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영수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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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수요 확대로 HBM 공급은 타이트하고 가격 상승 사이클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엔비디아 H20 재판매 재개로 중국 수요와 HBM 추가 생산이 필요해져 공급과잉 우려가 완화된다. 마이크론이 HBM 점유율을 연말 25%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점, 마벨의 AI ASIC 시장 전망 상향(950억달러)을 근거로 든다. 다만 하반기(9월까지) 변동성을 경계하고, 조정 시 주도주 매수 전략을 제시한다. 중국 기술 추월 우려와 인재 쏠림도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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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나 칩 분야에서는 오히려 우리가 중국을 따라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금은 메모리 반도체에서 우리가 중국보다 앞서 있다고 어느 정도 말할 수 있지만, 기술 저변에서는 중국이 이미 우리를 추월했습니다. 저는 올 하반기는 조심하자는 입장이고, 9월까지는 변동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변동성에서 주식 비중을 줄이자는 것은 아니고, 조정이 왔을 때 그동안 주도하던 기업들을 용기 있게 매수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주식초등학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특강을 맡은 이영수입니다.
먼저 H20 칩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엔비디아의 기본 칩은 재작년에 나온 H100입니다. 그런데 H100을 중국에 팔면 중국의 AI 성능이 너무 좋아지기 때문에 팔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성능을 75% 수준으로 떨어뜨린 H800을 팔게 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는 H800도 너무 좋으니 성능을 더 떨어뜨리라고 했고, 그렇게 나온 것이 H20입니다. 그런데 H20은 H100 대비 성능이 20% 정도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이 칩은 전 세계에서 중국만 사는 제품이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 2기가 들어서서 보니 중국의 AI 개발 속도가 너무 빨랐습니다. 딥시크 충격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H20마저 팔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에 엔비디아는 약 100만 개의 재고를 떠안고 넘어졌고, 1분기 실적에서 약 80억 달러 손실을 처리했습니다. 100만 개 정도는 쓸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다시 판매가 허용되면서 재고 손실이 환입되었습니다. 엔비디아는 H20을 지금 가진 100만 개의 재고만 팔고 더 만들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판매 재개 소식이 나오자 중국의 H20 수요가 아주 좋았고, 최근 엔비디아는 슬그머니 TSMC에 30만 장을 다시 주문했습니다. 지금 TSMC의 생산 라인은 꽉 차 있는데, 어떻게 30만 장을 주문할 수 있었을까요? 급행료를 준 것입니다. 보통 슈퍼핫이라고 해서 30% 정도 더 주면 빨리 만들어 줍니다. 놀이공원에서 줄을 안 서고 돈을 더 내면 빨리 입장시켜 주는 것과 같습니다. 그만큼 수요가 좋다는 뜻입니다.
이제 HBM 측면에서 보겠습니다. 올해 H20에 들어갈 HBM 생산 계획이 있었을까요? 국내 업체들도 없었을 것입니다. H20에는 HBM3 96GB가 들어가고, 이를 개선한 H200(원문 H22)에는 HBM3 8단 144GB가 들어갑니다. 이를 추가로 만들어야 하는데, HBM 수급은 지금도 타이트합니다. 적게는 10억 비트, 많게는 20억 비트의 추가 생산이 필요해집니다. HBM이 공급 과잉이 된다는 전망도 있지만, H20 같은 칩의 생산이 갑자기 늘어나면 공급 과잉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수혜가 됩니다. 마이크론은 지금 한 자릿수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데, 최근 컨퍼런스 콜에서 아주 공격적으로 말했습니다. 연말까지 HBM 시장 점유율을 25% 수준까지 가져오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HBM에 투자를 많이 했고, 생산 수율도 잘 나올 것이라는 자신감입니다. 골드만삭스가 HBM 공급 과잉 우려를 누그러뜨린 가장 큰 근거도 마이크론일 것 같습니다. HBM 가격이 계속 오르기만 하는 제품은 없지만, 제 생각에는 업사이드가 더 있을 것 같습니다.
올 하반기에 봐야 할 부분은 빅테크의 AI 칩 동향입니다. 신제품들이 대거 나올 예정입니다. 1세대 AI 칩은 대부분 HBM보다 기존 저전력 메모리인 LPDDR을 많이 썼습니다. 그런데 이번 세대 칩은 추론 성능이 고도화되면서 HBM을 많이 채택하고 있고, 보통 192GB 정도를 씁니다. 이 수요가 어느 정도가 될지가 아주 중요합니다.
또 AI 가속기용 ASIC 시장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마벨 테크놀로지는 2028년 AI ASIC 시장이 740억 달러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를 950억 달러까지 상향 조정했습니다. ASIC 시장이 생각보다 커지고 HBM 채택량도 더 많아지면, 우리가 생각하는 수요보다 업사이드가 훨씬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급을 늘리는 데는 굉장히 제약이 있습니다. SK하이닉스도 수요가 있으면 투자하겠다고 말하지만, 옛날처럼 많이 만들어서 가격을 떨어뜨릴 생각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당분간 수급이 타이트하게 가면서 가격이 더 오르는 사이클이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기술 격차를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고객사와 경쟁사들이 HBM4 쪽으로 따라오면, 빨리 HBM4로 전환해서 더 좋은 제품을 계속 내놓아야 합니다. 지난 10년 전 삼성전자가 초격차로 경쟁사들의 이익률을 20%포인트 이상 앞섰던 것처럼, HBM 시장에서 하이닉스가 그런 우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은 HBM이라는 한 아이템에만 집중돼 있지만, AI 시대에는 커스텀 메모리 시장이 점점 커집니다. 그래서 SOCAMM 같은 새로운 커스텀 메모리 쪽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도 벌려야 합니다. 중국은 지금 빠른 속도로 우리를 추격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 개발과 인력, AI 분야 투자를 늘려서 격차를 더 벌려야 합니다. 특히 최근 방향을 보면, 공대에 열광하는 중국과 의대에 몰리는 우리나라가 대비됩니다. 빠른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대 진학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AI 혁명 시대에는 결국 사람의 머리에서 나오는 엔지니어링이 중요한데, 최고의 인재들이 모두 의대에만 몰리는 상황에서 우리가 AI 혁명의 기회를 어떻게 잡을지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다시 투자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저는 올 하반기는 조심하자는 입장이고, 9월까지 변동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변동성 속에서 주식 비중을 줄이자는 것이 지금 상황의 결론은 아닙니다. 오히려 조정이 왔을 때 그동안 주도하던 기업들을 용기 있게 매수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조정 시 매수 전략을 잘 활용하면 연말이나 내년 시장에서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 흘러가는 기술 흐름과 AI라는 기술이 어느 정도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지 잘 파악해야 합니다. 기술 사이클을 보면 주도주가 계속 바뀝니다. 처음에는 인프라 쪽에 집중되다가, 결국 디바이스와 소프트웨어 쪽으로 내려옵니다. 이런 사이클 산업을 공부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작년에 낸 책 『AI 혁명 투자』는 사이클 초입에서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담았고, 올해 나온 책은 사이클의 변곡점에서 어떻게 투자할지에 대해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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