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홍춘욱 · 한국인
요약 보기
관세 충격과 공매도 재개 우려로 국내 주식이 눌렸다고 진단. 공매도는 유동성과 투명성에 기여하므로 금지보다 허용이 낫다는 입장. 한국 시장은 PBR 항아리형 구조이며 바이오·2차전지 등 고평가 성장주는 공매도 타겟이 되기 쉽다. 2차전지는 중국 LFP·전고체 등 기술 경쟁 압박으로 대규모 증자가 이어지며 당분간 공급 리스크가 크다. 기업 펀더멘탈(수익·매출·경쟁력)을 봐야 하며, 싸면 분할 매수하되 희망 베팅은 피하라는 조언.
다듬은 글
일단 두 가지가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당연히 공매도 재개에 대한 공포입니다. 대차잔고가 많은 기업들이 공매도에 집중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셨고, 우리나라는 공매도 타깃이 되는 기업들이 정해져 있잖아요. 그런 기업들은 수급도 좋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는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관세 이야기를 하면서, 특히 4월 2일 상호관세 이야기가 나오고 자동차가 25% 관세를 부과받게 되니까 그렇습니다. 현대차가 미국에 수십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도 대규모 관세를 때리는 걸 보면서, 이게 저 사람의 아이덴티티구나, 관세를 맞지 않고는 미국에서 장사할 수 없게 됐구나 하는 걸 많이 느끼셨을 겁니다.
그러니 절망감도 있고 답답함이 시장에 많이 반영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공매도도 결국 레버리지 투자의 일종으로 보시면 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파는 것은 공매도가 아니고 그냥 매도입니다.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을 팔고 싶으면 빌려서 팔면 됩니다. 기금이나 증권회사 등 주식을 빌려줄 수 있는 곳에서 주식을 빌려와 이자를 내고, 차입해서 그걸 파는 거죠.
주가가 하락할수록 이미 팔아 놓은 상태에서 갚을 때 차익을 정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짜리 주식을 빌려와서 나중에 30만 원에 돌려주면 되는 거죠. 주가가 70% 빠졌다면 담보대출 등으로 레버리지까지 썼다면 수익은 더 커집니다. 그래서 주가가 하락할수록 이익을 볼 수 있는 포지션이 바로 공매도입니다.
니콜라 사례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전기차 회사 니콜라가 차세대 최고의 기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우리나라 한화그룹을 비롯해 많은 재벌들이 투자를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제대로 차를 만들지도 못한 상태에서 언덕에서 차를 굴리는 식으로 광고를 찍고 부풀렸던 겁니다. 힌덴버그 리서치와 공매도 세력이 보고서를 발간하고 공매도를 했는데, 사실로 밝혀져서 실제로 CEO가 감옥에 가거나 파면을 당하는 일을 겪었습니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이, 아무 허실 없이 고평가된 기업을 공매도해서 수익을 내려는 사람들은 실패하면 큰 손실을 봅니다. 큰 손실을 무릅쓰고 그 회사 주식을 매도해 주가를 떨어뜨림으로써 가격 차익을 누리려는 것이 공매도입니다.
공매도 자체는 사는 사람만 있는 시장에 파는 사람도 나오게 하니까 유동성이 좋아집니다. 가만히 묶여 있던 주식들이 시장에 나오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회사가 감추고 싶었던 잘못된 관행을 폭로함으로써 시장을 더 투명하게 만들 여지가 생깁니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공매도가 있는 시장을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할 때 애널리스트의 매수 보고서만 보다가 공매도 세력의 매도 보고서도 보게 되니 크로스 체크가 되고, 훨씬 더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매도를 아예 처음부터 금지해 버리면 주식을 올리지도 못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공매도를 금지했지만 주가를 올리지 못했고, 전 세계 증시가 랠리를 펼치는 동안 우리만 빠졌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수급에 도움이 되는 것은 별로 없었고, 오히려 이 시장은 불투명하다, 이걸 못하게 한다니 이게 시장이 맞느냐는 평가를 받게 되면서 외국인이 계속 팔았습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항아리 모양입니다. 밸류에이션이 PBR 0.1~0.2배처럼 저평가된 주식이 엄청 많고, 반대편에는 PBR 10배, 20배 이상인 주식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우리나라 시장 평균 PBR은 0.8~0.9배인데, 그 주식들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습니다.
이 항아리형 시장에서 공매도 타깃이 되는 건 당연히 PBR이 시장 평균보다 10배, 20배 이상 높은 기업들입니다. 이런 기업들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높은 성장성 때문인데, 그 성장성이 과대평가됐다고 생각되면 공매도 세력이 매도합니다.
바이오 주식이 전통적인 타깃이 되는 이유는 회계 분식과 회계 조작 이슈가 있었고, 미래 성장 가능성을 엄청나게 높게 평가해서 시장 밸류에이션을 주기 때문입니다. 선진국 기업들은 우리나라 기업의 그런 부분을 낮게 봅니다. 속상하지만 전통적으로 바이오를 엄청 싫어합니다. 2차전지는 외국에서 힘들다고 보지만, 바이오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바이오는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 가능한 분야이기 때문에 희망을 가지고 투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HLB가 고생하고 있고 인보사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저력 있는 기업들은 잘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디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죠.
반면 2차전지는 전기차 캐즘이 오래가지 못할 거라고 평가받던 LFP 배터리가 500km를 가는 수준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2026년이나 2027년에는 전고체 배터리 자동차가 나온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양쪽에서 어마어마한 기술력으로 협공이 들어오는데, 우리 기업들이 그걸 견뎌낼 힘이 있을까요? LG에너지솔루션의 대규모 상장과 이번 삼성SDI의 대규모 증자를 보면 앞으로 돈이 많이 필요하고 힘든 시기가 다가오니 서둘러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공급 리스크도 있고 답답하죠. 펀더멘털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
공매도가 들어올 때 기업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사주를 소각해 버리는 겁니다. 그러면 공매도 세력을 밀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안 할까요? 그럴 돈이 없거나, 지금 투자하기도 바쁘거나, 공매도 세력이 들어와 주가가 빠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실적이 너무 잘 나와서 걱정할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셋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기업이 대부분이라서 공매도 세력이 필요한 겁니다.
공매도가 들어와 주가가 빠지는데도 아무 조치가 없고 실적도 잘 안 나오면, 공매도 세력에게 기회를 준 셈입니다. 기업들은 웬만하면 증자를 잘 하지 않습니다. 증자하면 주가가 폭락하고, 주주 관계도 나빠지고, 필요할 때 돈도 못 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서둘러 대규모 증자를 한다는 건 굉장히 안 좋은 뉴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뉴스가 나왔는데 증자에도 실패하면 정말 큰일이 나는 거고, 그런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니 기업에 투자할 때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이 회사가 돈을 벌고 있느냐입니다. 돈을 못 벌고 있다면 대부분 못 벌고 있는 겁니다. 성장 기업이라면 매출이 정말 늘고 있는지, 매출이 늘지 않고 있다면 감추고 있는 신제품이 있는지, 그 신제품이 시장 전문가들이 미래를 좌우할 만한 제품이라고 보는지, 경쟁자는 없는지 등을 따져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투자하는 분이 그렇게 많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이거 좋다더라"라고 하면서 투자하지, 그 회사의 공시 정보나 사업보고서를 한번 읽어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러니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시장에 공매도를 하러 오는 겁니다. "여기 물 반 고기 반이다" 하면서 말이죠.
저는 싸면 절망이 다 했을 때 사자는 입장입니다. 다만 너무 희망 베팅은 하지 말자는 것이 제 결론입니다.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