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효석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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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줄 결론: ESG는 자금 흐름을 기후 대응 기업으로 돌리는 수단이며, 동시에 구조조정 수단이자 그린플레이션·워싱 등 부작용을 안고 있다. [주제 전개] 주가와 가치의 관계: 장기적으로 가치와 가격은 수렴하지만 순서는 엇갈릴 수 있으며, 주가가 올라 자금조달 여건이 좋아지면 기업 체질도 바뀔 수 있다. 테슬라 사례로 2020년 하반기 3차례 유상증자 후에도 주가가 상승했고, 조달 자금으로 부채를 상환해 현금 보유가 가장 많은 자동차 회사가 됐다고 설명. [ESG 자금 흐름] 기후 대응 기술(예: 탄소 흡수 식물 유전자 편집)에 돈이 들어가려면 ESG 움직임으로 자금이 옮겨가야 한다는 논지. 투자자 유형은 ESG 무관심형, 인지형, 동기부여형으로 구분하며,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 장기 연기금을 동기부여형 예로 든다. [한국 vs 유럽] 한국은 ESG가 덜 알려져 가격에 덜 반영돼 향후 성과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견해이나 근거는 PER 도입기 사례의 유추 수준. [구조조정 수단] 채권시장에서 ESG 등급이 높은 기업으로 자금이 쏠리며 고탄소 기업의 조달금리 격차가 벌어져,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 퇴출 위협이 커진다고 설명. [문제점] ESG 워싱(친환경을 가장), ESG 평가 주체 및 기준의 어려움, 그린플레이션(화석연료 투자 중단에 따른 공급 감소와 가격 상승) 등을 지적. 내연기관차 가격은 생산 중단 전망 때문에 유지·상승 가능성,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 감소에 따른 전기 가격 문제 언급. [결론] ESG 문제는 폐기가 아니라 극복해야 할 과제이며, 기후 위기는 계속 다가오므로 ESG 자체를 멈출 수 없다는 입장. 다음 강의에서 ESG가 만든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경제 방향을 다룰 예정. [종목·자산 언급]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가격 방향 예측은 없음(테슬라는 사례로만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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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와 가격, 무엇이 먼저일까
이번 시간에는 ESG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SG가 무엇인지 설명하기 위해 기후 이야기부터 시작했고, 이제 여기까지 왔습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말씀드렸고, 그 위기가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지도 이야기했습니다. 좌초자산 이야기도 했고, 전환위험 이야기도 했습니다. 이제 ESG가 무엇이고 우리가 ESG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설명해 보겠습니다. ESG로 넘어가기 전에 질문을 하나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주가가 회사를 바꿀 수 있을까요?
또 하나 질문하겠습니다. 가치와 가격이 있는데, 무엇이 먼저일까요? 어떤 A라는 회사가 가진 가치가 있습니다. 그 가치를 기준으로 주식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됩니다. 삼성전자가 얼마냐, 하이닉스가 얼마냐는 가격이고, 삼성전자가 실제로 가진 가치는 어느 정도냐는 밸류, 즉 가치를 의미합니다. 가치와 가격은 장기적으로는 같이 가지만, 어떤 때는 가치가 먼저 움직이고 어떤 때는 가격이 먼저 움직이기도 합니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주인을 떠올려 보시면 됩니다. 개가 앞서 가기도, 뒤처지기도 하지만 결국 둘은 같은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가격이 가치를 바꿀 수 있을까
그럼 처음 질문을 다시 생각해 볼까요. 주가가 회사의 밸류를 바꿀 수 있을까요? 보통은 반대로 생각합니다. 가치는 여기 있는데 가격이 그보다 낮게 거래되니, 이를 사서 적정 가치까지 가격이 오르기를 기다려 돈을 버는 것, 이것이 흔히 말하는 가치투자입니다. 그런데 제가 드린 질문은 조금 다릅니다. 가격이 가치를 바꿀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었습니다. 테슬라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2020년 하반기에 테슬라는 무려 세 차례나 유상증자를 했습니다. 주식을 판 것이죠. 주가가 오르니 유상증자를 한 것인데, 그럼에도 테슬라 주가는 빠지지 않고 계속 올랐습니다. 사람들이 깜짝 놀랐던 점은 이것입니다. 테슬라는 그 이전까지 재무구조가 매우 나빠서 언제 망할지 모르는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주가가 오른 뒤 주식을 팔아 자금을 조달했고, 그 돈으로 부채를 상환했을 뿐 아니라 전 세계 자동차 회사 중 현금이 가장 많은 회사로 탈바꿈했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지난 시간에 말씀드린 것처럼, 테슬라가 가진 무형자산을 들고 은행에 가서 대출을 요청했다면 대출을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테슬라의 미래를 본 많은 투자자들이 주가를 끌어올렸고, 테슬라는 그 주가를 바탕으로 매우 낮은 비용으로, 즉 주식으로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그 돈으로 더 좋은 회사가 된 것입니다. ESG를 설명하려고 멀리 왔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주가가 오르는 것이 그만큼 큰 의미를 갖는다는 점입니다.
ESG는 돈의 방향을 바꾼다
주가가 왜 오르는지 생각해 보면, 결국 돈의 물줄기가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일반적으로 돈은 기대수익률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움직입니다. 더 싸고 더 많이 오를 수 있는 주식으로 옮겨가고, 그 과정에서 적정한 균형점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ESG가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회사 쪽으로 돈이 옮겨가도록 만드는 움직임, 이렇게 이해하시면 됩니다.
조금 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플라스틱을 안 쓰면 될까요, 걸어 다니면 될까요? 그것만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가 아직 모르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그 기술을 개발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요합니다. 그 인센티브는 어디서 나올까요? 제 친구 중에 유전자 편집을 전공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기후 위기를 극복하려는 회사들에 투자하려는 돈이 정말 많아졌다고요. 그리고 유전자 편집으로 일반 식물보다 이산화탄소를 10배 이상 흡수할 수 있는 식물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그 회사에 자금이 들어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만약 ESG가 없어서 돈을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둔다면, 그런 회사에 돈이 들어갈 수 있을까요? ESG 움직임과 기후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흐름 때문에 돈이 움직이고, 그곳에 투자가 되어야 유전자 기술도 개발되고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식물도 나올 가능성이 생깁니다.
세 종류의 투자자
투자자 입장에서 ESG와 관련해 세 가지 유형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를 들으시고 기후 위기를 막아야겠다고 생각하고, ESG 투자를 해볼까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그분은 'ESG 어웨어(aware) 인베스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ESG를 좀 아는 사람이죠. ESG를 전혀 모르는 투자자는 'ESG 언어웨어(unaware) 인베스터'입니다. ESG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투자자들이죠. 마지막으로 'ESG 모티베이티드(motivated) 인베스터'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ESG 모티베이티드 인베스터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여러분 중에 혹시 이렇게 생각하신 분이 계실까요? 기후 위기는 정말 막아야 하니까, 내가 돈을 잃더라도 ESG를 잘하는 회사에 투자해야겠다고요. 설사 비싼 가격이더라도 말입니다. 아마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제가 말씀드린 ESG 모티베이티드 인베스터가 바로 그런 사람들입니다. 환경론자가 아니면, 혹은 설사 환경론자라고 해도 자기 돈을 잃어가면서까지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노르웨이 국부펀드나 연기금 펀드 같은 곳이 이런 투자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연기금은 2~3년 뒤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20~30년 뒤에 지급해야 할 돈을 운용하기 위해 투자하는 곳입니다. 인류가 살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투자도 의미가 있다는 관점이죠. 제 생각에 ESG 모티베이티드 인베스터는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기후 위기가 심각해질수록 이런 투자자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유럽과 한국, 어디에 기회가 있을까
질문을 하나 더 드리겠습니다. ESG를 고려한 투자의 성과가 더 클 곳은 유럽일까요, 한국일까요? 유럽에는 ESG 모티베이티드 인베스터가 한국보다 많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에 기회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PER라는 개념이 한국에 처음 들어왔던 1990년대 초반을 떠올려 보시면 됩니다. 그때 PER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았고, 이 개념만 적용해도 돈을 벌 기회가 많았습니다. 사람들이 개념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ESG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럽보다 한국에서 ESG가 덜 알려져 있고 가격에 덜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 ESG를 고려한 투자가 더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ESG는 구조조정의 수단이다
많은 분들이 ESG 하면 푸른 녹색 하늘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실 겁니다. 친환경이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ESG는 정말 그렇게 아름답고 깨끗하기만 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ESG는 명백하게 구조조정의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조조정이라고 하면 무서운 얘기지만, 왜 ESG가 구조조정의 수단인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기업이 돈을 조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주식을 팔아 조달하는 방법입니다. 작은 스타트업이 큰 회사로 성장하면서 지분의 일부를 팔아 자금을 모으고, 그 돈으로 회사를 경영합니다. 더 커진 회사는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하기도 하고, 상장하면서 IPO로 조달하기도 합니다. 모두 주식으로 조달하는 방법입니다. 둘째는 채권으로 조달하는 방법입니다. 회사채를 발행해 일정한 금리를 줄 테니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ESG가 구조조정의 수단이라고 보는 이유는 채권시장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ESG와 관련된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곳이 채권시장입니다. ESG 등급이 높은 회사, 탄소를 배출하지 않거나 배출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회사에만 돈이 흘러갑니다. 즉 그런 회사에만 돈을 빌려준다는 것입니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를 비교하면, 두 회사가 조달할 수 있는 금리 차이가 점점 벌어집니다. 이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회사가 앞으로 자금을 조달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뜻이고, 결국 그렇지 못한 회사는 퇴출의 위협에 맞서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ESG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명백하게 구조조정의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아셨으면 합니다.
ESG의 문제점
안타깝게도 ESG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ESG 워싱입니다. ESG를 잘하는 회사처럼 꾸미는 것이죠. 앞서 말씀드린 대로, 기후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회사는 앞으로 경영 활동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많은 회사가 정말로 친환경을 실천하기보다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진짜와 가짜를 골라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두 번째는 더 현실적인 어려움인데, 도대체 ESG를 잘하는 회사를 어떻게 골라내느냐의 문제입니다. 그 평가를 누구에게 맡겨야 하느냐도 문제입니다.
세 번째는 그린플레이션입니다. ESG가 진행될수록 이런 생각이 듭니다. 기름을 캐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 맞을까? 석탄을 더 만들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 맞을까? 그래서 많은 기업이 이런 투자를 중단합니다. 그러면 공급이 줄어들고, 가격이 오르게 됩니다. 최근 나타나는 여러 현상들도 사실은 그린플레이션이라 불리는 ESG 운동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린플레이션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힘들지만 감내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과거 마차의 시대에 자동차가 나왔습니다. 마차보다 자동차가 훨씬 훌륭한 교통수단이었죠. 결국 마차는 사라졌지만,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마차의 가격은 그렇게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아무도 마차를 새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비슷합니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비교하면 전기차가 우월하고,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필요합니다. 내연기관차는 앞으로 더 만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서 가격이 유지되거나 오를 수도 있습니다. 전기차를 만들어 봐야 소용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전기를 석탄으로 만든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죠. 그래서 전기도 친환경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친환경 전기를 만드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듭니다. 그리고 ESG 운동 때문에 석탄 발전소는 더 이상 지어지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가격 문제가 생깁니다.
그린플레이션, ESG 워싱, ESG 지수의 문제 같은 여러 문제점들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문제이지, ESG를 하지 말자고 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말씀드렸듯이 기후 위기는 지금도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ESG가 만들어 낸 인플레이션을 주제로, 글로벌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잠깐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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