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장열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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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반도체 사이클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끝물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변동성은 크므로 싸게 잡을 것을 권한다. [AI 투자 사이클] 빅테크 캐펙스가 계속될지가 핵심이다. 현재 AI 모델은 대형 모델 중심이라 진입장벽이 높고 수익화가 어렵다. 모델이 경량화·세분화되어 AI 서비스가 확산되어야 수요가 이어진다. 인프라 AI 투자는 27년 정도까지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으며, 이후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로봇, 자율주행)로 확장될 것으로 본다. 빅테크의 비용 절감 노력(터보퀀트, 자원 공유 등)이 있어도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수요는 끝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전망] 메타의 남는 컴퓨팅 자원 이슈와 코덱스 등 AI 코딩 도구 활용 사례가 언급되었다. 삼성 내부에서 외부 AI 코딩 도구를 채택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구체적 가격 목표는 단정하지 않았으나 삼성전자는 60일선 부근 약 26만 원, 하이닉스는 200만~210만 원 지지선 이탈 여부가 기술적 기준으로 제시되었다. 7월 말까지는 다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50만 원·400만 원, 110,000~120,000원 등 발언자가 언급한 목표는 기간이 명확하지 않다며 시기를 특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ADR 상장] 7월 10~11일 전후 ADR 상장이 예정되어 있으며, 하이닉스 ADR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반영되었다. 다만 ADR 규모(시총 대비 약 2~3%)가 작아 밸류에이션 차이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봤다. 나스닥100 편입 가능성이 언급되었으나 확정적이 아니라고 했다. 하이닉스가 삼성보다 밸류에이션이 먼저 높아지면 삼성에 재평가 압력이 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수급·변동성] 2배 레버리지 ETF(삼성·하이닉스 대상)의 거래 비중이 하루 거래량의 130~200%에 달해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주도 견제 우려로 PER이 7배 미만이라 리레이팅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공급 전망] 삼성 월 약 120만 장, 하이닉스 약 90만 장 규모의 웨이퍼 생산. 신규 팹 웨이퍼 생산은 내년 10월경부터 나올 것으로 보며, 공급 증가가 10%도 빠르게 늘지 않아 내년 말까지 가격 하락 요인은 크지 않다고 봤다. 장기적으로 반도체 시장 규모가 2030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 비교] 하이닉스는 단일 품목과 수평적 조직, 공정 기술력(수율 5~10%p 우위)이 강점이다. 삼성은 파운드리·패키지 기술 대응이 늦었고 조직 문화(사업부 중심, 위계 문제)와 보상 구조가 약점으로 지적되었다. HBM4는 삼성이 스펙상 앞섰다는 평가가 있었으나 시장 반영이 늦었다. 삼성의 GPU 등 AI 칩 내재화, 로봇·피지컬 AI 조직 재편 필요성도 언급되었다. [출연자 전망 요약] 반도체 사이클 지속, 단기 변동성 존재, 27년까지 인프라 AI 수요 유지, 내년 말까지 가격 지지, 하이닉스 ADR 기대감 및 밸류에이션 우위 지속. 다만 특정 목표가 발언은 기간이 불명확해 신뢰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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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오늘은 반도체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김장열 유니스토리자산운용 리서치 센터장, 박준영 산업인력학연구소장 두 분과 함께하겠습니다. 두 분 어서 오십시오.
네, 안녕하십니까. 요즘 반도체가 워낙 핫해서 두 분 여전히 바쁘실 것 같습니다. 오늘 두 분을 모신 이유는, 한 분은 삼성전자 출신이고 또 한 분은 SK하이닉스, 정확히는 현대전자 출신이시기 때문입니다. 양쪽 회사를 비교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지금 이 대담을 나누는 시점이 7월 2일 오전인데, 간밤에 메타 쪽에서 또 잡음이 나왔습니다. 메타가 남는 컴퓨팅 자원을 어떻게 대여하겠다고 밝혔는데, 저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남는 컴퓨팅이 있다는 게 말이 되나" 싶었습니다.
반도체 산업 현황을 두고 굉장히 많은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사이클이 아직 더 갈 길이 남았는지, 아니면 이제 끝물인지 센터장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기본적으로는 AI 빅테크 업체들이 투자를 계속하느냐를 보고 있지요. 그런데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빅테크 업체들이 capex를 계속할 동기가 있느냐를 물어야 해요. 빅테크가 돈을 벌어야 투자를 계속할 것 아닙니까. 6개월, 1년 뒤에도 투자를 이어갈 만큼 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리가 많이 써 주면 되죠.
지금까지는 거대 언어모델, 그러니까 ChatGPT 같은 고성능 모델 몇 군데에 엄청난 돈을 투자해서 성능을 올리고 서비스를 해서 돈을 벌겠다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지금 현실과 거리가 있어요. AI 서비스의 진입장벽이 낮아져야 합니다. 최상위 범용 모델이 아니라 용도별로 세분화되고 경량화된 특화 모델이 많이 들어가면서 AI가 확 확산돼야 하는데, 우리가 너무 큰 모델 중심으로 가다 보니 아무도 못 들어오고 빅테크의 capex에만 매달리는 상황이 된 겁니다. 모델이 분화되고 토큰당 가격이 낮아져서 진입장벽이 내려와야 시장이 더 커질 텐데, 지금이 그 전환기입니다.
그러다 보니 투자는 계속해야 할 것 같은데 당장 캐시플로는 빠지고, 노이즈가 계속 납니다. 3개월에 한 번씩 실적 발표 때마다 흔들리는 게 반복되는 거예요. 그렇다고 이게 끝났다는 신호냐면, 전망이 꺾인 게 아니라 진폭에 따른 노이즈라고 봅니다.
저도 센터장님 말씀에 굉장히 동의합니다. 큰 틀로 보면 인프라용 AI, 그다음에 에이전틱 AI, 피지컬 AI로 이어지는 단계인데, 인프라용 AI에 대한 빅테크 투자는 업계에서 2027년 정도까지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투자하는 회사들은 결국 비용을 낮추려고 할 겁니다. 최근 터보퀀트 같은 기법이 나온 것도 그 흐름이고, 클라우드로 메모리나 GPU 자원을 공유하는 방식도 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 자원을 놀리지 않고 쓰겠다는 거죠. 그렇더라도 메모리 산업이나 시스템 반도체를 포함한 AI 반도체 산업에서 하드웨어에 대한 수요가 끝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저도 몇 달 전에 맥북을 사서 OpenAI의 코덱스를 쓰고 있는데요, 써 보시면 상당히 좋습니다. 단순 질의응답이나 팩트 확인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코딩을 해 주고 시스템을 만들어 줍니다. 최근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외부 솔루션을 잘 받아들이지 않던 회사가 OpenAI의 코덱스를 쓰기로 했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저는 이건 굉장히 좋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개발자들에게 물어보면 코딩 분야에서 Anthropic과 OpenAI가 경쟁 중이고, 지금은 코덱스가 올라왔다고 하더군요. 이 두 가지가 에이전틱 형태로 각 산업에 넓게 퍼지면, 그 데이터와 업무 형태의 변화를 기반으로 로봇이나 자율주행 같은 피지컬 AI가 나오게 될 겁니다. 그래서 이 파고가 조금만 줄어들어도 지금의 사이클이 둔화될 거라는 얘기가 많은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결국 많이 써야 합니다. 우리가 돈을 내고 사용해야 AI 기업들이 다시 메모리를 사고, 그게 반도체 수요로 돌아오는 구조입니다. 에이전트 개발은 B2C, B2B, B2G까지 확장될 수 있는데, 수요처를 계속 찾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삼성전자보다 더 많이 오른 배경으로 ADR 상장을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실제로 영향이 있었습니까?
있었죠. 5월 말부터 사람들이 눈에 띄게 반응한 건 5월 둘째 주부터였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기대감이 붙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이 7월 2일이고 미국 시간으로 7월 11일이 금요일인데, 그 전후로 13일부터 갭이 어떻게 나올지 많이들 기대하실 것 같습니다. 이미 하이닉스가 삼성보다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하이닉스에는 ADR이라는 재료가 있고 삼성에는 없으니까요. 펀더멘털 말고는 분명히 영향이 있는 겁니다.
그럼 실제 상장 이후에도 밸류에이션 차이를 만드는 요소가 될까요?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속도나 측면에서는 복잡한 요소가 많아요. 첫째, 일반적으로 ADR 비율이 4.5%나 5% 정도로 나오는데,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한국 시총이 약 2,000조 원인데 하이닉스 시총이 그 정도 안 되니까 비율로 치면 2%대입니다. TSMC도 ADR 상장할 때 5%부터 시작해서 꾸준히 올라갔어요.
그럼에도 AI라는 특수한 지상명제 아래 대표 기업이 많지 않습니다. 마이크론도 있지만요. 하이닉스가 9월이나 10월부터 패스트트랙으로 나스닥100 편입 같은 절차를 밟게 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유동주식이 작은데도 평가를 제대로 받았다는 의미가 되니까요. 이런 가능성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얘기라고 해서 말도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NXP나 ASML 같은 경우도 나스닥 편입 사례가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하이닉스의 밸류에이션이 삼성보다 계속 치고 올라가면, 그 압력은 삼성에게도 갈 겁니다. 그러면 삼성도 다시 기대감을 받을 수 있겠죠. 물론 그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소용없겠지만요. 지금까지 잘하고 계시니까 스포트라이트가 다시 삼성에게도 갈 수 있습니다. 다만 수급상으로는 ETF나 개인투자자들이 하이닉스를 더 선호하는 구조라서, 이 구조가 금방 바뀌지 않는다면 ADR까지 겹쳐서 당분간은 하이닉스 쪽 수급 페이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주가가 많이 조정받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오늘 30만 원을 깨기도 했는데, 이게 끝물 신호는 아니라고 받아들여도 될까요?
주가가 빨리 올라간 건 맞습니다. 그리고 변동성을 키운 건 두 배 레버리지 ETF였어요. 미국에도 두 배 ETF가 있는데, 미국의 AUM 규모는 하루 거래금액의 30~40% 정도라서 소화가 가능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5월 27일에 들어온 두 배 ETF, 삼성과 하이닉스를 기초로 한 상품은 AUM이 2주 됐는데 하루 거래량이 AUM의 130~200%에 달했어요. 그만큼 과열됐던 겁니다. 그리고 이 두 종목에 레버리지가 동시에 들어갔으니 변동성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오늘 많이 빠졌는데, 삼성전자는 5월 27일 상장 당시 주가보다도 더 내려갔어요. 당시 ETF 기준 30만 원 근처였는데, 여지없이 밀렸다가 다시 올라가고 있습니다. 하이닉스는 ADR 기대감 덕에 그나마 당시 227만 원이었는데, 오늘 240만 원 근처에서 21일 이동평균선을 터치하고 반등하는 흐름입니다.
속도가 너무 빨랐다는 게 첫 번째 문제고, 두 번째는 리레이팅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우리에게는 반도체가 전 재산이지만, 미국 기관투자자들에게는 다른 얘기예요. 미국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등 magnificent 7의 시가총액은 25조 달러 수준인데, 반도체는 5조 달러도 안 됩니다. 그래서 반도체가 10% 넘게 빠져도 나스닥은 0.66%밖에 빠지지 않았죠.
더 중요한 건 미국 빅테크 입장에서는 반도체 가격이 너무 올라가는 게 탐탁지 않다는 점입니다. 곡괭이를 파는 쪽이 중요하긴 하지만, 결국 빅테크가 AI로 생산성을 올리고 GDP가 올라가는 게 목표인데, 공급자 가격이 너무 오르면 빅테크가 힘들어지죠. 그래서 견제가 들어옵니다. 마이크론도 미국 견제를 받으면서 억울하게 빠진 면도 있지만, PER이 7배가 안 되고 우리 쪽도 내년 기준 6배가 안 됩니다. 그러니 리레이팅이라고 외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반도체 리레이팅이라면 8~10배 이상으로 가야 하는데, 실적이 6개월마다 두 배씩 늘어나도 밸류에이션이 따라오지 않으면 소용없어요.
견제가 심하면 노이즈가 생기고, 그러면 주가는 싸게 잡아야 합니다. 오늘처럼 빠졌을 때 파는 건 바보고, 얼마 전 미친 듯 오를 때 견제를 생각하지 않고 "국민연금 리밸런싱한다", "곧 400만 원 간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건 펀더멘털과 관계없는 얘기예요. 무조건 고속으로 가는 게 아니라 가격을 낮춰서 더 많이 살 수 있게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제번스의 역설처럼 과정에 흔들림이 있으니, 그 여유와 안전마진을 두고 들어가야 합니다. 투자자분들이 이번에 잘 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더 갈 수 있습니까, 없습니까?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갈 수 있다는 말은 내일 더 빠질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항상 물어야 할 질문이 "언제까지?"입니다. 삼성 50만 원, 하이닉스 400만 원이 좋다고 하는데, 언제까지인지 정확히 말해야 합니다. 9월 말까지인지, 12월 말까지인지, 내년 이맘때까지인지요. 그리고 11~12만 원이라는 예측도 언제까지인지 빠져 있다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따로 놓고 보는 것이니 잘 모르고 하는 얘기거나 거짓말일 가능성이 큽니다.
기술적으로 보면, 60일 이동평균선이 얼마인지 봐야 합니다. 삼성은 26만 원 정도, 하이닉스는 210만 원에서 200만 원 아래로 깨지지 않으면 살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빅테크가 capex를 줄인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7월 말까지는 다시 올라갈 것으로 봅니다.
알겠습니다. 정리하면 반도체 사이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게 일단의 결론이네요. 이제 두 회사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삼성전자 출신으로서 보실 때 SK하이닉스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시장에서 보통 두 가지를 꼽습니다. 하나는 단일 품목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조직이 수평적이라는 점입니다. 반도체만 만들기 때문에 조직이 좀 더 가볍고 소통이 편하다는 얘기가 많아요. 저도 삼성에서 하이닉스로 이직한 친구들에게 들어보면 전반적으로 편하다고들 합니다. 편하다는 게 일을 쉽게 한다는 뜻은 아니고, 의사결정에서 엔지니어에게 우선권을 더 주는 면이 있다는 것 같습니다.
하이닉스는 제가 다닐 때만 해도 굉장히 어려운 회사였는데, 그만큼 자생력이 강했어요. 그 자생력의 핵심은 결국 기술력이었고, 그것이 수율로 연결됩니다. 업계에서는 하이닉스 수율이 보통 삼성보다 5~10% 정도 높다고 봅니다. 1년 전부터 삼성은 설비 유지보수 같은 메인 업무를 외주로 많이 주었어요. 하이닉스는 덜 줬고, 가장 덜 준 곳이 TSMC입니다. 요즘 미국 사람들이 반도체를 못 만든다는 얘기도 머리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엔지니어들의 노하우로 쌓여 있는 수율 관리 때문입니다. 장비 부품이 5만 개가 넘는데, 어느 부품이 문제인지, 어떻게 고치고 수율을 올릴지 아는 능력이 하이닉스에 더 많이 남아 있어요. 내재화가 많이 돼 있다는 얘기입니다.
맞습니다. 엔지니어링 활동에 대한 존중과 노하우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얘기입니다. HBM을 먼저 만들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고요. 삼성은 자동화 쪽으로 가고 있는데, 그건 두 회사의 차이입니다. 현장에서는 엔지니어의 수평적 문화가 있고, 단일 품목을 같은 장비와 같은 엔지니어가 만들기 때문에 수요가 높은 점이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직 문화와 기술 얘기를 하셨는데, 삼성은 그렇지 못하다는 뜻입니까?
덜하다고 봅니다. 솔직히 삼성 내부 분들은 이런 얘기를 잘 못 하십니다. 업계에 계시면 말하기 어렵거든요. 그런데 저는 하이닉스 출신이니 말할 수 있어요. 그걸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게 삼성전자 파운드리 상황입니다. 파운드리는 삼성처럼 내부에서 다 해 먹는 사업이 아니라 설계사의 얘기를 들어야 하는 사업입니다. 삼성이 2013~2014년쯤 패키지 쪽에 집중했더라면 지금처럼 어려워지지는 않았을 거예요.
최근 TSMC가 패널 레벨 패키지라는 기술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초기 기술은 사실 삼성이 먼저 했습니다. 그걸 제대로 먼저 했었더라면, 지금 GPU 하나가 6천만 원 정도 하는데 크기가 8cm 정도 되고, 루빈 세대는 10cm, 여기에 HBM이 붙으면 14cm까지 커집니다. 이걸 하나의 기판에 만들어야 하니 웨이퍼 하나에 패키지 하나밖에 안 나오게 됩니다. 웨이퍼 기반의 웨이퍼 레벨 패키지로는 한계가 있으니, 디스플레이 공정을 가져다 써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디스플레이 패널은 네모나서 한 번에 여러 개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TSMC는 2028년 신제품을 내기로 했다고 합니다. 삼성에게는 굉장히 아픈 일입니다.
삼성의 위계 문화 문제도 있습니다. 사장이 항상 디램 개발이나 플래시 개발 출신이었는데, 그분들이 제 실력은 있지만 스위치, 즉 소자와 설계 쪽에 치우쳐 있었습니다. 스위치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지금은 패키지와 연결부 기술이 훨씬 중요해졌는데, 임원들 중에는 그쪽을 잘 아는 사람이 적습니다.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 사업은 여러 기술이 융합돼야 하는데, 그걸 제대로 못 담았다는 게 결국 위계 문제이자 문화 문제라고 봅니다. 가장 잘하는 사람이 설계나 소자 쪽 출신이고, 수율이나 패키지를 아는 설비 쪽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어요. 새로운 기술의 중요도가 올라왔는데 그걸 담을 문화가 부족했던 것이 삼성의 단점입니다. 이게 파운드리나 설계 쪽 문제로 계속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현대전자 출신으로서 보실 때 삼성은 여전히 업계에서 가장 강한 목소리를 내는 회사 아닙니까?
위상은 예전보다 많이 낮아졌죠. 시가총액도 비슷해졌으니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 원인이 단순히 HBM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삼성이나 하이닉스가 방심할 상황은 전혀 아닙니다. 예전에 현대전자도 파운드리에 도전했다가 결국 실패했는데, 여력이 없으니 메모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입사한 게 30년 전이니 여러분 대부분은 태어나기 전이겠네요. 그때 현대전자는 PC도 만들었고, 휴대폰도 만들었고, 오토넷 같은 전장 부품도 있었고, 게임기도 팔았습니다. 다 있었어요. 재벌 문화로 시작해서 고생을 많이 했고, 채권단으로 넘어가면서 힘든 시기를 겪었습니다. 그런 척박한 세월을 견디면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었던 겁니다.
2002년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려고 했을 때도 회사가 위기였어요. 그때 GDR을 발행했는데, 제가 해외에 있을 때 그걸 해외 투자자에게 파는 세일즈를 했습니다. 주식을 가져와 판다고 욕도 먹었죠. 그때 하이닉스 주가는 동전주 수준이었어요. 그래도 왜 안 팔았느냐는 사람도 있었는데, 당시 이사회 의장이 제가 모셨던 분이었습니다. 그분이 도장을 들고 잠적하듯 사라지면서 미팅이 진행되지 않았고, 결국 외국 은행의 설득 끝에 팔지 않기로 한 겁니다. 그때 팔렸다면 지금의 하이닉스는 없었을 겁니다. 그 어른들이 30년을 내다보고 한 게 아니라 당장 먹고살기 위해 살아남으려고 한 것인데, 그게 결과적으로 살아남은 원동력이 됐습니다. 그래서 삼성보다 더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뿌리가 있는 회사입니다.
그러다 10년 전쯤 SK하이닉스가 되면서 현대그룹의 문화와는 조금 다르게, 소통 중심의 플래닝 문화, 마케팅 문화로 바뀌었습니다. 사람들이 적응하는 데 3~4년 걸렸는데, 그 후에는 의견도 받아주고 자율적인 문화가 뚜렷해졌습니다. 5년 전쯤, 코로나 직전부터 분위기가 바뀐 걸 느꼈어요. 2022년 하이닉스가 적자였을 때 삼성으로 옮긴 사람도 많았지만, 요즘은 역으로 하이닉스로 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세상 일에서 중요한 건 여건보다 본인이 얼마나 끈질긴가, 그리고 조직이 얼마나 끈질긴가입니다.
아까 하이닉스의 장점으로 단일 품목을 말씀하셨는데, 원래 삼성의 강점은 부품과 세트를 모두 갖춘 구조로 꼽혔거든요. 이제는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예, 말씀하신 것처럼 삼성은 사업부 중심의 GBM 문화가 있습니다. 어디 가서 항상 얘기하는데, 예전에는 DS 부문이 반도체를 함께 만들자는 문화가 있었어요. 전 부회장이던 권오현 부회장이 DS 부문 성과급을 전사적으로 나눠 주셨던 것도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적자 사업부 얘기가 나오는데, 미래 성장동력인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부장은 만년 부장이 메모리 신입사원보다 보너스가 적다고 합니다. 그럼 참을 수가 없죠. 밖에서 보기에는 잘 안 보이겠지만, 이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중간 동력이라 할 수 있는 TSP 쪽에도 연구소가 있는데, 여기는 70%를 받고, 매출은 100%를 받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이해를 못 합니다. 같이 받아서 토탈 솔루션을 만들고 믹싱할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하는데, DS 부문의 문제도 있고 DX는 사업부별 문화가 가장 안 좋은 상태입니다. 결국 삼성전자가 DS 쪽에서 해야 할 일은 인프라와 에이전틱 AI를 만드는 것인데, 그건 잘 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괜찮아요. 하지만 미래 성장 동력이 되는 GPU를 우리나라가 만들면 다른 나라가 될 정도인데, 지금 GPU 하나를 만들 때 설계사가 수익의 50%를, 매물 쪽이 30%를 가져갑니다. 그 중에서 20%만 가져와도 우리나라가 크게 달라질 겁니다. 그런데 시스템 파운드리를 맡을 사람들이 지금 대거 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처우가 낮은데 누가 남겠습니까? 다 나가죠. DX 쪽의 로봇 사업팀 같은 것도 피지컬 AI를 하려면 필요한 인력인데, 기계과나 전자과, 네트워크 인력까지 다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걸 사업부별로 흩어 놔서 로봇 사업팀을 두 번 만들었는데 두 번 다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GBM 체제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글로벌 비즈니스 매니지먼트라고 해서 나온 체계를 바꿔야 임원들의 MBO도 달라질 수 있어요. 모여서 같이 해야 합니다. 메모리 가격이 올라가면서 잘나가던 휴대폰 사업부도 지금은 적자가 나고 있어요.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조직을 섞어야 합니다. LG전자도 젠슨 황이 피지컬 AI 얘기를 하면서 주가가 올랐는데, 인력 구조도 비슷합니다. 20년 전쯤에는 LG와 삼성이 서로 경쟁했는데, 그때는 어디를 가든 서울 출신 인재가 많았다고 하죠.
트윈타고 간다고 해서 LG 쪽으로 인력이 많이 갔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아직 남아 있거든요. 그럼 결국 이 두 가지가 돼야 한다는 거죠. 피지컬 AI가 뜨면 그쪽을 잡아야 하고, 삼성전자 DX는 지금 괜찮긴 한데 핸드폰 쪽을 빼면 나머지는 다 적자입니다. 핸드폰도 이번에 적자라고 말씀드렸잖아요. 피지컬 AI로 드라이빙할 수 있도록 조직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경쟁사 출신으로서 삼성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방향성은 본인도 잘 아실 거예요. 그런데 잘 안 되죠. 조언을 해 주신다면요?
조언은 제가 할 입장이 아닙니다. 죽다 살아 남은 게 아니라 완전히 날개를 폈으니까, 다시 죽을 정도의 상황이 닥치지 않으면 변화의 필요를 못 느낄 것 같아요. 다시 큰 위기를 겪는다는 건 우리나라에도 힘든 일이고, 바라는 사람도 없죠. 사람도 한 세대가 바뀌어야 문화가 바뀌고, 조직과 사회도 쉽게 안 바뀌지만, 결국 리더가 잘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큰 위기를 극복했다는 걸 정확히 뜯어보면 어떨까요.
HBM 쪽에서 SK하이닉스에 계속 밀리다가, 지금은 레거시 반도체 가격이 갑자기 오르니까 이렇게 된 측면도 있죠. 그런데 이걸로 문제의 근원이 흐려지는 것 아닌가요?
스펙은 하이닉스보다 삼성이 앞섰습니다. 3월, 4월에는 이런 얘기가 잘 나오지 않았지만, 제가 아는 지인 중에 하이닉스 장기 투자자가 있었는데, 그분이 하이닉스 주식을 다 팔고 삼성전자를 샀다고 하더라고요.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하이닉스의 HBM4가 잘 안 됐다는 거였어요. 시장은 이미 알고 있었고 주식 하는 사람들은 다 알았는데, 정작 엔지니어와 하이닉스 당사자는 그게 너무 걱정이었던 거죠.
실제로 그게 맞았습니다. 삼성전자가 앞서 있었고 스펙도 앞섰어요. 그런데 삼성 입장에서 억울한 건, 그게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다른 요소들이 워낙 폭등을 했다는 점입니다. HBM의 영업이익 기여도는 7~8%밖에 안 됩니다. 그 정도 비중이면 주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겠어요? 하이닉스는 운이 좋았던 거죠. HBM4에서 뒤졌음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작년에 물량이 부족했으니 더 많이 생산한 쪽 제품을 써야 했던 상황이었어요. 퀄테스트도 다 끝나지 않았는데 그냥 갇힌 것처럼 된 거죠. 그런데 그 직전이 4월이었어요.
그렇게 보면 삼성전자가 잘한 게 맞죠. 다만 그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한 번 더 말씀드리면, 주가는 올랐지만 파운드리의 적자, 흑자 전환을 요구했던 것도 있어요. 수율은 올라가고 내부적으로 좋아졌다고 하긴 하는데, 문제는 그게 빨리빨리 드러나지 않았다는 거죠. 그리고 기대치가 낮아졌어요. 5월 말부터 6월 사이에 '기대감'이 싹 사라진 것도 영향이 있었습니다. 휴대폰 쪽 실적도 그렇고요.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쪽으로 보면, 하이닉스는 D램 비중이 80%로 단순합니다. 삼성은 복잡하죠. 그런데 복잡한 사업들이 가치가 없는 건 아님에도, 거의 마이너스로 반영되다 보니 시가총액은 비슷한데 밸류에이션을 보면, 삼성과 하이닉스가 PBR 5.8배일 때 삼성전자는 5.2배입니다. 10% 이상 뒤처져 있는 거죠. 역사적으로도 그렇고요. 그러니 약간 억울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건 주식시장에서 평가하는 방식이 그렇다는 얘기고, 삼성 쪽에서 프로세스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진짜 승부는 내년에 있을 거예요. HBM 가격을 다시 올려줘야 하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HBM을 많이 만들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면 삼성이나 하이닉스나 HBM 가격이 올라가면서 HBM4, HBM4E로 가는 거죠. 그때 삼성전자가 포텐셜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주목되는 포인트입니다. 지금 당장, 여름과 가을을 지나는 시점에서는 그게 이슈가 아닙니다.
말씀하신 대로 그런 요인들이 주가에 반영되면서 수익률 차이가 났던 것 같은데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레거시 반도체 수익률이 HBM보다 높은 상황은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죠.
맞습니다. 그런데 이틀 전에 미국 소비자들이 소송에 들어갔잖아요. 그건 결국 미국 쪽 기업들이 메모리 가격을 올린 결과입니다. 그동안 메모리를 단품으로 계속 누르고 싶었던 쪽이 갑자기 가격을 올렸는데, AI 시대에 와서는 더 이상 휴대폰처럼 사양을 골라 쓰는 선택지가 아니라 메모리가 필수가 되어 버렸어요.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가격 인상은 본인들이 전략적으로 선택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곳이 3개 사인데, 그중 한국이 거의 70~80%를 만들고 있으니까요. 어떤 면에서 이상한 상황이긴 하지만, 정당한 이익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자하시는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실 건 이 가격이 언제까지 유지될까 하는 부분일 텐데,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내년 말 정도까지는 웨이퍼가 늘어나지 않습니다. 올해 1월부터 신규 라인을 짓는다는 얘기가 많이 있었는데, 건설에 보통 1년, 장비 셋업에 6개월, 웨이퍼가 나오는 데 3개월 정도가 걸립니다. 그래서 웨이퍼 생산이 늘어나는 시점은 내년 10월쯤이에요. 그때부터 웨이퍼 생산이 늘더라도, 지금 전체 구조를 보면 삼성전자가 한 달에 약 120만 장, 하이닉스가 약 90만 장을 만듭니다. '4, 3, 2'로 외우시면 쉬워요. 4·3·2·1, 즉 120만 장, 90만 장, 60만 장, 나머지는 중국 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구조에서 공급이 늘어도 10%도 금방 늘지 않아요.
그래서 올해와 내년 말까지 웨이퍼가 늘더라도 수요 측면에서 가격이 떨어질 정도는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주가를 전망하시는 분들이 '레거시 반도체' 가격에 대해 수요를 줄이려는 노력이 있을 것이라고 보지만, 내년 말까지는 가격 하락 요인이 크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주식 측면에서는 27년 초, 혹은 올해 말 이때부터 더 지켜보자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업계에서는 기존에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의 시장을 보통 1대 2로 봤습니다. 작년 기준으로 약 2,400억 달러였는데, 2030년에는 이게 네 배 정도 올라 8,000억 달러, 그다음에는 한두 배 더 올라 1조 달러 정도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희망적인 전망이긴 하지만, 인프라 수요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라고 봅니다. 비용 절감 노력은 계속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그리고 레거시 반도체 가격 상승이 장기 공급 계약(LTA) 같은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마이크론도 일주일 전에 얘기했잖아요. 이제 더 이상 배추 장사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 노력도 분명히 있습니다.
정리하면, 사이클이 끝난 것도 아니고 끝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씀이네요. 이게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는 2부에서 반도체 추가 생산 계획과 맞물려 조금 더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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