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홍춘욱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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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1970년대 이후 무역적자가 누적되고 있으며, 관세 정책은 제조업 고용 감소를 되돌리지 못하고 전문직 고용·AI 투자 쪽으로 자원이 쏠리는 구조를 강화한다고 주장. 빅테크의 막대한 AI 투자가 경제를 떠받치지만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는 계속 늘어나며,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인해 미국 재정이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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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1970년대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는 나라입니다. 이렇게 누적적으로 계속 적자가 발생한다는 건 경제에 뭔가 불균형이 있다는 뜻입니다. 25년 미국의 무역적자는 역사상 최대 규모였습니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 25% 상호 관세를 무차별적으로 퍼부었는데도 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가세 같은 걸 외치는 걸 보면서 시원할지는 모르지만 아무 효과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여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오히려 무역적자는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저희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33년째 경제를 분석하고 있는 이코노미스트 홍춘욱입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노동 시장의 변화가 너무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제조업에서 일할 사람들이 이미 기술과 경험을 잃어버렸습니다. 우리도 지금 그렇게 가고 있습니다. 3D 업종에서 일하려는 사람은 줄고, 사회적 평판도 좋지 않고, 스스로도 자괴감을 느끼고, 현장에는 외국인밖에 없는 환경이 됐습니다. 미국은 이 현상이 더 심합니다.
그림을 보면 빨간 선은 미국의 제조업, 파란 선은 전문직 고용의 흐름인데, 1990년을 기점으로 갈립니다. 동구권 붕괴와 냉전 종식으로 시장 이데올로기가 힘을 얻었고, 돈이 되는 곳에 가서 일하자는 흐름이 생겼습니다. 여기에 정보통신 혁명이 겹쳤습니다. 인터넷이 퍼지면서 공장은 싼 곳으로 옮겨 갔고, 채용할 때도 인건비뿐 아니라 인터넷과 PC를 다룰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습니다. 이 시기에 미국은 제조업에 힘을 쏟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고,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이른바 윈텔 진영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 혁명의 혜택을 받은 것은 컨설턴트, 회계사, 계리사, 세무사 같은 전문직 서비스였습니다. 엑셀을 잘 다룰수록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일자리가 늘었습니다. 제조 고용은 600만 명 줄었지만 전문직 서비스 고용은 1,200만 명 늘었고, 임금은 제조업의 1.5배였습니다. 별로 나쁜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제조업 고용 감소를 악마적인 일이자 나라를 끝장낼 일처럼 과장했고, 관세로 제조업을 부흥시키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2025년에도 미국의 제조업 고용은 줄었습니다. 기업이 다시 제조업으로 돌아오려면 임금이 오르고 미국 내 수익성이 높아져야 하는데,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도 생겼습니다. 1993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이 중국보다 대만에서 더 많은 물건을 수입했습니다. 무엇일까요? 반도체입니다. TSMC, 인공지능의 세상이 온 것입니다. 관세로 아무리 제조하라고 압박해도, 기업들에게는 AI 투자가 훨씬 더 수익성 좋은 산업입니다. 그러니 TSMC 제품을 사 오는 편이 이득입니다. 정부가 채찍질을 해도 기업들은 "굳이 제조업을 왜 하느냐, 그 돈으로 AI에 투자하겠다"고 답합니다. 스타링크부터 스타십 프로젝트까지, 우주 항공 쪽으로도 돈이 흘러갑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 센터, AI, 반도체 같은 고정자산 투자에 수백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걸 알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물러설 수 없습니다. 자기 정체성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자기 말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화를 내고 더 세게 주먹을 휘두를 것입니다. 전 세계 보편 관세 15% 같은 정책을 계속 때립니다. 투자자나 경제 참가자 입장에서는 관세가 부과되면 해외에서 물건을 안 사 올 수는 없습니다. 국내 생산보다 해외가 훨씬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쓸 돈이 있더라도 AI 투자에 집중해 뛰어난 언어 모델과 AI 엔진을 만들어 세계 시장을 재패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 우리의 꿈입니다. 그러니 제조업 고용을 왜 해야 하느냐는 말이 나옵니다. 관세에 맞서 대만에서 다 실어 오고, 한국에서는 D램을 사 오면 됩니다. 데이터 센터는 고용을 창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제조업 고용을 줄였고, 전문직 고용도 줄이고 있습니다. AI로 대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겁을 먹고 있는 분야는 법률 서비스와 소프트웨어입니다. 클로드 코드 같은 도구가 나온 뒤 소프트웨어 기업 주가가 흔들렸습니다. 그림에서 보듯 불황이 아닌데도 가파르게 오르던 전문직 고용이 꺾였습니다. 제조업 고용은 관세를 부과했는데도 꺾였습니다. 미국의 고용 지표가 좋지 않고, 실업률도 슬금슬금 오르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렇게 묻습니다. "이번에 6,000억 달러를 투자해야 하는데, 영업이익으로 조달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이를 프리캐시플로우 마이너스라고 합니다. 구글조차 100년짜리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보면 자금이 빠듯하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돈이 끝없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고용을 늘릴 수 있겠습니까? AI 엔진이 어디까지 갈지,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알기 어려운 때에는 채용을 멈춥니다. 고용이 줄어드는 것은 AI로 대체됐다기보다는 AI 투자에 돈을 쏟느라 여력이 없어서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지금 사람을 뽑았다가 AI가 인간을 정말 다 대체하는 세상이 오면 책임질 수 있느냐는 고민도 함께 있습니다.
지금은 파괴적 혁신의 시대입니다. 30~35년 만에 새로운 기술 혁신이 온 것이고, 이를 단절적 혁신이라고 부릅니다. 기존 기술로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 왔습니다. 이것이 세상을 얼마나 바꿀지, 어디서부터 바뀔지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일단 해 보는 것입니다. 클로드 코드가 나온 뒤 소프트웨어 기업 주가가 흔들린 것도 "어디가 피해를 볼지 모르겠다"는 불안 때문입니다. 구글의 나노바나나를 보면 포토샵이 필요할까 싶기도 합니다. 전문가에게는 여전히 필요할 수 있지만, AI를 활용한 포토샵이 나올 수 있고 이미 나오고 있습니다. 위협이 분명하고 피해자는 보이지만, 누가 혜택을 볼지는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일단 AI를 해서 세계를 장악하고 나면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처럼 승자가 될 거라는 믿음으로 투자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많은 투자가 일어나야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러면서 제조업 부흥을 통해 고용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그림으로 밀어붙이려 합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 AI 때문에 잠깐 이런 것이겠지만, 관세는 계속 부과할 것입니다. 이 사람은 종교와 같습니다. 방금 보여드린 뼈아픈 데이터들은 아예 보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전 세계 주요국의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이 동시다발적으로 높아지고 있는데도 돈 풀기를 계속해 나갈 분위기입니다. 왜일까요? 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연간 재정적자 규모를 보면, 2000년대 초반 이후 재정적자가 계속 나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재정적자가 엄청나게 뛰어올라 역사상 최대인 3조 달러에 이르렀다가 줄었습니다. 코로나 때 세금을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먹고사는 문제에 몰린 국민을 살리기 위해 돈을 엄청나게 풀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줄었지만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증가 추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OBBBA법을 만들었고, 이번에 관세를 돌려줘야 하는 상황도 생겼습니다. 관세가 위헌 판결을 받아서 수입 업체에 돌려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까지 감안하면 미국의 재정적자는 끝없이 부풀어 2030년대에는 트럼프 1기 때의 코로나 19 때보다 더 많은 재정적자를 기록하는 만성적 재정적 적자 국가가 될 것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큰 문제냐면, 국가 부채가 GDP 대비 100%를 훌쩍 넘었고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경제는 AI 투자 덕분에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한 분야에서만 6,000억 달러 가까운 AI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고, 그 주변의 전력, 배선, 발전, 건물 투자와 인력 고용까지 생각하면 수조 달러 규모의 고용을 유발하는 산업입니다. 그로 인한 경제 성장을 감안하면 미국 경제는 그렇게 나쁜 상태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국가 부채는 증가합니다. 왜일까요? 다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돈을 풀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때문입니다.
이는 로마 시대 황제들이 쓰던 "빵과 서커스" 방식과 같습니다. 공짜 빵을 나눠 주어 황제에 대한 지지를 올리는, 전형적인 통치 수단입니다. 전제 독재 국가에서 국민을 그렇게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마두로 체포는 벌써 잊혔을 것입니다. 얼마 전에는 멕시코 카르텔 수장을 죽였고, 이후 멕시코에서는 방화와 테러가 엄청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공격적인 대외 정책을 펼쳐 미국 국민에게 시원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OBBBA법을 통해 국민에게 수표를 돌립니다. 이렇게 다음 선거를 이기고, 그다음 선거를 이기기 위해 또 돈을 씁니다. 경제가 이런 식으로 돌아가고 있고, 결국 미국 정치가 타락해 가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바이든 행정부 때도 확실히 타락했다고 봐야 합니다.
바이든 때에도 국가 부채는 늘었습니다. 인플레이션감축법이나 반도체법을 만들어 해외 반도체 기업의 미국 투자를 촉진하고 보조금을 지급했기 때문입니다. 그 정책들이 국가에 어마어마한 부채로 돌아온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또한 반도체 기업을 미국에 데려오는 일이 정말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도 의심스럽습니다. 그때 들어온 기업들 중 제대로 공장을 가동하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연 옳은 정책이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못 사는 지역에 좋은 공장과 일자리를 가져와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었다고 내세우기 위해 밀어붙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결국 어느 순간부터 미국은 서서히 자제력을 잃었습니다. 재정을 쓰고, 그 대가는 뒤로 미룹니다. 국가 부채가 이렇게 늘어나는 이유는 이자 부담 때문입니다. 이자를 갚기 위해 채권을 찍어 내야 하고, 적자를 더 내야 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습니다. 일본의 길을 지금 미국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 부채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GDP 대비 국가 부채가 100%를 넘는 나라는 스페인, 영국, 캐나다,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그리스, 일본 등입니다. 한국은 그 아래에 있고, 50% 전후로 상당히 양호한 편입니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부터 2025년까지 국가 부채의 변화를 보면, 국가 부채가 가장 많이 늘어난 나라는 중국입니다. 그다음이 미국이고, 한국은 중간 정도입니다. 재정 위기를 겪었던 스페인 정도를 제외하면 일본, 중국, 영국, 미국 등 세계적인 강대국들이 국가 부채를 크게 늘렸습니다. 이들은 디폴트가 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금융위기와 외환위기를 겪어 본 나라는 함부로 국가 부채를 늘리는 선택을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강대국들은 "우리를 대체할 수 있는 나라가 있느냐"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중국이나 일본은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대부분을 자국 국민이 사 주기 때문에, 국민이 나라가 망하라고 채권을 다 팔아 버리는 일은 드뭅니다.
재정 포퓰리즘의 시대가 와서 빵과 서커스 속에 국민의 지지를 돈으로 사거나 이벤트로 사는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많이 벌어지는 나라는 경제 대국일 가능성이 높은 미국입니다. 우리는 주로 미국을 두고 "저기 어떡하냐, 왜 저러냐"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여러 나라가 동시다발적으로 타락해 가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이번 다카이치 정부가 대승리를 거두면서 어마어마한 재정을 쓰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국가 부채를 늘려 놓고 또 쓴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확실히 타락한 것입니다.
오늘 교양이를 부탁해는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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