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태민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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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달러 대체 화폐로서 독보적이며 맥시멀리스트 관점과 차이가 없다고 주장. 블록체인은 비트코인과 별개로 글로벌 서플라이체인·금융망 등에 쓰임이 있다고 강조. 이더리움 등 다른 체인 생태계와 NFT·스마트컨트랙트의 효용을 설명하며, 비트코인만 가치 있다는 시각과 블록체인 자체 가치를 부정하는 시각을 모두 비판함. 2015년부터 블록체인 구상을 해왔고 자신의 책 2018년 내용을 근거로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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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단 하나의 쓸모밖에 없다. 그건 달러를 대체하는 것이다. 그 외에는 전혀 쓸모가 없고, 다른 건 전부 뻥이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원숭이 그림 NFT를 왜 만들고, 왜 음악을 블록체인에 넣느냐. 그건 용량만 차지하고 사실상 판타지라는 겁니다. 아니요, 아닙니다. 블록체인에 눈을 뜨면 화폐 현상으로서의 비트코인과 별도로 블록체인이라는 월드가 있습니다.
그런데 블록체인 맥시멀리스트들의 문제는 블록체인이라는 월드만 중요하고 비트코인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보는 데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그냥 시제품이고, 역할이 끝났다는 겁니다. 블록체인이 이렇게 돌아간다는 걸 알려줬으면 됐지, 왜 아직도 시가총액이 있느냐, 아무 기능이 없지 않느냐고 주장합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대학생들이 많은데, 저도 그들에게 혼나기도 하고 무시당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7년 동안 이런 친구들에게 설명을 시도했지만 잘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외롭지 않습니다. 블록체인이라는 월드는 분명히 있으니까요.
블록체인에는 체인이라는 관점과 코인이라는 관점이 있습니다. 두 개가 완전히 분리되지 않아서 헷갈리기 쉽지만, 엄밀히 따지면 다른 겁니다. 비트코인은 비트코인 망 위에서 장부 처리가 이루어지고, 그 자리에서 1비트코인을 받아 바로 현금화할 수 있으면 그 순간 1비트코인에 올라타는 것입니다. 비트코인은 망과 코인이 워낙 강하게 묶여 있습니다.
반면 이더리움은 망이 있고, 이더라는 코인이 따로 있습니다. 이더리움 망에서 온갖 토큰을 만들 수 있는데, 그 토큰을 발행하고 트랜잭션을 실행할 때 가스비를 이더로 내야 합니다. 말하자면 톨게이트 요금을 이더로 내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이더리움 안에서는 이더의 존재 의의가 확실합니다. 이더리움 안에서 NFT나 각종 스마트 컨트랙트가 돌아가면 그때마다 이더를 내야 하니, 이더는 톨게이트의 토큰인 셈입니다. 하지만 블록체인 전체가 다 그런 구조는 아닙니다. 이걸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습니다.
저는 화폐 현상으로서의 비트코인에 대해 가장 많이 떠들고, 의심의 여지가 가장 적다고 생각합니다. 이더는 이더리움이라는 망 안에서 독보적인 쓸모를 가진 증서입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비트코인 망 안에서만 독보적인 게 아니라, 메타버스, 그리고 우리가 모든 현실 사회에서 모바일이 가는 곳, 모바일이 안 가는 곳까지 포함해 독보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는 한국의 맥시멀리스트보다 미국의 맥시멀리스트들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금을 사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하는 겁니다.
비트코인 망과 상관없이 블록체인에는 따로 효용이 있고, 이걸 부정하면 안 됩니다. 일부 맥시멀리스트들은 이걸 부정해 왔습니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달러를 대체하는 것 외에는 쓸모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블록체인에 눈을 뜨면, 화폐 현상으로서의 비트코인과 별도로 블록체인이라는 월드가 보입니다.
이 블록체인 월드에서 저는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을 봤습니다.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의 금융망이 여기 올라갈 수 있다고 봅니다. 스포츠 도박이나 예측 시장 같은 것은 이더리움이 지향하고 잘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그것이 인류에 얼마나 기여하겠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스포츠 도박에 쓰였던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과 알고리즘은 나중에 발달하면서 오라클 문제가 있겠지만 쓸모가 있을 것 같습니다.
블록체인이 진짜 의미를 갖는 지점은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에서 소외된 사람들입니다. 비트코인을 사뒀다가 파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 무역망이 올라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가 내 커피 콩을 사준다고 하면, 나는 스타벅스의 인증서를 블록체인에 올리고 크라우드 펀딩을 받습니다. 은행을 거쳐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고, 은행이 판단하는 것도 아닙니다. 인증서를 보고 10만 원을 보내면, 전 세계에서 만 명이 모여 돈이 되고, 그 돈으로 커피 농사를 짓고 스타벅스에 납품합니다. 스타벅스가 입금한 돈은 은행이 아니라 블록체인에 투명하게 보입니다. 그 배당이 나에게 돌아오고, 설령 배당이 없더라도 이런 것들을 여러 개로 분산해 놓으면 된다는 구상입니다.
은행 계좌도 없는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무슬림 지역의 여성들처럼 금융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이런 서플라이 체인에 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꿈을 꾸는 사람은 이더리움 쪽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걸 가장 먼저 해낼 곳은 이더리움보다 구글이나 IBM 같은 곳일 것 같습니다. 아니면 우리나라 삼성전자가 하면 안 될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저는 이 생각을 2015년부터 해왔고, 2018년 제 책에도 스마트 컨트랙트 관련 내용으로 이미 담겨 있습니다.
NFT에 대한 평가도 나뉩니다. 누군가는 그림을 쪼개서 판다는 건 뻥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그림에 대한 권리를 쪼갤 수는 있다고 합니다. NFT 그림도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해 볼 수 있으니, 정직하게 말하면 그 자체가 사기는 아닙니다. 소유권이 메타버스로 전환되는 것, 메타버스 안의 소유권 같은 것은 이더리움보다 카카오톡이 더 잘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더리움이 차지하고 있던 영역의 일부가 들어와야 합니다.
처음부터 이상적으로 쌩쌩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우간다의 한 과부처럼 땅도 없고 돈도 없는 사람이 커피 농사를 짓는데 1천만 원이 없어서, 동네에서 연리 25~30%로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스타벅스가 그 커피를 사주겠다고 하고, 스타벅스 인증서를 블록체인에 올려 P2P로 자금을 받는다면, 은행 없이 10만 원씩 모을 수 있습니다. 담보를 넣지 않아도 나의 신원을 담보로 할 수 있다는 구상입니다. 이런 이상적인 그림은 처음부터 되는 게 아닙니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먼저 되고, 그다음에 조금씩 나아갑니다. 그림을 넣거나 땅 쪼가리를 팔거나, 아프리카 땅을 NFT로 만드는 것도 거품이 생겼다가 꺼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비트코인 빼고는 다 사기"라고 말할 겁니다.
요즘 제가 드는 생각을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를 공격하는 사람들이 프로젝트를 욕하는 도덕적인 비판을 빼고, 제가 이 사업이 버블이라는 점을 놓고 고민할 때 그들이 타당하지 않다고 하는 논리를 잘 모아보면, 솔직히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저는 비트코인을 옹호하게 되는데, 제 사업 모델을 설명하러 가면 사람들이 사업 모델에는 관심이 없고 비트코인에 관심이 있습니다. 왜 비트코인은 풀리지 않느냐, 그 논리는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그들은 상품권이나 주식과 연결시키려 하고, 누군가가 보장해 주거나 뒤에서 바이백을 해 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으로 접근합니다. 그래서 야로(뒷거래)가 있거나, 그게 없으면 판타지라고 봅니다. 결국 비트코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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