률 1.5%, 물가 5%입니다. 골드만이 이 칸에 붙인 설명은 한 줄이었습니다. "1970년대와 유사한 상황."
여기서 눈여겨볼 점이 있습니다. 4번 스태그네이션도 성장률이 1.5%였습니다. 소수점까지 똑같습니다. 달라진 것은 물가입니다. 2%에서 5%로 뛰었습니다. 그런데 바뀌는 것이 물가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회사가 남기는 비율까지 반으로 줄어듭니다.
왜 그럴까요? 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우리가 사는 물건값만 오른다는 뜻이 아닙니다. 회사가 사 오는 원료값도 오르고, 직원 월급도 올려 줘야 하고, 창고에 쌓아 둔 재고 가격도 같이 오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묶여 있는 돈이 계속 불어납니다. 그런데 남기는 돈은 그만큼 늘지 않으니, 들인 돈 대비 벌어 오는 비율이 떨어집니다.
골드만이 1970년대를 꺼낸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그때는 중동에서 석유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으면서 기름값이 뛰었고, 미국 물가가 한 해에 10%를 넘긴 해도 있었습니다. 기업들이 물건값을 올려도 원가가 더 빨리 올라가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러면 수익률은 연 4.5%입니다. 1억 원이 약 1억 5,530만 원이 되고, 두 배까지는 15년 9개월이 걸립니다. 여섯 개 중에 가장 적긴 하지만, 그래도 5,530만 원을 벌었다고 보게 됩니다. 손해는 아니죠.
여섯 개를 모두 봤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본 숫자들에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여섯 개를 다시 보겠습니다. 이번에는 물가를 감안해서 보겠습니다.
왜 물가를 같이 봐야 할까요? 내 돈이 불어나는 동안 물가도 같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통장 잔고가 두 배가 됐는데, 그 사이 물가도 두 배로 뛰었다면 살 수 있는 것은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수익률에서 물가 상승분을 빼고 다시 계산하는데, 이것을 실질 수익률이라고 합니다. 내가 체감하는 진짜 수익률이라는 뜻입니다.
물가가 10년 동안 얼마나 무서운지 먼저 보겠습니다. 물가가 5%인 시나리오에서는 지금 1만 원인 점심이 10년 뒤 약 1만 6,300원이 됩니다. 물가가 2%라면 같은 점심이 약 1만 2,200원입니다. 4,100원 차이입니다. 10년 동안 우리 지갑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여섯 개의 실질 수익률을 다시 계산해 보겠습니다.
1번 골디락스 플러스 AI 붐은 연 14%에서 연 11.8%가 됩니다. 2번 기본 골디락스는 연 11%입니다. 물가가 2%이므로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3번 리플레이션은 연 9%에서 연 5.8%로 내려갑니다. 물가가 3%라서 더 많이 깎였습니다. 4번 스태그네이션은 연 7.5%에서 연 5.4%입니다. 5번 AI 버스트는 연 5%에서 연 4.4%입니다.
여기까지 다섯 개는 모두 플러스입니다. 덜 벌었을 뿐 잃지는 않았습니다.
아까 기억해 두자고 했던 것이 이것입니다. 2번 기본 골디락스의 통장 기준 수익률은 연 11%였고, 과거 평균인 11.5%보다 낮았습니다. 그런데 옛날에는 물가가 훨씬 빠르게 올랐습니다. 지난 75년 평균 물가 상승률을 빼고 나면 과거 평균 실질 수익률은 연 7.6% 수준으로 내려앉습니다. 기본 골디락스의 실질 수익률은 8.8%입니다. 순서가 뒤집히는 것입니다. 통장으로는 예전보다 못 버는데, 물가를 빼고 재면 예전보다 낫다는 뜻입니다.
이제 마지막 시나리오입니다. 물가가 5%로 풀린 여섯 번째입니다. 통장 기준 수익률은 연 4.5%인데, 물가를 빼면 연 -0.5%입니다. 마이너스입니다. 1억 원을 넣고 10년을 꼬박 들고 있었는데, 실제로 살 수 있는 것은 약 9,534만 원어치로 줄어 있습니다. 통장에는 분명히 1억 5,530만 원이 찍혀 있는데 말입니다.
이건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골드만이 1970년대와 비슷하다고 한 그 시나리오는 실제로 있었습니다. 1973년부터 1982년까지 미국이 딱 그랬습니다. 그 10년 동안 미국 주식은 통장 숫자로는 플러스였습니다. 그런데 물가를 빼면 해마다 조금씩 줄었고, 10년을 두고 나니 살 수 있는 것이 처음보다 줄어 있었습니다. 중간에 팔지도 않고, 겁먹지도 않고, 길게 들고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여섯 개를 다시 봤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들은 모두 하나의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10년 동안 손을 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넣어 두고 그대로 둔다는 것. 중간에 빼지 않고, 종목을 바꾸지 않고, 무서워서 팔았다가 다시 사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본 3억 7,720만 원도, 2억 610만 원도, 모두 이 조건에서 나온 숫자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10년을 그렇게 버티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가장 많이 무너지는 지점은 어디일까요? 바로 본전입니다. 크게 빠진 뒤 몇 년을 기다려 겨우 원금이 돌아오면, 거기서 파는 사람이 가장 많습니다. 마음이 그렇게 되기 때문입니다. 손해 본 상태에서 여기서 정리하고 다른 것을 찾자는 심정입니다. 그 마음은 이해가 갑니다. 몇 년을 마음 졸이며 버텼고, 그 시간 동안 계좌를 열어보기도 싫었을 테니까요.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위의 표가 통째로 무효가 됩니다. 저 숫자들은 10년을 채웠을 때 나오는 숫자입니다. 중간에 빠져나오면 남은 기간만큼 덜 버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그보다 훨씬 적게 법니다. 크게 오르는 구간이 10년 중 몇 달에 몰려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 몇 달을 비켜 있으면, 나머지를 다 들고 있어도 결과가 확 낮아집니다. 그리고 그 몇 달이 언제 올지는 아무도 미리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 표에서 진짜 봐야 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수익률과 실질 수익률은 다릅니다. 같은 수익률이라도 물가가 얼마나 오르느냐에 따라 체감 수익률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수익률만 보면 안 되고, 물가를 함께 봐야 합니다.
둘째, 원금이 깨진 것은 물가가 5%로 풀린 경우 하나뿐입니다. 성장이 멈춘 시나리오에서도 1억 원은 2억 원이 됐습니다. AI가 기대만큼 벌어 오지 못하는 시나리오에서도 1억 8천만 원이 됐습니다.
앞으로 지켜볼 것도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미국 소비자물가입니다. 다른 하나는 빅테크 분기 실적에서 AI로 버는 돈이 얼마나 늘었는지입니다. 데이터센터에 쓴 돈은 이미 대부분 공개되어 있습니다. 이제 그 옆에 매출이 붙어 나오는지를 보면 됩니다.
10년은 긴 시간입니다. 그 사이 여섯 개 중 어떤 시나리오가 올지는 아무도 정해 줄 수 없습니다. 그래도 여섯 개를 모두 펼쳐 놓고 보니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어느 쪽이 오든 10년을 채운 사람의 돈은 불어나 있었습니다. 경제가 멈춰도 불어났고, AI가 헛돈을 써도 불어났습니다. 줄어든 것은 물가가 크게 풀린 한 칸뿐이었고, 그마저도 통장 잔고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물가가 앞질러 간 결과였습니다.
그래서 길게 가는 것이 맞는 방향입니다. 10년을 버틸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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