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조규원 · 한국인
요약 보기
결론: 금·은은 선물 시장이 가격을 주도하지만 실물 수요 이동으로 구조적 상승 가능성이 높으니 실물 보유와 조정기 분할 매수가 유리하다는 주장. [금 시장 구조] 금 선물 시장은 실물 시장보다 약 138~150배 크며, 종이 계약에 기반해 가격이 형성된다. 중앙은행과 기관이 실물 금을 자국으로 옮기며 보유를 늘리고 있어, 실물이 줄고 계약이 많은 구조가 리스크로 작용한다고 본다. 니켈 사태처럼 선물 계약 신뢰가 깨지면 가격이 급등하고 거래소가 개입할 수 있다. [은 전망] 은은 금 가격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이며 금이 오르면 은이 더 크게 오른다는 논리다. 산업 수요(AI, 전기차, 태양광)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고, 채굴 가능 매장량은 약 17년 수준으로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은은 역사적으로 저평가 상태라고 주장한다. [인도 정책] 모디 총리가 금 구매 자제를 요청하고 관세를 8%에서 15%로 올렸으며, 이는 외환 유출 방지 목적이다. 정부가 금을 통제하려 한다는 점은 금이 중요한 자산임을 보여준다고 해석한다.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은 금에 특히 유리하다. [안보 패러다임] 세계화 효율 중심에서 안보 중심으로 전환되며 원자력·재생에너지·반도체 수요가 증가한다는 논리다. AI 개발은 치킨게임 구조로 멈추기 어렵다고 본다. [구독자 조언] 금은 조정과 횡보가 있으므로 거시적 관점에서 장기 보유하고, 관심이 낮을 때 조금씩 모으며 공부하라고 권한다.
다듬은 글
최근에 인도 모디 총리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딱 1년만 금 좀 사지 말아 주세요. 한국 사람들이 금을 그렇게까지 잘 보유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는 금이 진짜 중요한 시기를 별로 안 겪어 봐서 그렇습니다. 화폐 가치가 뚝뚝 떨어지는 시기에 나의 자산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는데, 그중 거의 유일한 방법이 금입니다. 그런데 금을 사지 말아 달라고 이렇게 강력하게 요청하고, 심지어 관세도 8%에서 15%로 급격하게 올렸습니다. 이걸 보면 지금 가장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는 자산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데, 그게 바로 금입니다.
금과 은은 실물 시장과 가격에 투자하는 금융 시장이 함께 존재합니다. 지금 가격을 더 움직이는 건 어느 시장일까요? 아직까지는 선물 시장입니다. 선물은 말하자면 계약입니다. 실제로 금을 사고파는 게 아니라, "5월인 지금 6월에 금을 주겠다"처럼 미리 거래하는 종이 계약이기 때문에 실물 금이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 시장이 실물 금 시장보다 대략 138배에서 150배 가까이 큽니다. 레버리지 비율이 시기마다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그만큼 차이가 큽니다.
그렇다면 무슨 뜻일까요? 종이 계약도 계약이므로, 나중에 실제로 요구하면 금을 줘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흐름을 보면 중앙은행들이 실물 금을 쓸어담고 있고, 그것도 다른 나라에 보관하는 게 아니라 자국으로 옮겨오고 있습니다. 은행이나 투자 기관들도 선물로 투자하기보다 실물 금을 직접 보유하는 형태로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세상이 금으로 가고 있고, 그 금조차 실물을 직접 보유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거시적 흐름이 여기서 보입니다.
이렇게 실물이 점점 줄어드는데 종이 시장은 여전히 크다면, 언젠가 사람들이 실물을 원하게 될 수 있습니다. 실물 금은 이만큼밖에 없는데 계약은 이만큼 있으니, 어차피 다 줄 수는 없습니다. 은행의 뱅크런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될지에 대한 리스크 때문에 실물 금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고, 결국 언젠가는 사람들이 실물을 찾는 시기가 올 것입니다. 그 전까지는 믿음이 유지되는데, 중국집 사장님이 탕수육은 몇 개 없는데 쿠폰만 잔뜩 뿌려놓은 것과 같습니다. 쿠폰을 든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줄 탕수육이 없습니다. 그 전까지는 사람들이 쿠폰이 가치 있다고 믿습니다. 종이 계약 대부분도 마찬가지로 가치가 있다고 믿어지는 상태입니다.
이런 일은 보통 터집니다. 대표적인 예가 2022년 니켈 사태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기초금속 선물 시장은 런던에 있는데, 니켈도 대부분 선물 거래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아무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거라고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니켈 공급이 확 막혔습니다. 니켈이 당장 필요한 기업은 계약에 따라 받아야 했지만, 선물로 매도한 쪽은 줄 니켈이 없었습니다. 가격은 48시간 만에 몇 배로 폭등했고, 결국 거래소가 개입해 거래를 정지시키고 거래를 강제로 취소시켰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지금도 실물 금은 시장에서 점점 사라지고 어딘가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표면으로 드러나 체감되지 않기 때문에, 아직은 선물 시장이 가격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아직 종이 자산을 믿고 있기 때문에, 실물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전부 실물로 갖고 있습니다.
최근 은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데, 지금 은 시장은 단순한 단기 급등락일까요, 아니면 구조적 변화가 시작된 구간일까요? 은은 산업재로 쓰이고, 요즘 AI 발전 등으로 수요가 폭등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그래서 은이 앞으로 잠재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것도 공부해야 할 중요한 부분입니다. 다만 그 앞단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이걸 먼저 보지 않고 수요만 보면, 경기가 나빠지거나 AI 투자가 줄어들 때마다 생각이 확확 바뀝니다. "AI가 더 발전한다고 생각했는데 은 수요가 안 늘어나면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거 아닌가? 팔아야 하나?" 하는 잘못된 판단으로 가게 됩니다.
은을 투자할 때 가장 본질적으로 봐야 할 것은 금입니다. 수요를 볼 것이 아니라 금을 봐야 합니다. 수요가 아무리 늘어도, 아무리 줄어도, 금 가격이 오르면 은 가격은 따라 오르고, 금 가격이 떨어지면 은 가격도 따라 떨어집니다. 지금은 은의 수요 중 약 58%가 산업용이라서 돈으로서의 가치가 약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니라, 시장이 금과 은을 여전히 돈으로 평가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두 가격의 상관성이 매우 높습니다.
역사를 보면, 1970년대에 금이 26배 폭등할 때 은은 30배 폭등했습니다. 2002년부터 2011년 상승장에서는 금이 7배 오를 때 은이 12배 올랐습니다. 1930년대에도 금이 폭등하자 은도 폭등했습니다. 결국 은은 금 가격을 따라가는 특성이 있다는 대전제를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그 위에 수요를 얹으면, 원래 금보다 1.5배에서 2배 더 오를 상승이 2.5배에서 3배까지 더 오르는 식으로 상승 기울기를 가파르게 만드는 효과가 바로 수요의 역할입니다.
그러니 앞선 1, 2, 3부에서 말씀드린 대로 금이 왜 많이 오를 수밖에 없는 사이클인지, 어느 지점 이상 올라가야 하는지를 이해했다면, 같은 논리로 은을 봐야 합니다. 여기에 은의 추가적인 매력도 있습니다. 공급이 많이 부족하고, 수요가 폭등하고, 역사적으로 지난 5,000년 중에서 가격이 역대급으로 저평가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이번 금 상승 사이클에서 은이 훨씬 더 높은 퍼포먼스를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대전제와 수요, 금은비를 분리해서 봐야 정확하게 투자할 수 있습니다. 수요나 금은비에만 몰두하면, 대전제를 놓치는 순간 이 변수들이 조금씩 흔들리는 것에 휘둘려 "은 투자 잘못했나? 이제 팔아야 하나?" 하는 이상한 방향으로 생각이 흘러가게 됩니다.
은을 단순 귀금속이 아니라 AI, 전기차, 태양광 산업의 핵심 소재로 보는 분석도 있습니다. 앞으로 은의 가치를 어떻게 보시나요?
이해를 돕기 위해 골드러시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미국 서부에 금이 많이 난다는 소문에 모든 기업과 사람들이 금을 캐러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이 골드러시에서 돈을 번 사람은 금광 기업도, 광부도 아니었습니다. 곡괭이나 청바지를 판 회사였다는 이야기가 유명합니다. 저는 AI의 발전, 원자력과 태양광 같은 신재생 에너지의 발전, 전기차로의 전환이 엄청나게 이루어질 거라고 봅니다. 이 흐름의 바탕에는 세상이 더 이상 효율만 원하는 세상이 아니게 됐다는 큰 패러다임 변화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인건비가 싸면 체제와 관계없이 그곳에 공장을 짓고, 원자재가 싸면 정치적 상황과 상관없이 원자재를 사 오면서 효율 중심으로 움직였습니다. 우리는 그런 세계화 시대에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효율보다 안보가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미국과 사이가 틀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달러 자산이 동결되기도 하고, 중동 국가와 사이가 틀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싸게 받던 석유를 못 받기도 합니다. 내가 이란과 사이가 나쁘지 않아도 지정학적 문제로 전쟁이 나면 배가 못 지나가서 원유를 못 받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에너지도 안보가 중요하고, 효율만 따지다가는 이런 상황에서 큰 타격을 받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원자력과 신재생 에너지가 뜨는 이유는 효율 때문만이 아닙니다. 사실 효율만 보면 아직도 화력 발전이 낫습니다. 원자력의 주 원료인 우라늄은 전 지구에 골고루 퍼져 있어서, 어느 지역에서 전쟁이 나도 큰 타격을 덜 받습니다. 재생에너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화력 발전의 원료는 특정 국가에 몰려 있습니다. 결국 지정학적 안보가 에너지 안보로 직결되는 문제가 되었고, 그래서 에너지도 안보의 논리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AI도 같은 맥락입니다. AI 발전 속도에 박수를 치고 있지만, 위험성을 지적하는 논문도 많습니다. 연구진들도 그 위험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미국이 멈춘다고 중국과 러시아가 멈추겠느냐는 치킨게임 구조 때문입니다. 브레이크를 떼고 액셀을 밟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모든 흐름을 종합하면, 과정에 들어가는 핵심 원자재의 중요성이 커집니다. 반도체가 뜨는 것도 같은 이유이고, 은의 수요가 폭등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지금 AI 산업 수요는 매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은은 많지 않습니다. 지구상에 남아 있는 채굴 가능한 은은 대략 17년 치 정도로 계산됩니다. 과거 보고된 자료 기준으로 약 56만 톤이 남아 있고, 1년에 약 2만 8천 톤 정도를 캡니다. 이 자료도 이미 6년 전 것이라, 지금 기준으로는 17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아 있는 은은 적은데 산업 수요는 매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늘 수밖에 없습니다. AI 발전이 멈추기 어렵고, 신재생 에너지와 전기차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모두 안보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때문이며, 그 과정에서 은이 매우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은은 앞으로 더 부족해지고, 가격도 훨씬 많이 오를 수밖에 없는 원자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인도의 정책 변화가 금·은 시장의 판을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인도가 글로벌 금 가격 구조에 영향을 줄 만큼 중요한 변수일까요? 인도 모디 총리의 "딱 1년만 금 좀 사지 말아 달라"는 발언은 왜 나왔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한국 사람들이 금을 많이 보유하지 않는 이유는 금이 중요했던 시기를 겪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금이 중요했던 시기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나 화폐 가치가 뚝뚝 떨어지는 때입니다. 그때 자산을 지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금입니다. 우리나라는 운 좋게 그런 시기를 많이 겪지 않았습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도 1930년대와 1970년대에 그런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시기를 직접 경험한 사람이 되려면 1950년대생 정도는 돼야 "그때 금 없이는 버틸 수 없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선진국도 화폐 가치가 무차별적으로 떨어지는 시기가 주기적으로 옵니다. 신흥국은 그 사이클이 더 자주 옵니다.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 화폐 가치가 떨어진 것처럼, 베네수엘라처럼 물가가 1년에 100만%씩 오른 나라도 있고, 이란, 터키도 화폐 가치가 뚝뚝 떨어진 경험이 있습니다. 인도도 마찬가지로 화폐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 시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런 나라 국민들은 이 사이클을 알고 있고, 가장 대표적인 방어 수단으로 금을 보유합니다.
개인 입장에서는 금을 보유하는 것이 시기를 지키는 수단이 되므로 좋습니다. 하지만 국가 입장에서는 국민이 금을 산다는 것이 곧 외화가 유출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인도의 외환 보유고가 빠르게 줄고 있습니다. 나중에 힘든 상황이 되면 우리나라 IMF 때 금 모으기 운동처럼 국민들이 자진해서 금을 내놓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정부도 더 쉽게 금을 모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그런 자발적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금을 보유하려면 필요할 때 강제로 가져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인도 금거래소를 세워 금 거래 시스템을 만들고, 필요한 순간에 거래를 정지시키고 몰수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몰수하더라도 금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루피화를 주는 방식이 됩니다.
또한 국민에게 금을 맡기면 이자를 주는 제도를 도입했고, 금 연동 채권도 발행했습니다.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생각보다 금이 모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금을 사지 말아 달라고 강력히 요청하고, 관세도 8%에서 15%로 급격히 올렸습니다.
이걸 보면 지금 가장 강력하게 통제하는 자산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자산은 통제할 이유가 없습니다. 금이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들이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은 세상이 금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거시적 흐름을 이해하는 하나의 축이 됩니다.
또 하나의 축은 관세입니다. 국가들끼리 관세를 올리고 무역 장벽을 쌓고 있는데, 관세가 오르면 비용이 증가하고, 비용이 증가하면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이 나타납니다. 모든 인플레이션이 금에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은 금에 특히 유리합니다. 가장 좋은 금 상승 조건이 바로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입니다. 세계가 무역 장벽을 쌓고, 지정학 문제로 유통 비용이 늘어나면서 비용인상 인플레이션 시대로 가고 있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인도 모디 총리의 "금 사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이 두 가지 흐름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금이 앞으로 좋을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드셨다고 해도, 실제로 투자하면서 금에도 조정과 횡보는 있습니다. 주식이든 비트코인이든 어떤 투자든 조정과 횡보는 반드시 옵니다. 그런 시기가 올 때마다 주변에서 안 좋은 얘기가 나오고, 댓글이나 뉴스에도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아집니다. 그래서 금뿐 아니라 어떤 투자를 하든 거시적인 관점에서 흐름을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졌을 때, 이럴 때 조금씩 모아 나가면서 금에 대해 차근차근 공부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Comments 0