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태민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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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 체제는 전후 설계된 시스템이며 한국전쟁, 닉슨 금태환 폐지, 1973년 석유 결제 등을 거치며 유지되어 왔다. 중국은 2012년경부터 미국 국채 매도와 금 매입을 늘리고 있고, 중국 부유층은 자본 유출 수단으로 금·비트코인을 찾는다. 홍콩의 크립토 ETF 허용은 자본 이동 통로로 해석 가능하다. 대만 해협 긴장 가능성이 높으며 한국은 전략적 선택 압박에 놓여 있다. 비트코인은 가자 등지에서 수요가 있었으나 가격을 끌어올릴 구매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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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달러라고 하면 흔히 종이돈을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달러는 시스템입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1년 전, 각국의 전후 시스템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어떤 룰을 만들고 어떤 시스템 안에서 무역을 해야 전쟁이 나지 않을지 고민했습니다. 점차 자유무역을 넓히고 무역 장벽을 없애는 방향이었는데, 한꺼번에 되지 않으니 시간을 두고 하자며 여러 기구를 만들었고, 그 기구들의 중심에 달러가 있었습니다.
당시 달러는 금에 연동돼 있었고, 다른 통화들은 달러에 연동돼 고정환율제로 묶였습니다. 세계 무역의 거래 비용을 낮추고 보호무역주의에서 벗어나자는 계획이었죠. 이상적인 생각이었지만, 미국은 기축통화를 운영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전쟁이 끝나 평화가 오나 싶었는데 유라시아 동쪽과 서쪽에서 복잡한 정세가 펼쳐졌습니다. 동구권은 친소화됐고, 베를린도 위험했습니다. 그러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서 문제가 본격화됐습니다. 전쟁 비용을 대기 위해 돈을 많이 찍어내면서 인플레이션이 진행됐고, 중앙은행장과 재무부 장관이 충돌했습니다. 결국 재무부와 중앙은행 사이에 메모랜덤 협약이 체결됐고, 이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은 기축통화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관리·보수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이건 미국만 아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미국과 무역을 하던 독일, 일본, 프랑스도 알게 됐습니다. 베트남전이 한창일 때 프랑스는 "미국이 달러를 금으로 바꿔 주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하기 시작합니다. 전쟁에 돈을 쓰는 데다, 당시 민주당 정부가 복지 예산을 크게 늘렸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 미국 정부를 '버터와 건(Butter and Gun)'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버터(복지)와 총(국방)을 동시에 챙기려고 돈을 찍어냈다는 뜻이죠.
결국 닉슨 대통령이 과감하게 달러와 금의 연결을 끊습니다. 그리고 달러의 새로운 기반은 사우디와의 협약을 통해 석유에 붙게 됩니다.
비트코인은 무엇에 쓰는 거냐고 묻듯이, 달러는 무엇에 쓰는 거냐고 물어보면 답은 1973년부터의 석유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오일쇼크가 났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든 달러를 구하려 했던 기억이 나는데, 달러가 필요했던 이유가 결국 석유를 달러로 샀기 때문이죠. 즉 달러는 종이돈이 아니라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무역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이 시스템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만든 것이 완전할 수 없으니 계속 변경과 수정이 필요한 룰이죠. 제가 쓰는 비유를 들자면, 세계 무역은 포커 하우스와 같습니다. 미국은 포커 게임의 플레이어이자 하우스를 운영하는 주인입니다. 게임을 반복하면 이기는 플레이어들이 생기는데, 서독과 일본이 그랬습니다. 적당한 시기에 쟁반을 들고 찾아가 "여태 딴 칩의 절반을 올려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이 하우스 피입니다. 하우스 피를 내지 않으면 미국은 "그럼 너희가 국방비를 써서 지켜라"라고 말하죠.
대표적인 사례가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시절 일본에 말라카 해협부터 일본까지 이어지는 에너지 수송로를 일본이 맡으라고 요구한 일입니다. 일본이 평화주의 국가라며 거부하자, 대신 미국 국채를 사거나 엔화 가치를 올리라고 압박했고, 그것이 1985년 플라자 합의입니다.
이 포커 게임의 새로운 강자가 중국입니다. 중국은 미국에게서 많은 돈을 땄지만, 2012년부터 어느 순간 하우스 피를 내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하우스 피란 미국 국채를 사주는 것인데, 중국이 이를 사지 않게 된 것이죠. 미국 입장에서는 열받을 일입니다.
미국 정치 가문을 보면, 아버지 부시와 아들 부시, 남편 클린턴과 아내 클린턴 모두 친중 성향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가문들이 미국 정치에서 사라졌고, 공화당의 트럼프는 반중을 대표합니다. 오바마 시기부터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었습니다.
원래 무역 흑자를 낸 중국은 외화 자산으로 달러 자산, 특히 미국 국채를 사줘야 합니다. 그래야 미국 금리가 안정되니까요. 그런데 지금 중국은 달러와 미국 국채를 팔고 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중국 경기가 나빠서 위안화 가치를 방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위안화를 지키려면 달러를 팔고 중앙은행이 개입해야 하니까요. 이런 방어 매도는 원래 용인되는 행위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금을 엄청나게 사들이고 있습니다. 러시아도 꽤 오래 금을 사왔고, 최근에는 중국인들도 금을 많이 사고 있습니다.
중국 인민은행이 금을 사는 것과 일반 중국인, 특히 부자들이 금을 사는 이유는 다릅니다. 인민은행은 남는 돈으로 금을 쌓아두는 것이고,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든다는 그랜드 플랜은 제 생각엔 망상에 가깝습니다. 일반 부자들이 금을 사는 이유는 중국 정부를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을 믿어서 달러를 사고 싶어도 여러 장벽에 막혀 있으니 금을 사는 것이죠.
홍콩의 일국양제는 사실상 무너진 상태입니다. 홍콩은 원래 금융 허브였고, 영국 시절의 자유 때문에 아시아에서 자유가 넘치는 도시였습니다. 지금은 중국화가 진행되면서 홍콩도 몸부림을 치고 있고, 그 몸부림의 하나로 크립토를 끌어안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중국 본토에서는 불법인 가상자산 거래소와 ETF 승인을 홍콩에서는 빠르게 밀어주고 있죠.
이건 정치적 해석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시진핑 정권이 3연임까지 할 수 있었던 건 견제 세력을 모두 제압했기 때문입니다. 상하이방과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같은 세력이 시진핑의 대항마가 되기 어려울 만큼 진압됐습니다. 지난 10년간 부패 척결을 이유로 매년 약 2만 명, 총 20만 명의 고위 공무원이 처벌됐다고 하죠. 그런데 숙청 이후에는 시진핑을 지지하는 기득권 세력이 자기 돈을 해외로 빼돌릴 수단이 필요해집니다. 그 수단으로 홍콩을 열어두면 중국 일반인들은 문턱 때문에 접근하기 어렵고, 결국 특권층이 쓸 수 있는 통로가 된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음모론적 느낌이 있지만 정치적 해석으로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가자지구는 전쟁 전부터 비트코인 수용도가 의외로 높았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외국과 거래할 때 이스라엘 화폐를 바꿔야 하는 불편이 있었고, 그래서 비트코인을 쓰는 사람과 네트워크가 활발했습니다. 전쟁 이후 미국 정부는 바이낸스의 창펑 자오를 기소하며 바이낸스에서 하마스가 자금 세탁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가자지구에서는 대형 거래소보다는 사람을 직접 만나 환전하는 방식이 꽤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중동전쟁이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리지는 못했습니다. 구매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만 문제도 짚고 싶습니다. 저는 2년 전부터 대만 전쟁 시나리오를 이야기해 왔습니다. 전쟁이 "난다"는 주장이 아니라, 미국의 워게임이 2025년, 2027년 시계에 맞춰져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그때는 전쟁이 안 난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요즘은 오히려 대만 위기 얘기가 많아졌습니다. 미국에서 비공식적으로 대만을 두고 시뮬레이션했다는 뉴스도 있었고, 중국 주석이 바이든에게 대만 통일을 하겠다고 통보식으로 말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대만과 중국 사이의 긴장이 높아지면 비트코인 가격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한국은 이미 미국과 중국 사이의 선택 단계를 넘어섰다고 봅니다.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미국은 원래 유라시아를 직접 통치할 인적 자본이 없어서 동맹 체제를 씁니다. 동맹을 내세우면, 나쁘게 말하면 자기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고, 좋게 말하면 동맹을 보호하면서 최종적인 적으로부터 미국을 지키는 것입니다. 지금 미국이 중국을 적으로 여기는 것은 거의 명백합니다. 과거 소련 시절에는 일본과 한반도의 위치가 소련의 동쪽 해양 진출을 막는 역할을 했습니다.
미국의 힘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은 미국이 쇠퇴해서라기보다 다른 나라들의 힘이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여러 곳에서 전쟁을 치르는 데 대한 피로감이 큽니다. 지금 여론으로는 외국 전쟁에 참전하면 정부가 전복되거나 선거에서 크게 패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도 중요합니다. 오바마 시기부터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친하게 지내라는 메시지를 계속 내왔습니다. 가까워질 것 같다가도 위안부, 독도, 최근의 라인 사태 같은 문제로 멀어지기를 반복합니다. 한국에서는 이 모든 것을 내부 정치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해서, 누가 친일파인지 친중파인지로만 나누면 대화가 불가능해집니다. 친일파가 좋은 사람인지, 친중파가 좋은 사람인지 질문하면 답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보는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한국이 선택하지 못한 채 내부 갈등을 겪다가 원치 않게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한국에 그렇게까지 힘을 투영할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지금 실험 중입니다. 병력을 직접 보내지 않고 지원만 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싸우느냐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대만에 대해서도 비슷한 실험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정학적으로 판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5년 전부터 이걸 느꼈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옛날 같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트럼프의 주한미군 철수나 방위비 분담금 압박 같은 이벤트들만 보이지만, 더 큰 흐름이 있습니다. 바닷가에서 들어오는 물과 나가는 물이 헷갈리듯, 지금 보이는 사건들이 밀려오는 것인지 빠져나가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과감한 가설을 하나 말씀드리면, 1950년 한반도에서 전쟁이 난 것은 소련 서쪽, 즉 유럽에서의 전쟁을 막은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도 유럽에서 전쟁하느니 한반도가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그 당시 한반도가 전쟁터로 선택된 것이죠.
감정을 믿지 말고 이론을 믿는다면, 미국과 중국이 어디선가 붙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대만 전쟁이 우리에게 더 안전할지, 덜 안전할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전쟁 때 대만은 미국의 보호를 받았습니다. 미국은 한반도에 참전하면서 대만 통일을 뒤로 미뤘습니다. 냉정하지만, 지정학은 원래 그렇게 냉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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