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태민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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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화폐가치 하락 헤지 자산이며 금을 넘어설 것이라 주장. 사이클상 2026년은 비트코인에 나쁘지만 기관 유입·CLARITY법·토큰화 등 제도 진전으로 17만~15만 달러 전망도 있다고 언급. 현재 9만3천 달러는 아직 바닥이 다져지지 않았다는 입장.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국채 수요를 만들며 한국 통화주권을 약화시키고, 국내 금산분리 완화 필요를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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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희망의 해'인가
올해가 비트코인을 이야기하는 사람에게는 난감한 해가 됐습니다. 사이클상으로는 나쁘다는 이야기를 분명히 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굉장히 기대할 만한 해가 됐거든요. 사이클상으로는 안 좋은 해지만, 오히려 기회가 오는 해라고 저는 봅니다. 그래서 제가 찾은 탈출구는 이겁니다. 비트코인의 사이클상으로는 안 좋은 해이지만, 이더리움에게는 찬스가 오는 해입니다. 이더리움이 이 찬스를 잡는다면 비트코인도 끌고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죠.
가상자산 투자, 사기인가 기회인가
가상자산에 투자해야 하느냐, 하지 말아야 하느냐는 의견이 분분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거 다 사기 아니냐", "너도 조심해라"라는 말까지 합니다. 모든 투자는 위험성이 있고, 특히 가상자산 쪽에는 사기도 많아서 조심은 해야 합니다. 다만 저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검증된 자산에 한정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돈의 가치는 계속 떨어진다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달리 보면 화폐 가치가 그만큼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확실한 게 별로 없지만, 확실한 것 하나를 꼽으라면 돈의 가치는 계속 떨어진다는 겁니다. 어렸을 때 사 먹었던 새우깡이 100원 단위였는데, 지금은 몇 천 원 하죠. 라면도 마찬가지고요. 이보다 확실한 진실은 없습니다. 앞으로도 원화든 달러든 가치는 떨어질 겁니다.
부동산은 입지를 잘 선정하는 안목이, 주식은 기업을 보는 안목이 있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비트코인이 올라간다기보다는 원화나 달러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보는 게 맞는 거죠. 그래서 저는 비트코인은 무조건 사는 게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식인의 돈'이라는 말의 의미
비트코인을 '지식인의 돈'이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11년 전부터 주변에 권해 봤지만 오랫동안 보유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는 걸 느꼈기 때문입니다. 주변에서는 비트코인에 부정적인 시선이 많고, 가격도 크게 변동하니까요. 그런데 끝까지 지키는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깊이 탐구한 사람들입니다. 비트코인을 공부하려면 비트코인만 알아서는 안 되고, 경제학, 사회학, 공학의 기초까지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하거든요. 그런 공부를 할 줄 아는 지식 근로자들을 두고 그런 표현을 쓴 겁니다. 물론 그런 사람만 투자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깊이 공부한 사람이 투자하면 오랫동안 지킬 수 있으니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비트코인은 왜 '디지털 금'인가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고 부르는 가장 널리 알려진 별명이 있습니다. 금과 비트코인의 공통점은 '희소성'입니다. 금은 땅속 매장량이 제한되어 있어 역사적으로 희소한 금속이기에 금이 된 것이고, 비트코인은 수학적으로 희소하게 만들어졌기에 디지털 금이라 불립니다. 희소하다고 해서 무조건 가격이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희소하면서 자산을 보관(파킹)해 둘 대상으로 삼기 좋은 속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금과 비트코인 모두 안전 자산으로 볼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금을 넘어설까
저 같은 강세론자들은 비트코인이 금을 반드시 넘어설 거라고 봅니다. 역사성, 즉 인류가 아주 오랫동안 믿어왔다는 점을 빼면 비트코인은 금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합니다. 16~17세기 스페인이나 19세기 미국에서 대량의 금광이 발견되었던 것처럼, 새로운 금광이 발견되면 금값은 떨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그럴 위험이 없습니다. 금값이 오르면 채굴이 늘어나지만, 비트코인은 생산량이 이미 정해져 있어서 가격이 올라도 공급이 늘지 않습니다.
물론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금을 넘어서려면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금융기관들이 비트코인을 금처럼 보유하는 것이죠. 지금 그런 움직임이 조금씩 시작되고 있습니다. 금도 일반인보다 중앙은행이 2, 30%를 보유하고 있고, 실물은 대부분 런던 등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금의 시가총액에 도전하려면 국가나 기관의 전략 자산이 되어야 가능하겠죠. 그렇게 되면 그때는 진짜 믿을 만한 자산이 되겠지만, 그 시점에는 일반 투자자에게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엘살바도르의 사례
이미 일부 국가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했습니다. 엘살바도르가 대표적입니다.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에 법정 화폐 지위를 부여했다가 IMF로부터 강하게 경고를 받아 철회한 것은 아니지만, 이후 그 부분은 강조하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이 쓰이지는 않지만, 관광지에서는 외국인을 중심으로 비트코인 결제가 생활화되어 있습니다. 엘살바도르는 GDP의 약 20%가 미국으로 이민 간 가족들의 송금이라서, 기존 금융망을 통하면 수수료가 많이 듭니다. 이를 아끼려고 비트코인을 채택했고, 달러로 보내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대통령의 결정 이후 관광 수입도 늘었고 여러 면에서 좋아졌다고 합니다.
금값과 비트코인, 왜 극과 극일까
최근 금값은 역사상 최고점을 찍을 만큼 크게 올랐지만, 비트코인은 2025년 말부터 조금씩 떨어져 최고점 대비 2, 30% 낮은 수준입니다. 같이 갈 거라 생각했는데 결과가 극과 극인 이유는 이렇습니다. 미국의 금융 패권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중국을 비롯한 나라들이 금을 모으고 있는 반면, 그런 나라들은 아직 비트코인을 모으지 않고 있습니다. 또 올해 10만 달러 부근에서 이익 실현을 하려던 고래들의 물량이 굉장히 많았던 것도 하락의 원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금의 좋은 점은 횡재한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누군가 금을 가지고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고 구한 것이죠. 반면 비트코인은 15년 전만 해도 거의 헐값이었습니다. 그래서 헐값에 비트코인을 얻은 사람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고, 10만 달러 선에서도 그들에게는 엄청난 이익이라 계속 팔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손바뀜이 일어나야 비트코인도 더 성숙하고 안전한 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 물량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시세와 앞으로의 전망
비트코인은 2025년 10월 12만 6천 달러로 최고가를 찍은 뒤 며칠 만에 9만 달러로 떨어졌습니다. 이후 8만 5천 달러까지 내려갔다가 오르내림을 거듭했고, 2026년 초 다시 9만 달러를 회복했습니다. 이 무렵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사건 이후 갑자기 올랐는데, 인과관계는 확실치 않아도 시점은 맞아떨어졌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이 등을 돌렸던 엡스타인 사건 때는 떨어졌던 것을 보면, 비트코인과 트럼프라는 키워드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9만 3천 달러가 매수 타이밍인지에 대해서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12만 달러까지 갔던 것을 생각하면 9만 3천 달러는 상당히 안정적인 가격대로 올라온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땅이 굳어 있는 상태는 아니라고 느낍니다. 아직 가시적인 것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이른바 크레라 법안이 통과되고, 토큰화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가상자산이 연기금 같은 기관이 담는 자산으로 굳어져야 비트코인도 바닥을 다지고 올라갈 거라고 봅니다.
크레라(CLARITY) 법안은 트럼프 행정부가 비트코인과 가상자산 규제의 명확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한 법안입니다. 현재 상원 통과가 필요한데 아직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여러 알트코인이 증권성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규제가 명확해지면 기업들도 행동에 나설 수 있습니다. 구글, 애플, 삼성, 메타 같은 빅테크들이 암호화폐 시장을 계속 주시하고 있지만, 규제가 불명확해서 주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규제가 명확해지면 빅테크의 행보도 뚜렷해지고, 401K 같은 연기금이 비트코인을 담을 가능성도 커집니다.
JP모건을 비롯한 많은 기관은 올해 비트코인이 최고가를 경신해 15만~17만 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 원인으로 중간선거, 규제 명확성, 토큰화를 꼽고 있습니다. 이 조건들이 갖춰지면 정말 최고가를 갈 수도 있습니다. 앞서 사이클상 올해는 안 좋다고 한 말과는 배치되지만, 그래서 저에게는 올해가 난감한 해입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통화 주권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달러 스테이블코인 투자를 많이 합니다. 통화 주권과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어떻게 보면 배치되는 개념입니다. 우리나라 통화와 관계없는 국제 자산을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게 되면 통화 주권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한국은행의 자율적인 이자율 정책이나 환율 정책이 많이 제약을 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원화 가치를 낮춰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 사실이 알려지면, 국민들은 자신의 원화 가치가 떨어질 것을 알고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옮겨 갑니다. 그러면 한국은행이 원화를 직접 팔지 않아도 원화 가치가 떨어집니다. 50km로 가려고 했는데 100km가 되는 것과 같습니다. 속도를 줄일 때도 마찬가지고요. 국민들이 자국 통화를 주머니에 갖고 있을 때 환율 정책도, 이자율 정책도 먹히는데, 외국 통화를 쉽게 보유할 수 있는 상황이 보편화되면 한국은행의 자율권은 사라집니다.
2010년대 중반 그리스의 긴축 위기 때 그리스인들은 독일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메르켈 총리가 방문했을 때 지식인들이 나가서 항의하던 장면이 남아 있죠. 유럽은 재정 단위는 국가인데 통화 단위는 유럽 전체가 되어버렸습니다. 통화 단위와 재정 단위가 맞지 않으니, 포르투갈, 그리스, 스페인처럼 완화적 정책이 필요할 때 펴지 못했습니다. 그 정책을 막는 쪽이 유로존 운영의 핵심이었고, 그 뒤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행사하던 것이 독일이었기에 화살이 독일로 향했던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갈 수 있는 일이라고 보고, 그 사건 이후 통화 권역을 합치는 일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비트코인이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주권을 가지고 국내 통화 정책을 예전처럼 마음대로 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만 비트코인은 아직 대중적인 자산이 아니어서 큰 영향은 없습니다. 주변에서도 비트코인을 보유한 사람을 보기 어렵고 그 규모도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상황이 다릅니다. 우리나라 공장 지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고, 국민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습니다. 최근 원화 환율이 불안정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원화는 더 불안해지겠죠.
트럼프와 달러 스테이블코인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트럼프가 밀어붙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대세가 될 수밖에 없는지 보면, 여기에 미국의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2024년은 기념비적인 해였습니다. 트럼프가 당선된 해이기도 하지만, 미국이 국채에 지급하는 이자 예산이 국방 예산을 앞질렀습니다. 연구기관들은 2035년쯤으로 예측했는데, 코로나 때 돈을 풀어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이자율을 올리면서 11년이나 앞당겨졌습니다. 이제 미국은 개인으로 치면 카드 돌려막기를 하는 상황입니다. 당장은 괜찮아도 끝이 보이는 구조죠.
미국이 이 상황을 벗어나려면 채권 발행을 줄이거나 세계 경찰 역할을 그만둬야 합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세계 경찰을 그만두는 대신 채권을 더 찍어내기로 하고, 그 완충장치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택했습니다. 전 세계인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쓸수록, 각국이 발행한 국채 대신 미국 국채를 각국 국민이 보유하게 되는 형태가 됩니다. 미국이 제시한 지니어스 법안의 핵심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면 준비금을 달러로 보유하거나 만기 3개월 미만의 미국 국채로만 운용하도록 한 것입니다. 국채 수요를 늘리겠다는 의도가 담긴 셈이죠.
재미있는 점은 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가장 많이 산 사람들이 중국인이라는 것입니다. 중국이 비트코인 거래소를 금지하자, 중국인들은 은행 계좌를 거치지 않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사서 바이낸스 같은 해외 거래소로 보내 비트코인에 투자했습니다. 한편 중국은 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여 왔습니다. 그러니 미국은 국채를 살 곳을 잃은 상황이었죠. 그런데 중국 정부는 미국 국채를 사지 않는데, 중국인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사면서 간접적으로 미국 국채에 투자한 셈이 되었습니다. 미국 엘리트 피터 틸은 이 현상을 보고, 트럼프 임기 동안 이를 크게 확산시키자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국가의 의지이며, 앞으로 더 많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디지털 화폐와 통화 정책
통화 정책이 점점 어려워지는 배경 중 하나가 디지털 화폐입니다. 지난달 상하이에 다녀왔는데, 100원도 안 되는 물건을 살 때도 현금 없이 앱으로만 결제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중국 정부는 디지털 화폐를 굉장히 밀어붙이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나 위안화 스테이블코인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입니다. 케인스주의자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거시 경제에 개입해야 한다고 믿는데, 이들에게 CBDC는 매우 유용한 수단입니다. 지역화폐나 재난지원금에는 사용 기한이 있는데, 이를 경제학에서는 마이너스 이자라고 합니다. 돈을 안 쓰면 썩는 것이죠. 케인스주의자들은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돈을 쓰게 만들어야 하는데, 돈을 썩게 만드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CBDC를 가지고 국민 지갑에 넣어주되 마이너스 이자를 매기면, 사람들은 돈을 쓰게 됩니다.
재정 정책이나 통화 정책을 통해 돈을 쓰게 하는 것과 마이너스 이자율을 통해 쓰게 하는 것은 무엇이 다를까요? 재정 정책이나 통화 정책은 결국 중앙은행이나 재무부의 빚입니다. 그런데 마이너스 이자는 빚이 아닙니다. 그래서 정부 입장에서는 훨씬 좋은 수단입니다. 전 세계 정부들이 CBDC를 관철하려고 노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마이너스 이자에 대한 반대 캠페인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마이너스 이자가 바로 디지털 화폐를 퍼뜨리려는 경제학자들의 의도입니다.
중국처럼 중앙정부의 힘이 강하면 그냥 밀어붙이면 되지 않을까요? 밀어붙일 수 있지만 아직은 과도기입니다. 위챗페이나 알리페이를 쓰고 있죠. 만약 민간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과 중앙은행이 발행한 CBDC가 똑같이 기능하는데, 하나는 마이너스 이자를 붙이거나 사용 한도와 사용처를 정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그런 제약이 없고 오히려 이자를 준다면 사람들은 아무리 중국이라도 정부 돈을 선택하지 않겠죠. 100%는 어렵더라도 유도는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피터 틸이 보고 있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피터 틸의 전략과 중국
피터 틸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퍼뜨리려는 이유는 국채 문제 해결만이 아닙니다. 피터 틸은 팔란티어를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알리고 있는데, 현대 문명이 중국과 대립하고 있다고 봅니다. 중국을 압박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입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퍼져 나갈수록 이를 좋아하는 것은 중국인들입니다. 즉 중국을 중국 인민과 중국 정부로 나눠서 보고, 중국 정부가 중국인에 대해 갖는 통제권을 약화시키려는 것이죠.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그 역할을 크게 할 것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중국은 얼마 전 중앙은행이 가상자산 관련 거래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놨습니다. 중국은 자본 통제를 위해 금융 개방을 하지 않는데, 중국의 부자들은 금, 외국 부동산, 보험 등을 통해 자본을 해외로 빼돌리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강력하고 가장 쉽게 살 수 있는 수단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입니다. 이유도 필요 없이 살 수 있죠. 중국은 세계 최대의 디아스포라 국가로, 전 세계에 중국 네트워크가 퍼져 있습니다. 중국이 무언가를 금지하면 친인척을 동원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나 비트코인을 구해 옵니다. 그러니 금지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게 기회는 있는가
중국인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더 많이 사서 중국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약해지는 것이 한국 경제에 이익일까요? 저는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가 국가 비상 상황에 준한다고 봅니다. 이 상황을 인지하고 통화 주권처럼 정의하기 애매한 개념에 매달리지 말고, 금융 주도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붙잡고 밀어붙인다면 오히려 우리나라가 탄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17년 우리나라 가상자산 불장을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국내 가격 프리미엄이 굉장히 컸는데, 중국이 거래소를 금지하면서 그 돈이 한국으로 흘러들어 왔기 때문입니다. 중국인들이 나쁘게 말하면 자금 세탁을 한 것이고, 한국에 와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샀던 겁니다.
그러면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우리가 어떻게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까요? 적어도 동북아시아에서는 금융 패권을 가져올 수 있다고 봅니다. 그 근거는 바로 우리 삼성 갤럭시입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은행망을 거치지 않고 거래소에서 거래소로 이동하는데, 결국 사람을 통해 이동하고, 그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움직입니다. 전 세계에서 중국 블록을 빼면, 열 명 중 세 명은 갤럭시를 쓰고 세 명은 아이폰을 씁니다. 중국 블록을 합치면 20% 정도지만, 중국 블록 밖에서는 30~40%가량 됩니다. 이 기회를 우리가 놓치지 않고 활용한다면 갤럭시를 통해 금융이 오가게 될 것입니다.
금산분리 완화와 금융 경쟁력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금융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요? 지금 AI와 가상자산의 충격이 굉장히 큽니다. 가상자산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라는 형태로 아주 구체적으로 다가오고 있고, AI는 이미 신입사원 채용문이 좁아지는 형태로 체감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속에서 소소하게 돈을 벌 기회는 많지만, 큰 덩어리의 돈을 벌 수 있는 영역은 AI와 가상자산이라고 봅니다. AI는 우리나라가 최상위권이나 차상위권에 들어가기가 굉장히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가상자산은 마음만 먹으면 퍼스트 티어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금융이 내수 산업에서 글로벌 산업으로 체질을 바꾸려면,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면서 생긴 여러 문제 때문에 만들어진 금산분리 원칙을 IT 기업에게는 일부 예외로 적용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IT 쪽에서 금융 혁신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면, 디지털 리터러시가 높은 한국인들의 특성을 살려 동북아시아에서 금융 패권을 가져올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마지막 말씀은 금산분리를 완화하자는 것입니다.
지금 디지털 혁명 중 가장 큰 것은 모바일 혁명입니다. 은행이 이제 안방을 넘어 침실까지 들어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은행망은 원래 보안망이라 사막이나 정글에는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스타링크 덕분에 사막이나 정글에도 휴대폰이 들어가고, 그 폰에 은행 앱이 깔리면 은행이 침실까지 들어오게 됩니다. 문제는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입니다. 메타, 네이버, 카카오 같은 IT 기반 기업이 은행업으로 가는 것이 빠를까요, 아니면 은행이 IT 기업의 유전자를 가지고 디지털 회사로 바뀌는 것이 빠를까요? 물어보면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IT 기업이 은행업으로 가는 것이 더 빠르죠.
만약 우리나라가 금산분리를 너무 강조해서 네이버, 카카오, 삼성이 금융을 절대 못 하게 한다면, 우리는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그러면 미디어 산업에서 벌어졌던 일이 금융에서도 벌어집니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를 글로벌 플랫폼으로 유통하면서 한국 미디어 기업들이 적응하지 못한 것처럼, 우리나라 금융이 적응하지 못하면 1년 뒤에는 외국 앱을 통해 삼성전자 주식의 토큰을 거래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한국인들이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쓰는 것과 똑같은 구조가 금융에서도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경이 없어진 사회는 굉장히 무섭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법은 우리나라 사람에게만 적용되니까, 이를 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리스크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한양대학교 오태민 교수님과 함께 가상화폐가 가져올 변화, 그리고 국제 정세 속 우리나라의 모습을 살펴봤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조금 무서우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이 시간을 계기로, 우리 모두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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