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안석현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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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미국 빅테크와 메모리 장기계약(총 약 9,500억달러 규모)을 맺었다고 소개. 삼성전자는 브로드컴과 파운드리·패키지 턴키 계약 연계, 멀티파운드리 수혜 기대. 인텔은 2분기 흑자전환, DCAI 성장, 기판 선급금 지급 언급; LG이노텍 EMIB-T 기판 개발 관련 수혜 가능성. CXMT-화웨이 갈등 보도, SMIC는 EUV 부재로 수익성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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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미국 장기 공급 계약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AI 서밋 소식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9,500억 달러 규모의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입니다. 9,500억 달러라고 하면 감이 잘 안 오는데, 약 1,400조 원 정도 되는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SK 쪽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SK텔레콤 등 여러 계열사를 묶어서 계약했고, SK 쪽에서 7,500억 달러, 삼성전자 쪽에서 2,000억 달러 정도를 합치면 9,500억 달러가 됩니다. SK 쪽은 엔비디아, MS 같은 회사들과의 메모리 장기 공급 계약이 중심인 것으로 보여서 별도의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는 브로드컴과의 계약이고, 이게 파운드리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 따로 준비해 봤습니다.
브로드컴의 비즈니스 모델
이번 계약은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지가 턴키로 묶여 있는 계약입니다. 브로드컴이라는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정확히 파악하고 계신 분들은 많지 않을 텐데요. 구글, 메타, 애플, 오픈AI, 앤스로픽 같은 빅테크들은 자기들에게 특화된 AI 반도체, 즉 커스텀칩을 원합니다. 그런데 이 회사들은 반도체를 활용하는 데는 능하지만, 직접 설계하고 파운드리에 맡겨 생산까지 하는 노하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때 찾아가는 회사가 브로드컴입니다.
브로드컴은 빅테크들이 쓸 법한 반도체 IP, 즉 기술에 대한 설계 플랫폼을 갖고 있습니다. 구글이나 메타가 "이런 식으로 반도체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면 브로드컴이 설계하고, 그동안은 생산을 TSMC에 100% 맡겨 왔습니다. TSMC가 생산해 다시 고객사에 넘겨주는 구조입니다. 시장 점유율은 브로드컴이 70% 정도이고, 나머지는 미국의 마벨, 대만의 미디어텍 등이 나눠 갖고 있습니다.
브로드컴의 물량 대부분이 TSMC로 갔기 때문에 그동안 삼성전자는 수혜를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는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은 대부분 TSMC로 가겠지만, 일부 물량은 삼성전자 파운드리로 가서 패키지까지 끝나는 생산을 하게 될 것입니다. 5년 동안 2,000억 달러 규모면 물량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AI 2.5D 패키지 형태의 AI 반도체를 턴키로 만들 수 있습니다. 로직은 파운드리에서, HBM은 메모리 사업부에서 만들고, 패키지나 기판 레벨은 삼성전기에서 공급할 수 있으며, MLCC나 실리콘 커패시터 같은 패시브 부품도 만들 수 있습니다. 가장 위에서 가장 아래까지 턴키로 만들 수 있는 글로벌 유일의 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요즘처럼 전문화된 시기에 A부터 Z까지 다 하니까 삼성이 안 되는 거다"라고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산 인프라가 각광받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생산 인프라를 가진 회사가 최고입니다. 이런 관점에서는 삼성의 턴키 전략이 잘 먹힐 수 있습니다.
삼성 파운드리 재평가 가능성
"또 희망 고문 하는 거 아니냐, 2020년부터 삼성 파운드리 타령을 몇 년째 하고 있냐"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지금 글로벌 반도체와 파운드리 업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좋은 국면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삼성 파운드리를 이용하지 않았던 빅테크나 팹리스들도 이제는 멀티 파운드리로 돌아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이를 촉진하는 힘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관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전쟁에 집중하면서 관세 이슈는 잠잠해졌지만, 1년 전만 해도 투자자들을 가장 괴롭혔던 게 관세 문제였습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면 트럼프는 다시 관세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TSMC가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고 있지만 선단 공정은 여전히 대만에 있습니다. 미국 빅테크와 팹리스 입장에서는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서라도 멀티 파운드리 전략이 필요하고, 다행히 삼성전자는 테일러에 선단 공정 팹이 있어 낙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낙수 효과는 인텔이 보겠지만, 삼성전자도 못지않게 누릴 수 있다고 봅니다.
둘째는 칩렛입니다. 과거에는 SoC, 즉 시스템 온 칩 방식으로 모든 기능을 하나의 칩에 담았습니다. 한 부분만 잘못되어도 전체 성능을 담보하기 어려워서 한 회사에 전부 맡길 수밖에 없었고, 결국 TSMC 독점이었습니다. 지금은 CPU, GPU, I/O를 따로따로 만든 뒤 인터포저에서 연결하는 칩렛 방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I/O처럼 상대적으로 공정이 덜 선단인 부분은 다른 회사에 맡길 수도 있어서, 실제로 삼성전자가 구글 TPU 9세대의 I/O 부분을 맡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칩을 찢어서 맡길 수 있으니 멀티 파운드리 전략이 훨씬 유리해졌습니다. 앞으로는 CPU, GPU 내부의 코어 단위까지 나뉘게 될 가능성도 있어 멀티 파운드리는 더 촉진될 것입니다. 삼성 파운드리가 재평가받을 시기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인텔의 선급금과 LG이노텍
다음은 인텔 소식입니다. 인텔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패키지 기판 업체에 선급금을 줘야 한다고 밝혔는데, 여기에 LG이노텍도 들어가는지 궁금해서 준비해 봤습니다.
인텔은 이번 실적에서 연간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흑자 폭도 꽤 컸습니다. 매출이 크게 늘었고, 이를 주도한 사업부는 데이터센터와 AI용 칩을 만드는 DCAI 사업부입니다. 소비자용 CPU를 만드는 CCG도 수익이 났지만 성장률은 크지 않고, 파운드리는 여전히 적자입니다. 인텔 실적을 이끄는 건 DCAI입니다.
데이터센터, 특히 AI 데이터센터에서 CPU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거 AI 학습 국면에서는 GPU 4개에 CPU 1개 정도였지만, 추론과 에이전틱 AI로 넘어오면서 CPU와 GPU가 1대 1 수준에 가까워졌습니다. 에이전트가 코드를 실행하고, 웹을 제어하고, API를 요청하고, 벡터 DB를 조회하는 일은 GPU가 아니라 CPU가 계획을 짜고 순서를 조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CPU 수요가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인텔과 AMD에게는 분명 좋은 소식입니다. JP모건은 CPU 시장 규모를 작년 약 260억 달러에서 2030년 2,200억 달러로 전망했습니다. 기존 AMD의 공격적인 전망이 2,000억 달러 수준이었는데, 그보다 더 높아진 셈입니다.
인텔은 설비투자 계획도 18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로 늘렸습니다. 어디에 쓰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은 전공정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패키지 기판 수급에 쓴다고 답했습니다. 요즘은 기판을 달라고 해도 안 주고, 돈을 미리 내고 물량을 부킹해야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텔은 기판 업체들에 선급금을 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최근 LG이노텍의 패키지 기판 투자 관련 보도가 떠올랐습니다. 당시 세 개의 빅테크가 선수금을 조건으로 기판 투자를 조율했다고 했는데, 그 세 곳은 퀄컴, 인텔, 브로드컴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직 계약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9월쯤 결정될 예정이며, 결정되면 선수금을 받고 물량을 공급하는 구조일 것입니다. 인텔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부를 살리기 위해 패키지부터 제공해 고객사를 끌어오고, 나중에 전공정까지 연결하려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판 조달이 매우 중요합니다. LG이노텍도 이에 대응해 EMIB-T 기판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개발 사실을 밝혔고, SK하이닉스에 기판을 공급해 테스트를 받았다는 기사도 나왔습니다.
EMIB-T는 TSMC의 CoWoS-L과 비슷한 기술입니다. 로직칩과 HBM을 대면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데, 풀 사이즈 인터포저 대신 작은 실리콘 조각, 즉 로컬 실리콘 인터포저로 연결합니다. 차이점은 구조에 있습니다. CoWoS-L은 로직칩과 HBM을 연결하는 소재가 칩 바로 아래, 즉 칩 레벨에 붙어 있습니다. EMIB-T는 실리콘 조각이 기판 1층에 붙어 있습니다. 쉽게 말해 기판이 1층, 연결재가 2층, 칩이 3층인 3층짜리 구조에서, CoWoS-L은 2, 3층이 복층이고 EMIB-T는 1, 2층이 복층인 셈입니다. 결국 기판을 잘 만들어야 인텔이 후공정 패키지를 잘할 수 있고, 인텔이 기판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려면 선급금이 필요하며, LG이노텍은 이 수요에 대응해 기판을 개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인텔에 FCBGA를 공급하고 있어서 장기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CXMT와 화웨이의 갈등
마지막은 CXMT와 화웨이의 갈등입니다. 화웨이가 CXMT에 D램 가격을 낮춰 달라고 요구했는데, CXMT는 물량도 부족하고 애플에서도 주문이 온다며 거절했습니다. 화웨이가 강하게 항의하자 CXMT는 화웨이가 거의 분사시키다시피 만든 회사, 중국의 ASML로 불리는 사이캐리어의 엔지니어들을 퇴출시켰습니다. 사이캐리어는 EUV 개발에 도전하고 있고 DUV 장비는 꽤 쓸만하게 만들고 있어서, 여러 반도체 회사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엔지니어 퇴출은 CXMT가 화웨이와 선을 긋겠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둘 다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회사인데 왜 싸우는지 이상하지만, 맥락은 짚을 수 있습니다. CXMT가 최근 IPO에 성공하며 약 12조 원 규모의 상장을 마쳐 몸값이 크게 올랐습니다. 예전처럼 화웨이가 시키는 대로 따르던 CXMT가 아니라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중국 정부의 큰 흐름 속에서 전략적 실수가 생기면 순해 보이는 기업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도 있어서 걱정스럽습니다.
SMIC를 반면교사로 볼 수도 있습니다. SMIC도 화웨이와 밀접하게 일하고 있지만, 사실 화웨이와의 전략이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EUV가 없어 경제적으로 만들 수 있는 칩은 7나노 정도인데, 그 아래로 내려가면 수율이 떨어져 수익성이 낮아집니다. 실제로 SMIC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작년 대비 11.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었고, 영업이익률도 2.4%포인트 낮아졌습니다. 6나노, 5나노를 멀티패터닝으로 만들어야 하니 수율이 깎일 수밖에 없고, 역대 최대 분기 매출에도 웃을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마무리
미국에서 젠슨 황이 AI 서밋에서 활발하게 외교 활동을 하고 있는데, 예전에는 그저 좋은 제품만 만들면 되지 왜 저렇게 다니나 싶었습니다. 지금은 이해가 됩니다. AI 산업을 키우려면 메모리, 네트워크, 기판, 여러 설비의 생산 능력이 함께 늘어야 하고, 조금만 성장해도 회의론이 나오기 때문에 전 세계를 돌며 투자를 설득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핵심 소재와 장비를 쥐고 있는 일본 기업들은 공격적으로 투자하지 않으려 하니, 대승적으로 나서서 설득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겠죠.
오늘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에 더 유익한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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