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조규원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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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와 법정화폐 전반이 위기 국면에 들어섰다고 주장. 미국 부채가 GDP 대비 120%, 연간 이자만 1조 달러 이상이며 긴축·화폐개혁이 어려워 인플레이션 용인 경로가 유력하다고 봄. 중앙은행의 금 매입을 근거로 들며 미국이 생산성 혁신(AI·반도체·군사)에 최후의 배팅을 하는 중이라고 해석. 성공해도 화폐시스템 재창조 과정에서 금 가격 재평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 현금 보유는 위험하고 금은 투자가 아닌 보험·저축 수단이라고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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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가 위기라는 이야기가 들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제 그것이 눈에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사실 달러 위기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다만 그동안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을 뿐이죠. 지금은 여러 지표를 통해 그 징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 근본적으로 보면 이것은 달러만의 문제가 아니라 화폐 전체의 위기입니다. 우리가 돈이라고 믿어 온 모든 화폐가 지금 위기의 순간에 놓여 있어요. 그동안 너무나 많은 화폐가 발행됐지만, 우리는 '화폐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믿음이 깨지기 시작했어요. 물가를 통해 우리도 그것을 체감하고 있고, 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들조차 화폐를 줄이고 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화폐가 여전히 가치가 있다면 중앙은행이 왜 화폐를 버리고 금으로 이동하겠습니까? 이 점만 봐도 신호는 분명합니다.
특히 화폐의 왕인 달러가 유독 더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많이 발행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 그것은 제외하고 보겠습니다. 과거에도 많이 발행된 적은 있었는데 왜 지금은 문제가 되는가? 여기서 핵심은 미국의 부채 문제입니다.
미국의 부채는 GDP 대비 120%로, 2차 세계대전 때보다 더 높은 수준입니다. 1년에 부채 이자만으로 1조 달러 이상을 지출하고 있는데, 이는 국방비보다 많은 금액입니다. 숨만 쉬어도 1년에 부채가 2조 달러씩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역사적으로 이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세 가지밖에 없습니다.
첫째, **긴축**입니다. 복지를 줄이고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를 공약하는 대통령이 표를 얻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국가 규모가 클수록 긴축은 정치적 자살행위에 가깝다고 이야기됩니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죠.
둘째, **화폐 개혁**입니다. 화폐 가치를 100분의 1, 1000분의 1로 한 번에 깎아내는 방식인데, 이는 북한처럼 극단적인 상황에서나 가능합니다. 선진국이 이를 택하기는 사실상 디폴트를 선언하는 것과 같아서 쉽지 않습니다.
셋째,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는 것**입니다. 화폐 가치를 서서히 떨어뜨려 부채의 실질 가치를 태워 없애는 방법이죠. 역사적으로 기축통화국이나 제국은 대부분 이 방법을 택해 왔습니다. 지금 달러 위기의 본질은 미국이 이 세 번째 방법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 나옵니다.
사실 네 번째 방법도 있습니다. 쉽지 않지만 불가능하진 않아요. 바로 **생산성의 혁신**입니다. 산업혁명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면 생산성의 레벨 자체가 달라졌죠. 생산성을 조금 개선하는 수준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혁신한다면, 풀린 화폐와 부채가 그대로라 하더라도 생산량이 훨씬 늘어나 부채 비율이 뚝뚝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거의 성공한 적이 없지만, 영국의 2차 산업혁명 시기(1780~1840년경)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당시 영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100%를 넘었고, 사실상 파산 직전이었습니다. 이때 영국은 부채를 더 짊어지면서 산업혁명에 최후의 배팅을 했습니다. 1800년대쯤에는 부채 비율이 250%를 돌파했어요. 그리고 40년쯤 지나 생산성이 천천히 올라가면서 결국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40년 동안 인플레이션은 10%를 넘는 해가 셀 수 없이 많았죠.
제가 보기에 현재 미국도 이 생산성 혁신에 배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AI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고, 관련 군사 분야나 반도체 기업을 국내로 끌어들이려는 흐름을 보면 맥락이 분명해 보입니다. 미국은 영국이나 과거 스페인처럼 최후의 배팅을 하고 있는 것이죠.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생산성 혁신이 성공하더라도 그것이 시장에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그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20~40년 정도는 인플레이션이 꽤 높은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달러의 위기는 맞습니다.
이 도박에 성공하면 미국은 다시 100년의 패권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지금의 달러 시스템은 사라져야 합니다. 새로운 달러 화폐 시스템이 재창조되는 것이죠.
역사가 이를 보여줍니다.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에서 금태환 제도라는 새로운 달러 체제가 만들어져 세계 기준이 되었습니다. 1970년대에 이 체제가 무너지자 페트로달러 시스템을 세워 패권 체제를 다시 유지했죠. 1971년 이전의 달러와 이후의 달러는 다른 달러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달러'라고 부릅니다.
즉 미국이 위기를 극복하든 실패하든, 지금의 달러는 죽고 새로운 달러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과정에서 금 가격이 폭등하는 역사가 반복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영국, 소련에 이어 미국이라는 거대 제국도 붕괴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제국이 쇠퇴하는 공통된 경로와 연결됩니다.
제국은 영토를 관리하기 위해 군사비가 많이 들고, 복지 지출도 상당합니다. 처음 제국이 되었을 때는 버는 돈에 비해 지출이 적어 재정이 건전합니다. 그러나 영토가 넓어지고 지출이 늘면서 어느 순간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아지고, 이 상황이 임계점을 넘으면 구조적인 재정적자가 시작됩니다. 이때가 위기의 출발점입니다.
이후 단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전성기**: 많이 벌고 지출은 적다. 2. **지출 확장**: 군사비와 복지 지출이 늘어난다. 3. **구조적 재정적자**: 지출이 수입을 넘어서 임계점을 돌파한다. 이때 위기가 시작되고, 다른 국가들이 패권국의 화폐를 점점 믿지 않게 됩니다. 일반인은 거의 붕괴 직전까지 믿는 경향이 있지만, 각국 중앙은행은 더 빠르게 대응합니다. 4. **무자비한 화폐 발행**: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화폐를 대량 발행합니다. 로마의 은화 순도 저하, 근대의 종이화폐 남발, 미국의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 양적완화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초기에는 신뢰가 남아 있어 바로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5. **인플레이션 표면화**: 임계점을 넘으면 인플레이션이 나타납니다. 미국도 2008년과 2020년에는 인플레이션이 없었지만, 2021년부터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6. **신뢰 상실**: 국가, 개인, 기관이 화폐를 버리기 시작하고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됩니다. 7. **멸망**: 제국과 화폐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합니다. 다만 잘 대응하면 5단계쯤에서 다시 1단계로 돌아가 전성기를 되찾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미국은 5단계에 진입했고, 각국 중앙은행이 미국 화폐를 버리고 금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보면 6단계로 넘어가는 문턱에 서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은 지금 최고의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고, 이 도박에 성공하면 1단계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화폐 시스템은 재창조되어야 하고, 그 시점에 금 가격이 재평가됩니다.
지금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위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현금이 지금의 달러 시스템에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화폐 시스템은 바뀔 수밖에 없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도박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화폐 시스템은 바뀝니다. 완전히 몰락해서 바뀌든, 재평가를 거쳐 새로운 시스템으로 넘어가든 말이죠.
1971년 금태환 체제가 페트로달러로 넘어갈 때도 미국의 패권은 유지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금 가격은 크게 재평가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발행된 화폐량과 금의 양이 1대 1로 맞춰질 수준까지 금 가치가 올라가야 화폐가 다시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과거 그 과정에서 금 가격은 26배가 상승했습니다. 금의 가치가 재평가되는 것은 곧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과 같습니다. 화폐 가치가 10분의 1로 떨어지는 것도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고 10년, 길면 20년에 걸쳐 일어나지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앞으로 화폐 가치는 빠르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 극단적으로 보면, 화폐가 실제로 종이쪼가리가 된 역사도 많습니다. 최소한으로 보더라도 화폐 가치는 크게 하락할 것이고, 심하면 화폐 자체가 휴지조각이 될 수 있는 리스크까지 있습니다. 즉 지금은 화폐를 보유하는 것, 혹은 예적금 형태로 화폐를 쌓아두는 것 자체가 리스크인 시기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금과 같은 실물자산으로 피난을 가는 것입니다. 금은 단순한 투자 대상이라기보다 보험이자 저축의 수단으로 봐야 합니다. 투자 수익을 노리는 관점보다는, 화폐 가치 하락으로부터 자산을 지키기 위한 관점에서 접근하시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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