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경제명탐정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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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컷 럼너 분석 기반으로 8월 하반기는 기업 실적 상향·자사주 매입(약 1조 달러 승인)·패시브 자금 유입·변동성 하락에 따른 규칙형 재매수 등으로 매수 여력이 많다고 설명. 반면 이 매수 여력이 8월에 집중 소진되어 9월은 어려울 수 있다는 논지. 옵션 시장에서 개인은 보험(풋)을 더 사는 등 확신이 약하다고 봄. 2~3주 내 매수세 소진 가능성을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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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경제 명탐정입니다. 8월 초 코스피가 이리저리 많이 흔들리다가 이제 조금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습니다. 8월이 절반 지났는데, 과연 8월 하반기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이 질문에 답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스컷 럼너입니다. 월가에서 20년 동안 수급을 봐 온 사람이고, 쪽지계로 통하는 사람입니다. 럼너는 8월 하반기는 정말 좋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9월은 정반대로 말했습니다. 단 2~3주 사이에 상황이 달라진다는 것인데, 어떤 근거로 그렇게 말한 걸까요? 이 사람이 왜 8월 하반기를 좋게 봤고, 9월은 왜 어렵다고 했는지 알고 나면 지금 시장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정리가 될 겁니다. 끝까지 따라와 주세요.
수급은 수요와 공급을 줄인 말입니다. 주식을 사겠다는 사람이 수요이고, 팔겠다는 사람이 공급입니다. 그러니까 수급을 본다는 건 지금 사겠다는 사람이 많은지, 팔겠다는 사람이 많은지를 센다는 뜻입니다. 럼너는 이 수급을 읽은 경력만 20년이 넘습니다.
그러면 수급을 읽는다는 게 무슨 말일까요? 앞으로 주식시장에 들어올 돈을 미리 계산한다는 뜻입니다. 기업이 자기 주식을 언제부터 살 수 있는지, 매달 정립식으로 들어오는 돈이 얼마인지, 규칙 때문에 팔아야 했던 물량이 얼마나 남았는지. 이런 것들은 날짜와 금액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럼너가 내놓는 것은 예측이라기보다 계산에 가깝습니다.
럼너는 8월에 보고서를 하나 냈습니다. 그 첫머리에 이런 문장이 적혀 있는데, 흥미롭습니다. 사람들이 늘 물어보는 질문은 똑같다는 겁니다. "What can go wrong?", 즉 뭐가 잘못될 수 있냐는 것입니다. 리스크가 뭔지를 묻는 거죠. 그런데 럼너는 이 질문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Who becomes a buyer higher?", 즉 누가 더 비싸게 사 줄 수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럼너의 말은 지금 더 비싸게 사 줄 대기 자금이 많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비싸면 사기 무서워하는데 말이죠.
럼너가 이런 말을 한 근거는 여섯 가지입니다. 하나씩 따라가 보겠습니다.
**첫째, 실적입니다.** 미국 기업들이 2분기 실적을 내놨습니다. S&P 500에 들어 있는 회사는 503곳인데, 그중 429곳이 발표를 마쳤습니다. 지수 비중으로 따지면 74%입니다. 실적 시즌이 사실상 끝났다는 뜻입니다. 그 결과를 모아 보니 2분기 이익 증가율이 33% 정도로 나왔습니다. 경기 침체 직후 회복기를 빼면 이런 속도는 잘 나오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건 애널리스트들의 컨센서스 상향입니다. 애널리스트들은 어떤 회사가 앞으로 얼마를 벌지 미리 계산해 숫자로 내놓습니다. 그 숫자가 컨센서스입니다. 그 컨센서스를 상향했다는 겁니다. 회사들이 이미 자기 계산보다 많이 벌었으니, 다음 분기 계산도 같이 올려잡은 것입니다. 한 번 넘기면 한 칸 올리고, 또 넘기면 또 한 칸 올리는 식입니다. 그런데 지금 그 계단이 2000년 이후 26년 가운데 가장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고 합니다.
요즘 AI 주식들이 실적이 좋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실적 개선이 골고루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미국 주식에 관심 있는 분들은 이렇게 물으실 겁니다. "실적이 좋은 만큼 이미 주가도 다 올랐잖아?" 럼너는 이 질문에도 답했습니다. 주가는 올랐지만, 주가가 비싼지 싼지를 재는 배수는 내려갔다는 겁니다.
이걸 이해하려면 선행 PER을 알아야 합니다. 앞으로 1년 동안 그 회사가 벌 이익 대비 지금 주가가 몇 배인지를 재는 숫자입니다. 가게 하나를 생각하면 쉽습니다. 1년에 1억 원을 버는 가게를 10억 원에 사면 10배를 주고 산 겁니다. 그런데 그 가게가 1년에 2억 원을 벌기 시작하면, 같은 10억 원을 줘도 다섯 배가 됩니다. 가게가 더 벌면 같은 돈을 줘도 배수는 내려갑니다.
지금 미국 시장이 바로 그 상태입니다. S&P 500의 선행 PER은 20.1배인데, 작년 10월에는 23.1배였습니다. 지수는 그때보다 훨씬 위에 있는데 배수는 15% 가까이 깎였습니다. 이익 추정치가 주가보다 빨리 올라가니 나누는 쪽이 커져서 배수가 내려간 겁니다. 500개 회사를 크기와 상관없이 같은 비중으로 담은 동일가중 방식으로 보면 17.1배까지 내려갑니다. 덩치 큰 몇 개를 빼고 보면 더 낮다는 뜻입니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주가가 올라도 배수가 같이 오르지 않으면, 새로 들어가는 사람의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겁니다. 작년 10월에 들어간 사람보다 지금 들어가는 사람이 오히려 이익을 더 싸게 사는 셈입니다. 지금의 신고가는 더 비싸게 주고 만든 게 아니라, 벌 돈이 늘어난 만큼 따라 올라간 것입니다.
**둘째, 자사주 매입입니다.** 실적 발표가 끝나는 순간 처지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기업들이 자기 회사 주식을 1조 달러 넘게 사기로 승인해 놨습니다. 우리 돈으로 1,300조 원이 넘는 규모입니다. 우리나라가 1년 동안 수출해서 버는 돈이 7,000억 달러 안팎인데, 미국 기업들이 자기 주식을 사겠다고 잡아 둔 돈이 그보다 큽니다. 이 시점 기준으로는 역대 가장 큰 금액입니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가 시장에서 자기 주식을 사서 없애는 것입니다. 주식 수가 줄면 회사가 버는 이익은 같아도 한 주가 가져가는 몫이 늘어납니다. 회사가 번 돈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걸 아무 때나 할 수는 없습니다. 실적 발표 시즌이 되면 미국 회사들은 자사주 매입을 스스로 멈춥니다. 회사 안 사람들은 실적을 미리 알고 있으니, 그 상태에서 자기 주식을 사면 미리 알고 산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발표 앞뒤로 몇 주 동안 매수가 통째로 사라집니다. 발표가 끝나면 묶어 둔 걸 한꺼번에 풀게 됩니다. 앞에서 429곳이 발표를 마쳤다고 했으니, 지금 그 문이 한꺼번에 열리고 있는 겁니다. 게다가 8월은 원래 자사주 매입 집행이 몰리는 달 가운데 하나입니다.
더 중요한 건 그 돈이 어디로 가느냐입니다. 올해 승인된 큰 금액들을 보면 70% 가까이가 기술주 밖에서 나왔습니다. 반도체나 빅테크가 아닌 다른 회사들이 자기 주식을 사겠다고 한 겁니다. 그래서 이 돈은 몇 개 큰 종목에만 가는 게 아니라 평범한 종목들에까지 흘러갑니다.
또 하나, 회사가 자사주를 살 때는 담당자가 오늘 시장이 좋은지 나쁜지를 보지 않습니다. 이만큼을 며칠에 걸쳐 사라는 지시가 내려오면 그대로 집행합니다. 주가가 빠지는 날에도 이쪽 매수는 똑같이 들어온다는 뜻입니다. 팔려는 사람이 나와도 물량을 받아 주는 쪽이 하나 생기는 겁니다.
이것이 주가까지 어떻게 닿는지 이어 보겠습니다.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서 없애면 시장에 도는 주식 수가 줄어듭니다. 주식 수가 줄면 파는 사람이 같은 물량을 내놓아도 받아 줄 물량이 상대적으로 커집니다. 그래서 같은 매도가 나와도 주가가 덜 밀립니다. 여기에 주주 몫까지 늘어나니, 앞에서 본 배수가 한 번 더 내려가는 겁니다. 실적이 좋아서 배수가 깎였다고 했는데, 자사주 매입은 그 배수를 한 번 더 끌어내립니다.
**셋째, 개인의 정기 매수입니다.** 미국에서는 은퇴 계좌나 정립식으로 ETF를 사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이처럼 지수를 그대로 따라 사는 돈을 패시브 자금이라고 부릅니다. 어떤 종목이 좋아 보여서 고르는 게 아니라, 지수에 든 500개를 통째로 사는 방식입니다. 이 돈이 누적으로 1조 6,000억 달러 정도 들어왔습니다. 하루로 나누면 75억 달러입니다. 종전 기록보다 55% 빠른 속도입니다. 특히 7월 한 달에만 3,500억 달러 가까이 들어왔는데, 올해 기준으로 역대 가장 큰 금액입니다.
이 돈이 무서운 이유는 시장이 비싼지 싼지를 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월급날이 되면 자동으로 들어오니, 뉴스가 좋든 나쁘든 매수는 끊기지 않습니다. 지수가 빠지는 날에도 이 돈은 똑같이 들어와 500개를 삽니다. 하루 75억 달러라는 건, 미국 장이 열려 있는 내내 이 주문이 초 단위로 꽂히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주문은 뉴스를 보지 않습니다.
직접 사고파는 개인도 있습니다. 6월 말에는 개인이 파는 쪽이었습니다. 그런데 럼너가 집계해 보니 그 매도가 멈췄고, 최근에는 다시 사는 쪽으로 넘어갔습니다. 팔던 사람들이 돌아왔다는 뜻입니다.
**넷째,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돈입니다.** 시장에는 사람이 판단해서 사고파는 돈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정해진 규칙대로 물량을 조절하는 돈도 있습니다. 운용사가 미리 규칙을 정해 둡니다. 주가가 하루에 이만큼 넘게 출렁이기 시작하면 주식 비중을 몇 퍼센트로 줄인다, 이런 식입니다. 담당자가 아침에 나와서 오늘은 팔까 말까 고민하는 게 아니라, 숫자가 기준을 넘으면 프로그램이 알아서 물량을 내놓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이 기준으로 삼는 것이 변동성입니다. 변동성이 커지면 규칙상 물량을 줄이게 돼 있습니다. 위험이 커졌으니 짊어진 걸 덜어내라는 규칙입니다. 이것을 디레버리징, 즉 레버리지를 줄이는 과정이라고 부릅니다.
이 매도가 무서운 이유는 감정과 상관없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회사가 좋은지 나쁜지를 따지지 않습니다. 흔들림이 커졌으니 줄이라는 규칙이 발동하고, 그러면 좋은 종목도 같이 팔립니다. 실적이 멀쩡한 회사 주식이 이유 없이 같이 빠지는 날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럼너가 근거로 든 숫자 중에는 레버리지 ETF에 든 돈도 있습니다. 두 배로 움직이는 상품 같은 것들입니다. 시장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줄어드는 돈인데, 이미 충분히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규칙에 걸려서 팔아야 할 물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방향이 바뀝니다. 같은 규칙이 반대로도 작동합니다. 변동성이 내려가면 위험이 줄었다고 판정하고 다시 담습니다. 이것을 리레버리징이라고 합니다. 럼너가 "다음에 크게 움직이는 건 파는 쪽이 아니라 담는 쪽일 수 있다"고 한 것이 이 얘기입니다.
다만 이 돈에는 조건이 하나 붙어 있습니다. 변동성이 실제로 내려가야 움직입니다. 사람이 마음먹는 게 아니라, 숫자가 내려가야 자동으로 켜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 변동성이 정말 내려갔는지를 봐야 하는데, 이것은 지수만 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종목 하나하나를 봐야 합니다.
**다섯째, 지수는 신고가인데 내 종목만 빠지는 이유입니다.** 구독자 여러분이 가장 많이 하시는 질문이 바로 이것일 겁니다. 올해 숫자에 그 답이 그대로 나와 있습니다. 올해 미국에서 반도체 지수가 3% 넘게 빠진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날 S&P 500은 평균 0.8%밖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같은 상황에서 지수는 평균 2.4% 빠졌습니다. 지수가 잘 버틴 것입니다.
더 이상한 건 소프트웨어 종목들입니다. 반도체가 3% 넘게 빠진 날 소프트웨어는 평균적으로 올랐습니다. 2001년 이후 이런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어떤 종목이 크게 빠지는 날 다른 종목이 오르면, 지수 안에서 서로 상쇄됩니다. 그러면 지수는 조금만 움직입니다. 지수가 멀쩡한 건 시장이 안전해서가 아니라, 종목들이 서로 따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재는 숫자가 두 개 있습니다. VIX와 VIX 1 (종목 기준 변동성)입니다. 이름이 조금 어렵지만, 배 한 척을 떠올리면 됩니다. 파도 위에 큰 배가 떠 있습니다. 그 배가 S&P 500 지수이고, 배 위에 탄 사람들이 지수에 든 500개 종목입니다. 사람들이 각자 움직인다고 해 봅시다. 한쪽에서 열 명이 왼쪽으로 걸어갈 때 다른 쪽에서 열 명이 오른쪽으로 걸어가면, 두 힘이 서로 밀어서 배는 별로 기울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는데 배는 조용합니다.
반대로 사람들이 다 같이 한쪽으로 몰리면 배가 확 기웁니다. 우리가 폭락장이라고 부르는 날이 그런 날입니다. 배가 얼마나 기우는지를 재는 것이 VIX이고, 사람들이 각자 얼마나 움직이는지를 모두 합친 것이 종목 기준 변동성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VIX는 지수 옵션 가격으로 계산한 향후 30일 예상 변동성이고, 종목 기준 변동성은 지수에 든 종목 하나하나의 옵션 가격으로 계산해 합친 값입니다. 하나는 배를, 하나는 사람을 재는 것입니다.
이 둘을 같이 보는 이유는, 두 숫자의 차이를 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따로 움직이는지가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는데 배는 조용하면, 종목 기준 변동성은 높은데 VIX는 낮아서 차이가 크게 벌어집니다. 이것이 바로 "지수는 신고가인데 내 종목만 빠지는" 상태입니다. 반대로 차이가 좁혀지면, 사람들이 다시 같은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올해 구독자 여러분이 겪은 것이 바로 앞쪽입니다. 뉴스에서는 매일 사상 최고가라고 하는데, 내 계좌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배는 잘 떠 있는데 내가 서 있던 쪽만 계속 흔들린 겁니다. 답답한 게 당연합니다.
그리고 최근에 그 차이가 좁혀졌습니다. 그것도 빠르게요. 기록적으로 벌어져 있던 차이가 몇 주 만에 줄었습니다.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한 번만 따라와 주세요. 반도체 쪽 숫자를 따로 보면 더 뚜렷합니다. 반도체 지수에서 덩치가 가장 큰 열 개 종목의 3개월 내재 변동성이 이번 달에만 20포인트 가까이 내려왔습니다. 내재 변동성은 옵션 가격 안에 들어 있는 숫자인데, 앞으로 이 정도는 출렁일 것이라는 사람들의 계산이 거기 담겨 있습니다. 그 숫자가 20포인트 내려왔다는 건, 반도체가 예전만큼 무섭게 움직이지는 않을 거라고 보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앞에서 규칙대로 움직이는 돈은 변동성이 내려가야 다시 담는다고 했습니다. 그 조건이 지금 켜지고 있는 겁니다. 넷째 이유의 조건이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대목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다른 돈은 사람이 마음을 먹어야 움직입니다. 개인이 사겠다고 결심해야 하고, 기관이 승인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돈은 숫자가 기준 아래로 내려가면 그냥 매수 버튼이 눌러집니다. 누가 결심하지 않아도 켜지는 매수입니다. 그래서 변동성이 내려간다는 것은 시장이 그냥 조용해졌다는 뜻이 아니라, 사 줄 사람이 한 명 더 줄에 선다는 뜻입니다.
**여섯째, 옵션 시장입니다.** 럼너가 가장 주목하고 있다고 밝힌 대목입니다. 옵션 이야기는 두 단어만 알면 됩니다. 풋옵션과 콜옵션입니다.
풋옵션은 주가가 떨어질 때 손해를 덜어 주는 계약입니다. 자동차 보험과 같습니다. 사고가 안 나도 보험료는 나가지만, 사고가 나면 그 돈이 돌아옵니다. 예를 들어 1,000만 원어치 주식을 갖고 있는데 크게 빠질까 걱정된다면, 몇십만 원을 내고 풋옵션을 사 둡니다. 정말 주가가 크게 빠지면 손해 상당 부분을 메워 줍니다. 안 빠지면 그 몇십만 원은 사라집니다.
콜옵션은 반대입니다. 집을 살 때 가계약금을 거는 것과 비슷합니다. 마음에 드는 집이 있으면 이 가격에 사겠다고 돈을 조금 걸어 둡니다. 나중에 집값이 올라도 걸어 둔 가격에 살 수 있으니 이득입니다. 콜옵션이 바로 그것입니다. 오를 것 같을 때 미리 걸어 두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원래 오르는 것보다 떨어지는 것을 훨씬 무서워합니다. 그래서 떨어지는 쪽 보험료가 오르는 쪽 계약금보다 늘 비쌌습니다. 이 가격 차이를 스큐라고 부릅니다. 왜 떨어지는 쪽이 항상 비쌌을까요? 주식은 오를 때는 몇 달에 걸쳐 조금씩 오르는데, 빠질 때는 며칠 만에 확 빠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락에 대비하는 보험이 더 급하게 필요하고, 더 비싸게 팔릴 수밖에 없습니다. 수십 년 동안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차이가 2025년 1월 이후 가장 평평해졌습니다. 보험료는 무서운 사람이 내는 돈입니다. 그 보험료가 싸졌다는 건, 무서워하는 사람이 줄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습니다. S&P 500 종목 중 35%는 아예 뒤집혔습니다. 오르는 쪽 계약금이 떨어지는 쪽 보험료보다 비싸진 겁니다. 셋 중 하나꼴이고, 이런 비중은 역대 최고라고 합니다. 오르는 쪽에 거는 돈이 더 비싸졌다는 건, 지금 집값이 더 오를까 봐 미리 잡아 두고 있다는 뜻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오르는 쪽이 더 비싸지는 건 잘 나오지 않는 일입니다. 수십 년 동안은 반대였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셋 중 하나에서 그 일이 벌어지고 있고, 기록으로 남은 것 가운데 가장 많습니다.
거래량도 같은 방향입니다. 8월 4일 하루에 S&P 500 콜옵션 거래가 역대 가장 많았습니다. 1년 평균의 두 배 가까이 되었고, 그전 기록이었던 5월보다도 10% 많았습니다. 7월 30일부터 8월 5일까지는 옵션 거래 역사상 콜옵션이 가장 많이 거래된 기간이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예전에 옵션에 붙는 돈은 대부분 떨어질 때를 대비한 보험이었습니다. 지금은 오를 때 벌려고 미리 걸어 두는 돈이 더 비싸졌습니다.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것이 바뀌었습니다. 손해 볼까 봐가 아니라, 못 살까 봐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옵션을 봐야 할까요? 주식은 그냥 사면 끝입니다. 오르든 내리든 계좌에 넣어 두면 됩니다. 하지만 옵션은 언제까지 얼마에 사겠다는 조건을 붙여서 돈을 거는 것입니다. 기한이 지나면 그 돈은 사라집니다. 그래서 옵션에 돈을 거는 사람은, 언제쯤 얼마나 움직일지를 이미 머릿속으로 정해 놓은 사람입니다. 옵션 가격을 보면 사람들의 생각이 주식보다 먼저 드러납니다. 럼너가 이것을 가장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여기까지가 8월 하반기입니다. 사 줄 사람의 줄이 여섯 개 다 나왔습니다. 그런데 럼너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9월은 다른 이야기가 될 거라고 못 박았습니다.
이유는 이 여섯 줄을 다시 보면 공통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부 8월 안에 순서가 오는 줄이라는 겁니다.
자사주 매입은 실적 발표가 끝난 지금 집행됩니다. 규칙대로 담는 물량은 변동성이 내려간 지금 들어갑니다. 오르는 쪽에 거는 돈도 이미 기록적으로 붙었습니다. 8월에 이 돈들이 다 들어가 버리면, 9월에는 무엇으로 사게 될까요? 8월 하반기에 이런 돈이 들어올수록, 9월에 남아 있을 매수 여력은 그만큼 줄어듭니다. 럼너가 짚은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이상한 것이 하나 나옵니다. 조금 전에 사람들이 떨어질 걱정을 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보험은 안 들고, 오를 쪽에만 잔뜩 걸어 놨다고요. 그런데 기관을 빼고 개인만 따로 떼어 보면 정반대입니다. 같은 개인이 옵션에서는 4월 이후 처음으로 파는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지수를 추종하는 ETF 옵션 거래량은 월평균의 3.1배로 역대 최고인데, 그 안에서 하락에 대비해 낸 돈은 하루 평균 2,900만 달러입니다. 1년 평균의 여덟 배입니다. 개인이 보험을 정말 많이 사고 있다는 뜻입니다.
앞에서 본 것은 시장 전체의 가격이었습니다. 이것은 개인만 따로 센 것입니다. 시장 전체로는 보험료가 싸졌는데, 개인은 싸진 보험을 오히려 더 많이 사고 있습니다. 주식은 사긴 샀는데, 확신이 붙지 않은 상태라는 겁니다. 한 손으로는 사고 다른 한 손으로는 보험을 드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주식시장이 조금만 흔들려도 팔고 나갈 수 있습니다.
럼너가 9월에 대해 한 말도 이것입니다. 계절적으로 9월은 원래 어려운 달이고, 그때쯤이면 사람들이 이미 살 만큼 사 둔 상태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럼너가 8월 하반기와 9월을 갈라서 말한 것은, 시장이 오를지 내릴지를 맞히려는 게 아닙니다. 사 줄 사람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세어 본 것입니다. "뭐가 잘못될 수 있나"가 아니라, "누가 더 비싸게 사 주나"라는 질문으로 세워 보니, 8월 하반기에는 여섯 줄이 줄지어 서 있었다는 겁니다. 이걸 8월 31일이냐 9월 1일이냐는 날짜의 문제로만 보면 안 됩니다.
매수세가 어느 순간 줄어들고, 이후 시장이 흔들리면 개인이 던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2~3주 안에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다시 한번 정리하겠습니다.
첫째, 미국 회사들이 예상보다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그래서 주가가 올랐는데도 배수는 오히려 내려갔습니다.
둘째, 그 회사들이 자기 주식을 1,300조 원어치 사겠다고 승인해 놨습니다. 자사주 매입의 문이 지금 막 열렸습니다.
셋째, 미국 사람들의 월급에서 매달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하루 75억 달러씩 주식을 사고 있습니다.
넷째, 흔들릴 때 규칙 때문에 팔아야 했던 프로그램들은 팔 만큼 이미 다 팔았습니다. 종목들이 각자 놀던 것도 잦아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프로그램들이 다시 살 조건이 켜졌습니다.
다섯째, 사람들이 떨어질까 봐 드는 보험보다 오를 때 벌려고 거는 돈에 더 많이 붙고 있습니다.
이 여섯 가지가 모두 8월 안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래서 8월 하반기는 사 줄 사람이 줄을 서 있다는 것이고, 9월은 그 줄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가 문제라는 것입니다.
시장을 맞히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누가 사고 있는지는 셀 수 있습니다. 세어 보고 들어가는 것과 느낌으로 들어가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오늘 내용이 조금 어려웠을 겁니다. 그래도 시장은 아는 만큼 보입니다. 최근 몇 달 겪어 보셨으니, 회사 실적만으로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다들 느끼셨을 겁니다. 차트도 조금씩 공부하고, 오늘 같은 수급도 함께 공부하면서 시장을 보시면, 분명 더 나은 투자자가 되어 있을 거라 믿습니다. 오늘 영상을 끝까지 차분하게 봐 주신 구독자 여러분께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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