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슈카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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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가권지수가 최근 5년 154%로 코스피와 비슷하고 1년간 약 100% 상승해 과열 우려가 크다. 대만 증시 시총의 상당 부분(TSMC 약 40%, IT 약 80%)이 반도체에 쏠려 있다. 대만 청년들의 신규 계좌 급증과 신용거래 잔고 사상 최고, 청년미래적금 해지 등 유동성 쏠림이 나타난다. 일본 니케이도 1년 73% 상승하며 같은 흐름이다. 한국·대만·일본 청년들의 포모(FOMO)와 주식 몰빵 현상을 짚으며 과열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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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도 아주 재밌는 주제입니다. 청년들의 포모와 빚투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나라가 있습니다. 아, 심각해요. 빚투도 많고, 지금 주식 급등으로 아주 심각한 상황인데,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픈 나라가 있습니다. 자, 거기가 어디냐? 한국의 코스피냐? 물론 코스피는 최근 1년 175%가 오르면서 주요국 중에서 가장 많이 상승한, 가장 훌륭한 주가지수인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코스피만 알고 있지만, 놀랍게도 오늘의 주인공은 코스피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최근 5년간 상승률을 보면 대한민국 코스피와 똑같은 상승률을 보인 미친 주가지수가 있거든요.
그게 어디냐? 대만입니다. 최근 5년 대만 가권지수의 상승률을 보면 154%를 찍었어요. 최근 5년 코스피를 봐도 역시 154%입니다. 코스피는 그동안 쭉 기었다가, 놀랍게도 이 근처에서 3, 내려갔죠. 신기해요. 갈수록 내려가는 지수가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게 옛날에 코스피였죠. 하지만 대만 지수는 우리보다 좀 빨리, 2023년 4월부터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걸 다 합치면 최근 5년 상승률이 두 개가 똑같아요. 154%, 154%. 우리가 미쳤으니까 대만 지수도 당연히 미쳤고요. 대만 가권지수는 최근 1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100% 올랐어요. 엄청나죠.
물론 한국인들은 "코스피는 175% 올랐는데 대만은 별로 안 오른 거 아니야? 우리 반밖에 안 오르고" 이렇게 생각하면 안 돼요. 이건 코스피가 정신이 나간 거고, 대만 가권지수는 기존에도 많이 올랐기 때문에 요즘 급하게 소화해서 그런 것뿐이에요. 이미 많이 오른 데서 두 배가 올라왔다는 거죠. 대만도 엄청나게 주가가 올라가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얼마 전에 블룸버그에서 시장 과열이 우려되는 국가로 대만을 꼽았어요. "최근 몇 달 동안 한국, 중국, 미국 등 전 세계 여러 증시에서 인공지능 열풍이 불었지만, 대만만큼 열광적인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기사를 보자마자 그 생각을 했어요. 대만 큰일이다. 우리보다 더 열광적이면 대만은 큰일이다. 우리나라 분위기도 거의 미쳤는데, 우리보다 열광적이라면 미친 걸 넘어서 광기로 가야죠. 야수를 넘어서 짐승으로 가야 되는 분위기인데, 실제로 그런 평을 듣고 있어요.
놀랍게도 대만의 시가총액은 대한민국보다 큽니다. 우리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국가 전체 GDP는 우리가 훨씬 커요. 인구도 대만이 훨씬 적고요. 그런데 증시 시가총액은 대만이 한국보다 커요. 한 10% 차이가 납니다. 왜 그럴까요? 당연히 여기도 AI 기업 TSMC가 있어서 그런 거죠.
현재 대만 증시는 인도를 제치고 시가총액 세계 5위입니다. 영국, 캐나다, 인도를 제쳤어요. 그리고 우리 코스피가 바로 뒤를 따라가고 있고, 우리나라가 7위 정도 하죠. 대만 증시 시총을 이끈 건 당연히 TSMC인데, TSMC는 대만 주식시장에서 혼자 40%를 차지합니다. 거의 미친 몰빵이에요. 우리나라 삼성전자도 요즘 미쳤다고 하지만, 시장의 30%밖에 안 돼요. 그런데 TSMC는 혼자 40%입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곧 50%가 될 수도 있겠어요.
참고로 TSMC는 글로벌 시가총액 6위에 오른 기업이에요.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시가총액이 수백조 원인데, 삼성전자보다 몇 배 더 큽니다. 아니, 한 50% 가까이 크다고 해야 맞겠네요. 미국을 제외하면 글로벌 시총 1위 기업이 대만 TSMC예요.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미국 기업이고, 6위가 TSMC, 7위가 삼성전자입니다. 즉 미국을 빼면, 대만과 대한민국의 기업들이 등치가 가장 큰 기업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도 반도체 때문에 IT 기업 비중이 높긴 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반도체가 들어 있는 IT 파트가 50%밖에 안 됩니다. 50%도 높긴 하지만, 대만은 80%예요. TSMC와 연계된 회사들을 다 합치면 대충 80%입니다. 그걸 빼면 사실상 남는 게 별로 없어요. 금융이 조금 있고, 산업재가 조금 있고, 나머지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까 사실상 IT 파트가 대만 증시의 전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우리는 대한민국이 산업 구조가 탄탄한 나라입니다. 제조업도 많고, 바이오도 많고, 금융도 있고, 별게 다 있어요.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다양한 시장이죠. 대만은 우리보다 더 심각한 몰빵이에요. 비슷한 시총을 가진 지수들을 보면, 캐나다는 금융과 원자재가 세고, 인도는 금융과 제조업이 세고, 한국과 대만은 IT 기업에 몰빵되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현재 대만은 어디를 가도 주식 이야기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보다 심각할 정도면, 정말 주식 이야기뿐일 거예요. 초등학생도 주식 얘기를 하고, 대학생들도 모이면 주제가 주식이에요. 식당 곳곳에서 인공지능과 주식 시장에 대한 열띤 토론이 오갑니다.
제가 얼마 전에 밥을 먹는데, 맞은편에 저보다 훨씬 나이 많은 60대쯤 되어 보이는 어르신들이 인공지능에 대해, AI에 대해 식당이 떠나가라 얘기하시는 걸 봤습니다. 저는 조용히 밥을 먹었는데, 목소리가 너무 커서 식당에 쩌렁쩌렁 울리더라고요. 그런데 대화 수준이 굉장히 높았어요. 거의 인터넷 애널리스트가 얘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얘기를 어떻게 그렇게 하시나 싶어서 대단하다 생각했는데, 대만은 더 심각하겠죠.
그러다 보니 대만 청년들이 고민이 생겼다고 합니다. 무슨 고민일까요? 바로 이런 고민이에요. "나만 바보 되는 거 아닌가? 다들 TSMC 3천만 원 사서 다섯 배 되어서 1억 5천 번 거 아니야?" 옆에 있는 누구는 TSMC를 5만 원에 들어가서 30만 원이 됐대. "야, 걔네 부자 되는 거 아니야?" 이런 고민이 생긴다는 거죠. 한국 청년들은 이런 고민을 전혀 안 하는 것 같은데, 참 가슴이 아픕니다. 대만 청년들은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대만 청년들은 미칠 듯한 속도로 주식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해요. 대만 증권 거래 자료에 따르면, 3월에 16만 2,000개의 신규 거래 계좌가 개설됐습니다. 단일 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예요. 이 중 60%가 30세 미만, 20대 젊은 층이에요. 신규 계좌의 60%를 20대가 만든 겁니다.
그런데 어느 나라든 청년들은 돈이 부족하죠. 당연합니다. 이제 막 경제활동을 시작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주가가 막 오르면, 옆에서 5천만 원 벌었대, 3천만 원 벌었대, 누구는 1억 벌었대 하면, 나만 뒤처지는 거 아니야? 그런데 난 돈이 없네. 그럼 어떻게 될까요? 가슴이 아픕니다. 한국인들은 이런 게 전혀 없는데, 유혹에 굴복해서 5월에 2억을 대출받아서 빚투를 했다는 사람도 있어요. 무슨 말인지는 알 것 같습니다. 자기 돈이 부족하니까요.
요즘 대만 증권사들의 신용거래 잔액, 즉 빌려준 돈의 잔액은 천장을 뚫었습니다. 이미 닷컴버블 전성기 때 기록도 넘어섰다고 해요. 빚투가 역대급으로 치솟고 있다는 거죠. 그리고 증권사들이 신용융자 한도를 다 소진했습니다. 증권사도 빌려줄 수 있는 한도가 있어요. 자기 자본의 일정 비율을 넘는 돈은 빌려줄 수가 없거든요. 없는 돈을 빌려줄 순 없잖아요. 증권사가 빌려줄 준비된 돈을 다 써버린 겁니다. 그러니 "대만 증권사들이 더 이상 돈을 빌려드리지 못하겠습니다, 고객님" 하게 된 거죠.
그랬더니 대만 청년들이 마음이 급하니까, 은행에 가서 신용이나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심지어 예적금 같은 기존 금융상품을 해지해서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얼마 전에 개인적으로 들은 얘긴데, 요즘 정부에서 청년 미래적금을 합니다. 수익률이 높으면 19%까지 나와요. 낮아도 13% 정도 됩니다. 과거의 청년 대학생 계좌, 이번 정부의 청년 미래적금이 그렇죠. 수익률이 미쳤어요. 기본적으로 7% 이상을 주고, 정부 지원금도 있거든요. 본인 소득에 따라 다르지만, 소득이 낮은 분은 19%가 나온다고 해요. 그것도 세금을 면제해줍니다. 그러니 제 생각엔 무조건 해야 돼요. 10% 넘는 상품을 어떻게 안 하나요?
그런데 놀랍게도, 제가 강연을 가면 우리 직원들도 마찬가지예요. 그걸 해지하고 싶어서 난리예요. 13~16%짜리를 해지한다고 해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레버리지 ETF는 하루에 평균 10%씩 움직이고, 20%도 움직인다. 하루에 움직일 걸 뭐 하려고 1년을 들고 있냐"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제가 감히 말씀드리면, 그 청년 미래적금 같은 건 해지하지 마세요. 13%, 19%짜리를 해지하면 어떡해요? 저는 15%를 준다고 하면 전재산 넣을 수도 있어요. 무위험으로 그 정도 수익을 주는 게 어디 있습니까. 마음이 급하신 건 알겠지만, 19%면 그냥 하는 게 맞아요. 주식으로 19% 수익을 올리는 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요즘은 시장이 미쳐 돌아가니까 쉬워 보여도, 굉장히 어려운 거예요. 그러니까 청년 미래적금 같은 건 무조건 그걸 유지하고, 남는 돈으로 투자해야 됩니다.
그런데 대만 청년들은 마음이 급하다 보니 다 해지하고 현금을 확보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유동성이 쭉 흡수돼서 주식으로 다 가는 거죠.
얼마 전에 아주 놀라운 일이 있었는데, 대만 국채를 팔았는데 대만 채권이 완판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상 처음 있는 일이래요. 제가 이 내용을 어떤 채권인지 정확히 찾아보진 않았는데, 만약 국채라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예요. 금리가 엄청 오를 수 있다는 거죠. 수요가 없다는 거니까요. 미국채 수요가 떨어지면 미국채 금리가 엄청나게 오르는데, 그건 진짜 사고예요. 아마 특별한 채권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어쨌든 그만큼 시중의 자금이 말라 버린다는 거죠. 돈이 전부 주식 시장으로 들어가서요.
그래서 많은 대만 전문가들이 경고를 하고 있다고 해요. 대만 국립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님도 이렇게 얘기했답니다. "갑작스럽고 급격한 매도세가 오면 주가가 빠지는데, 쉬운 돈벌이를 쫓는 젊은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20%, 30% 빠지면 어떡하냐는 거죠. 그리고 대만 유튜브에서는 주식 전문가들이 조언을 쏟아내고 있다고 해요. "사람들은 수익이 얼마나 빨리 사라질 수 있는지를 항상 잊습니다. 경험이 부족한 투자자는 단기 거래가 아니라 장기 전략에 집중해야 합니다." 단기로 사고팔지 말고 장기 전략을 하고, 나눠서 분할 매수하고, 올라가면 차익 실현도 하고 리스크 관리도 하라는 거죠.
그랬더니 대만 청년들이 코웃음을 친다고 합니다. "그럼 숏은 뭐야? LS증권에서 한 거지? 그렇게 잘 아시면 숏 치시든가. 숏 쳐서 먹으면 하루에 10~20%씩 먹는데." 물론 전문가들이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니고, 리스크 관리하라는 뜻이었겠죠.
한 애널리스트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 시장은 거품이 아닙니다. 선생님, 혹시 애널리스트 리포트 안 보셨어요? 주식 시장에서 20년 정도 일하신 분이 와서 조언을 하더라도, 지금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대다수 월가 증권사들이 앞으로 몇 달간 주가가 더 오를 거라고 예상하고 있잖아요. 주식 공부 안 하셨어요? 레포트 한번 보세요. 얼마 전에 골드만삭스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매수 추천을 냈고, TSMC 목표주가도 계속 올리고 있어요. 혹시 이런 거 안 보고 얘기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혹시 그러다 오르면 나만 거지가 될 텐데, 책임지실 거예요? 기회를 놓치는 것보다 기회를 쫓는 게 낫지 않습니까?"
한 대만 청년은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한 달간 폭락장이 온 것도 아니고, 대만 증시가 한 달간 5~10% 조정받은 건데, 이건 나를 흔들 수 없었다. 대만 증시는 펀더멘털이 너무 탄탄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AI 시대는 쭉 갈 거고, 반도체 시대도 쭉 갈 거니까 TSMC는 걱정할 게 없다. 대만은 너무나 훌륭하다." 아주 강하게 얘기했다는 거죠.
이 청년이 누구인가 봤더니, 앤디 쳉이라는 26세 무직 청년입니다. 26세 무직 청년이에요. 그런데 그는 6만 달러 상당의 대만 ETF를 보유하게 되었고, 2, 3천만 원을 넣었다가 1억 원 정도를 벌어 투자에 성공했다고 해요. 그러니 이제 조언을 한다는 거죠. 투자에 성공하고 1억까지 올랐으니까요. 그는 "2,300만 명의 대만 사람들을 대변해서 말하자면, 어떤 주식이든 사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게 요즘 대만 시장의 분위기예요. 시장 전체가 미쳐 돌아가니까, 사기만 하면 버는데 왜 안 사냐는 거죠. 참 답답하다는 마음을 토로했다고 해요.
사실 조금은 이해할 수 있어요. 대만 청년들은 절박하거든요. 대만에서는 부동산을 포함한 모든 물가가 폭등하고 있어서, 젊은이들에게 미래가 없어 보인다는 거예요. 한 청년은 "마치 새롭게 태어나듯 모든 걸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대만 집값은 엄청 비싸기로 유명해요. 2025년 기준 대만의 주택가격 대비 소득 비율, 즉 PIR이 15.4가 나왔어요. 한 푼도 쓰지 않고 15.4년을 모아야 아파트 하나를 살 수 있다는 뜻이에요. 2004년에는 이 값이 6.4였으니, 20년 만에 250%가 든 거죠. 집을 사기가 정말 어려워진 겁니다. 서울은 작년에 13.9 정도였으니, 서울보다도 소득 대비 주택가격이 더 높다고 느끼는 거죠. 대만은 1인당 GDP는 높은데, 직장인 소득 기준으로는 우리보다 많이 낮습니다. 그러니 더 어렵게 느끼는 거예요.
주택 가격이 급등해서 자산 격차가 커지고, 젊은 구매자들이 주택시장에 진입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요. 운 좋게 집을 사도 평생 빚을 갚으며 살아야 해서, 주택 노예가 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금리까지 올라서 빚 부담이 더 커졌죠. 이런 상황에서 젊은 층에게 유일한 인생 역전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느끼는 겁니다. 저축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고, 복권에 당첨되지 않는 한 투자가 유일한 희망일지도 모른다는 거죠. 대만 청년들 참 가슴이 아픕니다. 대한민국은 이 정도는 아니지만, 대만은 마음이 그런 상태에 이른 거죠.
게다가 최근 반도체 열풍은 대만의 더 큰 포모를 불러왔습니다. 현재 대만 1등 신랑감은 누구냐? TSMC 직원들이에요. 이거 농담 아니에요. TSMC 엔지니어라는 직업은 딸의 배우자를 신중하게 고르는 대만 부모들에게 대단히 매력적인 사회적 지위(social status)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한 회사를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매력적인 지위라고 느낄 정도라서, 1등 신랑감이라고 보면 됩니다.
재미있는 일화도 있어요. 소개팅에서 "저는 TSMC 직원입니다"라고 말해도 괜찮다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해요. 한 사람은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TSMC라고 밝히고 말았네요. 안 말하려 했는데 부끄럽습니다"라고 하더라는 거죠. 부럽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예요.
그런데 이게 또 반도체 산업 바깥에 있는 대만 청년들에게는 좌절감이 됩니다. 아까 보여드린 대로 대만 주가지수의 80%를 IT 기업이 차지하니까요. 우리나라는 그나마 비슷한 산업이 많아요. 현대차, 킹 3 삼성 같은 것도 있고, 금융도 있고 많죠. 그런데 대만은 그렇지 못합니다. 막대한 이익이 소수의 기업에 집중되면서, 대부분의 대만 기업들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고, 좌절감이 커지고 있다는 거죠.
대만은 대졸 초임 임금이 우리나라에 비해 많이 낮다는 평을 듣습니다. 40%까지는 아닐 것 같은데, 최소 20~30% 낮을 거예요. 그러니까 TSMC나 반도체가 잘 달리는 동안 경제성장률은 굉장히 높았지만, 1인당 실질임금 상승률은 당연히 뒤처지게 됩니다. 우리나라보다 이 격차가 더 심하죠. 집중도가 훨씬 높으니까요.
대부분의 대만 노동자들은 월 1,500달러, 한화로 200만~225만 원 정도의 초임을 받고 있다고 해요. 그러다 보니 소득 차이가 벌어지고, 소수의 고소득층만 저축과 투자를 할 수 있어요. 돈 많은 사람들은 TSMC 주식을 사서 더 불어나니까, 격차를 더 크게 느끼는 거죠.
재미있는 현상도 있어요. TSMC 본사는 대만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신주시에 있습니다. 신주는 대만 북서부에 있는 작은 도시인데, 16년 전만 해도 논밭이었대요. 그런데 TSMC가 자리를 잡으면서 지금은 대만 반도체 생산의 중심지가 됐어요. 대만 산업의 중심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여기서 일하는 반도체 관련 근무자만 17만 명이고, 기업이 600개 이상 있습니다. 신주 과학단지라고 불리며, 대만 경제의 핵심 동력 단지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신주시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게 대만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지역이 됐다는 거예요. 2024년 평균 가구 소득이 14만 6,000달러라고 합니다. 연봉으로 치면 2억이 찍힌다는 말이에요. 대만 평균이 3, 4천 만 원쯤 될 테니, 다섯 배 가까이 되는 셈이죠. 우리나라도 조금 있으면 반도체 단지에서 성과급이 나오게 됩니다. 1인당 몇 억씩 나온다는 그 성과급 말이에요. 그럼 그 지역의 평균 가구 소득이 얼마가 될지 한번 계산해 보십시오. 이게 곧 우리의 미래입니다.
신주의 근로자들은 당연히 바쁘죠. 반도체 기업에서 일하느라 돈 쓸 시간조차 없어요. 그래서 수입의 약 70%를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저축과 투자에 쏟아부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식이 미쳐 돌아가니, 신주의 부동산도 덩달아 미쳐 돌아가요. 그래서 더 부자가 됐습니다. 돈 쓸 시간이 없어서 넣었더니 더 부자가 되고, 격차는 더 벌어지는 거죠.
그래서 요즘 신주 반도체 단지에서는 아주 유명한 말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주커마(竹科媽媽)'예요. 신주 과학단지를 한자로 쓰면 '신주 과학 단지'인데, 가운데 글자가 '주과(竹科)'잖아요. 이걸 '주커'라고 읽어서, 주커 맘, 즉 '주커마'라는 말이 나왔다고 해요. 주커마는 남편이 수익성 좋은 반도체 회사에 다녀서 돈도 많고 시간도 많은 여성들을 말합니다. 필라테스 수업에 갈 수도 있고, 명품을 살 수도 있고, 자녀 교육에 집중하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이죠.
신주시의 백화점에는 명품이 가득하다고 하고, 정장 한 벌이 200만 원을 넘기도 한대요. 대만 일반 소매업 종사자들의 월급보다 큰 돈이에요. 여기는 팽팽 돌아갑니다. 게다가 반도체 기업들의 성과급 날에는 주변이 축제예요. 한 판매원은 "고객들이 돈이 너무 많아서, 보너스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신다. 세 차를 사거나 주택 계약금으로 쓰곤 한다"고 했습니다. 여기 상인들도 이미 부를 누리고 있는 거죠.
재미있는 건 신주시는 출산율이 높아져서 문제가 되고 있다는 거예요. 대만은 출산율이 1이 안 되는, 0점 몇인 나라예요. 그런데 신주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출생자 수가 급증해서 학교가 감당하지 못하고 있대요. 과밀 학교가 나올 정도예요. 인구도 폭발적으로 늘어서 100만 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들어오는 사람도 많고, 아이도 크게 늘어난 거죠.
그래서 신주에서 가장 호황인 산업은 뭘까요? 반도체일 것 같지만, 한 대만 친구는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신주에서 가장 수익성 좋은 산업은 반도체가 아니다. 유치원이다." 기가 막히죠. 제가 예전에 여유가 있을 때 유치원 사업 계획을 세운 적이 있는데, 24시간 운영되는 최고급 유치원이었어요. 잘됐냐고요? 망상이었죠. 계획만 세우고 말았어요. 유치원 하나 세우는 데도 생각보다 많이 들거든요. 그런데 신주에서는 지금 유치원 산업이 대호황이라고 해요.
부동산도 폭등이라고 합니다. 대기자 명단이 몇 년씩 이어지고 있대요. 한 TSMC 엔지니어는 이렇게 말했어요. "2013년 신주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부동산을 눈여겨봤다. 그런데 4년 전에는 너무 비싸서 안 샀다. 지금은 거의 세 배가 올랐다. 6억짜리 집이 비싸다고 안 샀더니 18억이 된 거다. 4년 만에."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고 하죠. 물가도 당연히 엄청나게 높아요. 평균 연봉이 엄청 높다 보니 물가도 덩달아 높아졌겠죠. 그래서 반도체 산업 종사자 외에는 이제 그 지역에서 살기가 굉장히 어려워졌습니다. 물가와 임대료, 집값이 너무 높으니, 기존에 살던 분들은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어요.
이건 신주만의 일도 아니에요. 최근 대만 곳곳에 반도체 팹이 신규 건설되고 있거든요. 새로운 곳에 반도체 팹을 짓는다는 얘기가 나오면, 그 지역의 주택시장이 급등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대만은 참 안타깝죠.
생각해 보면 주식시장이 뜨거운 건 대만과 한국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또 뜨거운 곳이 있어요. 바로 일본입니다. 최근 1년간 니케이 지수는 73% 올랐어요. 니케이 7만을 돌파했습니다. 지금은 조금 떨어져서 6만 9천 정도인데, 7만이라는 숫자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에요. 버블 때 4만이었거든요. 지금 니케이가 7만입니다.
일본 시총 1위는 이미 자동차 기업 도요타가 아니에요. 일본의 자존심이라 불리던 도요타가 아니라,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가 차지했습니다. 최근 1년 상승률이 3,500%예요. 최근 5년으로 보면, 한국, 일본, 대만의 지수 상승률이 거의 비슷합니다. 대만 154%, 코스피 154%, 니케이 138%예요. 얼마 차이가 나지 않아요. 세 나라 모두 주식이 미쳤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이유는 다 있죠. 반도체 기업이 있고, 인프라를 까는 데 유리한 제조업이 강한 국가들이에요. 소재 산업도 강하고, 미국 중심의 공급망에 들어갈 수 있는 나라들이죠. AI 인프라 구축에서 가장 큰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제조업과 소재 강국인 한국, 일본, 대만, 동북아 3국이 최대 수혜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일본인들은 현금을 쌓아두고 투자를 안 하는 걸로 유명했어요. 일본인들은 주식 같은 투자를 잘 안 합니다. 현금을 갖고 있고, 은행 예금을 두는 걸 선호하죠. 왜냐하면 일본은 디플레이션의 나라였거든요. 성장률이 거의 없었고, 20~30년간 월급이 오르지 않았어요. 집값도 오랜 기간 떨어졌어요. 그러니 뭘 투자하는 게 오히려 손해였죠. 예금이나 현금을 갖고 있는 게 유리했어요. 가계 금융자산에서 현금·예금 비중이 50%를 넘었고, 54%까지 나왔습니다. 미국은 현금 비중이 10% 정도인데 말이죠.
일본 정부는 20년 동안 "저축에서 투자로" 가자는 구호도 만들며 국민들에게 투자를 권했어요. "제발 쌓아둔 돈을 좀 투자하라, 그걸로 성장 좀 하자"고요. 하지만 국민들은 투자를 안 했습니다. 버블 경제의 쓴맛을 20년 넘게 봤기 때문이에요. 주식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이미 다 죽은 셈이었죠. 20년간 주식을 가진 사람들이 손해를 봤으니, 사면 떨어지고, 안 사야지, 현금이 최고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겁니다. 2020년까지만 해도 주식을 보유한 일본 가구가 거의 없던 나라였죠. 아베 총리 시절에 주식이 좀 올랐지만, 그 흐름이 이번에는 어떻게 바뀔지 지켜볼 일입니다.
한두 배 정도 올랐죠. 2012년에서 2020년 사이에요. 하지만 그 정도는 안 됐어요. 저 위에서부터 내려왔기 때문에, 조금 올랐다고 해도 그 정도는 아니었던 거죠. 그런데 일본에서 최근에 그 맛을 봤습니다. 무슨 맛이냐고요? 주식 시장의 파멸적 상승이라는 달달한 맛이요. 1년 사이에 75%가 올랐고, 5년에는 138%가 올랐어요. 잠깐만요. 지금까지는 주식 투자를 안 했는데, 옆에서 이런 소식을 들으면 주식에 관심이 안 생길 수가 없죠. 혹시 나만 빼고 다 부자가 되는 건가? 아까 뭐라고 하셨죠? 일본 기업 1위가 키옥시아라고요. 이게 무슨 기업인지 잘 몰랐는데, 최근 1년 상승률이 3,500%라고 하더라고요.
제 친구가 키옥시아에 1천만 원을 넣었더니 3억 5천이 됐다고 합니다. 키옥시아에 3천만 원을 넣었더니 2억이 됐다는 사람도 있고요. 이런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요. 그래서 일본 청년들은 요즘 뭘 하고 있냐고요? 당연히 주식에 들어가고 있죠. 일본 젊은이들은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 청소년 대상 희망 직업 설문 조사를 했더니, 놀랍게도 투자자가 등장했다고 해요. 30년 만에 처음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청소년들이 가장 희망하는 직업 12위가 투자자입니다. 투자로 대박 난 사례가 얼마나 많이 올라오겠어요?
유튜브 같은 곳에서 돈 벌었다는 경제 유튜버들이 "오늘 하이닉스가 얼마 올랐네" 하면서 계속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돈 버는 쉬운 길이 이거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선호하는 직업 12위에 오른 겁니다. 그리고 일본 성인들은 그동안 하락세를 오래 겪었죠. 그건 옛날 얘기이고, 요즘 아이들은 하락세를 본 적이 거의 없어요. 최근 10년 일본 시장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 전 20년이 박살이었죠. 뒤에서부터 20년 동안 쫙 박살나 있다가, 2015년 이후만 따지면 최근 10~15년은 나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중고등학생 정도의 아이들은 자기 평생 상승장밖에 못 봤다는 말이에요. 어른들은 하락장을 그렇게 많이 봤지만, 그럼 어떻게 되겠어요? 당연히 눈이 달라지죠. 일본의 평균적인 16세 청소년은 평생 동안 니케이 지수가 다섯 배 오르는 걸 목격했습니다. 20세 청소년도 니케이 지수가 두 배 오르는 걸 목격했을 거예요. 그러니까 20대 초중반까지는 니케이가 오르는 것밖에 못 봤다는 거죠. 과거의 폭락은 옛날 얘기고, 지금 아이들에게는 그건 교과서에나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오르는 것밖에 못 봤다는 거예요.
그래서 최근 일본 청소년들은 주식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고 있습니다. 일본판 계좌인 니사, 즉 NISA 계좌가 6년 만에 두 배로 늘어서 2,800만 개 이상이 됐어요. 30대 인구의 1할이 니사 계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직 부족해요. 대만이나 우리나라에 비하면 아직 멀었는데, 그래도 엄청나게 늘었다는 거죠. 그리고 일본 청년들도 똑같아요. 소득이 높지 않고, 저축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여유 자금이 충분하지 않죠. 게다가 일본도 이미 부동산이나 다른 자산 가격이 굉장히 많이 올랐어요. 집을 사기도 굉장히 어렵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을 껴도 어려워요.
그리고 일본에도 반도체 기업들이 있죠. 그 기업들이 있는 주변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대만 TSMC가 얼마 전 일본에 공장을 지었잖아요. 심지어 북쪽의 홋카이도에도 반도체 공장과 인프라가 들어서 있고, 그때마다 지역 부동산 가격이 쭉쭉 오르고 있죠. 투자할 돈은 없는데 자산 가격은 빠르게 오르고 있으면, 일본 청년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즘 일본에서 화제가 된 단어가 하나 있는데, 바로 '니사 거지'라는 말입니다. 니사는 아까 말씀드린 NISA 계좌예요. NISA 계좌를 가진 사람들을 우리식으로 말하면 'ISA 거지'인 거죠.
그런데 NISA는 주식에 투자하는 계좌인데, 그걸 가지고 있으면 왜 거지가 되는 걸까요? 실제로 한 야당 의원이 재무장관에게 이른바 '니사 거지'가 무슨 뜻이냐고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청년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아끼고 아낀다는 뜻이래요. 주식을 사야 하니까 다른 걸 못 합니다. 데이트도 못 하고, 옷도 못 사고, 놀러도 못 가요. 왜냐고요? 주식을 사야 하거든요. 데이트 한 번 할 돈이면 삼성전자를 한 주 살 수 있다고요. 삼성전자가 요즘 34만 원이잖아요. 옛날에는 5만 원이면 팔았는데 말이죠. 아, 미안해요. 영화는 다음에 보죠. 그 돈을 거지처럼 모아서 주식을 산다는 겁니다. 그래서 '니사 거지'라는 말이 나온 거예요.
그런데 이건 사실 거지가 아니라 투자자죠. 투자자요. 주가가 자꾸 오르니까 다른 걸 못 하는 겁니다. 제 앞에 있는 직원도 다른 걸 못 해요. 얼마 전에 저한테 "사장님, 100만 원만 빌려주시면 안 돼요?" 하더라고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마이크론을 사야 된다는 거예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 때문에 다른 걸 못 하는 거죠. 그 친구가 마이크론을 산다고 했을 때부터 느낌이 좀 안 좋았는데, 최근 마이크론 주가가 빠지면서 분위기가 좀 안 좋아지고 있어요. 네. 여하튼 그건 딴 얘기고, 젊은이들이 수익을 극대화하려고 너무 많은 돈을 투자 계좌에 넣다 보니 다른 걸 할 여력이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거지처럼 산다는 거죠. 사실 거지가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돈을 투자하는 적극적인 투자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니사는 한도까지 꽉 채우지 않으면 손해라고들 합니다. 지금 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거죠. 일본에서도 이런 말이 나오는군요. 일본은 뭘 하면 안 되는 나라였죠. 성장률이 마이너스인 디플레이션의 나라에서는 뭘 하면 손해였어요. 그런데 이제는 뭘 하지 않으면 안 돼요. 뭘 하지 않으면 나만 뒤처진다는 조급함이 청년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의 재무상도 '니사 거지'라는 말을 처음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얘기했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대만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그렇고, 대상승장 속에서 이 세 나라의 청년들이 포모(FOMO, 놓칠까 봐 두려운 마음)에 시달리고 있는 거죠. 일본 청년들은 수입의 절반을 투자에 돌리면서 생활비를 줄이고 있다고 합니다. 밥을 굶어 가며 투자하고 있다는 말과 비슷하게 들려요. 일본 방송 인터뷰에 나온 한 청년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왜 밥까지 굶어 가며 생활비를 줄여 투자하냐고요? "우리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 말을 들으니, 세 나라 청년들의 처지가 다 비슷하지 않나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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