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종훈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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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과도한 부채 급증은 버블 붕괴와 장기 불황을 부르며, 현재 세계와 한국의 부채 증가 속도도 위험 신호다. [일본 버블과 장기 불황] - 1980년대 후반 일본은 부동산·주식 버블과 감세·확장 재정, 저금리로 부채를 키웠다. -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은 20년 넘는 장기 불황을 겪고 있다. - 1990년대 미야자와 내각도 1980년대와 같은 대규모 감세와 국채 발행을 반복했다. - 일본 정부부채 비율은 1980년 190%에서 1990년 275%로 급등했다. [미국 2008년 금융위기] - 미국 총부채 비율은 2000년 180%에서 2008년 230%로 뛰었다. - 부채가 급증한 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부채 증가 속도의 중요성] - 루치르 샤르마 연구: 위기를 겪은 나라들은 공통적으로 민간부채 비율이 급등했다. - 태국은 1992년 민간부채 비율이 GDP 98%였고, 이후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를 겪었다. - IMF 분석: 5년간 GDP 대비 민간부채가 30% 이상 빠르게 늘어난 국가들에서 금융위기 확률이 높아진다. - 위기 이후에는 5년간 GDP 성장률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 타격을 받는다. [세계·중국·한국 부채 현황] - IMF 집계: 2010년 세계 총부채 164조 4천억 달러, 2007년 115조 9천억 달러에서 크게 증가했다. - 미국과 중국이 부채 문제가 가장 심각한 국가로 지목됐다. - 중국 총부채는 2007년 25조 5천억 달러에서 약 5배 증가했다. - 중국의 부채 증가 가속도는 위기 임계치인 40%포인트를 훨씬 넘는 75%포인트 수준이라고 제시했다. - 한국 총부채 비율은 2006년 183%에서 2016년 232%로 올랐고, 가계부채 증가가 두드러진다. [결론 및 리스크] - 부채가 감당 한계에 도달하면 증가 속도가 정체되고, 자산가격 하락이 시작된다. - 부채로 끌어올린 자산 가격이 하락 전환하면 빚을 내 산 투자자가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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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장기 불황 이전의 거품 시대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국민 여배우로 불리는 히로스의 고가 시간을 되돌려서, 일본 부동산 버블이 터지기 직전으로 돌아가 일본의 장기 불황을 막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술집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어머니가 자신의 남자친구와 200만 엔 때문에 도망갔던 과거가 나오고, 절망 속에서 쫓기던 어머니는 동경대학교 동창이자 재무성 관리인 사람을 만납니다. 그 사람은 마유미가 일본의 빚을 해결해 주면 어머니를 살려주겠다고 제안합니다.
마유미가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1980년대 버블 경기 시절의 일본은 풍요의 시대로 그려집니다. 우연히 파티가 열린 장소에 갔다가 택시비는 물론 200만 엔의 경품까지 받게 되죠. 일본의 버블이 꺼지기 직전 일본 경제를 살리면서 현재가 완전히 바뀌고, 일본은 여전히 1980년대처럼 흥청망청 거품을 즐기며 놀라운 번영을 누리는 것으로 끝납니다.
이 영화처럼 버블을 보면, 당시 경기 부양을 주도했던 관료나 정책 책임자에게 공을 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일본 버블의 진짜 원인은 부동산 규제 정책이나 사상 최고치의 금리 같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경제 위기를 야기한 진짜 원인은 자기 임기 동안 경제가 좋아진 것처럼 보이려고 빚더미로 가짜 호황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1986년 일본의 대장상(재무상)이었던 미야자와 기이치는 "일본 경제가 나쁘지 않았는데도 불안을 극복해야 한다"면서 부유층에 대한 소득세를 깎고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실시했습니다. 그 바람에 국가 부채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본은행에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했습니다. 당시 일본은행은 결국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고, 막대한 재정 지출과 초저금리가 맞물리면서 돈은 넘쳐났습니다. 사람들은 빌린 돈으로 주식과 부동산에 한없이 투자하기 시작했고, 일본의 주가와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거품이 불어나고 있다는 경고가 세계 곳곳에서 나왔지만, 일본인들은 이 경고를 무시했습니다. 빚더미로 만든 가짜 호황에 취한 경제 관리와 언론은 일본이 세계 경제를 이끌 거라고까지 말했습니다. 뒤늦게 지나치다고 판단한 대장성과 일본은행이 대출 총량 규제와 금리 인상을 동시에 단행했지만, 결코 떨어지지 않을 거라 믿던 부동산 가격은 토막 나듯 무너졌습니다. 정부는 무방비 상태에서 뒤늦게 대응했고, 한번 꺼진 버블은 되돌릴 수 없었습니다.
결국 버블이 붕괴한 뒤 일본 경제는 20년이 넘는 장기 불황을 겪고 있습니다. 빚더미를 한껏 부풀려 버블의 씨앗을 심었던 미야자와 기이치는 버블 붕괴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빚더미가 무너질 때 경제 정책 담당자는 경제 위기를 몰고 온 사람으로 손가락질을 받지만, 정작 빚더미를 부풀린 경제 수장은 호황기의 수장으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1990년대 일본 경제 수장으로 복귀한 미야자와는 1980년대와 같은 대규모 감세와 국채 발행을 되풀이했고, 재정 건전성 원칙을 무너뜨렸습니다. 결국 세수 부족을 국채로 메우면서 나중에는 예산의 상당 부분을 국채 이자를 갚는 데 써야 할 정도로 재정 구조가 약화되었습니다.
대중은 당장 눈앞의 경기가 좋으면 정책을 지지하고, 위기는 나중의 일로 여깁니다. 그래서 정치인이나 정부는 자기 임기 동안만 경기를 부양하는 전략을 택하기 쉽습니다. 큰 빚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빚을 부풀려서라도 경기를 띄우려는 경향이 생기죠. 그렇게 위기는 당장 닥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위험 수위는 높아집니다.
문제는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빚이 훨씬 빠르게 불어나는 순간입니다. 특히 GDP 대비 부채비율이 급격히 상승하는지를 주의 깊게 봐야 합니다. 일본의 정부 부채 비율은 1980년 190%에서 1990년 275%로 무려 85%포인트나 급증했습니다. 부채가 빠른 속도로 불어난 뒤 결국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미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00년 미국의 총부채 비율은 180%에 불과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230%로 뛰어올랐습니다. 세계 최고의 금융 강국을 자부했던 미국도 결국 금융위기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현재 빚이 얼마나 많은지에 관심을 갖고, 국가 간에 비교해 부채 비율이 높은 나라가 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부채의 절대치보다 최근 빚이 얼마나 빠르게 증가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모건스탠리 신흥시장 총괄 대표인 루치르 샤르마와 그의 팀은 1960년 이후 150개 나라의 민간부채 비율 변화와 경제 위기의 관계를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경제 위기를 겪은 나라들은 하나같이 5년 동안 민간부채 비율이 지나치게 급등했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샤르마는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진원지가 된 태국을 대표 사례로 꼽았습니다. 1992년 태국의 민간부채 비율은 GDP의 98% 정도였지만, 태국은 유례없이 빠른 성장에 취해 부채 위험성을 간과했다가 치명적인 경제 위기를 겪었습니다. 샤르마 팀이 분석한 나라들 가운데 5년 동안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이 최소 40%포인트 높아진 30개 나라 중 18개 나라가 5년 안에 금융위기를 겪었습니다. 일단 부채 위기가 시작되면 5년 동안 GDP 성장률이 절반 이상 줄어들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IMF도 부채의 증가 속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IMF는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이 5년 동안 30%포인트 이상 빠르게 증가한 43개국을 분석했는데, 그중 38개국이 금융위기를 겪었다고 합니다.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이 1%포인트 오를 때마다 그 나라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확률이 0.4%씩 높아진다는 것이죠. 결국 과거 5년 동안의 부채 증가 속도를 보는 것이 강력한 경고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지금 세계 전체의 부채 증가 속도가 전례 없이 빠르다는 점입니다. 2018년 당시 IMF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세계 부채의 가파른 증가가 잠재적인 위험 요소이고 앞으로 성장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며, 비 오는 날을 대비해 지금 바로 부채 증가 속도를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IMF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세계 190개 나라의 정부, 가계, 기업 부채를 합친 총부채 규모는 164조 4천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2007년 세계 총부채 115조 9천억 달러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입니다. 특히 재정 부담이 가장 심각한 나라로 미국과 중국을 꼽았습니다. 미국은 감세와 재정 지출로 부채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데도 필요한 정책을 미루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중국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합니다. 중국의 부채는 2007년 약 25조 5천억 달러에서 2016년 무려 5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2007년부터 9년 동안 전 세계 부채 증가액 가운데 43%가 중국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2012년 이후 5년 동안 중국의 부채 증가 속도는 샤르마가 제시한 위기 기준인 40%포인트를 훨씬 넘는 75%포인트를 넘어섰습니다. 2008년 이후 지속된 중국의 고성장은 이처럼 빠른 부채 증가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순간이 오면, 중국은 그동안 이뤄 낸 성장의 상당 부분을 한꺼번에 잃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IMF는 2016년 말 우리나라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을 232%로 집계했는데, 2006년 183%에서 무려 49%포인트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특히 가계부채가 크게 늘었는데, 부동산 담보대출이 확대되면서 가계 빚이 급증한 것이 원인입니다. 빚이 이처럼 빠르게 늘어나는 시기는 오히려 위험의 신호입니다. 빚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면, 빚이 증가하는 속도는 정체되거나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빚으로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던 곳에서는 새로운 자금이 공급되지 않게 되고, 그렇게 오르던 자산 가격은 하락으로 급전환합니다. 빚을 내서 집을 샀던 사람들은 그때 가장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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