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슈카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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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2026 세계 성장률 전망이 3.1%로 하향되며 세계 경제는 전쟁·고금리 등으로 부진하지만, AI 수혜국(한국·대만)과 피해국(유럽·일본)으로 갈리는 K자 양극화가 진행 중이라는 진단이다. 한국과 대만은 2026년 각각 3%대·10%대 성장이 예상되며 2031년 무렵 1인당 GDP 6만 달러 도달 가능성이 제시되고, 이는 이탈리아·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을 앞서는 수준이다. 반면 유럽(독일·프랑스·이탈리아)은 성장률 1% 안팎에 재정 부담으로 흔들리고, 일본은 고령화·생산성 둔화로 성장률 0%대에 머물며 1인당 GDP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일본의 저성장 원인으로 고령화(65세 이상 29.4%), 고령 유권자 중심의 연금·복지 정책 쏠림, 기술 수용 둔화, 세대 간 유대 약화, 종신고용 구조의 기업 인력 고령화가 제시된다. 결론적으로 한국도 같은 인구구조 함정을 피할 수 있을지 세대 갈등 완화와 미래지향적 결정이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다듬은 글
자, 오늘은 일본과 우리나라까지 포함한 한국과 일본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제는 "일본에는 과연 무슨 일이 생겼나"입니다. 같이 보시죠. 지난 10월 13일에 IMF가 세계 경제 전망을 발표했습니다. 2026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3.1%입니다. 2025년에 전망했던 2026년 수치보다 내려갔습니다. 우리 기대보다 2026년 세계 경제가 성장을 못 했다는 뜻이에요. 한국만 보면 전 세계가 AI 덕분에 다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세계 경제는 부진합니다.
왜 부진하냐고요? 전쟁이 있고, 물가가 오르고, 공급에 문제가 있고, 유가도 안정되지 않으니 당연히 부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란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프랑스 시위, 고금리도 영향을 줬습니다. 우리는 잘 못 느끼지만 주요국 거의 50개국의 경제 전망치가 하향됐습니다. 프랑스는 크게 내려갔고, 캐나다도 내려갔고, 미국도 내려갔습니다. 사우디 등 중동 주요국도 내려갔고 유럽도 전반적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렇다고 전 세계가 다 안 좋은 건 아닙니다. IMF는 세계가 K자 양극화 성장을 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우리 사회 안의 양극화를 말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세계 전체가 K자로 갈라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AI 기술 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국가들은 혜택을 누리며 성장하고, 혼란에 빠진 국가들은 아래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위쪽으로 가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IMF는 AI 시대의 최대 승자가 미국과 아시아라고 했습니다. K자의 위쪽에 여러분이 계신다는 겁니다. 많은 분들이 "우리가 언제 위였냐, 최대 수혜자라니 말이 되냐"고 화를 내실 수도 있습니다. 개인 자산은 박살이 나 있으니까요. 그래도 여기서 더 떨어지지 않고 위쪽 추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게 IMF의 판단입니다.
K자의 아래쪽은 중동도 있지만 대부분 유럽입니다. 유로존 성장률은 국가 하나가 아니라 대륙 전체가 1% 안팎입니다. 거의 제로 성장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로존 4대 경제 대국을 보면 독일은 1.3%로 조금 반등했지만 최근 몇 년은 마이너스였습니다. 프랑스는 0.4%, 이탈리아는 0.8%입니다. 스페인은 2.5%로 괜찮지만 이민자 유입 등 문제가 있습니다. 결국 유로존 주요 대국 대부분이 1% 미만이고,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는 1%도 간당간당합니다.
게다가 돈도 없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청년 교육 예산을 늘리라는 요구와 연금 수급자들의 "내 연금 내놔라"는 요구가 부딪치고, 국가는 "돈이 없으니 조금 줄이자"고 하면서 시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재정이 없는 상황에서 AI 투자가 가능하겠습니까? 미국은 돈이 많아 투자하고 있고, 우리는 미국이 사주는 덕분에 돈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중국은 복지와 연금을 줄이면서까지 기술 개발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달리고, 한국과 대만은 곡괭이를 팔면서 뒤를 따라가고 있는 셈입니다. IMF가 유럽을 K자의 아래쪽으로 본 이유입니다.
유로존 최대 경제대국 독일도 "전 세계적인 성장이 고르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며 에너지 위기와 인공지능이 가져오는 도전을 언급했습니다. 독일조차 전 세계 성장에 동참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씁쓸한 고백으로 들립니다.
반면 K자 위쪽에서 가장 놀라운 나라는 한국과 대만입니다. 이제는 별로 놀랍지도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올해 3.3~3.5% 성장이 예상되고, 내년에도 3%대 초반이 예상됩니다. 대만은 올해 1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이 1% 성장할 때 대만은 10%입니다. 유럽이 10년 걸릴 성장을 1년에 하는 셈입니다.
IMF는 한국과 대만이 AI 핵심 부품인 반도체 수출의 62%를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도체 수요가 한국 성장세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겁니다. 2025년 기준 1인당 GDP는 대만이 약 3만 9,500달러, 한국이 약 3만 6,400달러입니다. 내년 전망으로는 두 나라 모두 4만 달러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주식시장은 흔들리고 있지만 IMF 전망은 그렇습니다.
더 나아가 IMF 전망 차트를 보면 2031년쯤 한국과 대만의 1인당 GDP가 6만 달러에 도달합니다. 솔직히 믿기 힘든 수치지만 제가 찍은 전망이 아니라 IMF가 찍은 전망입니다. 2025년 기준으로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이 우리보다 높지만, 2031년에는 한국과 대만이 이 나라들을 앞지를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 주요국을 제치고 6만 달러를 달성하는 국가가 되는 것입니다. 이탈리아 인구는 2030년쯤 우리보다 20% 가까이 많지만, 1인당 GDP를 따라잡는다는 건 전체 경제 규모도 이탈리아를 넘어선다는 뜻입니다.
인구 5천만 명 이상이면서 1인당 소득 6만 달러 이상인 나라는 전 세계에 미국, 독일, 영국 세 개뿐입니다. 이 추세대로 가면 한국이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포함된 인구 8천만 명 기준으로 생각하면 더 큰 의미도 있었을 겁니다.
성장률이 높아지면 장점도 있습니다. GDP 대비 부채비율이 줄어듭니다. 프랑스처럼 부채가 많아 아무것도 못 하는 나라가 이 문제를 풀려면 방법은 하나입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 분모인 GDP를 키우면 됩니다. 우리 정부도 이 방향을 말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성장과 재정건전성을 함께 잡겠다고 밝혔고, 재정경제부 장관은 개도국을 돕기 위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통화스와프를 연장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상대가 일본입니다.
일본 입장에서는 이 상황이 격세지감일 겁니다. 동아시아 1인당 GDP 경쟁에서 1900년대 이후 거의 처음으로 밀리게 생겼습니다. 전망대로면 2031년쯤 격차가 거의 50% 가까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일본은 성장률이 거의 0%대이고, 2027년 전망치도 0.7%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1인당 소득은 4만~4만 2,000달러로 예상됩니다.
일본은 1990년대에 이미 4만 달러를 넘었고, 2010년에도 4만 달러를 유지했습니다. 문제는 그 자리에 계속 머물렀다는 겁니다. 과거 압도적으로 1인당 GDP가 높았던 나라인데 우리와 비교하면 제자리에 있는 셈이 됐습니다. 격차가 50% 가까이 벌어진다면 생각보다 큰 변화가 올 겁니다. 일본 여행이 정말 싸질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제 어린 시절만 해도 일본 여행은 가전제품 사러 가는 곳이었고, 일본 물가는 우리보다 몇 배 비쌌습니다. 오락실 게임 한 판이 우리는 50~100원인데 일본은 1,000원이었습니다. 1990년 우리나라 1인당 GDP는 6,848달러였고, 2027년에는 5만 달러 가까이 간다는 예상이 있습니다. 한국이 잘 성장한 것도 있지만 일본이 성장하지 못한 것도 큽니다. 근로자 임금 격차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이미 20% 이상 높았고, 이대로 가면 2030년에는 30~40% 이상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일본은 1968년에 세계 GDP 2위였고, 2010년부터 3위였습니다. 2023년에 독일에 밀려 4위가 됐습니다. 그런데 저성장이 이어지면 내년에는 6위가 될 전망입니다. 인도와 영국에 추월당하는 겁니다. 인도는 인구가 많으니 이해가 되지만, 영국에 밀리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추월 속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영국의 추월은 예전에는 2029년쯤으로 예상됐는데 이제는 2년 빨라졌습니다. 영국과 독일은 대표적인 저성장 국가입니다. 그런데 일본 성장률이 0.7%라면 그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 자료 조사 팀이 가져온 자료가 충격적이었습니다. 일본 내에서 나온 주장인데, 한국이 일본보다 부유해졌으니 과거 전쟁 전까지 일본과 일본인이 소유했던 자산 귀속 재산을 돌려받을 새 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겁니다. 침략해서 준 피해를 보상해야 할 쪽이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게 황당합니다. 그래도 일본 내에서도 경제력 차이를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긴 합니다.
그렇다면 왜 일본은 이렇게 성장하지 못할까요? 전쟁도 없고, 이민자 문제로 시끄러운 것도 아니고, 시위가 극단적으로 번지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고령화라고 봅니다.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9.4%입니다. 올해 30%를 넘었을 겁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나라입니다. 성장하기 굉장히 어려운 조건입니다. 일본을 비하하려는 게 아닙니다. 우리도 지금은 괜찮지만 일본보다 더 고령 국가가 될 나라는 결국 대한민국입니다. 현재 우리의 65세 이상 비중은 20% 정도로 아직 1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있지만 추세는 같습니다.
유럽도 대부분 고령 국가입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 상위 25개국이 모두 유럽이고, 딱 하나를 빼면 대부분 일본입니다. 그리고 그 하나가 1등입니다. 중위연령도 일본이 50세입니다. 우리는 46세 정도이고, 이탈리아와 독일은 48, 47세, 미국은 39세입니다. 미국이 강한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민자가 계속 들어와 젊은 인구가 유입되니까요.
일본은 인구도 줄고 있습니다. 5년에 300만 명이 줄어듭니다. 5년마다 부산 같은 도시 하나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외국인이 들어와서 줄어드는 폭이 조금 완화된 것이고, 내국인 감소는 더 큽니다. 지자체 인구 통계도 일부 부풀려졌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보조금을 더 받으려고 빈집에 사람이 사는 것처럼 기록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100세 이상 어르신이 10만 명이 넘는다는 통계도 연금을 받기 위해 사망신고를 하지 않은 사례가 섞여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저출산 고령화가 너무 오래 이어졌다는 겁니다. 1990년대 일본이 가장 강했던 시기와 지금을 비교하면 인구가 거의 그대로입니다. 1인당 GDP는 30%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미국은 370% 넘게 늘었습니다. 경제 규모 차이가 엄청납니다.
전 일본은행 총재 시라카와 마사아키의 인터뷰도 함께 보겠습니다. 이분은 일본의 인구 감소가 본격화된 1980년대만 해도 기술력으로 생산성을 높이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고령화 사회에서는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매우 느려졌고, 기대했던 생산성 향상이 더디게 나타났다고 말합니다. 당연한 얘기입니다. 새로운 걸 잘 안 하니까요.
더 중요한 대목은 이어집니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생산성 향상을 이끌 분야에 대한 투자가 줄어듭니다. 유권자의 주요 연령대가 올라가면서, 정부도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보다 연금과 복지에 더 집중하게 된다는 겁니다. 고령층 중심의 민주주의가 진행되면서 미래 지향적인 투자보다 현재의 연금과 복지에 투자가 늘고, 그 결과 일본의 경제 생산성 향상이 크게 줄었다는 겁니다.
저도 요즘 이 얘기를 많이 생각합니다. 다수결이 민주주의의 중요한 방식이긴 하지만, 그 자체가 민주주의의 가치는 아닙니다. 다수결로 결정하면 현재 세대에게 유리한 쪽으로 결정이 기울 가능성이 큽니다. 프랑스에서 연금 개혁이 어려운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아직 비교적 젊은 국가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미래에는 일본과 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심각한 문제는 세대 간 유대감입니다.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세대 간 연결이 끊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1935년생은 87%가 손주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1950년대생 이후로 가면 손주가 없는 사람이 45%에 달합니다. 절반이 손주가 없는 겁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세대가 내려갈수록 노년층과 미래 세대 사이의 유대감이 약해진다는 뜻입니다. 옛날에는 자기 자녀나 손주를 위한 결정이라서 장기적인 결정을 내리기가 비교적 쉬웠는데, 이제는 갈등이 커집니다. 장기적인 해결책에 대한 고령 유권자들의 의지가 줄어들고, 결국 현재 세대를 위한 결정만 계속하게 된다는 겁니다. 출산율이 떨어지면 자녀가 줄고, 그러면 손주도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이 부분은 저도 정말 걱정이 많이 됩니다. 한국에도 세대 간 유대감 약화가 굉장히 큰 문제가 될 겁니다. 이미 세대 간 혐오 표현이 늘고 있고, 20대와 30대가 40~70대를 바라보는 시각도 나빠지고 있습니다. 20~30년 뒤에는 정치적 갈등과 여러 사회적 갈등이 훨씬 커질 겁니다. 유대감이 약해지면 우리가 만들어 놓은 업보가 그때 돌아올 겁니다. 지금부터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고령 사회는 새로운 기술이 나와도 잘 쓰지 않습니다. 일본은행 총재도 새로운 디지털 기기나 업무 지원 방식이 도입되어도 고령층은 기술적·심리적 어려움 때문에 잘 쓰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팩스를 쓰던 세대가 스마트폰에 적응하기도 힘들었는데, AI에 적응하는 건 더 어렵습니다.
충분히 잘 사는 나라에서 굳이 미래 지향적인 변화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도 생깁니다. 그러니 변화가 오면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은 변화가 오지 않는 사회가 돼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미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변화가 올 때마다 점프했던 나라입니다. 중국이 막 올라갈 때 우리는 차이나 머니를 활용했고,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 올라탔고, 반도체로 성장했고, AI에도 올라탔습니다. 이렇게 1만 달러, 2만 달러, 3만 달러, 4만 달러를 거쳐 6만 달러를 바라볼 수 있는 나라가 됐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변화에 올라탈 수 있을지는 개인적으로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도 변화에 약한 사회가 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때입니다.
일본 총재의 말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초고령 사회가 되면서 생산성도 떨어졌다는 겁니다. 인간의 한계가 어느 정도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습니다. 남들이 AI 경쟁을 할 때 우리는 연금과 복지 얘기만 하게 됩니다. 내 나이가 70이고 60대와 80대가 함께 사는 사회라면, 내 연금이 더 중요해지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일본의 평균연령은 이미 50세를 훌쩍 넘었습니다.
예전에 말씀드렸듯이 저는 기후 변화 문제를 80세 노년 지도자가 결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입니다.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 문제는 앞으로 살아갈 20대, 30대, 10대가 결정해야 합니다. 60대, 70대, 80대에게 3~40년 뒤의 문제를 맡기면 현재의 이익을 우선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시스템 자체에 한계가 있는 게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일본 어르신들은 서구와 달리 일을 많이 한다는 겁니다. 맞는 말입니다. 주요국 65세 이상 고용률은 한국이 1위이고, 일본이 2위입니다. 유럽은 어르신이 되면 일을 안 하고, 일하라고 하면 시위를 합니다. 반면 우리와 일본은 어르신들이 일을 많이 합니다.
일본은 65~69세의 50%가 일하고, 75세 이상에서도 10%가 일합니다. 그런데도 일본 전체 노동인구는 사상 최대라고 합니다. 그러면 나쁠 게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착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령층은 체력의 한계로 근로 시간이 짧고,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노동인구 통계는 한 명을 한 명으로 세기 때문에 실제 노동량보다 과대평가됩니다. 게다가 고령층은 주로 소매, 단순 서비스, 보건복지, 교통, 농업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성장이나 혁신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런 일을 하시는 것도 대단하지만, 그것으로 성장 동력을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그마저도 노동력이 부족해서 일본은 외국인 노동자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앞으로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는 더 잘 사는 나라로 갑니다. 지금은 1인당 GDP 차이가 20% 정도지만, 앞으로 30~50%까지 벌어진다면 외국인 노동자들은 일본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갈 겁니다. 실제로 일본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나라로 꼽는 곳이 대부분 한국이나 호주라고 합니다.
결국 일본의 문제는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고령화와 저출산, 변화에 대한 저항, 세대 간 단절이 맞물린 문제입니다. 우리도 지금의 성장세에 안주하지 말고 같은 길을 가지 않도록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돈을 많이 주니까 우리나라가 뭘 잘해 준다는 게 아니라, 돈을 많이 주니까 그런 것 같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지금 우리가 경쟁력이 막강하거든요. 조금 있으면 더 막강해질 것 같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잘 선별해서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어요. 미국처럼 외국인 노동자가 들어오는 걸 막을 순 없잖아요. 우리도 이제 일하는 분들이 굉장히 적어질 텐데, 지금 우리가 어떻게 보면 패를 쥐고 있는 상황이니까 충분히 높은 임금을 자랑할 수 있을 때 훌륭한 정책을 잘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많이 합니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일본 대기업들이 더 잘해 주면 되지 않냐고요. 우리도 삼성전자, SK 같은 대기업이 경제를 끌고 가는데, 일본 대기업들이 성과를 내서 쭉쭉 끌고 가면 되지 않냐는 거죠. 일본 대기업들의 경쟁력은 세계적이니까 어느 정도 맞는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기업도 어렵습니다. 기업도 우리 사회의 일부분이기 때문이에요. 기업도 인력 고령화를 피할 순 없습니다.
일본의 5,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보니, 응답 기업의 64%가 45세 이상 직원이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라고 답했습니다. 전부 부장님으로 이루어진 셈이죠. 절반 이상이 부장님이라는 겁니다. 앞으로는 50세 이상이 될 거예요. 그러면 기업이 혁신을 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미래 지향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데 할 수 있겠습니까? 심지어 일본 기업의 22%는 전체 직원 중 45세 이상의 비율이 최소 80%라고 답했어요. 80%면 전부 임원, 전부 부장급 이상이라는 얘기죠. 43세는 커피를 타 와야 한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입니다. 평균적으로 보면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
일본은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고령화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전체 직원 중 45세 이상이 절반을 넘는 비율이 대기업에서 57%였습니다. 비율이 높죠.
일본은 어떤 구조냐 하면, 탄탄한 고용 보장으로 유명합니다. 미국이 한쪽 극단에 있다면 일본은 반대쪽에 있죠. 물론 여기에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강력한 법적 보호와 근속 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이 보장되는 정규직이 있고, 놀랍게도 비슷한 일을 하지만 훨씬 적은 임금을 받고 경기가 침체되면 가장 먼저 해고되는 비정규직이 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보던 구조죠. 그리고 대부분의 노동 문제 논의는 정규직 유지 쪽으로 흘러갑니다.
문제는 45세 이상 비중이 50%, 어떤 기업은 80% 이상이 된다는 건데, 고용 보장이 계속 탄탄하게 유지되면 어떻게 될까요? 일본 특유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이 든 직원들이 일본 기업 곳곳에 등장하게 된 거예요. 이걸 비하하려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젊은 직원들이 해야 할 일은 있는데 젊은 직원들이 잘 들어오지 않고, 위의 인력만 계속 늘어나는 거죠. 그런데 일은 한정적이니까 일이 점점 줄어듭니다. 새로운 일을 하기도 어렵고, 55세, 60세가 되면 더 그렇겠죠.
그래서 일본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가리키는 명칭까지 생겼습니다. '창가족'이에요. 이것도 일종의 젊은 세대와의 갈등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고령화 사회로 가면서 세대 간 유대감이 점점 약해지는 모습인데, 이들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얘기도 있고요.
그런 상황에서 얼마 전 일본에서 굉장히 충격적인 소송이 있었습니다. 일본은 지금 인력난이 심각합니다. 우리는 취업난이 문제지만, 일본은 인력난이에요. 취준생이 왕이고 기업들이 사람을 뽑으려고 난리입니다. 우리도 곧 그렇게 될 텐데 언제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인력난이 심각하다 보니 정년을 넘긴 어르신들에게도 일해 달라고 부탁하게 됐습니다. 대신 반값 연봉으로 재고용하는 문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일본 기업의 65%가 60세에 정년을 두고 퇴직시킨 뒤, 65세까지는 기존 연봉의 절반을 주고 재고용하는 식이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 고령 노동자들이 대대적인 소송을 걸었습니다. 같은 일을 하는데 정년 후 재고용 때 월급을 반으로 깎는 게 말이 되냐, 이건 불법이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었죠. 이 소송에서 대법원이 고령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래서 법이 바뀌었습니다. 정년 퇴직 후 재고용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금까지는 절반 정도로 낮췄는데, 이제는 명확한 사유가 없는 한 기존 임금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겁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제도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거죠.
그러면 청년들, 20대 30대가 들고일어나서 말이 되냐고 사회가 뒤집혀야 할 것 같은데, 생각보다 조용하다고 합니다. 왜 그런가 봤더니, 반감을 느끼긴 했는데 잘 생각해 보니 내 미래일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러네, 나도 그렇게 될 것 같다는 거죠.
제가 일본 SNS 글을 AI로 번역해서 봤는데, 이런 반응이 보입니다. "야, 정리해고 저 놈 아니냐, 맨날 놀기만 하냐, 창가족 아저씨들아." 그러다 보면 이들이 조금 있으면 45세가 되고, 그다음 세대가 또 같은 처지가 되는 식으로 반복되는 거죠. 일본은 이런 흐름이 1990년대부터 이미 시작돼서 벌써 20~30년이 지났습니다.
심지어 이제는 이게 굉장히 안정화되면서 사회 전체로 보면 나쁘지만은 않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세계 경쟁에서 AI 열풍 속에 힘들고 시험난하게 살아가는데, 일본의 창가족은 안정적으로 사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그래서 일부 일본인들은 창가족이 있는 것도 일본 경제의 자랑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미국을 보면 AI 시대에 생산성이 떨어지면 근로자를 그냥 자르잖아요. 얼마나 비인간적입니까? 반면 일본의 창가족은 해고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 줘서 청년들이 안심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겁니다. 나도 나중에 이렇게 편안하게 창가족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는 거죠.
실제로 일본 기사를 보면, 일본 근로자의 80%가 은퇴 후에도 계속 일하기를 원하고 실제로 일할 수 있으며, 70%는 기존 직장에서 일하고 싶어 하고 실제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연봉도 그대로 주고, 일본 정부는 정년 이후 고용을 제공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줍니다. 기업도 좋고, 근로자도 좋고, 사회복지망도 좋은 것 아니냐는 거죠.
서구 기업들은 생산성이 0인 근로자에게 왜 급여를 주냐고 따지지만, 일본 기업들은 반대로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급여를 줌으로써 그런 근로자까지 품어 주면, 직원들의 애사심과 충성심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겁니다. 우리 회사가 나를 끝까지 책임지는구나, 나도 나중에 일을 잘 못하게 되더라도 잘리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거죠. 그래서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 전체로는 더 큰 비용을 막는 효율성이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또 일본 근로자는 평균 12년씩 근무한다고 합니다. 미국보다 세 배 정도 길죠. 이직이 잦아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보다 훨씬 스트레스가 적고, 창가족은 그 자체로 가치를 증명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사회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는 거예요.
물론 굉장히 철학적인 문제입니다. 국민소득 4만 달러, 5만 달러, 6만 달러를 향해 계속 경쟁하면서 미래 지향적인 무언가를 하는 게 좋은 걸까요? 아니면 인생 한 번 사는데 굳이 변화 없이, 4만 달러면 됐지, 10년 뒤도 20년 뒤도 4만 달러에 참가적으로 편하게 살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가능하겠죠.
AI 시대의 생산성 향상을 이루지 못하면 인력을 감축하는 서구와 달리, 종신 고용을 약속한 일본의 모습은 인상적입니다. 어르신의 시대, 어르신의 사회로 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만하죠.
결론적으로 일본이 잘하고 못하고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얘기가 아니니까요. 다만 앞으로 인구 구조가 우리도 저렇게 따라갈 것이기 때문에, 과연 우리는 일본이 빠진 함정을 피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세대 간 갈등을 잘 줄이고, 더 미래 지향적인 결정을 잘하면서 앞으로도 꾸준한 성장을 이뤄 내는 나라가 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번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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